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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랑 문자를 주고 받은 뒤, 철이는 운동에 매진했다.
원래부터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니의 이야기를 들은 뒤론 더 했다.
AI마스터가 운동 능력을 급속하게 늘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한 효율을 뽑아 쓰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마스터로 힘을 최대한 뽑아 쓰고 나서 몸에 부담이 오게 되는 것이었다.
지난번 동창회 때 주사를 부리는 녀석을 제압할 때 안 쓰던 근육을 너무 급격하게 사용해서 다음날 몸에 조금 무리가 온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니에게 몸을 분석케 했더니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게 드러났다.
철이는 언제 어느 때든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 몇 일 째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동네 한바퀴 천천히 달리고 있다. AI마스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한 근력으로 동네를 달리고 있다.
2시간 정도, 매일 달리기와 공원에 있는 운동 기구들로 근력 운동을 병행한다.
운동 기구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윗몸 일으키기 등 코어 운동을 하여 단기간에 체형이 좀 잡힌 듯 했다.
언제나 그렇듯 운동을 하고 난 기분은 참 개운했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상의를 탈의한 맨몸을 바라보았다.
"꽤 괜찮은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지니?"
철이가 지니에게 물었다.
"진실을 알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기분 좋은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데, 지니?"
"저는 원래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지, 음.... 그러면 너무 진실 말고 그냥 진실을 어느 정도 포함해서 유하게 말해 준다면?"
"일주일 전에 운동 시작할 때 보단 체형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습니다. 건강에 좋은 신호입니다. 체력도 증가하고 신체 기능도 일주일 전보단 좋아졌습니다."
"하하, 정말 군더더기 없이 평가를 해주네. 그래도 안 좋은 말은 싹 빼고 부드럽게 평가해 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저는 언제나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지니 입니다."
"아, 그래, 그래.... 하하"
철이는 지니의 말에 인정을 하면서도 왠지 기계 이상의 인간미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말야, 궁금한 게 있어, 내가 생각으로 지니 너와 대화를 하잖아!"
"네, 주인님"
"그러면, 내가 혼자 스쳐 지나가듯 한 생각도 다 네가 알 수 있어?"
"그건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것 까지 알면 주인님의 프라이버시가 침해 될 수 있으니까요."
"오, 그래? 그럼 공식적으로 너와 대화 나누는 생각은 네가 알 수 있어도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생각은 알 수 없다. 뭐 그런 거야?"
"네 맞습니다. 주인의 사적인 생각을 다 알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철이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AI마스터를 만든 사람에게 지극한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만든 것이다.
'그렇지 사적인 생각 하나하나까지 AI마스터가 다 감지를 해 낸다면 너무 창피하고 사적인 영역이 다 침해 받는 느낌일 테니까'
철이는 왜 여태까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놀랍기도 했고, 지니가 말해준 답변을 들으며, 자신의 사적인 마음의 영역이 침해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AI마스터는 철이 자신과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한 채 몸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철이는 문득 생각이 나 지니에게 물었다.
"아, 지니? 저번에 물어 본 것 있잖아, 왜, 예진이 회사로 자연스럽게 방문하는 거 어떤 방법이 좋을까?"
"네, 제 생각에는 어제 연락하고 바로 오늘이나 내일 방문하는 것은 좀 속 보이는 행동같이 여겨집니다."
"그렇지. 바로 찾아가는 건 왠지 좀 가벼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마음을 들키는 것도 같고 그래?"
"그래서 한 3일 정도 지나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들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철이는 지니의 말에 동의했다. 예진이랑 연락한 게 어제였으니, 3일 후면 4일 정도 지난 시점이니 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럼 뭐라고 하면서 들리지?"
"볼일이 있어서 근처에 들렸다 말하세요. 그리고 이전에 회사 근처에 오면 한번 연락하라고 한 말이 생각나 연락 했다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좋아! 그럼 만나서 내가 밥을 산다고 할까?"
"그건 그때 상황을 봐서 누가 사든 아무나 사도 될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좋아! 그렇지. 누가 사는 게 중요한 건 아닐 거야, 그치?"
"네."
철이는 3일을 기다렸다. 그냥 시간만 보낸 게 아니라 인생 역전 계획에 필요한 일들을 하며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우선은 카페를 하나 개점할 생각이었다. 돈을 가만히 벌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자니 몸에 좀이 쑤실 것 같았고, 젊은 나이에 그냥 아무 일도 안 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카페를 하나 차리려고 마음 먹었다.
지금 가진 돈이 불어나는 속도로 예상할 때 한 달 반 정도면 작은 카페 정도는 개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에 그렇게 땅값이 비싼 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개점 할 수 있을 정도가 될 터였으니까.
예진이를 만나러 가기 전 3일 동안, 카페를 개점할 만한 지역 물색과 어떤 컨셉으로 개점을 할 것인지 지니랑 의논하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3일을 사용했다.
새로운 꿈을 향한 첫 걸음을 준비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보 검색과 더불어 필요한 자료를 얻는 것이 고된 것 보다 즐거움이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3일을 빠듯하게 보낸 뒤 예진이를 만나러 회사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S전자 본사 건물로 갔다.
차가 막힐 것 같아 자차로 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와, 정말 건물 한번 으리으리 하네!"
국내 제 1위의 기업 본사 답게 사옥은 거대하고도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야, 내가 이곳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늘 바래왔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하"
철이는 늘 자신도 공부를 좀 더 잘해서, 아니면 부모님 배경이 좋아서, 아니면 실력이 출중해서 대기업에 들어갔으면 했었다.
그것도 왠만하면 대기업 중에서도 국내 제일의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는 꿈을 꿨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실이 보였고, 도달할 수 없는 꿈이라 여겨 포기하고 말았었지.
그런 과거의 꿈의 배경이 되는 기업 본사 건물 앞에 서니 사뭇 감회가 새로웠다.
"자, 이제 예진이한테 연락을 해보면 될까? 지니"
"네, 지금 전화하시면 될 거예요. S전자 점심시간이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요."
지니는 S전자 점심시간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어 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진이 폰 번호를 누르려는데 회사 건물 출입구에서 두 남녀가 서로 다투며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왜 이러세요? 대리님.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아,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굴어, 밥이나 같이 먹자고. 회사 동료끼리 점심 같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살게."
'뭐지? 누군데 남자가 저렇게 매달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무심결에 두 남녀를 쳐다보았다.
"어, 저건?" 철이는 왠지 익숙한 얼굴 같아 시선을 집중해 자세히 바라봤다.
"저건 예진이 아냐??"
- 작가의말
제목을 회차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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