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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전자 회장의 첫째 딸, 김하나
직책은 홍보부 부장이다. 재벌 자녀들이 경영 수업을 쌓으려 회사에서 실무를 배운다.
김하나 역시 먼저 입사한 오빠처럼 대리부터 시작해 지금의 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만 27세의 나이에 대기업 부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기업 오너의 자녀들에게만 허락된 특권 같은 것이었다.
김하나는 A동 30층 까지 올라가는데 있어 사전에 지급된 출입 카드를 엘리베이터 카드 단말기에 인식 시켜야만 했다.
회사 사옥은 총 세 동이 있었는데 그중에 A동 최상층은 34층이다. 34층에는 대표이사실(회장실)이 있다.
김하나는 자신의 오빠가 있는 30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띵띵~30층에 도달했습니다. 30층은 전무실이 있는 층이다.
"오셨어요? 전무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무실 비서가 하나를 안내했다.
"네, 고마워요" 전무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반기는 소리가 났다.
"어이~ 이거 얼마 만이야? 잘 지냈어? 미국에서 돌아와서 바쁜 건 알겠는데, 이제야 찾아온 건 너무한 거 아니냐?"
"호호, 오빠, 나 바쁜 사람이야, 지금도 시간 겨우 빼서 온 거야, 아빠한테도 못 들리고 오빠한테 온 거 알아?"
"하하, 그래? 어쨌든 잘 왔다. 커피 마실래?"
"응, 카페라떼로"
"삐~"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커피를 시키는 김재용 전무
김재용은 S전자 김건희의 장남으로 김하나의 오빠였다.
"하나야, 그래 일은 잘 배우고 있어?"
"응, 아빠랑 오빠 덕분에..."
"무슨, 네가 잘 배우고 있는 거지, 혹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지금 직급이 어떻게 돼?"
"부장이야"
"어, 그렇군, 벌써 그렇게 됐나? 입사한 지 얼마나 된 거지?"
"이제 3년 다 되어가"
"그렇구나, 나도 그랬었지!" 김재용은 자신 역시 경영 수업 절차를 동일하게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아, 오빠, 나 이번에 출시될 젤럭시S 5 광고를 맡았는데..."
"응? 아 맞다. 네가 홍보부에 있지?"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번 CF모델로 신선한 마스크를 쓰려해"
"신선한 마스크, 연예인 말고?"
"응, 일반인을 쓰려해, 그것도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컨셉으로, 동창회를 배경으로"
"동창회?"
"응, 각박해 지는 삶에서 친구를 만나 삶의 소소한 행복과 추억을 공유하는 게 동창회라고 생각해, 그래서 동창회를 컨셉으로 잡을 거야!"
김하나는 오빠 김재용에게 자신의 이번 출시작 광고 컨셉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젤럭시S 5는 S전자의 새로운 모델로 주력 상품 이었다. 그랬기에 어느 때보다 출시되기 전 광고가 중요했다.
젤럭시 S시리즈가 S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았기에 홍보부 단독으로 광고를 주관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상무급 이상의 결재가 내려져야 했었다.
그래서 김하나는 전무인 오빠를 찾아와 광고 컨셉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군, 그럼..." 설명을 듣고 있던 김재용이 궁금한 걸 물어왔다.
"그럼, 하나야? 모델은 누구를 쓰려고?"
"요즘 유튜브에 뜨는 일반인이 있어, 혹시 알아?"
"누구? 핫 한 일반인?" 김재용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혹시? 지난번에 뉴키즈 나왔던 그 사람 말하는 거니?"
김하나는 웃으며 말을 받았다.
"맞아, 역시 오빠, 정보 범위가 넓어"
"그 정도야, 뭐" S전자 전무 쯤 되면, 전문 분야는 물론이고, 일반 시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정보까지도 알고 있어야 했다.
사소한 예능 정보라 할지라도 그것이 결국 대중들의 마음을 이끌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 사람만 섭외하려고?"
김재용이 물었다.
"아니, 그 사람을 메인으로 하고, 다른 두 친구를 더 뽑을 생각이야"
"한 사람은 아마 유튜브 영상에서 주인공 옆에 춤을 잘 추던 남자일 것 같고. 아니야?"
"후훗, 역시 우리 오빠 눈썰미가 예술이야! 맞아, 또 한 명은 아직 생각 중이야."
"그럼, BTS 노래 춤, 그대로 갈 거야?"
"응, 동창회 배경으로 그 유튜브 내용을 좀 각색해서 우리 젤럭시 5 광고를 할 생각이야"
S전자 전무실에서는 박철의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박철은 당연히 아무것도 모른채 첫사랑이랑 기쁜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고 말이다.
"아, 오빠 그리고 오늘 또 특별한 일이 있었어"
"뭔데 그래?"
"방금, 건물 현관에서 그 유튜브 일반인을 봤어"
"뭐? 그 사람이 왜 우리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었나 봐, 근데 그 사람 멋있더라!"
"뭐? 뭐가 멋있어?"
"추행하는 남자 직원한테 괴롭힘 당하는 여자를 떡 하니 구해주더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 추행한 남자 직원이 우리 회사 직원이야?"
"응."
"안되겠군. 감찰과에 연락해서..."
"아니, 내가 벌써 했어."
"뭐라고?"
"박 비서 시켜서 감찰과에 조치하라고 시켰어!"
"응, 잘했네. 요즘 회사 기강이 좀 해이 해 진 것 같더니만"
"그건 그거고. 덕분에 그 남자를 이번 광고에 꼭 주인공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 졌지!"
"그래, 알겠다. 잘 해 보렴! 내가 밀어줄게! 좋은 성과 내도록 잘 준비해봐"
"호호, 알았어 오빠, 아 나 빨리 온다고 점심도 못 먹었어, 오빤 식사했어?"
"아니, 그럼 같이 식사하러 나가자!"
한편 S전자 밖 한 식당에선 두 남녀가 맛있게 음식을 먹은 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철아, 맛있어?"
"응, 맛있어, 여기 잘하네, 너 여기 자주와?"
"응, 회사 사람들이랑 자주 오는 곳이야, 여기 냉면이랑 만두가 되게 맛있어서"
"그렇구나! .... 회사 생활이 즐거워 보인다"
"응, 회사 생활 나쁘지 않아! 좋아!"
웃으며 철이를 바라보는 예진이는 세월이 흘러도 철이의 눈에 예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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