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테크로 금수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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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브로리
작품등록일 :
2024.07.27 18:39
최근연재일 :
20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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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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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악몽 셋

DUMMY

"오! 진우야 밖에 봐봐~ 눈 온다. 눈~!”




어머니가 신난 듯이 말을 꺼냈다. 오랜만의 가족끼리의 외식이라 잔뜩 흥분한 듯 보였다. 아버지도 한층 신이 난 목소리로 얘기를 하셨다.




“허허, 진우 생일이라고 하늘에서 눈 내려주시나 보다~”




택배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진우였지만, 창밖으로 내리고 있는 새하얀 눈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어차피 이런 생활도 이제 얼마 안 남았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버틴다면 일년쯤이야 충분히 잘 지나갈 수 있다고 다짐하는 진우였다.




부모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가고 있을 때, 터널 진입을 앞두고 차들이 터널 입구에서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 아버지가 말을 꺼내셨다.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났나 본데? 차가 엄청나게 막히겠는데. 어쩌냐? 진우야? 교수님 너무 기다리시게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진우네 차량도 비상등을 켜고 터널 입구에 멈춰 서 있는 차들의 뒤쪽으로 멈춰섰다. 진우의 아버지가 터널 안쪽을 살피며 말을 이어 나가셨다.




“이렇게 눈이 갑자기 오면 터널 쪽에 바닥이 얼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진우의 뒤쪽에서 강한 충격이 전달되었다.




‘쾅!’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진우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차가운 도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바닥에 누운 채로 고개만 살짝 돌리는 정도가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엄마랑 아빠는??? 어디 계신 거야???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됐다. 간신히 힘을 짜내 고개를 살짝 돌려 아버지의 차를 눈으로 찾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아버지의 차량이 뒤에서 들이박은 화물트럭 때문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그나마 진우가 찌그러진 차량이 아버지의 것이라고 알 수 있었던 것은 차에 낑겨있는 간장게장 택배 박스와 운전석에 껴서 축 늘어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차가운 도로 바닥에 누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며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아버지가 움직이기만을 기도하며...




======




평화롭기만 해야 할 잠자리가 악몽으로 변했다. 차분한 어둠 속에서 진우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그의 눈가엔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이 얼룩져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기억이 꿈에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




그 충격으로 진우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움츠려 몸을 떨며 울먹이고 있었다. 움츠린채로 한참을 울먹이던 진우가 지쳐서 다시 잠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 밖에서 고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야, 아직 자는 거니? 나 밭에 나가야 하니까, 일어나면 밥 차려둔 거 먹어~"




고모가 나가는 소리가 잦아들자, 집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 고요 속에서 진우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뒤척였다. 아직도 꿈속의 악몽이 그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 듯, 그는 너무 슬퍼했다.




그 사고를 다시 떠올리니 그 때 다쳤던 오른쪽 무릎이 너무나도 아프게 저려왔다. 무릎을 부여잡은 진우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다급히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무릎의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참을 마사지한 뒤,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자, 진우는 잠자리 옆에 두었던 보조장치를 무릎에 끼웠다. 교통사고 이후 몇 년간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는 어려웠다. 그나마 보조장치를 끼면 절뚝거리면서 걸을 수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




자신의 무릎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그때의 교통사고가 떠올랐다. 그 사고로 인해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로 인한 죄책감은 진우를 괴롭혔다.




보조장치를 무릎에 끼우던 진우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어깨를 떨며 흐느꼈다. 오늘따라 꿈을 꾼 탓인지, 부모님이 자꾸만 떠올라 죄책감이 밀려왔다.




자꾸만 눈물이 나는 진우.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슬픔과 자기 때문에 부모님이 그렇게 되었다는 죄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만 갔다.




======




가끔 이렇게 악몽을 꾸는 날은 정말 힘든 하루를 시작해야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마음 한편으로 밀어놓았던 죄책감이 자신을 잊지 말라며 툭 튀어나와 마음을 날카로운 칼날로 한껏 휘젓고 간 듯한 느낌이었다.




늘 그렇듯이 이런 슬픔과 고통에 해답은 없었다. 그저 고스란히 견뎌내야만 했다. 한참만에 마음을 추스린 진우가 몸을 일으켜 적막한 집안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는 할머니와 고모만 살고 있는 시골집... 큰아버지는 어디서 무얼하며 사는지 소리소문없이 나갔다가 한번씩 집에 들락거린다고 한다. 이번에도 장례식이 채 끝나기 전에 사라져 어디로 가버렸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진우는 오랜만에 시골집을 둘러보며,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각 구석구석을 눈에 담았다.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고모가 차려둔 식사가 정갈하게 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찬 하나하나에 고모의 정성이 느껴졌다. 반면, 할머니는 어디 가셨는지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시골집은 진우에게 옛 기억들을 하나씩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는 할아버지와 함께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먹던 기억이 선명했다.




찬 바람이 불던 겨울밤, 불가에 둘러앉아 먹던 따뜻한 고구마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그리고 마당 한편에 심어둔 감나무는 가을이면 주렁주렁 달린 감으로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진우를 목마에 태우고 긴 막대기로 감나무를 쳐서 감을 따게 해주곤 했다. 그때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자,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리움을 안고, 진우는 할아버지의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조심스레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풍겼다. 할아버지는 평소 소박하셨기에, 서재에는 필요한 물건들만 간결하게 놓여 있었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상 옆 책장이 그것이었다. 책장에는 여러 책들이 꼽혀 있었고, 책상에는 스탠드가 세워져 있었다.




방 한쪽에 자리한 책장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그의 발걸음은 마치 신성한 곳에 들어서는 듯 조심스러웠다. 책장 앞에 서서 책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한 진우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할아버지가 산을 많이 좋아하셨나? 산에 대한 책들이 되게 많네..."




진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린 시절, 그는 할아버지가 농사일에만 열중하시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책장을 보니, 할아버지의 숨겨진 취미와 열정을 발견한 듯 신기했다.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진우의 눈길을 끄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신들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그 책은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보물 같았다. 신기한 이름에 끌린 진우는 그 책을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책을 훑어보던 중, 그 사이에 꼽혀 있는 색 바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사진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현재의 진우와 비슷한 나이 대거나 조금 더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눈 쌓인 큰 산이 보이고, 사람들은 등산을 시작하려는 듯 다양한 등산 용품들을 갖추고 있었다. 20여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 중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진우는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신기한 듯 사진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사셨다고 생각했던 할아버지는 사진 속에서 사람들과 세상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누구보다도 도전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며 희망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골 농사꾼보다는 모험가에게서 볼 법한 그런 얼굴이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문득, 세상에 지쳐 항상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한 얼굴로 다녔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진우였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그는 사진 속의 희망찬 표정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이 저런 행복한 표정을 만들어낸 것인지 궁금해졌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며 들어섰지만, 이제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다. 그 책과 사진에는 단지 먼지만 쌓여있던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오랜 추억과 열정,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




해가 기울어가는 시간, 석양이 비치는 집안은 긴 하루의 여운을 안고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진우는 그 고요함 속에서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귀가하는 고모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진우의 고독을 깨우고, 집안은 다시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진우는 저녁 식사 중,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발견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며 궁금증을 품은 채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이 사진은 뭐예요?"




사진을 본 할머니의 얼굴에 기쁨과 놀라움이 비쳤다.




"어구~ 이 사진을 어디서 구했니? 네 할아비 잘생겼지? 이 때만해도 참 젊었네 젊었어..."




진우는 젊은시절, 할아버지가 산을 좋아하셨는지 궁금해졌다.




"할아버지가 등산 같은 거 다니셨나 봐요?"




할머니는 과거를 회상하며 답했다.




"왠만한 산이란 산은 다 쏘다녔지~ 외국에 있는 산들도 그렇게 다니고... 적당히 좀 다니라고 해도 그~렇게 쏘다녔는데... 그날 이후로는 산은 쳐다도 안 보드라..."




"그날 이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할머니의 말이 무거워졌다.




"그 사진 찍은 날 말이다. 그날, 거 있는 분들은 다 산에 묻혔지... 쯧쯧쯧..."




진우는 놀라며 물었다.




"네?! 할아버지만 살아 돌아오신 거예요?!"




"네 할아비도 그날 거서 죽을뻔했지, 거 옆에 있는 분들 아니었으면..."




진우는 사진 속 인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분들이요?"




"아니.... 요. 요. 요. 요. 네 명 말이다. 이 분들이 눈에 묻힌 네 할아비를 겨우겨우 파내 가지고 구해왔다 안하나."




진우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 완전 위험했었네요..?"




할머니는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요단강 건너가려는거 뒷목 잡혀서 끌려 돌아왔지~ 이 분들 아니었으면, 진우 네도 여 없었겠네. 니한테도 은인이다 은인~"




식사를 하며 듣던 고모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아니, 엄마. 그런 일이 있었어? 아빠, 진작에 돌아가셨을 뻔했네?"




할머니는 사진을 지긋이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날 그리 됐으면 문영이 네도 여 없었다."




고모가 충격이라는 듯이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고는 대답했다.




"와~ 진우덕에 나도 처음 알았네~ 아빠 젊었을 때 엄청 나셨네~"




할머니가 사진 속 은인들이라고 손꼽아 주신 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진우가 물었다.




"이 분들.....은 할아버지 장례 때 못 본거 같은데요?"




질문에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이분들은 먼저 가셨으니깐. 네 할아비도 이제서야 은혜 갚을 수 있겠다고 안심하셨단다."




진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속 인물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니, 그것도 할아버지보다 먼저라니.




"이 분들도 다 돌아가셨어!?"




옆에서 듣고 있던 고모가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속의 인물들을 가리키며 되 물었다.




"이 분들 덕에 살았는데, 이 분들이 네 아버지보다 먼저 가셨지.... 근데, 참 이상하게도 네 분 다 객사로 돌아가셨어.... 요상한 일이지...."




"객사요?"




진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객사란 말은 그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응...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렇지. 아마.... 이분이 제일 먼저 돌아가셨지."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사진속의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우는 할머니가 가리킨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마 문명이 네 날 달이 얼마 안 남았을 때였지. 날 달 가까우면 그런데 가는 거 아닌데, 네 아버지한테는 은인이니 어쩔 수 없이 네 아버지만이라도 갔었지....”




할머니가 고모를 쳐다보며 말을 계속이었다.




“그분이 돌아가신 게 회사 외근 나가다가 길거리에서 칼부림이 나서 미친놈한테 찔려서 돌아가셨다더라.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그리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고모가 소름 끼친다는 몸짓을 하며 얘기했다.


"으~ 그때도 칼부림이 있었어?"


"미친놈이 시대 가려가면서 나타난다냐? 옛날에는 더 한일도 많았지...."


"그럼, 다른 분들은요?"




진우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다음으로 돌아가신 분이..... 그래. 이분이네... 이분."

“아마... 건설일 하셨는데, 공사하다가 높은 데서 뭐가 떨어졌다지... 참... 뭔 놈의 운명인 것인지...”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시고는 말을 이으셨다.




“이분은 사업하셨는데, 공장에 놀러온 아이가 장비에 낑기려는 걸 구하다가 그리 됐다 하드라.... 그 아는 평생 어찌 살라고....쯧쯧쯧.”




할머니는 아이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곤 생각에 잠기셨는지,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정적이 길어지자, 고모가 궁금하다는 듯이 되 물었다.




“엄마..., 그럼 다른 분은 어쩌다가 돌아가셨어?”




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말을 이으셨다.




“음... 그리고 이분은.... 퇴근길에 길 건너다가 우회전 하는 트럭에 치여버렸지.... 썩을놈이 술까지 마셨가, 사람이 지나는 걸 못 봤다고 하더라!”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셨다. 그러고는 진우를 보고는 노파심에 말을 했다.




"트럭 같은 큰 차는 위험하니깐, 진우 너는 항상 멀리 피해 다녀야 한다!?”




“에이~ 엄마는 참~ 진우를 아직도 애기로 보시네. 이제 재도 다 컸어. 나이가 몇인데~”




할머니의 노파심을 주책이라는 듯이 고모가 웃으며 대꾸했다. 고모의 말에 할머니가 진우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알지~ 우리 강아지 똘똘한 거~ 노파심 때문에 한말이지~ 진우, 너는 그저 건~강하게만 살면 된다. 그거면 됐다~”




“에구.... 저분들은 다들 어쩌다가 그리되셨데....”




고모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얘기했다.




“잘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그렇게 잔인하게 먼저 가셨으니, 네 아버지 마음이 오죽했겠니? 산에다가 동료들 묻고 와서는 자기 은인들도 그리 고약하게 갔으니.... 그러니 속이 썩지 썩어.... 쯧쯧쯧.”




“아~ 그래서 아버지가 그리 술을 드셨던 거구나....”




고모가 이제서야 뭔가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네 아버지가 처음에는 술도 못 드시던 양반이었지.... 근데, 동료들 그리되고 나니 그 속이 사람 속이겠니? 그 때 이후로 술에 손대기 시작하더니만.... 나중엔 술 없이는 못 살았지.... 먼저간 사람들 보러 빨리 갈려고 안 그랬겠나?”




할머니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 표정을 본 고모가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맨날 ‘허허허’ 거리기만 하시길래 세상 속 편히도 사신다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상처가 많았네.... 에휴~”




“네 아버지가 일평생을 그리 자책을 하고 살았다. 자기 동료들 그리 된 건 다 자기 탓이라고.... 이젠 좀 편안 해지셨겠지....”




할머니의 말에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지며 숙연해졌다. 할아버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친근하고 당정하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평생 혼자서 그런 고통을 감내하셨다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진우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저주받고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와 못지않게 할아버지도 고통스럽게 사셨다는 점에 동병상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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