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테크로 금수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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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브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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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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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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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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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현실

DUMMY


집에 도착한 진우는 가족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던 하루였다.




방 안은 고요했고, 창밖으로는 저물어가는 해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진우는 침대에 몸을 뉘이며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과거를 바꾼게 맞다면, 두통과 함께 떠올랐던 새로운 기억들은 그 여파인건가?'




진우는 머릿속에 떠올랐던 기억들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혼란스러웠다. 분명 이전의 기억들과는 다른, 새로운 장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진우는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가 노트북을 켰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빠르게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진우의 손가락은 키보드를 급하게 두들겼고, 이내 그는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인거야?!"




진우는 K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졸업증명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과거에 등록금 문제로 인해 합격하고도 포기했던 K대. 그러나 지금 그의 이름은 K대 졸업증명서에 당당히 적혀있었다.




놀라움과 흥분이 교차하는 순간, 진우는 자신이 젊은 할아버지를 만나고 온 이후로 이러한 새로운 기억들이 생겨난 것임을 깨달았다. 그 기억들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니, 혼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대신 흥분과 기쁨이 밀려왔다.




진우는 이어서 자신의 성적증명서도 조회해보았다. 노트북 화면에 나타난 그의 성적표는 놀라웠다.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과탑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진우는 혼자서 뿌듯해하며 웃음을 지었다.




'내가 공부 하나는 열심히 했었지. 여기서도 역시 과탑이었네.'




자신만의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그 순간,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진우는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진우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민정이?!"




그 이름은 진우의 머릿속 깊이 박혀 있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대학 시절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그녀, 그리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여자친구.




양가 부모님에게도 결혼을 허락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진우에게는 그 모든 것이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 삶에 치여 연애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그가, 몇 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고 분명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멜로 영화를 본 듯한 기억,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이라 기억은 생생했지만,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기억도 혼란스러웠지만, 이러한 감정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진우는 자신을 향해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단순히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진우가 전화를 받자마자, 핸드폰 너머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김진우! 왜 연락을 안해?!! 카톡도 안 보고 며칠째 뭐하는 거야?!"




진우는 그제야 며칠간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에 핸드폰을 던져놓고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진우는 진실되게 사과했다.




"미안... 내가 요새 정신이 너무 없어서..."




진우가 사과하자 전화기 너머에서는 말없이 흥분된 숨소리만 들려왔다. 진우는 선명한 기억과 반대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현재의 삶이 변했지만, 기억에 따른 감정까지는 생기지 않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진우였다.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뭔가 확실하지 않은 감정까지... 진우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일단 만나보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보러 갈까?"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여자친구가 기분이 풀린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그럼... 전에 먹었던 치즈케익 사줘~"




"그래. 알았어. 지금 갈게."




대답을 하고는 집을 나선 진우. 그는 밤공기를 마시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길을 걸으며 진우는 민정과의 기억을 떠올렸다.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 그리고 미래를 약속했던 시간들. 그러나 그 모든 기억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




진우는 여자친구 자취방 근처에 위치한 그 카페에 도착했다. 이곳은 그가 여자친구와 함께 자주 찾는 단골 카페였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진우는 잠시 눈을 감고 그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진우의 기억속에 이곳은 언제나 그에게 안정감을 주는 장소였다.




진우는 창가 쪽의 자리를 선택했다.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오가고,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비치고 있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았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던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문을 마치고 나서야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앉아 있는 진우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첫 만남의 기억, 처음 손을 잡았던 순간, 함께 웃었던 시간들.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억들 속에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떠오르는 기억들은 마치 멜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진우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기억은 이렇게 생생한데, 왜 사랑이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는 한참 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다. 현재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감정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기에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던 중, 카페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로 여자친구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진우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진우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처럼, 그녀의 환한 미소가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음... 아이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정도면 되겠다.'




======




7년 전...




대학 시절, 진우는 친한 친구의 급박한 부탁으로 대리로 소개팅에 나서게 되었다. 그때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구는 갑작스럽게 중요한 시험 준비로 인해 소개팅에 나갈 수 없게 되었고, 진우는 마지못해 그 자리를 대신하기로 한 것이다.




진우는 약속 장소인 학교 근처의 한 카페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카페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은 같은 대학의 학생들로, 커플들이 많아 보였다.




그들은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은 카페 안을 따스하게 채우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커플들을 보며 속으로 내심 부러워했다. 자신도 이번 소개팅이 잘 되어 CC(캠퍼스 커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우는 대타로 나온 소개팅이기 때문에 아직 상대방의 사진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친구가 "괜찮은 사람"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긴장되었다. 어떤 사람일지, 자신과 잘 맞을지,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긴장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진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카페 안의 분위기를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순간, 카페의 문이 열렸다. 진우는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시간이 갑자기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햇살은 마치 그녀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처럼, 약간 갈색이 도는 그녀의 단발머리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카페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걸음마다 주변 공기마저 부드럽게 흔들리는 듯했다.




그녀의 피부는 마치 첫눈처럼 순수하고 하얗게 빛났다. 크고 맑은 눈은 주변의 모든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살짝 머금은 미소 덕에 그녀의 볼은 마치 모찌처럼 말랑말랑하게 볼록 솟아,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카페 안은 잠시 동안의 정적 속에 여기저기서 낮은 감탄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카페로 걸어들어오는 동안, 진우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마치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그녀 안에 집약된 듯, 그녀의 모습은 주변의 모든 것을 빛나게 만들었다.




그녀는 카페 안을 살펴보더니 은은한 미소를 짓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 웃음은 마치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주변에 포근한 기운을 퍼뜨렸다.




그 순간, 그녀의 볼이 더욱 말랑말랑하게 도드라졌고, 그 모습에 진우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을 느꼈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에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카페 안을 밝히는 그 순간, 진우는 이미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린 상태였다. 그녀의 모든 움직임, 미소 하나하나가 진우의 뇌리 속에 각인되었다.




진우는 여학생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 채 혼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 완전 예쁘다. 저 사람이면 내 목숨까지 받치겠어!"




하지만 여학생은 진우가 아닌 다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 모습에 진우는 내심 실망하며, 그제서야 눈을 떼고는 머쓱한 듯 창밖만 바라보았다. 다시 시간이 제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진우는 여전히 긴장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손에 쥔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김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따스함조차도 그의 긴장된 기분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그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의 시야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소개팅녀는 언제쯤 오는 거지?'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내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진우는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노쇼는 아니겠지?'




작은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어놓았다.




"저기요."




진우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 순간, 조금 전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던 여자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흘러가듯 모든 장면에 슬로우가 걸렸다. 그녀는 진우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다시 말했다.




"저기요... 김진우 씨 맞나요?"




그녀의 목소리가 카페의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치 가장 부드러운 벨벳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진우를 바라보며 빛나고 있었고, 진우는 그 순간 그대로 멈춰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여자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멈춰있는 진우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녀의 미소는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것이었다. 진우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뭔가를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 네! 제가 그 사람입니다."




긴장한 진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재미있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처럼 맑고 경쾌했다.




======




진우는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 때쯤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빛이 그의 얼굴을 감싸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진우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받아들이며 나지막이 혼자 중얼거렸다.




"할아버지, 오늘도 고맙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존의 기억과 새로운 기억 사이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진우는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예전의 기억은 마치 먼지 쌓인 책장 속에 오래된 책처럼 흐릿해졌고, 새로운 기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진우는 예전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어 했고, 그렇게 새로운 기억으로 대체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뭐하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지만, 진우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창밖의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그림 같았다.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우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대학 졸업 후 몇 해가 지나도록 취업도 못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안정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취업 시즌은 여전히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시기였다.




이번에는 회사의 요청으로 출신 대학교로 리쿠르팅을 가게 되어 여느 때와는 달리 더욱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진우였다.




리쿠르팅 당일, 진우는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회사 로고가 새겨진 명찰을 달았다. 출발 전에 거울을 보던 진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멋있네! 이거야말로 갓생이네!"




======




학교 기념관 로비에 도착한 진우는 회사에서 준비한 리쿠르팅 부스에 자리를 잡았다. 로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준비한 부스가 늘어서 있었고, 학생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있었다.




함께 온 선임이 화장실에 간 사이, 진우는 잠시 혼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몇몇의 여학생 무리가 진우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수줍은 듯 음료를 건네며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희는 선배님 출신 학과 후배들입니다. 학과에서 너무 유명하세요. 교수님들도 매번 얘기하세요."




진우는 순간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 고마워요. 리쿠르팅 온 거죠? 혹시, 궁금한 게 있어요?"




여학생들은 3학년인데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진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팁을 알려주었다.




"일단 학점은 중요하지만, 인턴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여학생들은 진우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메모를 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자 진우는 자신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좋은 기억이란 없었던 대학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기억들이 채워져 대학 시절의 행복한 추억들도 떠올랐다.




리쿠르팅이 한창 진행되던 중, 시간이 지나자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진우는 옆에 앉은 선임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아요. 우리 때 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선임이 진우의 말에 대답을 하더니 고갯짓으로 진우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진우는 선임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처녀 귀신 같은 모습으로 삶에 찌든 듯한 여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진우 앞에 앉더니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진우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생인데요. 석사 과정 중에 멈춰도 연구부서로 지원이 가능할까요?"




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학생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음... 석사 과정을 중간에 멈추면 연구부서 쪽으로는 힘들 수도 있어요. 연구부서에서는 보통 학위자들을 선호하거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은 시무룩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속으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진우였다.




학생은 잔뜩 쳐진 어깨를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 그녀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진우는 과거, 자신의 학부연구생 시절이 떠올랐다.




진우도 한때 학부연구생으로서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원격 호출 벨로 교수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달려가야 했고, 개인적인 일부터 잡일까지 도맡아 해야만 했다.




일적인 스트레스 보다 교수로부터 받은 모멸감과 좌절감은 이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엔 잡심부름 때문에 교통사고로 부모님까지 잃게 되었었으니, 진우에게는 다시 태어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학생의 뒷모습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르자 진우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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