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테크로 금수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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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브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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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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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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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사진

DUMMY


저녁 식사 후, 시골집의 고요한 밤은 더욱 깊어만 갔다. 진우는 대청마루에 홀로 앉아 있었다. 보름달이 떠올라 어둠을 밝히며,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마저 훤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밝음 속에서도 진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한 손에는 타오르는 담배, 다른 한 손에는 할아버지의 원정대 사진을 들고 있었다. 저녁 식사 동안 할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진우에게 충격이었고, 아침에 꿨던 악몽과 더불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오늘따라 정신적으로 지친 하루였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민들을 되짚어보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밤은 더욱 깊어졌다. 집안은 이미 조용했다. 할머니와 고모는 잠자리에 드신 듯했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준비했다.




침대에 누워도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할머니가 얘기해주신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며, 사진 속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사진 속의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고 행복해 보이셨는데... 이 순간 이후로는 계속 죄책감이라는 고통 속에서 사셨겠구나..."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할아버지의 고통이 자신의 처지처럼 느껴져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진우는 무의식 중에 스르륵 잠이 들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순간, 진우는 누군가의 손길에 자신의 어깨가 흔들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눈꺼풀이 무겁게 들리면서, 불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채 잠이 든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둘러보는 진우. 그는 작은 방의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에서는 갓 대학을 졸업한 듯한 젊은 여성이, 유니폼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찻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진우를 가볍게 흔들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방금 잠에서 깬 진우에게는 여성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답답한 듯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하자, 비로소 진우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 과장님! 오늘 외근 나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이러다가 늦게 되실 거예요. 탕비실에서 잠을 자면 어떡해요~


커피 한 잔 타 드릴테니 정신 좀 차리세요. 박 과장님은 달게 드시죠? 둘둘셋 맞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나란히 정리되어 있는 병들에서 무언가를 차숟가락으로 떠서 컵에 담기 시작했다.




그녀가 뒤돌아 몸을 살짝 숙이자, 진우의 눈앞에는 그녀의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당황한 진우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볼을 꼬집어 봤다.




'아앗! 아프잖아! 꿈이 아닌 건가?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때 그녀가 뒤를 돌아 찻숟가락으로 찻잔을 휘저은 후,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진우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오늘 김 대리님하고 같이 가시는 거 맞죠? 김 대리님 탕비실로 오라고 할게요."




그녀가 내민 찻잔을 진우가 받아들이자, 그녀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탕비실을 나갔다. 그녀가 건네준 찻잔에서는 달콤한 커피 향이 올라와 진우의 코끝을 자극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도, 달콤한 커피 향에 잠이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진우는 자신이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검은 정장바지와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을 훑어 보았다. 그러다 탕비실 벽에 걸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울 속의 그는 할아버지의 원정대 사진에서 본, 과거의 인물 중 한 명처럼 보였다. 그 순간, 젊은 남자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다급히 말했다.




"과장님,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제가 옷이랑 서류가방 다 챙겨왔어요. 바로 가시죠!"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지도 않고 나가버렸다. 어리둥절했지만 진우는 지금의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그 남자를 따라 탕비실을 나섰다.




남자의 뒤를 쫓아 탕비실을 나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넓고 널찍한 오피스 공간에는 옛날식 철제 책상들이 꼼꼼하게 오와열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었다. 각 책상마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다수는 남자였지만, 그 사이로 탕비실에서 본 근무복 차림의 여성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진우는 이 낯선 광경에 잠시 당황하여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 순간, 먼저 앞서 나간 남자를 놓칠까 봐서 급히 정신을 차리고 그를 쫒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마치 시간에 쫓기는 듯, 엘레베이터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진우가 따라나오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우도 다급히 그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건물의 1층 입구에 도착했을 때, 먼저 내려간 남자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초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의 긴장감은 공기 중에 퍼져 있었고, 진우는 그의 긴장감이 자신에게도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장님, 여기 서류가방하고 정장상의요. 제가 바로 차 빼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자는 급히 말하며, 진우에게 서류가방과 정장 상의를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바삐 어딘가로 사라졌다.




"저... 잠..."




진우가 말을 꺼내보지도 못한채, 그 남자는 이미 진우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우가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 저리 서두르는거지...? 외근 나가는 길이고 차를 가져온다고 했으니 차는 같이 타고 가겠지... 그러면, 차에서 말을 좀 나눠봐야겠다."




그 순간 진우의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잠깐, 외근!?"




외근이라는 단어와 함께 할아버지의 원정대 사진 그리고 할머니의 설명이 떠올랐다. 그 순간 진우의 뒤쪽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온몸의 털이 서는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진우가 몸을 돌려, 비명이 난 방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가슴에서부터 피를 흘리며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는 공포에 찬 눈으로 진우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로 앞에는 살기어린,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날이 파랗게 서린 피묻은 사시미 칼이었다. 진우가 그 남자를 쳐다보자, 그 남자도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진우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진우는 그 살기에 온몸의 뼈가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죽어가는 여자를 한 차례 더 찌르고는, 칼을 뽑아 칼끝을 진우에게 향한채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진우는 이대로 있다가는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이 자리에서 저 남자의 칼에 찔려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지만, 진우는 남아있는 힘을 짜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정장상의와 가방을 달려드는 남자에게 던졌다.




그 물건들이 날아가는 순간, 진우는 모든 힘이 빠진 듯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정장상의가 남자의 얼굴을 가리며 그의 시야를 차단했다.




시야를 잃은 남자는 방향감각을 잃고는 주저앉은 진우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계속 전진하다가 진우의 몸에 걸려 건물 입구 밖으로 굴러 나갔다.




굴러 나간 남자는 분노에 찬 얼굴로 정장상의를 던져버리며, 진우를 쏘아보고는 칼을 다시 잡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그 순간, 진우는 죽음의 공포에 몸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기만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회사 건물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소란에 남자가 들고 있던 피묻은 칼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잠시 주춤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결국 진우에게 달려들기를 포기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진우는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몸을 조금씩 움직여 건물 안으로 기어가듯이 도망쳐 갔다. 그는 목숨을 건져낸 것에 안도하면서도, 방금 겪은 일의 충격으로 정신이 혼미했다.




심장이 터질 듯한 공포에 질린 진우가 겨우 건물 안으로 몸을 끌고 들어갔다. 진우는 도망친 남자가 다시 돌아올까 봐 두려움에 떨며,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건물 안은 이미 다른 차원의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의 칼에 찔려 쓰러진 여자를 발견한 사람들은 패닉 상태였고, 누군가가 다급히 구급차와 경찰을 부르는 소리가 건물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진우에게는 그런 소란이 들리지 않았다. 그의 귀에는 자신의 빠른 심장 박동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진우는 현실로 돌아왔다. 구급대원들이 쓰러진 여자를 실어나르고, 진우에게도 다가와 그의 몸을 살펴봤다. 그 순간, 진우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과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진우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넘어지면서 생긴 작은 긁힌 상처만이 전부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고, 경찰을 따라서 사건에 대한 진술을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 이 모든 상황이 얼마나 끔찍하고 혼란스러운지, 진우 자신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편, 차를 가지러 갔던 회사 후임은 진우가 경찰과 함께 가는 모습을 목격하고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




태양은 쨍하고 눈부신 빛을 내며, 진우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초췌한 모습으로, 그는 경찰서의 문을 밀고 나왔다. 2시간이나 걸려 사건에 대한 진술을 마치고 나온 것이다.


초반에는 경찰서에 도착했음에도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된 진술조차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죽음의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었다. 그래서인지 그 남자의 얼굴을 분명하게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그의 살기 어린 눈빛과 섬뜩한 웃음만은 뇌리에 선명했다.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진우의 몸은 저절로 떨렸다.




현실 같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에 마음이 지쳐버린 그는, 경찰서 입구의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정장 상의가 뒤집히며, 안쪽 주머니에서 지갑이 툭 떨어졌다.




진우는 주저하지 않고 떨어진 지갑을 집어 들었다. 지갑 안에는 몇 장의 지폐와 가족사진,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단체사진이 꼽혀 있었다. 사진은 작아서 자세히 보기 어려웠지만, 진우는 그 사진이 어디선가 보았던 것임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이 할아버지 방에서 봤던 것임을 깨달았다.




그 순간, 마치 번개가 머릿속을 관통한 듯한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지금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였는지, 그리고 그 사진이 중요한 단서임을 알게 되었다.




"맞아! 그 사진! 그 사진 때문이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해! 사진을 찾아야겠어."




마음속으로 결심한 진우는 지갑 속의 현금을 서둘러 세어보고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며 단호한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




서울의 번화가를 벗어나 한적한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진우는, 그곳이 자신이 알고 있는 서울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생소한 거리를 헤매며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찾아낸 이 곳은, 기대했던 화려하고 넓은 터미널이 아니라, 작고 허름한 곳이었다. 그러나 매표소도 있고,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는 버스도 있었기에, 진우는 의심스러운 마음을 잠시 접고 표를 구입했다.




표를 손에 쥔 진우는, 버스에 올라탄 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거 제대로 가는 거 맞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이제 올라탄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진우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신없는 하루의 피로와 충격적인 일들이 겹쳐진 탓에, 진우는 버스의 시트에 등을 기댄 채,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 저항할 수 없었다. 잠에 빠져드는 순간, 진우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려 애썼다.




'이게 꿈이라면, 이제는 그만 좀 깼으면 좋겠네....'




그런 진우의 바람과는 달리, 버스는 스르륵 흔들리며 서서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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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사진 24.07.31 2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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