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005. 배리 낫 오케이
“끄으으으윽!”
진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아니 경험해선 절대 안 될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끄어어어어어···.”
얼마나 아픈지 비명도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그저 끅-끅- 대며 몸을 비틀어 댔다.
빌어먹을···.
게임 테스트하는데 백만 포인트나 준다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었는데, 그 점을 맹렬하게 의심했어야 했는데!
게임 접속하는데, 이상한 거 머리에 씌우고 손발 묶을 때부터 ‘아, 이거 사기구나!’하고 단번에 깨달았어야 했다.
“끄윽···.”
목, 가슴, 허리, 다리에서 치고 올라오던 통증이 조금씩. 그래 조금씩 안정이 됐다.
눈물을 질질 흘리며 이를 악물고 있다가 꾹 감고 있던 눈을 찔끔찔끔 떴다.
이런 제기랄!
지금, 내가 아니라···. 스톱워치 보는 거야?
정말 그런 거야?
사람이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어하는데, 미친 거냐고!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머리 노인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쯧쯧쯧. 어떻게 3분을 못 넘기나.”
“그러게, 말이야. 이거 돈만 날린 거 아닌가 싶네.”
“나이도 있고, 군대도 다녀오고 나름 사회생활도 했다기에 그럭저럭 기본은 할 줄 알았는데. 완전 젬병이었네.”
영감탱이들아! 지금 그게 할 소리야?
나 방금 죽었다고!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트럭에 치이고 버스에 깔려서!
목 부러지고 갈빗대 결딴나고 그 단단하다는 넓적다리까지 파사삭 부서져서!
너무 아파서.
죽을 만큼 아파서, 죽어도 괴랄하게 죽는 바람에 아프다는 말도 안 나올 지경인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3분?
돈이 아까워?
젬병이?
“끄으···.”
“오, 그래. 정신이 좀 드나?”
대머리 노인은 1회차 회생 때 그런 것처럼 재빨리 동공 반응을 확인했고, 삐쩍 마른 노인은 사인 그래프를 확인하며 몸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별문제 없다는 듯 고개도 끄덕였다.
“다른 건 별론데, 젊어서 그런지 확실히 몸은 튼튼하네.”
“그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잖아. 몇 번 하다 보면 10분 정도는 충분히 넘기지 않겠어?”
“그럼, 그럼. 사람은 학습하는 동물이잖아. 같은 조건에서 반복 경험을 하는데, 언젠가는 기록을 깨겠지.”
아니!!! 안 한다고~!
누구 맘대로 계속한다는 거야.
성질 같아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당장 여길 나가버리고 싶었지만,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라 노인네들 눈치를 봤다.
“저기요···.”
“오, 그래. 상진 군. 우리 게임 어떤가? 과거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어마어마한 게임이지? 그렇지?”
그래. 어마무시하더라.
니미럴, 게임에서 죽으면 그냥 캐릭터만 죽어야지.
왜 나까지, 그 고통을 함께 겪어야 하냐고!
이런 미친 게임을 누가 하겠어!!!
“끝내주지? 현실 반영 백 퍼센트! 캬! 우리가 이거 구현한다고 10년을 하루 같이 눈 빠지게 일한 걸 생각하면. 크윽! 눈물이 다 나네.”
미친 영감탱이들이 뭐라는 거야.
왜 현실 반영 따위를 백 퍼센트로 한 거냐고!
아니, 애초부터 기술적으로다가 현실 반영 백 퍼센트 따위가 가능키는 한 거야?
머리에 헬멧 쓰고 전선 몇 개 꽂았다고 이런 거 가능해?
이게 말이 되냐고! --- 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내가 그걸 겪은 상태라 뭐라 말이 안 나온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는데, 이 게임. 백만 퍼센트 확률로 개망작 확정이야!
“그. 그러니까요. 와우-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손발만 풀리면···. 바로 튄다.
“이걸 어떻게 구현하신 겁니까? 고글 끼고 하는 증강 현실도 아니고.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기술이 있다는 말은 어디서도 못 들어봤는데.”
영감탱이들 각오하라고.
튀기 전에 허벅지에 로우킥부터 박아 줄 테니까.
“하하하. 그래. 그렇다니까. 누구라도 한 번 접속하고 나면 리셋 라이프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지! 암. 암!”
매력? 입으로 똥 싸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콩팥 떼일까 봐, 뭐든 돈만 되면 일단 하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야.
응. 절대 아니야!
빨리 손발이나 풀어봐!
“크크크. 여기가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게임을 공짜로 해 보겠나.”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것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백만 포인트나 되는 돈까지 받아 가며 할 기회는 어디에도 없지. 상진 군 안 그런가?”
백만? 웃기고 있네.
천만 포인트를 줘도 안 해!
내가 통증 성애 변태 사이코도 아니고.
아니지, 통증 성애 변태 사이코도 이건 아니라고 할걸?
통증을 즐기며 하악하악! 좋다고 질질 싸야 하는데, 이건 싸고 말고 할 틈도 없이 그냥 캑! 하고 뒤지는 거잖아.
“그러게요. 제가 엄청난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방세를 못 내면 주인아주머니가 쫓아낸다고 했는데. 어르신들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하.”
“오, 그런 일이 있었어? 우리가 서로 텔레파시가 딱 맞아떨어졌구먼.”
텔레파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빨리 이거부터 풀어 보라니까!
“그래, 게임에 접속한 소감은 어떤가?”
당연히 X 같지. 뭘 묻고 지랄이야!
“처음엔 진짜 깜짝 놀랐는데, 그럭저럭 적응되는 기분입니다. 정말 대단한 게임 같습니다.”
내가 엄지척! 쌍지척! 하면서 칭찬해 줄 테니까.
일단, 손 좀 풀어 주시면 안 될까요? 네?
“오, 그래?”
사기꾼 새끼들아. 퍽이나 그러겠다.
“하하하. 우리가 베타 테스터를 아주 잘 만난 것 같아.”
이건 게임 베타 테스트가 아니라, 그냥 인체실험이잖아!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빨리 손 좀 풀어 보라고!
“좋아써! 굿! 오케이야!”
굿 오케이가 아니라, 배리 낫 오케이겠지!
“추가 입금했네.”
뭐!?
띵동-!
-입금자 : RS 소프트 / 100만 포인트
-잔액 : 300만 포인트
아니! 왜 자꾸 돈을 넣는 건데!!!
“뭐···. 뭘 이렇게 급하게···.”
“쇠뿔도 단김에 빼라지 않나. 무리면 잠시 쉬었다가 할까 했는데, 그럭저럭 적응도 했다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말 한 건.
이거 풀어 주라고 아양 떤 거잖아!
진짜 좋아서, 적응해서 그런 게 아니라니까!
세상에 누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는 걸 적응씩이나 하겠냐고!
“자, 로딩됐고.”
“잠시만요. 어르신? 잠시만!”
“빨리 말하게. 7초 후 접속이네.”
제기랄!
“이게 그러니까, 튜토리얼? 뭐 그런 거 아닙니까.”
4초.
“게임에 적응도 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연습도 하고···.”
2초.
“팁도 주고 그러는 게 튜토리···.”
“오케이. 나머지는 다녀와서 이야기하자고.”
1초.
“아니!”
“접쏘오오옥!”
이런, X발!
여기가 신종 731부대냐?
왜 자꾸 생체 실험을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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