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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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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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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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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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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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회

DUMMY

늦은 새벽. 가로등 아래로 불나방들이 모여들었다.


"성공 했어?"

"캬...내가 누구냐 재준아. 당연히 성공 했지."


이신세가 내게 자랑스럽게 쇼핑백을 하나 건냈다.

의기양양한 어깨가 다부지다.


"크크...고생했어."

"말로만?"


몸을 베베 꼬며 반문하는 이신세. 어깨에는 지난번에 받아간 검은색 프라다 크로스백이 당당하게 얹혀 있었다.


"그럴리가. 줄 건 줘야지."


나 역시 쇼핑백을 하나 이신세에게 건낸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행색이 조금 변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여기."

"오우. 고마워 재준아. 잘쓸게."


녀석이 몸에 걸친 것들은 평범한 대학생이 입고 다니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는 브랜드 들이었다.


"선배 병 걸린것 같은데?"

"엥? 나 멀쩡한데?"

"아니긴 뭐가아냐. 명품병 걸린 것 같구만."


그 이야기에 이신세는 멋적게 웃으며 답 했다.


"인마! 이게 간지라고. 매번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것도 지겨워서 한벌 뽑아 봤다. 왜!? 꼽냐?"

"크큭...그럴리가.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옷을 좀 사야겠는데...."


나는 지금 걸치고 있는 옷들을 내려다 보았다.

학생이 학생다워야지의 표본.

이 차림새로는 누군가에게 위압을 주기는 힘들어 보였다.


"만만하기 그지 없군."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니야. 고생했어 선배."


나는 휘파람을 불며 돈다발을 세고 있는 이신세를 뒤로하고 한강뷰의 고급 아파트로 향했다.

그리고 내일은 백화점을 들러야겠다.


***


"2002년은 역시 알마니인가. 무난하지."


본래도 그렇게 쇼핑을 즐기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백화점이라니.

괜히 웃돈을 주고 직원들 먹여살리는 호구짓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다.


"어서오세요~!"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이 시기에는 편집샵도 활성화 되지 않았으니,

명품을 걸치기 위해서는 백화점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예. 남자 수트 한벌. 검은 색으로."

"아...고객님께서 입으실 건가요?"

"예. 원단 좋은거로 추천해 주세요."


시원한 재질의 자켓은 여름에 입어도 견딜만 할것이다.

2002년의 여름은 2024년의 여름과는 다르니까.


2024년의 여름은 더이상 한국이 아니었다. 대프리카의 전국화, 망고국. 그건 열대우림 이었다.

나도 모르게 치가 떨렸다.


"네...가격대는 어떻게..."


점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딱 봐도 앳된 얼굴, 지금 걸친 것으로 봤을 때 돈이 많아보이지는 않을것이다. 그저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신경이 쓰이기야 하겠지.


"이 매장에서 제일 비싸고 제일 시원한 걸로 셋팅해 주세요. 두번 물어 보지 마시고."

"앗...죄..죄송합니다."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시간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말 했을 뿐인데, 점원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섰나보다.


돈 많은 놈들 중에도 진상은 존재할 테니까.


"신상입니다. 고객님께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

"고마워요."


옷을 걸쳐본다. 제법 여유있는 품이 딱 2002년도의 스타일 이었다. 그 양끼 넘치는 핏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네요. 수선만 조금 하고 싶은데..."

"물론이죠! 맡겨두시고 일 보세요. 고객님."


이제는 시계를 하나 구매해야 할 참이다.

뭐가 좋을까.


"시계는 역시 롤렉수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는 시계 롤렉수.

이건 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성큼 성큼 롤렉수 매장으로 향한다.


"당장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은 뭐가 있죠?"

"보고 계신 것 전부 입니다. 고객님."


2002년은 롤렉수 코리아가 발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아직 품귀현상이 나타날 때는 아니었다.


"흠...그렇군요."


이 직원 역시 의심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여름이니까...청판하나하고..."


그 곁의 시계 몇 개인가를 지목한다.

가지고만 있어도 값은 오를 테니까.

금덩이 보다 낫다.


"예? 계...계산은요"

"일시불로 하시죠."


나는 카드를 점원에게 건냈다.

2400만원 가량.

시계 하나당 새우잡이 배 노동의 3달 정도 가치.


"아...알겠습니다...잠시만요..."


그렇게 나는 이 백화점의 VIP가 되어 버린다.

언제 다시 방문할지는 모르겠지만.


***


한 남자가 까페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신경질 적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여기!"


나는 그 남자에게 가벼운 손짓과 목소리로 내 존재를 알렸다.


"끄응...!"


그 남자의 악다문 입. 그 곁의 실룩거리는 턱근육이 선명히 보였다. 남자는 화가 잔뜩 나 보인다.


그가 다가온다. 콧구멍을 벌름거렸고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이 어린노무 쉐끼가..."


욕지거리를 껌처럼 지근거리며 그 남자가 앉았다.

신경질 적으로 빼낸 의자 소리가 카페의 시선을 잠시 독점해 버렸다.


"크크...어린새끼? 나쁜 기분은 아니군."

"......."


젊다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그게 욕일 지라도 말이다.


남자가 나를 아래위로 훑기 시작했다.

대체 뭐하는 놈인지 궁금 하겠지.


엣된 얼굴을 탐색하고 나면,

내 행색을 샅샅히 뜯어 볼거야.


그러고 나면 내가 만만한 놈은 아니란걸 알겠지.

낮춰보면 사기꾼.

높게보면 젊은 거물.

그 정도로 결론 내릴 것이다.


"왜 이러시는 거요? 당신."


올커니. 스캔이 끝난 남자는 내 호칭에 변화를 주었다.

어린노무쉐끼에서 당신이라는 존대로.

알마니 정장과 롤렉스 시계의 효과인가.


"흐음....그냥...정의를 위해서?"

"뭐요? 이양반이 장난하나....그리고, 증거 있어?"


한우좋아는 한우를 판다고 해 놓고 수입산 소고기를 팔고 있었다. 반찬이나 찌개 재사용은 기본으로 깔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반찬을 재사용 하는 것은 처벌기준이 없었다. 먹고 탈만 안나면 처벌을 할 수가 없던 것.


갑질 또한 마찬가지. 법은 사용자의 편이였다.


"이봐요. 동네방네 소문 내시려고? 귀따거우니까 목소리좀 낮추시죠?"

"끄응....아무튼 어줍잖게 협박 할 생각이면 상대를 잘못 잡았어. 당신."


그리고 난 가게에 전화를 해서 이 사장을 불러낸 것이다.

'나는 당신이 고기를 속여 팔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라고.


"아저씨도 뭐 좀 찔리니까 나온거 아닌가? 크크..."

"말 장난 그만하고! 한번만 더 전화하면 협박죄로 고소할 테니까 그런 줄 아쇼!"


줄어들었던 언성이 다시금 높아진다.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려 했더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흐음...이걸 좀..."


그리고 나는 씨디 하나를 꺼내어 사장에게 들이 밀었다.

그 씨디에는 잠입요원 이신세가 설치한 몰카, 그 몰카가 촬영한 한우좋아의 사기 행각이 구워져 있었다.


"이...이건?"

"아드님한테 한번 틀어 달라고 해 봐요. 상당히 재밌을 겁니다. 크크..."

"어...어떻게...!"


고깃집 사장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하...하여튼 나쁜짓 한 새끼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들켰는지가 너무 궁금한가봐?"

"너, 너 뭐야 대체."

"아저씨 가게가 탐이 나는 사람."

"뭐?!"


그는 허락도 없이 내 앞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벌벌 떨며 한 입에 그것을 털어 넣는다.


"여기 내 번호."


나는 사장 앞의 씨디 위에, 내 연락처가 적힌 냅킨 한장을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말 했다.


"좋은 소식 기다릴게. 사장님."


고깃집 사장은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쌤통이다 짜식아.


***


"다녀왔습니다~"

"재준이 너 이리 와. 얘기좀 하자."


아버지가 거실의 응접 테이블에 앉아 나를 찾았다.

오라면 가야지 별 수 있나.


"재준아.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알지?"

"그럼요. 아버지. 당연한거죠."

"네가 제법 큰 돈을 만졌다는 건 이 애비도 알고 있고,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밑밥을 까시는 걸 보니 잔소리가 시작될 낌새가 보인다.


"그런데, 너 요즘 매일 새벽까지 나가 다니고..."


적중했다. 내 알맹이가 40이든 뭐든은 문제가 아니다.

부모님의 눈에 난 그저 철없는 20살일 뿐.


"아버지는 우리 재준이가 좀 더 건실하게, 미래를 위해 성실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괜히 나쁜친구 만나서 밤 늦게까지 놀러 다니고 그러면...."


잔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엄진근의 아버지.


"아, 알겠어요. 알겠는데, 알아서 할 게요. 이거 다 엄마아빠한테 효도 하려고 하는건데 그걸 몰라주시네."


그렇다고 고깃집 사장을 쫒아내려고, 그 일 때문에 새벽에 나가 다녔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새벽에 이신세를 만나러 다닌걸 사실 그대로 말 하긴 좀 그러니까.


"인마! 학생은 학생답게 공부하는게 효도다!"


음. 결정했다.


다시 분가한다.

아무리 한강뷰가 좋고,

그리운 그시절의 부모님을 다시 만났어도,


스므살이 되면 나가 살아야 한다.

이대로는 못 산다.


"아버지."

"왜?"

"저 다시 자취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지금?"

"네 지금 당장요. 학교 도서관에서 토익 스터디라도 해야 겠어요. 이거 정신이 번쩍 드네요.아주~감사합니다."


그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잔소리를 뚜드려 맞으면서는 못산다.


***


그래서 나는 급하게 방을 알아보는 신세가 되었다.


"어디가 좋을까..."


아파트도 좋겠지만,


"그래 결정했다."


한강대 주변에서 가장 비싼 신축 오피스텔.

난 그곳으로 간다.


ㅡ르메이에르ㅡ


이름 한번 2002년 감성이다.

근처 공인중계소를 찾는다.

조그만 탁상위에서 마침 식사 중이었던 복덕방 아저씨.


"어이구, 방 알아 보려구? 쩝쩝."

"네. 르메이에르. 거기로요."

"어이구, 거긴 좀 비쌀텐데.....쩝쩝."


그가 입 안에서 우물거리던 짬뽕을 빠른 시간에 정리했다. 그리고 한 건 잡았다는 듯이 군침을 삼킨다.


"하아...아깝네."

"뭐가요?"

"거기 다 나갔어. 제일 넓은 평수 하나만 남았는데..."


비싸고 고급일수록 잘 팔린다. 참 신기하지.


"거기로 하죠."


사장의 울대가 출렁 거렸다.

체결하는 계약의 가액이 높을수록 수수료는 늘어나는 법.


"흐흐...손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지금 계약 할게요."

"예? 아니 그래도...집을 한번 보시기는 해야죠...."

"아뇨. 번거로운거 질색입니다. 신축에 가장 넓은 평수. 그거면 됐습니다."


그렇게 나는 50평대 신축 오피스텔의 입주민이 되어 버렸다.


"여기 좋아요. 연예인도 살고, 손님처럼 귀한집 자제분들도 많고~ 레베루가 맞는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모였다 이말입니다~"

"크크. 그렇습니까. 좋네요. 당장 계약하죠."


입이 귀에 걸린 사장이 계약서를 내밀었고,

나는 대번에 도장을 찍었다.

이 당시에는 딱히 전세사기 같은 걱정도 없었으니 몇가지 서류만 확실히 검토하면 신경쓸 것이 없기도 했다.


띠리릭ㅡㅡ


공동현관이 열렸다.

내 보금자리로 향하는 길에 몇 명인가가 나를 스쳐갔고,

기분좋은 목례를 주고 받았다.


있는 집 사람들이라 뭔가 구김이 없는 느낌.

물론 그 한꺼풀 이면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거, 떡이라도 돌려야 하나?"


전의 자취방을 떠올렸다.

이만하면 정말 행복한 보금자리다.


띵ㅡㅡ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 속도 합격...."


제법 빠른 승강기속도에 감탄한다.


"어어? 너...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 아니 새끼의 얼굴이 낯이 익다.


"네? 누구시죠? 절 아시나요?"


알다마다.

대풍건설의 후계자 김대훈.

날 꼬드겨 부려먹은 김대훈.

정확치는 않지만 날 죽였을지도 모르는 원수.


아무리 앳된 얼굴이라 해도,

내가 너를 못 알아볼 수는 없다.


뒷편의 엘리베이터가 조용하게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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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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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63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3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5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30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5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7 16 12쪽
» 재회 24.08.13 970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7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8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8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4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4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5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50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8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100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13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8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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