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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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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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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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DUMMY

헉헉--


커다란 연못이 보인다.

하늘을 담은 웅장한 연못.

천적지.

하늘처럼 널찍했고, 오리 새끼들이 귀엽게 꽥꽥거린다.

물론, 저 물에 빠지면 에이즈가 걸린다는 폐급같은 소문도 돌기는 했다.


"뒤지게 힘들군."


불혹의 나이에 캠퍼스에 출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이 아니라, 정신이 힘들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뭐 대단한 배움을 얻으러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내 경우에는 다른 목적으로 이 교정을 밟았지만 말이다.


상당히 넓은 캠퍼스는 정문에 진입해서 한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게임이 남았다 싶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아직도 연못을 다 지나치지 못했다.


"누가 한강 아니랄까봐 말이지...."


전국의 대학교 중에 가장 큰 부지를 자랑하는 한강 대학교.

대체 어떻게 이렇게 으리으리한 교정을 지었을까.


"등록금도 저세상 느낌으로 비싸고 말야...."


결국은 학생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등골을 뽑아 이 으리으리한 왕궁을 지었다는 것.

누칼협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니지만 입맛이 쓰긴 하다.


"어이 재준!! 재주이!!!!"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동명이다.


"뭐야, 소눈깔이잖아."

"푸흐흐. 그래 소눈깔이다. 성과 철학 들으러 가는 길이지?"


녀석은 이마에 땀이 매진 채로 내게 물었다.

바스락 거리는 아색스 추리닝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니 아침부터 조깅이라도 거하게 한 모양 이었다.


"아니."

"어? 너 나랑 수강신청 맞췄잖아. 분명 맞을 텐데."

"그랬나? 암튼 난 다른 볼일이 좀 있다."

"뭐여. 너 벌써부터 수업 째는겨? 대출 해줘?"

"대출이라.....추억 돋는군."


내가 학교에 행차한 이유는 강의를 듣기 위함이 아니었다.

목적은 조교를 만나는 것.


"해줘 말어? 으이?"

"동명아. 나 휴학한다."

"그래, 임마. 있다 학식이라도 사라....가 아니고! 뭐? 휴학?"


소눈깔같은 녀석의 눈이 더욱 커졌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되묻는다.


"무슨 일 있어? 얼마나 됐다고 휴학을 혀? 설마, 선배들이 협박이라도 한겨? 아니, 니가 그런다고 쫄 것 같지는 않은디....뭐, 조폭들이 협박이라도 한 겨? 우리과 졸업생들 중에 어둠의 세계로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는디....맞어? 어??"


호들갑을 떠는 녀석을 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시점에서 휴학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 귀따거. 너한테는 나중에 천천히 설명을 하려고 했어. 바쁘니까 먼저 갈게. 있다가 점심에 보자."


나는 황당해 하는 동명을 뒤로 하고 조교를 만나러 발길을 돌렸다.


***


"이리 앉아요."


큰 키에 검은 뿔테를 쓴 조교가 부드러운 웃음으로 내게 말 했다.

마치 따뜻한 밀크커피와도 같은, 조금 느끼한 인상.

교회 오빠야 뭐야. 괜히 화가 난다.


"예. 그러죠."


무정한 회색의 책상과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조교와 나는 마주 앉는다.

그는 뿔테 너머로 가는 눈웃음을 지으며 재차 물었다.


"휴학을 한다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처리 좀 부탁 드릴게요."


학칙에 따라 입학한 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휴학을 하는 경우에는 등록금의 70퍼센트를 돌려 받을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 70 퍼센트 라도 감지 덕지지.


"흐음.....사유가 뭐죠?"

"글쎄요. 개인적인 이유 입니다."

"혹시, 선배들의 괴롭힘 때문 인가요?"


상상 이상의 군기에 탈주자들은 종종 발생한다.

혁명에 실패한 반역자들. 한마디로 열외를 당한 신입생들.

혹은, 그 군기에 질린 학생들.


"괜찮아요. 말 해봐요. 내가 도와 줄게요."


조교는 따뜻한 미소로 손을 뻗었다. 내 어깨로 향하는 듯 하다.


"역겹군."

"네?"

"크크....역겹다고."


다정한 손을 탁 하고 쳐 내자, 뿔테 뒷편의 눈웃음이 그저 찢어진 눈으로 변했다.


"무슨 말이죠?"

"이봐. 조교. 내가 모를것 같아? 집행부 뒷쪽에는 니가 있잖아. 안그래?"


조교는 찢어진 눈에 살기를 머금었다. 제법 섬뜩한 눈빛.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시치미 떼기는. 집행부들이 삥땅친 돈, 니가 상납 받잖아."

"하하....난 정말 무슨 소리 인줄....."


분명 그랬다. 조교는 집행부의 배후같은 존재.

내가 집행부였던 시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교수들의 교재, 체육 용품, 기타 등등의 회비는 학생들에게 강매, 강요 되었다.

어이 없을만한 가격과 이유로.


"크크....아냐? 너 3학년 집행부한테 상납을 받잖아. 그리고 걔들이 4학년이 되면 다른애들보다 편의를 봐주고 말야. 뭐, 더러운 일 대신 해준 삯이라고나 할까?"

"......."

"그런데 어쩌나? 보고 받았다 시피 이제는 그런 뒷돈은 없을 텐데?"


비웅신은 분명 이 사태를 조교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그가 배후이기 때문이며 또한 그의 부친이 바로 경찰 서장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조교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하하.....이거 참 또라이 하나가 물을 흐린다더니...."

"크크....이거 뒷돈 받는 버릇은 경찰아빠한테 배운건가?"


그동안 과내에서 일어났던 크고작은 사건들은,

조교가 그의 부친을 이용해 무마했다.

끽해야 폭행사건 정도의 그것들은, 서장의 개입으로 쌍방으로 끝내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야, 탁재준. 너 뭘 믿고 그렇게 깝치냐?"

"나? 믿는거 없는데."

"믿는거 없으면, 그냥 순응하면서 살어. 대충 보니까 집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던데 말야."


틀린 말이 아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었고, 이번학기 등록금과 입학금이 집에서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지원 이었으니까.


"뒷조사 알차게 잘 하셨네."

"뭐, 넘겨 짚은거야. 그냥, 사는 곳. 그 주소가 대부분을 말 해 주니까. 거지동네잖아. 니네 본가."

"크크...이거, 기분 드럽네."


발가 벗겨진 기분.

굳이 따지자면 나는 그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의 아들일 뿐이다.

나 정도의 가정사를 가진 사람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다만, 가진 자들이 너무 많을 뿐.


"재준아. 너 취업 잘 해서 집에 쩐좀 보태야 하지 않겠어?"


잠시의 틈을 파고드는 조교.


"임마, 내가 뭐 애들 돈 받아서 나 좋은데 쓰는 것 같아? 소수 정예, 싹수있는 후배들 길 닦아 주려고 쓰는 거야. 교수님들은 뭐 다 깨끗한것 같아? 교재 값이랑 교구가 왜 그리 비싸겠어. 생각을 좀 해 봐라."


세치 혀가 춤을 춘다. 가스라이팅의 시작이다.

전생에서 나는 조교의 가스라이팅에 당해 이 과에 충성을 바쳤었다.


"그리고, 학점을 잘 받아야 이 비싼 등록금 조금이라도 깎지. 학자금 대출 이거 대놓고 데미지다? 죽을 때까지 족쇄나 다름 없는거야 임마."


까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더러운 세상이지. 군대를 가도 학자금의 이자는 멈추지 않으니 말이다.


"자자, 가만 보니까 너 머리도 좋고 깡도 있는 것 같으니...이쯤 하고 돌아 와라. 형이 너 키워 줄테니까. 너 정도면 대기업도 쉬워. 그래, 대풍건설. 여기 어때? 몇년 후 이야기지만 내가 널 추천 해 줄 수도 있어."


조교의 제안은 빈 말은 아니었다. 이자식은 조교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고 학내의 행정실로 채용 되었고, 그 때도 자신이 꽂아놓은 후임자를 통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 했으니까.


"그만."


나는 더이상 조교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일장 연설을 끊고, 내 말을 비집어 넣는다.


"어차피 그거 다 너 좋은일 이잖아."

"하하....이친구 말이 안 통하네."

"됐고. 난 휴학한다. 일 처리나 해 줘."


조교는 안경을 벗었다. 그러자 감추고 있던 야비함이 한번에 터져 나오는 듯 했다.


"이 미친 놈....언젠가는 후회 할 거다. 정의로운게 정답은 아냐. 자식아."

"크크.....나 하나도 정의롭지 않은데? 어쨋거나, 너도 이제 집행부 애들은 못 쓰는거 알고 있지? 보고 받았을 테니까."

"협박이냐? 그런데 어쩌지? 나는 그 쪽 하고는 아예 관계를 끊을 생각인데?"


눈치빠른 이녀석은 벌써 현 집행부를 손절했을 것이다.


"좋아. 바보는 아니군 역시. 그럼, 2학년의 이신세를 집행부 시켜. 군대도 다녀왔으니 문제도 없을 거니까."

"내가 왜? 3학년에 다른 애들이 있는데?"

"크크....조교선배. 수첩이 내게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이 간단한 일 때문에 굳이 귀찮은 길을 걸을 셈이야?"


교수들이 얽혀 있기에, 끝은 결국 유야무야로 귀결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을 수습할 수 있다고 해도 귀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

녀석은 교수들로 하여금귀찮은 일을 겪게 했다는 이유로 행정과 채용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후우....좋아. 이신세를 집행부 장으로 뽑지."

"크크...그래. 잘 지내 보자고. 나도 피곤한거 싫어해."

"이 자식...끝까지 반말이군...."


이를 부득 가는 조교 였지만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못한다.

역시, 완전히 미친놈은 건들기 쉽지 않지.


"그리고 말야....오늘 일은 기억해 두지. 조교선배."

"네 요구 조건 들어 줬잖아. 또 왜 그러는 거지?"

"그거 말고. 잘 더듬어 봐."


거지동네라니,


나는 그야말로 거지같은 기분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모멸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


"...여기 정말 오랜만인데..."


나는 어느 노포의 앞에서 잠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할매 잘 있나 모르겠어."


끼익---


"어, 재주이!!!"


낡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동명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일찍왔네. 시켜놨냐?"

"물론이지. 순댓국 2개. 내장 많이."


이 가게는 동명과 나의 추억이 담긴 가게였다.

집합이 많은 신학기에, 한껏 욕을 먹고 속을 풀러 들렀던 곳이 이곳이다.

외진 곳이라 손님도 별로 없었기에 우리는 마음껏 뒷담화에 매진할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인자한 표정의 할매가 순대국을 내 왔다.

뚝배기가 터질 듯한 압도적인 건더기.

하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건 정정한 할매의 모습 이었다.


"아, 한 그릇 더 주세요."

"누가 또 오는거야?"

"네. 금방 올 것 같으니 바로 내 주세요."


이야기를 들은 동명이 묻는다.


"누굴 또 부른겨? 여긴 우리 둘만 오는 곳 아니었남?"

"이신세. 이신세가 올거다."

"뭐? 미친겨? 그새끼를 왜 불러!"

"미친거 아니고, 이제 너넨 한 편이야."


길길이 날뛰는 동명.


"쉬불!! 싫다고!!!"

"좀 참아 이새꺄...."


끼익---


문이 열리고 이신세가 나타났다.

그리고 동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깎듯이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이미 닦일 만큼 닦여서 동네 짜장이 된 이신세에게도 아직 깍듯하다.

역시 동명은, 손바닥 뒤집듯 태세를 전환하는 쓰레기는 아니다.

우직한 놈.


"이야...선배, 호랑이 새끼도 아닌 주제에 타이밍 기가 막혀?"

"어어. 재준아. 내가 좀 늦었지? 헤헤."


뒤통수를 긁는 이신세를 보며 동명은 괜시리 냉수를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 할매가 순대국을 한그릇 더 내 왔다.

일단 우리는 서먹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우물우물

와삭와삭


"아 답답혀, 탁재준! 설명 좀!!"

"그렇지. 이거 너무 배가 고파서. 본론을 시작할까?"


냅킨 한장을 꺼내어 입을 닦은 후 동명과 신세에게 계획을 전한다.

놀란 눈들이 인상적이다.


"그...그러니까 조교가 나한테 컨택을 해 올거란 이야기지?"

"물론이지. 조교에게는 이신세, 선배밖에 없어. 같은 3학년 내에서 후임을 뽑을 생각이 없는건 아까 확인 했거든."

"오우.....그럼 진짜, 내가 실세가 되는 건가?"

"그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신세는 잊지 말라고."


이신세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기뻐했다.

어지간히도 감투형 인간이다.


"그리고 동명이는 이 계약서를 학생들한테 뿌려줘."

"이게 뭔데?"

"투자 계약서."


소같던 동명의 눈알이 더 커졌고, 이신세의 귀가 쫑긋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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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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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6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2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8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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