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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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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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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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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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애사심(수정 완)

DUMMY

"안녕하세요?"

"꺅??"


스포츠 고고의 데스크 직원은 오늘도 날 보고 놀라 버렸다.

학습된 공포. 나는 바로 그것이였다.


안내직원은 오늘도 역시나 손을 벌벌 떨며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전달을 못 받으셨나봐요."

"네?"


놀란 토끼눈이 딱 이 느낌이다.

두 눈을 깜빡 거리며 내게 반문한다.


"저 오늘 계약하러 왔습니다."

"계약이요?"

"근로 계약서 작성요."

"갑자기요?"


이 가녀린 여직원은 이 상황을 단번에 받아 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며칠 전 만해도 경비원들이 출동할 정도의 불청객 이였는데, 한 솥밥을 먹는다니. 인지부조화가 올 만 했다.


"그렇게 됐습니다. 확인 해 보셔도 좋아요. 영업부 팀장님께 여쭤 보세요."

"아...잠시만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선 전화를 하던 안내직원은 고개를 몇번 끄덕였고 나를 향한 경계의 눈빛을 풀었다.


"확인 되셨죠?"

"아...너무 죄송해요. 전달을 못 받아서..."

"아니예요. 보라씨. 그럴 수도 있죠."


일개 데스크 직원에 까지 이 소식을 전달해 줄 사람은 없었나 보다. 이 시절에는 당연한 건가.


"어? 제 이름을 어떻게?"

"그거야..."


나는 가슴팍 언저리에 빛나는 은빛 명찰을 눈짓하며 말 했다.


"기분 상하셨으면 미안하네요. 저도 이제 이쪽 직원 이니까 좀 친해져 보자는 뜻이였어요."

"아뇨아뇨. 전혀 기분 안 나빠요. 잘 부탁드려요. 그런데 성함이?"

"탁재준 입니다."


우리는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는 안내직원의 기쁜 표정을 발견했다.


인생 짬밥40년.


내가 봤을 때 김보라는 자신을 사심 없이 기분좋게 불러주는 이 상황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속칭 배운 놈들은, 아니, 그 일부는 종종 사람을 하대하곤 하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영업부 1 팀의 자리로 향한다.


"오. 자네가 탁재준인가?"


고보철 이사도 나를 부를때 자네라고 호칭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대뜸 나를보고 자네라고 호칭했다.

뭐, 대충 삭아 보이기는 한다.

고이사보다 연배는 상당히 높아 보이고.


"예. 맞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이근배 팀장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명패.

뭔가 이름부터 빡세 보였다.

몇 안되는 팀원들은 숨을 죽이고 나를 바라 보았고,

이근배 팀장은 잠시동안 탐색의 눈빛을 보낸다.


"그래, 뭐 기왕 이렇게 됐으니 잘 지내 보지뭐."


그리고는 내게 악수를 청했다.


"예. 잘 부탁 드립니다."


거칠게 흔드는 손이 제법 묵직했다.

단순 사무직 출신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조금 더 거친, 산전수전을 겪어 온 느낌.

이건 무조건 쉽지 않은 느낌이다.

빡빡하다 못해 뻑뻑하다.


"야. 막내."


이근배 팀장이 걸걸한 목소리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파티션위로 머리가 쏘옥 드러났다.


"네. 팀장님."

"얘 오늘부터 니 꼬봉이다. 요긴하게 잘 써봐."

"알겠습니다. 팀장님. 흐흐."


그 후로 뭔가 여러가지 대화가 오고 갔지만 내 귀에는 꼬봉 이라는 한 단어만이 맴돌았다.


***


뽀옵ㅡㅡㅡ

후우ㅡㅡㅡㅡㅡ


"재준아."


막내라 불렸던 안경쓴 멀대.

담배나 하나 피자고 옥상으로 부르더니 대뜸 말을 놓는다.


"스므살이라고 하더라고? 형이 29살이니까 말 놓을게."


권유도 아닌 통보.

이놈의 영업1팀은 분위기가 왜이러냐.

분명 이근배라는 심상치 않은 놈 때문인 듯 싶다.

아니, 이 시절에는 원래 이랬나.


"뭐 그러시죠."

"그럼 간단하게 브리핑을 좀 할게. 잘 들어. 두번 말 안해준다?"


그렇게 막내라는 자식은 본인의 이름조차 설명하지 않은 채로 업무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업1팀.

강북 영업 본부장 고보철의 휘하에 있는 수족으로서 스포츠 고고에 관한 웬만한 일은 다 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회계나, 회사의 인력관리, 혹은 법적인 일 처리 외에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 이 말이였다.


"대충 알겠지? 그리고, 알다시피 우리 독점 이잖아?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어~그냥 적당히 다른 지역들이랑 실적 맞추고~어? 알지? 편안~~하게 다니면 된다. 이말이야. 너는 더 편해. 그냥 우리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이 말이야."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흠, 그럼 목표 실적이 없다는 말 인가요?"

"그거야 당연히 있지. 잘 알거 아냐. 재준씨 덕분에 이번 실적 빵꾸 날 뻔했다면서?"


소문이 어디까지 새어 나갔을까.


"에이. 그건 헛소문 이예요. 그렇게 땄으면 왜 굳이 회사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했겠어요. 작은 빌딩이나 하나 사서 세나 받아먹지."


틀린말이 아니다. 이 시절에도 건물주는 범접 불가한 최상의 계급 이었으니까.


"그래? 집행부서에서 소문 흘러 나오던데, 그게 아닌가? 하긴. 미치지 않고서야..."

"크크...그렇긴 하죠..."


순식간에 미친놈이 되어 버릴 뻔 했다.


"그보다, 실적이 있으면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고과도 잘 받아야 할 테고..."

"이 시키. 새파랗게 어린 놈이 벌써부터 질문이 많네."

"안 알려주실 건가요?"


막내라 불렸던 남자가 담배불을 탁 튀겨 껐다.

그리고 답 했다.


"눈치가 있으면 금방 알게 될 거야."


***


'사원증 좀 목에 달고 다니자....'


어디에 꼭 꼭 숨겼나. 지갑속인가.


"만갑아! 막내시키가 뭘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워?"


그 덕에 나는 막내 직원의 이름이 김만갑이라는 것을 다시 사무실에 들오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김만갑 사원은 모 대기업의 생활용품 회사에서 2년의 경력을 가지고 이곳에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짜치게 재고 확인을 하는것이 속이 터져서 낼름 이직제안을 받아 들였다고 한다.


"아, 팀장님. 이제 막내는 쟤죠. 재준이!"

"야, 사무실에 쟤 책상 있어? 어?"

"없죠...담배 또 땡기네 이거...."

"있다 쟤 데리고 밥이나 먹자."


근로계약서 작성 후, 같이 밥이나 먹자는 말에 모두를 따라간다.

하지만 분위기가 매끄럽지는 않았다.

내가 이들의 분위기를 살피듯이 이들도 나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근처 맛집이라는 김치찌개 잘 하는집.

우리는 그곳에 빙 둘러 앉았다.

서로간의 잡담이 조금 오간 후에,

이근배 팀장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준이는 좀...아직 포지션이 애매하니까 그냥 편하게 있어. 솔직히 왜 뽑았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고, 하 고보철. 골 때린단 말야."


느낌은 사실이 되었다.

이근배는 고보철과 대적 관계이다.


"너 솔직히 말 해봐. 낙하산이지?"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다.

자신이 있어서 인가. 아니면 생각이 없음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매너가 없어서 일까.


"낙하산이라니요. 저 빽 없습니다?"

"그런데 왜 고보철 이사가 널 뽑아. 뜬금없이."

"글쎄요..."


아까 만갑이 막내와 이야기 한 바로는 소문이 돌긴 돈 모양이다.


막대한 당첨금은 뜬 소문인 것 같다고 만갑이가 다시 퍼뜨렸을테고,

그것은 진위 확인이 불가한 것이니 그러려니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보철 이사와의 독대 후, 고이사가 내 채용을 건의했고, 그 결과 사장이 내 채용을 허가 했다면 이들의 눈에 나는 고보철의 사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너 첩자냐?"

"첩자요? 팀장님 이거...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게 아닌가..."

"하하. 요놈 영민한거야 능청스런 거야. 도무지 티가 안나네."


저 자리쯤 가면 보이는게 있는 법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게 누구인지,

또 누가 간계를 꾸미는지 말이다.


그것은 객관적으로는 불확실한 것이지만,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확정요소이다.

이근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심성 있는 사람이였다.


그렇다면.


"크크...이거 들켜 버렸네..."

"뭐? 지...진짜야?"

"에이, 팀장님. 진짜일 리가 있겠습니까? 이걸 속으시네."


허허실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근배 팀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을것이다.


물론, 나도 현재 스탠스를 굳이 밝히자면 고보철 이사 쪽지만 말이다.

그와 내 사이에는 비루한 학연이라도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해보세요. 미필에, 스므살 애송이. 대체 어디다 쓰려고 박아 놓겠어요."

"끄음...그건 모르지. 근데 내 촉이....아무래도...."


이렇듯 확실하게 고보철 이사를 적대하는 태도.

다른 직원들이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분명한 탑독이다. 민심이 이근배의 쪽에 있는것이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고이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명문대 중에 자신만이 한강대라고.

그래서 난 자신의 직속후배라고.


부모 잘 만난 금수저가 찡찡 거린다고 생각 했는데 그럴만 하군.

좀 더 파고 들어볼까.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고이사님을 싫어 하는거예요? 난 그게 좀 호기심이 생기네."

"하하...요 어린노무새끼가 말 짧아지는거 봐라"


이근배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 했다.

지금은 좀 숙여 줄까.


"죄송함다. 팀장님!"

"한번만 봐 준다. 그리고....왜 그런지는 니가 느껴 봐. 그러고 보니 너 학교 어디 다니냐? 졸업은 안 했을 테고."

"저요?"


올커니. 질문을 보니 내 신상은 소문이 나지 않은듯하다. 이근배가 진짜 능구렁이처럼 나를 떠보는 것만 아니라며 말이지.


여기서 선택은 두가지다.

솔직하게 말하든지 아니든지.


과연 이근배 팀장은 알고 있을까.

조금 생각해 본다.

고보철과 대척하는 이근배. 고보철은 나를 만났을 때부터 이근배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연을 공유한 그 사실을 흘렸을리가 없다.

정말로 멍청한 자식이 아니라면 말이다.


"저 대학교 안다녀요. 재수 중입니다."

"그래? 목표는 어딘데?"

"목표는 당연히..."


이거 재밌어 진다. 굳이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정쟁의 소용돌이 사이에서 관람객 티켓을 하나 얻었다는게 군침을 돌게 한다.


"스카이죠. 에스. 케이. 와이. 이 셋중 하나 들어기는게 목표입니다."


고보철 빼고는 모두 명문대. 내 대답은 합격일 것이다.

이쯤 대답하면, 돌아오는 것이 있을터.

찌게를 한숟갈 입어 떠 넣고 기다린다.


"흐음...그럼 고보철이 왜 널 컨택했지? 갑자기 왜 사람을 뽑냔 말이야. 그것도 상시 근로도 불가능한 너를. "


돌아오는 딥변은 나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나는 다른 답변을 준비해야 했다.


"그건 고 이사님한테 여쭤 보세요."


난 더이상 적당한 답변을 준비하지 못했다.

뭐라고 답 해도 이근배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아, 잠깐만요. 팀장님."


그 와중에 하나의 대답이 떠올랐다.

무적의 치트키.


"저는 스포츠 고고를 사랑하니까요."


그건 애사심이었다.

그 대답에 김치찌개를 맛나게 뜨던 직원들의 손이 멈춘다.


"왜요? 제가 잘못 말했나요?"


찌게가 짜게 식는다.


***


ㅡ이야 우리 후배. 쫌 치는데?

ㅡ제가 뭘 했다고요.


고보철이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내게 전화했다.


ㅡ뭘 하기는. 위기를 잘 넘겼구만. 내 보니까.


아니다. 격양됨을 넘어 뿌듯함 까지 느껴지는 목소리.


ㅡ크크...선배님이 조금 허술하신 것 같아서 제가 바보인척 좀 했습니다. 제가 선배님 직속후배 아닙니까.

ㅡ그래. 정답이었어. 오늘 이근배 새끼가 나한테 전화했더라고.


이사의 권한에 도전할 구실을 찾던 영업1팀장이자 부장 이근배. 그는 화가나서 고보철에게 전화 했을것이다.


ㅡ뭐라던가요? 진작 좀 확실하게 말 해 주시지.

ㅡ푸하하... 미안 미안. 이근배 쉐끼는 저런 바보같은 놈 왜 자기네 팀에 넣었냐고 했지. 너 어지간히도 바보 노릇 했나봐?

ㅡ그거야 이사님이 힌트만 줬으니 어쩔 수 없었죠. 그래도 정답 맞았죠?

ㅡ그래. 100점이야. 아니 120점! 크크크.


고보철 이사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ㅡ애사심. 푸흐흐...대답 잘 했다. 역시 내 직속후배.


애사심이라는 멍청한 대답은 능구렁이를 속이기에 충분했나보다.


그렇게 나는 슬슬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중 스파이야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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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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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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