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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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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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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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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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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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영업이 너무 잘된다.

DUMMY

사람들이 미어 터진다.

구멍가게 같은 사이즈의 고고방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넓이라고 생각 되었던,

스포츠 고고 재준점.


"여기가 명당이란다. 기운 함 받자."

"야, 어차피 승패는 내가 맞추는 건데 꼭 이렇게 멀리 와야 허냐?"

"짜샤, 뭐든지 기운 받는게 최고야. 복권도 임마, 어차피 니가 고르는건데 굳이 명당은 왜 찾냐?"

"그...그런가..."


줄이 주욱 늘어선다.

나는 흐믓하게 그들의 대화를 음미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선다. 몇몇이 줄을 서라며 신경질을 냈지만,


"아, 여기 직원입니다~"


프리 패스지.


"흐흐....죽겠구먼...후우..."


동명은 다크서클을 턱 밑까지 끌어 내린 채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손이 바쁘다.


"여어, 바지사장. 장사는 좀 어때?"

"장사야 잘 되지. 근디 알바놈 하나가 빵꾸를 내가지구 말이여...어흐 피곤허구먼. 쉬고 싶구먼....으으..."


다시한번 말 해서, 스포츠고고 재준점은 폭팔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 녀석의 다크서클이 증명한다.


"쉬어? 이게 다 니 돈인데?"

"어흐. 쉬고 싶다 했지, 쉰다고는 안혔어? 잠은 관짝에서 늘어지게 자믄 되는 것이제~"


역시 스팀팩은 돈으로 맞아야 제맛이다.


"근디 이렇게 잘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단 말이여..."

"이게 다 이 몸 덕 아니겠냐? 크크."


우리 회사는 287배의 당첨신화를 스리슬쩍 흘렸다.

적당한 금액으로 적중금을 낮춘 조금 심심한 이야기.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눈이 뒤집힐 정도의 썰.


여러 매체들은 신이나서 그 신화를 연일 퍼 날랐고,

그것은 자연스레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낳는다.


당첨자는 심지어 스므살 대학생이며 적중금으로 스포츠고고 매장을 개업해서 돈을 긁어 모으고 있다는 기사들.

그 매장은 공릉에 위치한 재준점.


이게 장사가 안 되겠냐.


로또 명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듯이,

자칭 건실한 도박사들이 내 매장에 줄을 선다.

좋은 기운 받아서 너도나도 287배 터뜨려보자,

기도하며 몰려든다.


"진짜 운 빨 한번 끝내 주는구먼?"

"2 회차라니까 새꺄."

"이시키 너 진짜 약 좀 먹어야 쓰것다. 자꾸 요상한 소리를 해 대네."


동명은 괜시리 내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 했다.


"됐고. 이제 슬슬 어필 할 때가 됐지."

"뭔소리여?"

"제 값 받으러 간다."

"넌 진짜 말 쫌 알아 듣게 혀~"


오늘의 영업현황을 확인한 나는 동명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멀리 안나가? 바쁜거 봤제?"


이만 하면 이제 좀 올려 칠 때가 됐다.


***


틱ㅡㅡ


정겨운 삑사리 소리.


"크크...이사님. 레슨 좀 받으셔야 겠는데요."

"야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거 몰라?"


고보철 이사가 너스레를 떨었다. 웃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은 듯 했다.


"기분 좋으신가 봐요?"

"당연하지. 요놈의 귀여운 후배 같으니라구!"


고이사가 내 볼을 꼬집으려 한다.


"스킨쉽 금지."

"아 우리 후배님은, 당췌 귀여운 맛이 없단 말이지."

"귀여워서 뭐합니까? 일이나 잘 보면 되지."

"으으. 너무 쌀쌀맞어. 으으."


잠시 장난스레 몸서리를 친 고이사와 나는 독대를 시작한다.


"어때요. 제 계획대로 됬죠?"

"푸흐흐...그러게 말야. 효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정말 예상 못했는데 말야."


적중금 287배의 신화는 명당 하나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스포츠고고의 전반적인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켰다.


물론 내가 아니었어도 이 시장은 점진적으로 커져갔을 것이다.

초반 100억대 시장이 2024년에는 7조에 달하는 규모로 커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으니까.

물론 초창비 100억은 수천억을 들여 만든 월드컵 구장의 건축비를 제외한 금액을 말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난 그 시기를 조금 앞당긴 셈이다.

이를테면 촉매제가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폭팔적인 촉매.


"그러니까, 이제 정규직 시켜 주시죠? 정규직이 되어야 추진할 수 있는 플랜이 많거든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게...사장님 하고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해서..."

"이야, 우리 고이사님 그렇게 안봤는데 상당히 대마이 없으시네. 이 후배, 조금 실망할 것 같습니다?"

"에헤이. 내가 언제 안된다고 했어? 조금만 기다려 달란거지!"

"못기다려요."


대학 졸업 전 까지, 나는 국민체육 부흥공단과의 인맥을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럼, 선배님이 사장님하고 자리만 한번 만들어 주세요."

"야야. 어떻게 일개 홍보 특채직원이 사장님을 만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거, 쫌만 기다리면...."

"못 기다린다니까요. 그냥 나 우리 지점 접어요? 지점 접고 이빨 털어?"


사장 앞에서는 쫄보가 되어버리는 고이사.

키워준다고 호언 장담을 할때가 떠오른다.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런 흉한 소리 하지 말고, 에이! 알았어. 내가 자리 한번 만들게. 까짓거 뭐 요즘이 예전처럼 각잡는 분위기도 아니고..."


꼬꼬충들에게 명당으로 받들어 지고 있는 신화적인 재준지점. 그것을 폐쇄하는 것은 상당한 매출 하락을 가져올 것이 뻔 했다.


잘 나가던 지점이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패쇄된다면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고, 적중 287배의 주인공인 내가 헛소리라도 한다면 그 파급은 상당할 것이니까.


주먹구구식 엠버서더지만, 날 무시할 수는 없다.

무시 했다가는 큰일난다.


"아 그러게 왜 나 나쁜 사람 만들어요. 선배님."

"그게 임마, 우리 후배님이 너무 급진적이라 그렇지. 너 스므살 맞아? 대체 뭘 먹고 크면 이렇게 되는거야?"

"한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보죠."

"농담 한번 꼬소하네.....아주 관록이 있는 농담이야..."


그렇게 고보철은 비서를 불러 사장에게 의사를 전했다.

이제는 그 답을 기다리면 될 뿐이다.


"오늘 회식이지?"

"네. 오늘 만큼은 좀 빼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어쩌겠나.

한 번 쯤은 다녀 와야지.


***


회사 근처의 어느 김치 찌개집.

와 본 적이 있다.


"와...팀장님 또 김치 찌갭니까?"

"이게 어때서? 맛있자나. 시원허이, 얼큰허이!"

"회식인데...고기 좀 먹지..."


회식 메뉴 선정은 1팀장 이근배 부장의 독단.

직원들의 입이 툭 튀어 나왔다.


"자자, 한잔씩들 따르시고~!"


술잔을 높이 든다.


"건배!"


2002년은 술로 대동단결 하는 시대였다.

술 못먹는다? 그런거 없다.

먹다보면 취하고 실수하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강해져 있고 친해지는 거다.

그렇게 생각 했다.


"크으...."


어느덧 막내탈출 사원 만갑이의 혀가 꼬이기 시작한다.


"우리 막내 부채 나눠주느라 고생했다. 딸꾹."


부채를 비롯한 판촉물들. 그것들 돌리는게 3분기의 내 임무였다.


"근데 이눔시키! 니가 감히 매장을 차려!"


만갑이 취했다.


"그것도 전국 1등 매장을?!! 푸하하."

"스포츠 고고 1회 전설의 적중? 어쩐지."


그리고 이근배도 취했다. 모두 다 취했다.

딱히 속인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또 난리다.


"아...이거...고보철, 고이사 기 세워준 꼴인데..."

"그러게요. 이러면 나가리 아닙니까 부장님."


아 그랬지. 이들은 고보철 이사가 잘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너, 탁재준! 다 니 때문이야 인마!"

"어쩐지, 뭐 써먹을 곳이 있으니 너같은 놈을 특별 채용 했겠지. 너 보철이 끄나플 맞지? 이야. 연기 잘하더라?"


온통 혀가 꼬인 소리들.

지금이야 웃으며 넘기지만, 만약 내가 사장인데 이렇듯 불협 화음을 낸다? 절대 안봐준다.


"크크...공무원도 아니고."

"뭐? 뭐랬어 이놈!"


독점에 월급 따박따박 나오니 누굴 미워하고 자리싸움할 여력이 있는거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이야...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죠?"

"야. 탁재준! 그만하지 못해?!"


거기에 그 이유가 학벌 이라니. 학연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일어나는게 맞는거냐.


"회사는 일을 잘 하는게 1번 아닙니까?"


딱히 고보철 편을 들으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일 하기 싫어도, 일 하도록 만들어 드리죠."


영업 1팀. 팀장이고, 부장이고, 내가 먹는다.


"뭐야, 저새끼 취했나? 끄윽."

"그런거 같습니다. 팀장님. 집에 보낼까요? 끄윽."


고이사가 니들 보다는 백배 낫다.


***


"어우 머리야..."


25도의 소주는 역시나 강력했다.

2024년의 16도 짜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숙취에 머리를 감싸며 기상한다.


딸깍ㅡㅡ


핸드폰에는 문자 두 개가 남겨져 있었다.

스팸문자가 없으니, 핸드폰이 이렇듯 깨끗할 수가 없다.


ㅡ이사장님 금일 저녁 병원 납품업체 영업팀 접대 건 있습니다.


원무과 직원이 남겨놓은 문자가 하나.

개인 비서를 두는 것도 좋겠지만 아직 기억력 쌩쌩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귀찮은걸."


어쨌거나 리베이트로 뒷돈을 챙기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다.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파트너 의사들도 많을 텐데,

처신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먹던거 뺏으면 개도 지랄을 하는데 말야....흠..."


그렇다고 관례대로 뒷돈 뻥뻥 챙기고 접대받고 흥청망청 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흐음...."


일단 보류.


그렇다면, 두 번째 문자는.


ㅡ일어나면 연락 해. 이 자랑스런 선배가 우리 후배님 미팅 잡아 놨다는거 아니냐.


고보철 이사가 남긴 사장과의 만남 건.


이건 보류가 안된다.

부랴부랴 씻고 준비한다.


***


"이야. 재준이. 정장 입은 건 처음 보는데?"


고보철이 신기하다는 듯이 아래위로 훑는다.


"뭐야, 롤렉수잖아? 내꺼랑 같은 모델이네."


오늘따라 말이 많다. 긴장한 티가 역력하다.


"선배님, 혹시 떨리시나요?"

"응? 내가? 아, 아니야, 그럴리가."


하지만 그의 오금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첨심환이라도 하나 사 먹일걸 그랬나.


"사장이 보통이 아닌가 봐요?"

"보통? 보통은 당연히 아니지. 이 양반 다혈질에 독불장군이야. 내가 지금까지 중간에서 가루가 되도록 깨진 일들을 생각하면..."


고보철 이사라고 쓰고 강북 영업 본부장이라고 읽는다.

스포츠 고고가 개시된 이후로 얼마나 쥐잡듯 잡혔을까.

아래는 말을 안 듣고, 위에는 쪼고.

그야말로 고립 무원이다.


"긴장 푸세요. 지금은 떡상 했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후우. 맞지. 이거 맨날 뚜드려 맞다보니 기가 죽어서."


고이사는 가슴을 쭉 펴고 한숨을 들이 마신다.

사장실로 가는 복도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고이사님도 이곳에 단박에 꽂히실 정도면 빽이 좀 있으신거 잖아요."

"뭐. 그런 셈이지."

"금수저에. 맞죠?"

"금수저는 무슨...그냥 뭐..."


고보철은 작게 입맛을 다셨다.

어중간한 수저도 어차피 일을 해야한다.

어쩌면 가장 행복한건 생각 없는 졸부들 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내 가정사는 그만 물어보고, 사장님 만날 준비나 해."


우리는 길고 긴 복도를 지나 드디어 사장실 앞에 당도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장의 개인 비서가 공손하게 인사하며 우리를 맞았다.

시간을 체크하고, 내선을 돌렸다.


"네. 들어가 보시면 됩니다."


사장실의 문이 열린다.

대체 어떤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어서오게."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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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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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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