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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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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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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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DUMMY

생글생글한 미소 뒤로 느껴지는 집념.

이글이글 타오르는 실적을 향한 은행원의 열정


하지만, 그 와는 반대로,

솔직히 말해서 내게 투자상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프라이빗 뱅커가 왜 필요 하겠는가.


지금의 나는 워렌 버핏의 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조언을 거부한다.


"그러지 말고, 어서 일 보세요. 은행 업무는 셔터 내리고 나서 시작 이라던데요."

"괜찮습니다! 고객 최우선! 고객님! 먼저 상품들부터 간략하게 설명 드릴까요? 그리고...프라이빗 뱅커를..."

"아니예요. 저도! 정말! 괜찮습니다. 이체 처리만 해 주세요. 빨리요."

"아....그러시다면야..."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질질 끌려다닐 필요도 없다.


"미안해요."

"네...혹시 생각 바뀌시면 연락 한번 주세요."


창구 직원은 내게 명함 하나를 건냈다.

신규 직원인것 같은데 기가 죽은 표정을 보니 마음이 조금 짠 했다. 동명이보고 구좌 하나 트라고 일러 둬야겠다. 적금도 하나 들게 하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타닥 타닥ㅡㅡ

타자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넵.이체처리 되셨구요, 꼭! 꼭! 전화 주세요!"


잔금을 치렀다.

나는, 드디어 나는, 나만의 성을 갖게 되었다.


***


"크크...이거 감회가 새롭군."


잔금을 치른 이후의 절차들은 내게 있어 행복한 경험일 뿐이였다.


등기를 치고, 소유권 이전을 받고, 부동산 인도를 받았다.


날씨는 덥고 습했지만, 내 기분만큼은 뽀송뽀송했다.


"또 보는군 젊은이."


낡고 고루한 법원의 입구에서 나는 페도라를 쓴 어르신을 다시 만났다.


"아, 어르신. 저번에 좋은 말씀 감사 했습니다."


사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어르신의 말을 참고 했다면,

나는 다른 빌딩들을 알아봤어야 했으니까.


그것은 평범하고 무난한,

아무 특색도 없는 빌딩들에 웃돈을 얹어가며,

치열한 눈치게임에 참가 했어야 함을 의미한다.


어쨌거나 노인공경.

나 탁재준은 그렇게 막되먹지 않았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구만. 그래, 낙찰은 받았나?"

"물론입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만? 어떤 빌딩 이었나?".


왜 그랬을까.

평소같았으면 대충 넘겼을 타인의 질문에,

나는 어린 아이처럼 자랑을 늘어 놓았다.

들뜨긴 들뜬 모양이다.


"신축이예요. 역에서도 가깝고. 공실률이 높은데 오히려 그 편이 제겐 메리트로 다가 오더라고요."

"흐음...재밌구만. 얼마에 낙찰받았나?"


어르신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22억이요."

"감정가가 20억 아니었나? 10퍼센트나 웃돈을 얹은 이유가 뭐지?"

"어? 어르신도 이 빌딩에 관심 있으셨어요? 이유는 뭐...꼭 갖고 싶었으니까?"


너무 간단한 대답에 어르신은 황당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그게 다인가?"


조금 귀찮아 지려한다.

하지만 기억하자 노인공경.


"그리고...이 빌딩을 노리는 사람들은 유찰을 기다리거나 감정가 부근에서 낙찰을 시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실을 만들어서 임대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게 힘들다면, 최대한 싸게 사야 하니까요."

"그런데 왜 10퍼센트나 업을 한 거지? 젊은이 말 대로라면 조금만 더 얹어도 충분 했을텐데?"

"확실한게 좋잖아요. 저 같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테니...시워하게 질러야죠."


어르신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 한다.


"내가 한방 먹었어. 아주 제법이야?"

"네? 무슨 말씀 이시죠?"

"나도 그 빌딩에 입찰 했다는 말일세."


5퍼센트. 즉 21억이 어르신이 적어낸 입찰가였다.

2024년의 기준으로 1억은 약 10억의 가치.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이거, 내가 승부처에서 너무 안일했구만."

"죄송하게 됐습니다. 어르신."

"아닐세. 내가 너무 쫌생이처럼 군 탓이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승부사 기질이 있구만...허허."


승부에서 돈을 아끼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 역시 남긴다.


"아쉽군. 허허.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건...정말 오랜만이야"


노인이 모자를 고쳐쓰며 말했다.


"자네는 그 빌딩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이지? 신축인건 좋지만...그렇다고 임대료를 적게 받을 수도 없잖은가?"

"흠...글쎄요?"

"같은 말 반복이지만, 투자 개념으로 접근 한다 해도 자네가 그 오랜 시간을 버틸 저력이 있나?"


말을 하다 보니, 분한 속내를 숨길 수 없었나보다.

어르신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내게 다시 넘기게나. 모든 부대비용 제외하고 1억 더 얹어주지."

"1억이요? 이 잠깐 사이에?"

"그래. 어떤가? 리스크를 지는 것 보다 낫지 않은가?"


앉아서 1억이다. 그야말로 불로소득.


"싫습니다."

"그럼 1억2000"

"싫죠."

"흠....2억. 2억 더 얹지."


굴개굴개. 청개구리가 운다.


"어르신. 어르신이 그렇게 나오시는 걸 보니...이 빌딩의 가치가 역시나 어마어마 한가 봅니다?"


보통은 생각지 않은 횡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웬 떡이냐 하고 낼름 삼키겠지.

그런데 어쩌나 난 다른데.


"크크...더더욱 팔기 싫어졌습니다."

"....으음..."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럼 이만."


꾸벅 인사 한 후 돌아선다.


"잠깐. 대체 그 빌딩을 어떻게 활용할 셈이지?"

"그건...나중에 한번 들러 보시죠."


난 이 빌딩을 세계적인 성지로 만들 것이다.

이름은....

당연 재준 빌딩이지.2


***


돼지 대가리가 웃고있다.

아가리가 터질 정도의 배춧잎들을 물고서.

자주 보니 귀엽다. 적응된다.


"자, 축문 한번 읊어 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들이 줄을 섰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이 축문을 읊는다.

재준빌딩의 병원장으로서 말이다.


곳곳에 산발해 있던 의사들을 데려 오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디. 내가 그린 청사진은 아직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있고, 그들에 있어서는 이상 그 자체였을 테니까.


"서울시 강남구 신논현의 재준빌딩에서...."


경건하다. 경건 해.


"우리의 정성이 신령님께 닿아 아무런 사고와 재해 없이 무궁한 사업 번창으로 큰 부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이뻐이뻐 의원의 번창을 기도 드립니다."


재준빌딩은 메디컬 센터로 이름은 날릴 것이다.

그것도 성형과 미용 시술에 특화된,

전 세계의 성지로서 말이다.


"성형사업은 이제 떡상할 일 만 남았지. 크크..."


세입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 였던것이 다행이였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받아 나가 주었고, 나는 그 덕에 얼굴 붉히지 않고 이 계획을 완수할 수 있었다.


"워우. 재준아 이게 꿈이냐 생시냐? 니 뭐여?"

"그러게 말이다. 크크."


이 신축 빌딩이 살아날 길.

보통 임대사업으로는 회생이 불가하다.


번지르르 한 모습의 빌딩은,

그에 걸맞은 알맹이가 필요했다.


"이 많은 의사들을 니가 다 부린다고?"

"임마. 부린다가 뭐냐. 우린 다 파트너 관계야. 파트너."


안과 밖이 모두 화려한 이곳.

예뻐지고자 하는 사람들은 홀린듯이 이곳을 방문할것이 분명했다.


신축을 다시 리모델링 하는데 돈이 꽤 들었지만,


"그려, 그나저나 쥑인다 진짜..."


이 시대에는 쉽게 생각해 내지 못했을 파격.

전 층 에스컬러이터에 감각적인 스크린들.


"너도 어디 손 좀 볼래? 싸게 해 줄게."

"됐어 임마. 사내 새끼가 쪽팔리구로..."


동명이 돈은 못 먹었지만.

강남 언니들 돈은 다 쓸어 모은다.


"근디, 재주이 니 교수님이 면담좀 하자던디?"

"누구?"

"강담옥 교수. 모르제?"


모를 턱이 있나.

고보철 이사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참교수 아닌가.

반어법이 이렇게 입에 착착 붙을 수가 없다.


"알아. 인마."

"니 자기 수업 너무 안나온다고, 면담 좀 허재."

"아. 귀찮네."

"전공 수업은 말이여, 내가 카바 칠 수 있는것이 아닝게, 잘 혀봐."


일이 귀찮게 되어 버렸다.

졸업장은 따야 하는데,

우리 아부지 소원은 들어 드려야 하는데 말이다.


"흐흐흐....우리 탁재준 이사장님도 핵교는 나와야제?"


피할 수 없다.


***


강담옥 교수.


사실 교수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수업은 개뿔.

고등학교 막장 교사와 똑같다.


드르릉ㅡㅡㅡ컼ㅡㅡ


이 화상이 하는 일이라고는,

조교가 준비해준 프린트를 학생들에게 나눠 준 후.

외우라고 하고는 잠에 빠지는 것

그것이 전부다.


드르릉ㅡㅡㅡㅡ컥ㅡㅡㅡㅡ


"이럴거면 지 책은 왜 팔아먹고 난리야..."


꼴에 학위는 어떻게 따고 유학은 어떻게 다녀왔는지 모르겠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작자도 자기 책은 냈다는 것.


"으...으으!"


강교수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

배를 튕기면서 눈을 떴다.


"흠. 흠."


예측이 가능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 말은 영 틀린 말이다.


"다들 외웠나?"

"옙"

"어차피 다 외워야 하는거야."


그가 하품 섞인말로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어디가서 꼴통소리, 운동밖에 모르는 뇌근육 소리 안들으려면! 자다가도 어! 툭 찌르면 술술 나올 정도로! 진심을 다 해서 외우란 말야. 내가 르씨아에서 공부 할 때는!"


수업에 자주 나오지 않은 나도 기억할 정도의 레파토리.

한강대의 진정한 월급 루팡.

그것이 강담옥 교수다.


"아무튼! 니들도 성공하려면 이 교수님말 잘 듣고! 도전정신을 가지란 말야. 내가 르씨아에서 버스사업을 좀 해볼까 계획중인데!"


이 대서사시는 결국 러시아말을 배워서 자신의 수족이 되라는 선언으로 끝난다.

미리미리 가스라이팅을 해 놓는 것으로 보인다.


전생을 돌이켜 보자면,


저 악랄한 강담옥 교수의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러시아에서 개처럼 부려먹히고 터덜터덜 돌아온 선배들이 몇 있었다.


보상이라도 적절했나?


그건 절대로 아니다.

열정페이란 바로 그 상황에 쓰는 말이였다.


"아무튼! 보이스 비 앰뷔이샤스다 이 말이야."


그렇게 강담옥 교수의 강의가 끝났다.

수업 일찍 끝내는 것 하나 만큼은,

우리 입장에서는 좋았다


"아, 그리고. 탁재준."

"예."

"내 교수실로 오도록."


그리고 그는 뒤뚱거리며 106 강의실을 나갔다.


***


방 정리를 언제 했는지도 모르겠다.

보지도 않는 책이 산처럼 쌓여있고 그 위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고 느낀다.


"재준학생."

"예."

"자넨 대체 나중에 뭐 하려고 이러는 겐가?"


배쪽의 벌어진 셔츠 사이로 새살이 쏙쏙 돋아나려 한다.

그 뿐인가. 단추가 언제 튿어질 지 모른다. 위태롭다.


"글쎄요. 좋은 곳 취업해서 승진 팍팍 하고....나중에 이사도 달고..."


이것은 내 전생의 반추였다. 무난한 답이기도 하고.


"흐음...출석률이 이 모양인데?"

"에이. 끝까지 들어 주셔야죠. 그러니까...그렇게 성공해 가는게 목표였는데요.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강교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을 내게 보냈다.

나도 어이가 없다. 국내 최대의 성형특화 메디컬 센터의 이사장인 내가 퇴물 교수의 출석 따위에 목 메야 하다니.


꼼수좀 부려 보자. 출석으로 부터의자유.

그것이 필요하다.


"뭔데?"

"러시아에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호오?"


어이가 없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자네 르씨아에 관심있나?"

"물론입니다. 교수님께 감명 받았습니다."


그럴리가 있나.


"훌륭해. 아주 훌륭해!"

"과찬이십니다."

"어쩐지 내 딱 보니까, 우리 재준학생은 보통 애들하고는 다른것 같드라고!"


강교수가 배때지를 탁 치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예.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학점은 F만 아니면 됩니다. 제가 수업을 빠지는 이유는! 세상 경험을 미리 쌓기 위함 입니다."

"그럼, 자네 나중에 나와 뜻을 함께 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르씨아! 오체니 호로쇼!!!"


러시아에 미친 남자는 단순했다.

사실, 나같은 놈 F줘봐야 지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잘 구슬려서 이용해 먹는게 남는 장사지.


"호로쇼! 호로쇼!!! 크하하."

"크크크...호로쇼..."

"그래. 남자가 큰 뜻을 품는데 출석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르씨아 말 틈틈이 공부해 놓게."

"알겠습니다. 교수님."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담옥은 정말 단순한 사람 이었다.


'F는 면했군.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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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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