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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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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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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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글자수 :
97,312

작성
24.08.0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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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DUMMY

'자, 어떻게 나오나 볼까?'


내 기억에 의하면 녀석은 당장 달려와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역시나 그랬다. 개는 똥을 끊지 못한다.


나이가 들며 액션영화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피곤한 몸부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애송이들 틈에 끼어 버렸으니,

어느정도 같이 놀아 줘야겠지.


휘익--


앙다문 입. 이신세가 주먹을 크게 휘두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는다.

많이 맞아 봤지. 저자식의 주먹은 물주먹이다.

그것도 한강 라면같이 싱거운 물주먹.


뻐억---


한방 맞았다.

그리고 나는, 전생 같으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풀썩 쓰러졌을 것이다.


그것은 녀석에게 당연한 광경이었다.

선배의 위용을 드러내는 가오 충만한 광경 말이다.


돌이켜 보니 정말 치욕스런 기억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연출을 준비한다.

쓰러지지도, 엄살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을 응시하며 할 말을 하는 연출을.


“어쭈? 이자식 봐라?”


이신세가 짐짓 놀라며 멈칫한다.


“선배, 이거.....폭행죄야. 크크..몰라?”


이신세는 잠깐 당황했다.

이 시대의 상식을 비추어 봤을 때,

선배의 은혜로운 주먹을 맞고도 멀쩡히 서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폭행죄라니. 녀석은 당황하며 비아냥 거리기 시작한다.


"남자새끼가 한대 맞았다고 찌질하게 구네. 쪽팔리지도 않냐?"

"쪽팔리면 경찰 불러도 돼??"

"부...불러 새끼야. 학교생활 열외 하고 싶으면!"


뻔한 레파토리에 귀를 후볐다.

녀석의 지능 이슈에 빨간 불이 들어온 듯하다.


"흐음...생각해보니까 안불러도 되겠어. 너무 유치 하잖아."

"뭐 이 개새끼가!!? ”


이 싸구려 촌극은 분명한 하극상이다.

수모를 당한 이신세는 자신의 힘을 보여줘야만 했다.

녀석이 달려들고, 나는 다시 외친다. 여유있게.


“야, 잠깐!!!”


그 태연한 행동.

사람은 본래 자신이 상정한 상황을 벗어나는 사건에는 멈칫 할 수 밖에 없다.


“뭐, 뭐 이새끼야.”

“자자, 잠깐 요것 좀 볼까, 우리 신세 어린이...”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자그마한 액정을 녀석에게 향한다.


"읏차....이거 봐봐."

“뭐야. 이 미친 새.....새끼가....? 어? 어어?”

“봤지? 이제 우리 저기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 좀 나눌까?”

“으...으으.......”


사진을 본 2학년 실세 이신세는 순한 어린 양이 되어 버렸다.


***


“너, 너 이 개새끼야...니가 어떻게...이걸.....”

“아아, 내가 반말까지는 참겠는데.....욕은 하지 말지? 뒤지기 싫으면.”


정적이 흐른다.

이신세는 어떻게 반응할지 정하지 못한 채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모두가 원산폭격을 하고 있는 곳에서 제법 떨어진 숲속.

풀벌레 소리가 났으면 분위기 완벽했겠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아주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조용히 흐르는 강촌의 강물 소리만이 배경음으로 깔린다.


“너...너.....이런 시....발....”


녀석이 선택한 길은 소극적으로 자존심을 지키는 반응


“욕 깨쓰.”

“.......뭐?”


깨쓰라는 것은 건배들이 후배들의 행동을 통제할 때 쓰는 은어였다.

깨스는 금지라는 단어와 거의 상통한다.


“대답?”

“아...알았어.”

“새끼, 귀엽네.”


이신세가 입을 다물었다. 저번 인생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일.

별별 핑계로 집합을 일삼으며 쥐 잡듯이 후배들을 괴롭혔던 녀석이,

이렇듯이 고분고분해 지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오오. 이런 쾌감이. 역시 다시 살고 볼 일이다.


“자, 일단... 요 사진은 안지워 줄거야. 알지?”

“지...지워줘...”

“누구 좋으라고.”

“제발.....”


다시금 꺼낸 핸드폰. 그리고 그 속의 사진파일들.

그중 하나는 연합 MT에 앞선 OT에서 있었던 이벤트의 사진 이었다.

왜 전생에서는 그냥 묻어두었을까.

이렇게 맛있는 걸 말야.


“음, 이걸 지울 일은 없으니까 선배는 앞으로 나 좀 도와. 선택의 여지없지?”

“......”


이신세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다시금 입을 놀려본다.


“그럼 이 사진 공개해? 선배 학교 자퇴해야할걸? 무섭잖아. 안그래?”

“으으.....알겠어....”

“크크크 이거, 선배한테도 나쁜 일 아닐 테니까 긍정적으로 생각 하라고. 오케이?”

“오...오케이....”


이신세는 귀엽게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부르는 법.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생각 한다.

평화적인게 최고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대체 어떻게 찍은거야 그 사진을?”

“아아, 이거? 이거 다 니들 선배님께서 자승자박 한 일이지. 기억 안나? 첫 깨스.”

“우...우리가?”

“그래, 니들이 별 시답잖은걸 다 금지 시키고 염병을 해서 벌어진 일이야.”


분명 그랬다. 원래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건.

요놈들, 아니 요 년놈들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니들이 인마, 신입생들 OT중에 전화 금지 시켜서, 그래서 이 후배님이 전화 한통 하려고 새벽에 후미진 곳까지 행차 했던거 아니냐. 이제 촉이 오지?”

“씨발....”

“욕금지.”

“.....알았어.....”


그 사진은 단순한 포옹 정도가 아닌,

빼도 박도 못하는 뜨거운 수위의 그것이었다.


거기에,


사진에 찍힌 뜨거운 애정행각의 주인공은 여기 이신세와, 최수정이라는 선배.

그리고 그 최수정은 우리 과 공식 커플인데,

상대는 눈 앞의 이신세가 아닌 3학년 집행부의 실세인......


“선배, 그런데 그 가오잡는 새끼 이름 뭐였지?”

“가오? 가오는 다 잡잖아....”

“아니 집행부 왕 노릇 하는 새끼.”


신기할 따름이다. 왜 그녀석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을까.

분명히 기억에 있어야 할 이름인데 말이다.


“아, 웅신선배?”


이제야 기억이 확실히 났다.

녀석의 이름은 비웅신.

3학년 집행부 밑으로는 그 누구도 비웅신을 비웅신이라 부르지 못했다.

그저 웅신선배라 부를 수 밖에.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븅신 같은 이유였다.

그 때문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니,

드디어 답답한 체증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꺼억.


그리고 다시 정리하면.


비웅신이라는 븅신과 최수정은 공식 커플인데,

그 사이에 겁도 없이 이 이신세라는 후배 놈이 수저를 얹은 것이렸다.


“크크크 그래, 븅신같은 이름. 비웅신이었어.....그나저나, 너 깡도 좋다? 어디서 그 븅신의 여자를 희롱할 용기가 나왔을까?”

“사랑하니까......”

“뭐?”

“사랑한다고!! 씨발....”


오우. 진심이 느껴졌다. 녀석은 잘하면 울지도 모르겠다.


“너 븅신이랑 친하지 않냐?”

“친하긴 뭘 친해. 그 새끼 진짜 개 같은 놈인데. 나라고 니들 패고 싶은 줄 알어? 거기에 회비 삥땅이나....합....”


가슴속에 감춰둔 속내를 꺼내버린 이신세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미어캣 같은게, 제법 귀여워 보인다.


“호오....자세히 얘기 해 봐. 사랑싸움 이슈는 니들끼리 해결하고.”


이신세는 흐르는 강소리에 목소리를 숨기며 비밀을 발설했다.

그리고는 나와 우호조약을 맺었다.


“그런데, 재준아. 너 혹시...”

“혹시 뭐.”

“혹시 출생신고 늦게 하거나...그런 건 아니지? 너 20살 맞아?”


갖은 눈치를 보며 내게 묻는 녀석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어. 출생신고 20년 늦었어.”


그리고 나는 더 묻지 말라는 듯이 눈에 힘을 주며 답 했다.

그리고 겁먹은 이신세도 답 했다.


“그랬구나.....확실하네 그거 참.”

“응. 그렇지?”


나는 한 껏 귀여워진 이신세의 뒤통수를 정겹게 쓰다듬어 주었다.

2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꺼억.


***


“흠, 흠, 다들 원위치.”


복귀한 이신세가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금 가오를 잡았다.


“예...옙.....”


그리고 한참동안 머리를 박고 있던 동기들이 부산스럽게 일어난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들을 보니,

요령 피우지 않고 정직하게 머리를 박았던 것 같다.

휴, 그래. 그땐 그랬지. 나도.


“재준이랑 이야기 잘 끝냈다. 그러니까, 너네는 오늘 나한테 뒤지게 혼난거야. 누가 물어보면 군기 바짝 잡고 대답 해.”

“옙”

“나도 니들 굴리기 싫어. 알잖아?”

“옙.”

“잘 하자....오늘은 이걸로 끝이라고 웅신선배한테 말씀 드릴게.”


녀석은 일장 연설을 하며 옆에 서 있는 내 눈치를 보았다.

가오는 챙겨야겠고, 그렇다고 내 눈치는 안볼 수 없고.

처절하다 처절 해.


“그럼, 선배님 저도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오늘 잠은 다 잤다고 생각하며, 기합을 받을 줄 알았던 동기들.

녀석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내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나는 그저 말이 통했다고 답 했다.

동기들의 눈에 신기함과 놀라움이 깃든다.


순조롭다. 일단은.

02학번 회귀와 동시에 번뜩였던 청사진이 확실해지기 시작한다.


“어이 재준, 나한테도 말 안해 줄겨?”

“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악마시키가 이렇게 신사답게 끝낸겨?”


동명이가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알고싶냐?”

“응”

“그럼 형이라고 불러봐.”

“미쳤냐? 이 시키 이거 미친거 같어~~? 아까부터 말이여.”

“크크크.....얼른 씻고 자자.”


하긴.

미치지 않고서야 이 철옹성같은,

대학 부조리에 있어, 전통의 강호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겠나.


게다가 이런 부조리가 언론을 타고,

불편한 진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

나는 진정 선구자가 아닐 수 없었다.


지이잉---


다시금 문자가 왔다. 내 풋사랑.


-야...왜 다 ㅂ장 안해....목소리 드ㄷ고시퍼.... 괜찮아?-


"혀가 꼬일대로 꼬였군."


이 아이의 이름은 혜정이었다.

조금 전, 사진은 다 지웠을 터인데 아직도 얼굴이 선명하다.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어차피 교회 오빠에게 갈 나쁜년이다.


토도독 토독----


나는 문자를 적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우리 헤어지자.-


그러나, 나는 전송 버튼을 차마 누르지 못했다.

왜냐면, 혜정이는 자기가 교회 오빠에게 간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돌겠네 이거."


-응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먼저 자.-


내용을 수정한 뒤에 전송 버튼을 누른다.

그래, 이별을 문자로 통보하는건 하남자 들이나 하는 일이지.

난 상남자니까.


"아니, 이렇게 쓸데없이 스윗 하니까 전생에 그렇게 된 건가? 쩝."


엠티의 밤이 저물어 간다.

회귀 첫날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비웅신을 위시한 집행부를 잡는다면,


이신세의 2학년과 02학번 동기들은 나를 우러러 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에게 기적을 선보일 것이다.


"황금빛 내 인생도 시작하고 말야....크크"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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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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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6 16 12쪽
12 재회 24.08.13 967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5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2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8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8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8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2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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