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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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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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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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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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DUMMY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원수.

원수가 아닐수도 있지만 일단 가능성은 높다.

확증에 가까운 심증,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


"어어? 너....너는?"

"네? 누구시죠? 절 아시나요?"


천연덕 스럽게 반문하는 녀석을 보니,

심장이 격하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눈알이 터져 버릴것 같았다.


"너...너! 이자식!"


냉정할 수가 없다.

하마트면 멱살까지 잡을 뻔했다.


"뭐야. 미친놈인가. 별 같잖은 새끼가..."


내가 흥분하자 김대훈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가진 분노조절 장애.


그것은 병이라기 보다는, 가진게 너무 많은 탓에 분노를 참는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 과거의 나는 생각 했었다.


"이...이자식...."


하지만 나는 곧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침착해야 한다.

지금의 김대훈은 나를 모른다.

누가 봐도 지금의 미친놈은 나다.


"정훈이 아냐? 임마, 나야 초등학교 동창 재준이! 짜식 키 많이컸다? 어?"


잔머리를 굴린다. 이렇게 얼굴 씨뻘개진 채로 '사람 잘못봤습니다. 미안합니다.' 하기도 뭐하고.

대충 분위기를 살려서 주둥이를 털어 본다.

이 편이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후우...저는 정훈이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호오, 이 시절의 김대훈은 정상범주에 들었었나.

화를 절제할 줄 알다니. 귀엽군.


"아...그래요? 미안해요. 너무 닮았는데..."

"아슬아슬 했어요."


녀석은 차갑게 한 마디를 남기고 나를 지나쳤다.

뭐라고 중얼거린 것이 분노의 잔향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크크...저자식과 이웃사촌이라..."


김대훈을 보내고 멀뚱히 서 있는 내 머리 속으로,

전생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탁재준 부장님....아니 재준아?"

"예. 전무님."

"아니아니. 전무 아니고... 지금은...우리 말 편하게 하자. 어?"


전무실에 호출된 적이 처음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렇게 뜬금없는 소리를 들은 적은 처음이다.

말을 편하게 하자고?


"제가 어떻게..."

"까놓고, 자기 나랑 비슷한 연배잖아. 안그래?"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 터놓고 이야기 좀 하자, 이거야."


대풍건설의 후계자 둘 중 차남 이였던 김대훈.

후계자 둘은 치열하게 실적다툼을 벌여 왔다.

그리고 그 다툼 사이에서 나는,

이 차남에게 충성을 바쳐왔다.


"예. 편하게 해 주십쇼 전무님.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아...나 이새끼 여전히 깝깝하네. 시팔 편하게 해줘도..."

"죄송합니다.전무님...."

"뭐, 그런게 매력이긴 했지. 사냥개처럼 충직하고, 선 넘지 않고. 또..."


김대훈이 화난 표정을 거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 흐믓한 미소와 광기가 공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맺었다.


"물어 뜯을 건 가차없이 물어 뜯고 말야.어? 으르렁 컹컹! 크흐흐. "

"전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전무님"


입사 16년차.

조기 진급이란 있을 수 없는 이 꽉막힌 대풍건설에서,

나는 이미 부장이 되어 있었다.

언제였더라.

과장을 막 달았을 때였던가.


그 당시 김대훈이 조성한 비자금이 수사 물망에 올랐고,

나는 영업부장을 제치고 김대훈의 일을 보았다.


전직 경찰관 출신과 접촉하여 현직 경감을 만났고,

수사계획 정보를 입수하여 김대훈의 비자금 은닉을 도왔다. 더 나아가 장남의 치부를 제공하여 그에게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그 후로 나는 온전한 김대훈의 사냥개가 되었다.

녀석이 회의에서 재떨이를 던지고 지랄을 해도,

운전기사를 줘 패고, 부장을 줘 패도,

나를 수족처럼 마구 부려도,

난 충성했다.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단말이야."

"아닙니다. 끌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 때문일까?

그 때문이다.


젊은 사냥개는 먼저 팽당한 늙은 사냥개의 자리를 금세 꿰어찼고 지금에 이른다.


"그래서 말인데, 나랑 일 하나 더 보자. 아무리 봐도 믿을 놈이 너 뿐이란 말이지."


'너 뿐이다.'


한 마디가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사냥개 취급을 받아도 좋았다.


어차피 용써봐야 셀러리맨. 아버지처럼 회사에서 버림받고 사업에 실패한 늙은 개가 되기는 싫었다.


45정의 법칙. 난 그것을 깼다.

상무 이사도 꿈이 아니다.

더 나아가 저 싸가지 없는 차남의 자리도 꿈이 아니다.


"물론입니다. 전무님."

"역시 충견이야. 그럼 아프리카 좀 다녀 오자고."


나는 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저 짧게 짖을 뿐이었다.


***


컹! 컹!


"아 젠장할. 거 개짖는 소리 좀 안나게! 어?"


새 집에서의 여유가 개짖는 소리에 깨져 버렸다.


"산통 깨는 군."


나는 신문지 위에 놓은 불도장을 한 숟갈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새집 에서는 역시 짱개 아니겠나.


"크크...뭐 대단한 맛인 줄 알았는데...."


꽤나 유명한 호텔에서나 팔던 광둥요리 불도장.

그것도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던 것이,


동네 중국집에서 돈이면 배달까지 된다니.

꽤나 재밌는 과거가 아닐 수 없었다.


이 불도장이 비록 대충 흉내만 낸 사기일지라도 말이다.


"별거 없잖아?"


인생 2회차.

인생 이지모드.


처음 먹어본 음식이고 또 고급이었지먀 그야말로 별거 없었다.


"그래...인생 뭐 별거 있나. 꼴리는 대로 사는거지."


그런데 마음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저 빌어먹을 새끼를 이 젊은시절에 다시 만난것이 천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크크...이거 설레는 거냐...아님...화가 나는거냐?"


참으로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굳이 정의할 필요도 없었다.

난 복수가 하고 싶다.

이 명제 하나만큼은 확실했으니까.


띠리링ㅡ 띠리링ㅡ


"누구야?"


처음 보는 번호.

대충 느낌이 온다.

받아본다.


ㅡ여보세요?

ㅡ나 한우집 사장이요.

ㅡ엄밀히 말하면 한우집은 아니지. 안그래요?


이신세에게 몰카를 찍혀 갈림길에 선 좋은하누의 사장.

그는 내 비아냥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ㅡ크음. 그래서 원하는게 뭐요?

ㅡ가게 내놓고 나가시죠. 나도 뭐 일 복잡해 지는거 싫

으니까.

ㅡ못 하겠다면? 아니, 몰카 찍은게 증거가 돼? 어? 몰카

도 범죄야! 이 싹수가 노란 쉐끼야!


어디서 몇마디 주워듣고 온 모양이다.


ㅡ아....갱생이 안되는구만.

ㅡ뭐? 뭐라고? 이 쉐끼가....


인상을 쓰며 난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불 난듯이 전화와 문자의 벨소리가 울어댔지만,

이젠 끝났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참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먼저 피래미부터 해결하자.


***


"자자, 다들 자리 맞춰서 앉으세요~"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남자.

누런 황니조차 금니로 보이는 남자.

그야말로 졸부의 아우라. 그 자체였다.


그는 바로 이신세. 사체과의 실세.


"개강총회에 앞서, 우리 고마운 투자자 분들께 배당금을 드리는 자리를 마련 했으니, 눈치 보지 마시고 배 터지게 드시고 가는거예요~ 알겠죠?"


시간은 흘러 2학기가 시작되려 한다.


"여기 오늘 우리가 전세 냈다잉? 고기 다 뿌셔?!"


지급은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캐쉬로.

누런 봉투들을 하나씩 나눠준다.

분위기가 하늘을 찌른다.

배고픈 청춘에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일 것이다.


"아, 고기좀 빨리! 장사 안할거여?!"


박터지는 가게에 점원은 없다.

사장 혼자 땀을 뻘뻘 흘린다.

숯불 나르랴, 고기 나르랴.


"야 이시키야. 넌 니가 모시던 사장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야! 어?!"

"그러는 아저씨는 남의 귀한집 자식한터 왜그랬대?"


사기죄로 고발당한 좋은한우의 사장.

그의 곁에 남은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이신세의 작업이 거들기는 했지만,

곧 파리가 날릴 가게에 붙어있을 사람은 없었다.

모두 꼬소하다는 입맛을 다시며 떠났을 것이다.


"이거 봐. 직원들 다 관뒀잖아요.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내 월급은 언제 주실거죠?"


그리고 사장은 언제 영업 정지가 내려질지,

벌금을 얼마나 때려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푼이 아쉬울 터였다.


가게를 통으로 전세 낸다는데 마다할 수 없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


"조용히 먹고들 가라....후...나중에 부쳐 줄테니까."


한숨을 푹푹쉬는 악덕 사장.

그 뒤로 갑자기 터진 환호성.


"또 뭐야...이놈시키들 남의 속도 모르고 신 났네 이거..."


그리고 나타난 탁재준.

열화 같은 함성 사이를 비집는다.


"좋게 말할 때 나가라 했죠?"

"끄으....."


사장의 입장에서는 소문이 나기전에 빨리 이곳을 뜨는것이 최선이었다.


"소문 나기 전에 정리하시는게 빠를 겁니다."


권리금을 챙길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다시 한번 피소를 당할 테니까.

그저 집주인에게 사정해서 보증금이라도 최대한 보전하는게 최선일 것이다.


"망할...."

"그러게 착하게 사셨어야지."


사장은 뒤늦게 후회한다.


***


"김씨, 정말이야?"

"아 그렇대도.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 한대. 권리금 얘기는 만나서 하쟤."

"어휴. 죽으란 법은 없구나. 근데, 진짜 아줌마지?"

"아 그렇대두. 그리구 젊은 남자인지, 아줌마인지 뭐가 그리 중요한데?"


고깃집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가게를 뺀다면 그 손해는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렇다고 그 망할 젊은이에게 넘기기는 싫었다.


원산지를 속여 고기를 판 소문은 이미 동네에 퍼질대로 퍼져서 이곳에서 고깃집을 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 와중에 제발로 걸려 들다니. 행운이였다.


"그런게 있어. 김씨. 암튼 잘 걸렸다. 우리 잘 꼬드겨 보자고. 내 김사장 한테도 뽀찌좀 챙겨 줄 테니까."

"크흐흐흐. 그려. 어, 왔다!"


작당모의를 하던 둘의 시선이 한 아주머니에게로 향했다.


"음? 아줌마야?"

"네. 제가 인수 하려구요."

"아이쿠. 별꼴이네 정말. 흐흐. 나야 좋지만."


고깃집 사장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 한다.

상대는 자신이 하인처럼 부렸던 아줌마 중에 하나였으니까.


"우리 집 장사 잘되는 것 봤지? 큰거 석장은 받아야겠어. 어때? 이만하면 남는 장사일텐데."


딴에는 합리적이라고 부른 가격.

실제로도 나쁘지 않은 가격 이였다.


"어쩌죠, 우리 애가 오히려 철거비를 받으라고 하던데요..."

"뭐? 왜 말이 달라? 김사장! 이거 뭐야?"

"내...낸들아나...으흠...."


그리고 그 때 복덕방 문을 열고 탁재준이 나타났다.


"이야. 우리 너무 자주 본다. 그죠?"


고깃집 사장은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였다.


"니..니들 다같이 나 가지고 노는거야?"

"어떻게 알았대? 크크."

"염병...."

"아저씨 묶여있는 보증금 내가 대 줄게요. 철거비 한 오백 빼고."

"야! 무슨 철거비가 그리 비싸?!"

"싫음 말던가."


하지만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이젠 정말 방법이 없다.


"망할...."

"그러게 착하게 사셨어야지."


사장은 뒤늦게 다시 후회한다.


***


계약을 마친 어머니와 나는 주차해둔 차를 향해 걷는다.


"어휴. 속이 다 후련하네."

"그런데...너무 심한거 아니니..?"

"와 다시 체하는 줄. 엄마. 저양반 한테 당한걸 생각해요. 그리고 저자식 사기꾼 이라니까요?"


세상에 엄마같은 사람만 있다면 어떨까.

사기꾼들 살기에 정말 좋겠지.

즙 한번만 짜면 용서받을 테니까.

그보다.


"어머니. 생각해 봤는데요. 여긴 까페보다 다른 용도로 쓰는게 좋을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 보니 고깃집이 있던 자리에 까페가 들어서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여긴 다른거 하고...그럼..."


빌딩을 하나 사는게 좋을듯하다.


"역시 갓물주가 최고지."


자기 건물 하나 없는 부자 봤는가.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없다.


20살에 건물주.


나도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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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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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6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2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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