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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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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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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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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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작성
24.08.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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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DUMMY

항상 궁금했다.

이 대한민국에는 이토록 빌딩이 많은데,

내 것, 아니 우리 집 건 왜 없을까.


그리고 빌딩이 이토록 많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사는 것일까, 하고.


"이야...침고이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놈도 맛나겠고, 저놈도 맛나 보인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먹을 것이 많다니.

박탈감의 근원이 포식의 대상으로 보였다.


지난 세월이 우습다.


"크크...이 녀석은 위치는 좋은데 너무 낡은것 같고..."


중앙 도서관 1층에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컴퓨터들이 몇십대는 설치되어 있었다.


급한 메일을 보낸다거나, 정말 급하게 과제를 마무리 하려 사용 하거나, 수강신청을 한다거나 할 때 보통은 사용 하지만, 내 경우에는 다르다.


"흐음...요놈은....좋아. 제낀다."


뚜루루ㅡㅡ


ㅡ오, 재주이! 오늘도 여윽시 지 할말 있을때만 전화 하

는구먼?

ㅡ꼽냐?

ㅡ아이구 그럴리가유. 그래, 무슨 일이실까?


동명이가 사투리 섞인 구수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ㅡ나 대출 좀 해줘라.

ㅡ그려. 어려운 일 아니지. 걱정말어~

ㅡ오늘 수업 다.

ㅡ그건 좀 어려운 일인디. 상당한 난도가 있는 거시여.


그리고 능청스럽게 입맛을 쭙쭙 다시며 답 한다.


나는 아버님의 병원비 일로 고마워 어쩔 줄 모르는 동명에게, 절대로 내게 부채감을 가지지 말라고 말했다.


그런게 있으면 우리 사이는 끝이라고 말이다.


뭐 언젠가 내게 위기가 닥친다면 도와주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그거면 된다.


ㅡ저녁에 고기 사준다.

ㅡ그렇다문! 충분히 가능허지. 있다 보쟈잉.


수업따위가 중요하냐.

부자 놀이가 중요하지.

학교야 뭐, 졸업장만 있으면 된다.


딸깍딸깍.


"흐음...이거 괜찮군. 일단은 역시 강남이지."


강남불패.

내가 소유하게 될 빌딩을, 부동산 폭등이 오는 그 시점까지 가지고 있을런지는 모르겠다만,

무조건 강남이다. 아묻따.


"히야....2002년인데도 이렇게 비쌌다고?"


난 상당한 부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혀를 내두를 만한 가격.


"꼴랑 5층인데 감정가 20억? 아 신축 이구나."


2024년에 비하면 바겐세일도 이런 바겐세일이 없다.

하지만 때는 2002년이다.

기억해라. 편의점 알바비 2300원을.


개미는 뚠뚠.

2300원을 모아 강남의 꼬마 빌딩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약 팔십육만구천오백육십오시간.


상상만 해도 끝없는 사막같은 삭막한 시간이다.


이것을 조금 다 와닿게 계산해 보자면 99년이다.


그러니까 편돌이가 99년을 한숨도 자지않고 바코드를 찍어야 이 귀여운 놈들 중 딱1채를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다.


"크크...미치겠군."


역시나 서울의 빌딩은 전생에서는 꿈조차 꿔서는 안될 성물 그자체였다.

꿈을 꾸는 것 만으로도 하늘의 진노를 살 만한 하늘의 태양같은 존재.

신이 진노하여 날개를 태워버릴 지도 모를 그것.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제값 다 주고 사기는 그렇고..."


공고문을 하나 둘 보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있는 자들의 가장 큰 유희는 어쩌면 경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경매지. 크크...어쩌니 저쩌니해도 20억이면 거저니까."


게다가 재밌잖냐.


생에 첫 경매장 탐험 시작이다.


***


"뭐야...."


솔직히 난, 뭔가 열정적인 분위기를 기대 했었다.


수산시장처럼, 혹은 돗대기 시장처럼 진행자가 메가폰을 들고


'저기 신사분 10억. 10억 나왔습니다. 10억 오천, 10억 오천 없으십니까? 좋습니다! 10억 5천 나왔습니다. 이대로 낙찰 가나요? 아~저쪽 숙녀분이 11억 불렀습니다! 자! 셋 둘 하나! 낙찰입니다!'


하는 것을 바란건 아니지만.


이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게 아닌가 싶었다.

이건 그냥 법원 아닌가.


"로망따위는 1도 없군."


이렇게 나는 40살에 경매 첫 상투를 튼다.


"그런데...저 책자들은 뭐지?"


나를 제외한 대부분은 잡지 같은것을 하나씩 들고 다니고 있었다.


"궁금한건 또 못참지."


나는 내 시야에서 가장 베테랑으로 보이는 한 어르신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장님. 그, 손에 들고 계신 책자는 뭐죠?"

"흐음?"


페도라의 챙을 조금 걷어 올리며 나를 바라보는 어르신. 그의 얼굴에 호기심이 뭍어난다.


"이건, 경매잡지지. 파워옥션. 모르나?"

"아? 사설 잡지도 있나요?"

"허허, 이거이거. 생 초짜구만?"


부정할 수 없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아니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다.


"맞는 말이십니다. 크크. 뭐, 이제부터 시작 하려구요."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흠. 몇 살이지?"

"스믈 입니다."

"호오. 이번에 성인식을 치렀겠구만."


분명 동기녀석들은 5월 20일에 천적지 연못물에 철푸덕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질척거리는 옷을 쥐어 짜며 에이즈니 매독이니 하며 낄낄 거렸겠지.


"맞습니다."

"좋아. 이건 내 선물로 주지. 잘 보고, 잘 느껴 보라고."


타인의 순수한 호의는 느껴본 지 오래다.

별거아닌 친절이지만 색다르게 느껴졌다.

장소가 경매장이라서 그런가.


"예. 감사합니다."

"그래. 자수성가 별거 아냐."


어르신은 다시금 페도라를 눌러 쓰고 돌아섰다.

자수성가 운운 하는 것을 보니, 그 자신이 이미 자수성가를 했다는 말인가 싶었다.


"잡지 잘 보겠습니다~"


하지만 저 어르신은 내가 이미 자수성가 만큼의 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내가 지금 빌딩을 사러 왔다는 것도 모르겠고....'


내 중얼거림을 들었을까 그가 다시 돌아섰다.


"그런데...관심 분야가 어디지?"

"예?"


심심해서 였을까. 어르신이 내게 다시 말을 걸어 왔다.


"아아. 기분 나쁘게 생각 하지는 말고. 내가 처음 경매를 시작 했을 때가 생각 나서 말야."


호기심이 어린 눈을 보니, 호의 반 심심함 반 정도로 보였다.


"그냥...자그마한 빌딩 하나 해 볼까 하고요."

"호오..입찰을 한다고?"


괜히 귀찮아 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말을 돌리자.


"아뇨. 그냥 관심이 있다고요. 잠깐 둘러보고 갈겁니다."

"그냥 늙은이 조언이라 생각하고 말 해보게. 내가 시간이 좀 남아서 말야."


어르신이 사람좋게 웃었다.


"쓸데 없는 질문은 하지 않을테니까 걱정말게."


그 웃음에 조금 경계를 푼다.

사실 나도 남아도는게 시간이다.

대리 출석은 동명이가 잘 하고 있을 테니까.


"예. 사실은 입찰을 하려는데...흠..."

"목적이 뭔가? 투자? 아니면 임대소득?"

"둘 다죠 뭐. 남들 가진거 나도 한번 가져보자. 그리고, 일 안하고 돈 받으면 좋잖아요?"


솔까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으면 말 할 사람이 있을까.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놈은 분명 사기꾼일 것이다.


"허허허. 그렇지. 그런데 말일세, 임대소득이 목표라면 입찰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야."


허튼 소리를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나를 경쟁자로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생각해 보게. 임대소득이 계획대로 발생 했다면, 경매에 나왔겠나?"


뒤통수를 맞은 느낌 이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그 맛을 안다고 난 왜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 했을까.


"아무리 위치가 좋아도, 그 소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네. 계획대로 인생이 돌아간다면, 이곳에 이렇듯 물량이 쏟아지지는 않겠지."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별 말씀을. 젊은이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네."


나는 어르신이 준 잡지를 펼쳐 보았다.

상당히 자세한 내용들.

매물로 나온 빌딩들에 대한 거의 모든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거 정보력 쩌는데? 어디보자...내가 입찰 하려고 했던 녀석은...."


공실률이 상당하다.

강남이면 무조건 만실일 줄 알았는데,

그 이유는 뭘까.


"뭐야 있을건 골고루 다 있잖아?"


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현지 답사를 갔을 때에도 아무 문제를 찾지 못했다.


"설마...신축이어서 그런가?"


건물주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축 빌딩이라고 영업이 더 잘 될리도 없으니 세입자들은 실망하고 다른 옵션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니 이처럼 공실이 와르르.

건물주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


"흐음....어르신 말대로 좀 더 생각해?"


분명 그의 말은 옳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객기를 부리지 않는 편이 좋다.


"아니지...아냐...."


뭔가 놓치고 있는게 있다.

이 단점같은 장점을 부각 시키는 방법.


"흐음...."


골똘히 생각한다.


"그래. 결심했어!"


나는 입찰용지를 새로 작성한다.


삭선이나 애매한 숫자 모두 무효가 된다.

재수 없으면 볼펜 똥자국 까지.


큰 돈이 오가니 어쩔수 없는 일 이었다.


"가는거야. 가즈아!!!"


기합을 넣으니 마치 이미 계획이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패는 없다.


***


"어, 막내 왔냐?"

"예. 팀장님."


고이사의 뿌락치가 아니라 인증한 나는,

어느덧 스포츠 고고 본부 영업 1팀의 막내로 인정받았다.


"이야. 우리 막내. 밥은 먹었고?"


만갑선배는 드디어 막내를 탈출했다며 기뻐했다.

그동안 상당히 서러웠던 모양이다.


"지금 시간이 몇시 인데요. 아까 먹었죠."

"그럼 있다 저녁이나 먹을까?"

"죄송함다. 선약이 있어서요. 자, 그럼 일거리 좀 주시죠."

"아 짜식. 맨날 바쁘네. 이쯤되면 일부러 피하는거 아냐?"


만갑이는 구석의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판촉물로 부채 나왔으니까, 판매점 돌면서 좀 뿌려 줘. 대~~충 설렁설렁 알지?"

"알다마다요."


첫날부터 알았지만 이들은 실적 향상에 관심이 없다.

실적에 안달인 것은 고보철 이사 뿐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려~다음 주 회식때는 참석 하는거다?"


이근배 팀장의 걸걸한 목소리에 조금 찝찝함을 느낀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부산스레 사무실 문을 나섰다.


ㅡ여보세요?


그리고 회사 밖에서 고보철 이사에게 전화한다.


ㅡ어어 우리 후배님. 오늘 회사 들르는 날인가?

ㅡ예. 뭐 별건 없었어요. 부채 한박스 주고 돌리고 오라

고....

ㅡ흠...

ㅡ그리고 다음 주 회식때는 꼭 참석하라네요.


지난번 영업1팀에 배치를 받은 날.

나는 그날 식사 자리에서의 일을 고이사에게 말 했다.

저들은 확실하게 당신을 배척 한다고.


그리고 고이사는 답 했다.

저들은 분명 내가 지쳐 떨어지거나, 모가지가 잘려 떨어질 때까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ㅡ그래. 고생한다. 웬만하면 참석해서 동향보고 좀 하

고....뭐, 홍보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카드 잘 갖고 있

지?

ㅡ물론이죠.


활동비 조로 지급된 이 법인 카드는 일종의 용돈이였다.

돈이 궁하지는 않지만, 공짜라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


ㅡ아, 그보다 선배님.

ㅡ왜?

ㅡ강북지역 실적 오르면, 저도 같이 떡상하는거 맞죠?


영업부는 매출과 가장 밀접한 곳이다.

여타 부서 보다도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


ㅡ물론이지. 이 쪽은 준비 끝났거든.


독점이라는 고인물에 나라는 짱돌을 하나 던진다.

초고속 승진. 자신있다.


꼬르륵ㅡ


그나저나 일단 동명이랑 고기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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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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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8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79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1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1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6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0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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