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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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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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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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작성
24.08.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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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홍보대사.(수정 완)

DUMMY

스포츠 고고 본사.

나는 그 닭장을 다시 찾았다


"크크...또 봐도 놀랍단 말이지..."


으리으리할 줄 알았지만 놀랍도록 수수하다.

얼마나 수수하냐면...


"이건 뭐....어디 홍삼팔이 텔레마케팅 회사도 아니고..."


비교적 평범한 빌딩의 7층을 임대한 그들.

그 정체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탕진으로 눈이 뒤집힌 도박중독자라도 찾아올까

진상들이 찾아올까.

뭐가 그리 두려운지.

간판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현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나 역시도 이곳을 찾느라 제법 힘이 들었다.


적중금을 찾으러 제휴은행을 방문 했지만,

은행에서는 지급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적중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사랑하는 고객님께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직접 스포츠 고고 본사를 찾으라고 했었다.

내가 죽은 시점의 미래였다면 모든것이 투명했겠지만 2002년은 달랐다.


"요 잔망스런 새끼들...."


말이 본사지 결국 국민체육 부흥공단의 권한을 위탁받은 수탁업체.


공시되어 있는 전화는 언제나 '담당자 확인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를 되풀이했고,

결국 나는 김서방 찾듯이 남해빌딩을 찾아 한층한층 뒤지느라 땀을 삐질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두번째 방문이다.


"후우...이사님 계시죠?"

"꺅??"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나를 발견하고는 귀신이라도 본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서둘러 내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잡고 있는 손이 사시나무 처럼 떨린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마치 내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곤란한 표정의 통화. 이건 데자뷰다.

분명 지난번에도 같은 반응 이었다.

잠깐의 통화를 마친 후 데스크 직원이 말 했다.


"어쩌죠? 이사님이 자리를 비우셨다는데요."

"꼭지 도는구만...크크...."


우리 둘 사이에 긴장이 감돈다.

여직원은 가련하게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눈치만 보고있다.

하지만 지난번 첫 방문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지난번에는 떡대가 끝내주는 경비원들이 나타나 굉장히 곤란했으니까.


"곤란하죠? 그냥 전화 바꿔줘요. 내가 전하죠. 저번처럼"

"네...."


데스크 직원이 다시금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나는 그 수화기를 낚아챘다.


뚜루루ㅡ뚜루루루ㅡ


그리고 들려오는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


"갔어?"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안갔습니다만? 잔금 주세요."

"....."


이사는 다시금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랑곳 하지 않고 할 말을 계속한다.


"이렇게 피하시면 곤란하실텐데요. 언론사에 뿌려버려? 나도 소문나는건 싫은데, 너죽고 나죽자로 동네방네 다 소문 내?"


그냥 버팅겨 봐야 득이 될 일이 없었다.

공권력은 내 편이 아니니, 업무방해니 뭐니 나만 불리해진다.


따라서 저들이 날 만나는 것을 거부한다면,

일을 키우는 것으로 어필을 할 수밖에 없다.

칼보다는 펜 아니겠나.


"하 나 이것 참....쫌만 더 기다려 달라니까..."

"학습 능력이 없으신지?"


지난번과 똑같은 상황으로 흘러간다.


"......."

"스포츠 고고. 적중자에게 적중금 지급 미뤄. 출범한지 1년도 안 되어서 운영 실패. 크크...1면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네. 나 이번에는 진짭니다? 예?"

"아이 씨....알겠어. 알았다고. 잠시만. 잠시만!"

"어차피 이럴 거 왜 그러는 겁니까? 나 참."


다시금 정곡을 찔렀다.

'맘대로 하쇼.' 라고 드러눕기에는 이사의 담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사정 불문하고 적중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치명적 뉴스는,

이사의 모가지를 댕강 썰어내기에 충분했다.


"나 오래 안기다립니다. 몹시 화가 났거든요"


***


"이야....남의 돈 떼먹고 골프 연습이라..."

"어허! 떼 먹다니 젊은친구가 말이 좀 심허네!"


끽해야 서른 중후반에서 마흔 될녀석이 젊은친구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날 타이르려고 나이 많은 티를 내려는건가.


"너무하긴. 그 젊은놈한테 줄돈 안주는 사람이 누군데요?"


이사의 집무실 안에는 온통 비싸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어디 브랜드인지 매끈하고 중후한 업무용 책상 의자.

잘 닦인 골프채가 가득한 가방과 연습기구들.

이 시절의 골프는 진짜 부자들의 상징이였다.


"에헤이 돈이 없는걸 어쩌라고! 내가 주기 싫어서 안주나?!"


너스레를 떠는 이사. 그 뒤로 놓여진 사진 한장.

멋진 포즈로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부아가 치민다.

상큼하게 빛나는 미소가 얄미로 웠다.


"우리도 재준씨 때문에 힘들다고. 아니 대체 어떻게 맞춘거야? 그리고. 미친것도 아니고 그 큰돈을 배팅? 이거 진짜 빨리 상한선을 제정해야지. 아이고 두야..."

"그건 그쪽 사정이니까 내가 알바가 아니고. 오늘 지급 확정문서 결재 안하면 나 진짜 kbs로 바로 튀어 갑니다."

"하하...돌겠네...빼서 줄 게 없어. 이번달 부흥기금 미달이라고! 딱 한달만. 한달만 기다려줘. 이자 쳐 줄테니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 사정 때문에 내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괘씸하네. 이를 어쩐다.


가만, 좋은 생각이 나버렸다.


"좋아요."

"으..으응? 캬 역시 진심은 통하는구나! 니가 사람 여럿 살린거야!"

"대신에 이 회사. 스포츠 고고에 인턴사원 으로 이름을 올려줘요."


돈이 급한것도 아니다. 어차피 이렇게 질질 끌 것이 뻔한데 감정소모 할 필요 없지.

이자에 감투까지 하나 머리에 얹는게 이득이다.

물론 흡족한 티를 내지는 말아야지.


"인턴사원? 그게 뭔데?"


아뿔싸. 인턴제도는 2008년 말부터 도입되었다.

2002년도에 그런 것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이사가 이 단어를 못 알아듣는 것은 정상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자.


"이 회사에 제 이름을 좀 올려달라 이 말이예요."

"하하...이봐요. 재준씨. 벼락부자가 된 와중에 일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닌것 같고...뭐 감투 한자리 달라는 건가? 내가 설설 긴다고 우리 회사가 만만히 보이나본데...."


이사가 얼굴을 붉혔다. 그는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어디 높은 자리에, 이를테면 자신이 꿰차고 있는 이사급의 자리.

형식적으로 등기만 치고 월급이나 쪽쪽 빨고 싶다고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그것은 생때다.


후우....


이사가 한숨을 쉬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봐요...까놓고 우리 회사 학연 지연 혈연! 엄청 봅니다? 재준씨가 뭐기 있는데? 꼴랑 스므살에 돈 좀 생겼다고 다 될것 같아?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쯥"

"이사님.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닌데? 아 그렇지. 경리나 잡부 자리라면 내가 하나 내 주지. 어때?"


그리고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의 프라이드 때문인가.


"후...그런거 말고. 그래, 엠버서더. 엠버서더 격으로 채용하면 되겠네요."

"암버서더? 외교관? 뜬금없이 뭔 소리야."


이 역시 2002년에는 생소한 용어.

이미지 좋은 유명인을 자사 제품의 홍보대사로 쓰는 것을 말한다.

스폰을 받은 스포츠 스타나 특정 상품을 협찬받는 유명인들이 이 엠버서더 계약을 작성한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뭔데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네. 재준씨."

"제 말은 스포츠 고고의 홍보대사를 시켜달라고요. 이사님은 지금 스포츠 고고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보세요?"

"이만하면 절정이지. 또 뭘 바라?"

"그건 월드컵 특수 때문이죠. 회사가 크려면, 이사님이 이쁨 받으려면....새로운 고객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아야겠죠?"


이사는 조금 화가 풀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틀린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정곡이다.


"자. 주류업체들의 경우를 보세요. 걔네들이 미쳤다고 대삐리들 축제때 냉장고 지원해주고 술 깔아주겠습니까? 그건 다 지금 막 성인이 된 대학생들. 새싹들을 잡아서 앞으로의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말입니다. 캠퍼스 내에서 스포츠 고고 해본 애들 있나 물어 봐봐요. 거, 별로 없습니다?"

"흠....일리 있는 말이기는 한데. 어차피 우리는 독점사업이라..."


국가가 독점을 인정한 업체.

그렇기에 이들은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빨이 먹히는게 보였다.


"독점이라고 성장 안시킬 거예요? 흑자 많이 내서 국민체육부흥기금 많이 상납하셔야죠. 혹시 알아요? 사장될 수 있을지?"

"으음.....흐흐...그럴싸 하네..."

"쇼부 보시죠."


생태계에 경쟁상대가 없는 스포츠 고고는 시작부터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이사는 다른 경쟁자를 제칠 수 있다는 희망을 내게서 본 듯했다.


"제 요구를 받아 주신다면. 저도 군말없이 지급일 미뤄 드릴게요. 내달이 아니라 다음 분기로 해드리죠. 적당한 선에서 적중금이 나왔다고 가짜로 흘리고, 저를 엠버서더로 활용 하세요. 대학생들 상대로 밭가는데 저만한 소재가 있나요?"

"흠...말 한번 잘하시네..."

"누이좋고 매부좋고. 저도 편의 봐드렸잖아요. 이런 작은 감투 하나도 못줍니까?"


이사의 눈을 보니 거의 넘어왔다. 아니 홀딱 넘어왔다. 이말이다.


"재준씨 대학생이죠? 어디 다녀요?"

"한강대 사체과 다닙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사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뭐야. 후배였잖아? 나 82 학번이야. 흐흐. 진작말하지."

"안녕하십니까 02학번 탁재준 입니다.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이런 행운이. 나는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깍듯이 인사했다.

이게 사체과의 멋이니까. 또 인맥하나 뚫어놔서 나쁠것 없잖아?


"아냐아냐. 오히려 당차서 좋았어. 거기 강담옥 교수 아직 있나?"

"아....계십니다."


쓰레기중 쓰레기로 기억한다. 교수는 개뿔이.


"오래도 다니는구만. 쯥. 철밥통이네 철밥통. 어휴. 쓰레기."


의견이 일치했다. 20년동안 쓰레기짓 꾸준히 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정력도 좋다.


"그래. 그 홍보대사. 그 건은 사장님하고 의논 한번 해 볼게."

"네."

"부럽다 진짜. 벼락 부자에. 재학중에 우리 회사 직원이라니..."


사람에 관심이 생기고 나니에 각인된 글자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이사 고보철.


"고보철 선배님이야말고 금수저 잖아요. 부럽긴요."


고선배가 말했던 3연. 그것을 모두 모아야 들어올 수 있는 스포츠 고고.

내 선배면, 명문대 학연은 나가리 일테고....

젊은나이에 이사직함을 단 것을 보면 그는 금수저가 분명했다.


"임마. 넌 니 맘대로 살 수 있잖아. 그게 부럽단거야."


그는 진심으로 나를 부러워 했다.

나 역시 모든것으로 부터 자유를 얻은 지금이 매우 행복했다.

날 죽여줘서 고맙다. 대풍건설. 크크...


"내가 잘 말 해 볼테니까, 다음번에는 소주나 한잔 하자고. 술 좀 하지?"

"물론입니다. 선배님"

"좋아. 그럼 우리 합의 다 본거다? 미지급금은 다음에 주는걸로?"


기분이 제법 좋은 듯하다.

하지만.


"계약서 쓸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죠. 선배님. 구두계약을 믿을수는 없죠."


어른들은 서류로 말 한다.

mou는 안지켜도 되는 약속을 뜻하니까.


"하하. 자식. 야물딱지네. 능구렁이야?"

"한강대 최강사체 아니겠습니까."


그래. 귀찮아도 졸업장은 따야 한다.

감투라도 하나 쓰고 있는게 좀 더 재미 있겠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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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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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2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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