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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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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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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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312

작성
24.08.0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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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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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3쪽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DUMMY

스마트 폰이 없는 여유가 이다지도 지루한 것인가 체감한다.


"천장에 얼룩이....하나 둘..."


예전에는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었다.

이 남아도는 시간을 뭘 하면서 죽였었지?

입이 찢어질 듯한 하품만이 남아도는 시간을 소진한다.


“하암....지겹네.....”

“한숨 잘래 재준아? 이불 깔아 줄까?”


하룻밤 만에 하늘과 땅이 바뀌었다.

양반이었던 이신세는 땅에 배가 붙은 노비가 되었고,

나는 뒷짐지고 엣험하는, 헛기침이나 때리는 양반이 돼었다.


“됐고, 커피나 한잔 타 와봐. 선배. 시원하게.”

“아...알았어...헤헤...”


이 널찍한 방 안에는 우리 둘 밖에 없었다.

비웅신은 나를 위험분자로 확신했고,

자신의 심복인 이신세를 시켜 하루종일 내게 정신교육을 하도록 한 모양이다.

하지만, 비웅신은 우리의 속 사정을 모른다.


“여기, 아이스 커피.”

“이 귀여운 자식.”


후다닥 달려서 커피를 타온 이신세를 보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다. 시원하다. 아주 많이.


"크크....정신교육 한번 잘 됐군. 선배."


녀석은 자존심이 상한 듯이 미간을 구겼지만 어쩌겠나.

비웅신에게 죽고 싶지 안으면 기어야지.


"어허! 정신교육이라니! 우린 이제 한배 탔잖아. 안그래?"

"긍정적인 모습 아주 좋아. 선배도 이제 학교 생활 핀거라고."


내가 이신세에게 약속한 것은 비웅신의 자리와, 수정 선배와의 공개연애.

3학년 집행부를 실각 시키고 녀석의 사랑을 찾아 준다.

그리고 이쯤 갈궜으면, 녀석을 용서할까 싶기도 했다.


"응. 약속 지켜??! 꼭?"

"크크....두말 할 필요 없지."

“그런데, 재준아. 계획은 언제 실행 할거야?”

“오늘 밤.”


다른 이들은 모두 엠티 프로그램을 따르러 강촌 어딘가로 나갔다.

어디선가 과 멤버쉽 트레이닝을 핑계로 기합이라도 받고 있겠지.


“후우....긴장된다....”

“선배, 쫄보야? 그냥 시키는 거나 잘 해.”

“으응. 알았어.”


녀석은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떨며 대답했다.

뭐, 선택지가 없었겠지.

사진을 웅신에게 들켜 보복과 매장 당하든지,

날 따르든지 둘 중 하나였을 테니까.


“그런데, 재준아...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안 무서워?”


그야, 내 황금빛 미래를 위해서지.

그리고 좀 더 원초적인 이유를 대 보자면.


“꼴 보기 싫으니까.”

“어? 고작 그 이유?”

“좀 더 이야기 하면....내 자신을 바꾸는 첫 단추니까...그냥 넘어 갈 수 없는 거지.”


어떤 이에게 있어 과거는 그저 흘러간 강물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세롭게 시작하려는 이에게는 청산의 대상일 수 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신세가 다시 묻는다. 괜히 말이 길어졌다.

나는 얼버무리며 계획을 시작한다.


“됐고, 잠입해라 이신세. 지금이다.”

“으...으응...”


녀석이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빠께스몬 처럼.


***


연합 MT는 마지막 밤을 맞이 했다.


커다란 방에 모인 모두들.

젊은 혈기를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 시기에는 술이였다.


"마!!"


저쪽 구석에서는 심기가 뒤틀린 비웅신이 역정을 내고 있다.

서울 새끼가 왜 부산 사투리를 섞어 쓰는지.


‘크킄...지버릇 개 못준다더니 역시....’


비웅신은 그새를 못참고 신입생 하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내리갈굼이 시작 되었다.

신입생들의 말버릇이 건방지다느니, 선배보다 먼저 씻었다느니,

시답잖은 이유로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날 호출했다. 기다렸다.


“야, 탁재준이. 이리 와봐.”


딴에는 이신세에 의해 내 사상이 개조되었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건방지게 까닥거리는 손가락을 지금이라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조금 참아본다.


“예, 02학번 탁재준.”

“새끼. 군기 바짝 들었네.”


공손하게 인사하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무릎을 꿇고.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벌써 짜릿하군.


“역시 좀 맞아야 말을 듣는 다니까. 마, 한잔 따라 봐.”

“넵”


비웅신이 흐믓한 미소를 띠우며 종이컵을 내민다.

이게 파릇파릇한 대학생의 엠티인지, 군바리들 회식인지 모르겠다.


쪼르륵---


잔을 채우고 비웅신이 술잔을 비운다.

그리고 내게 잔을 넘긴다.

그리고는 재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술을 따른다.


“학교 생활 잘 하자? 응?”

“넵”

“그래. 형 열받게 하지 말고. 조신히 다녀. 어?”


흘긋 시계를 바라본다. 때가 되었다.

마침 탈것들의 엔진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온다.


"선배, 근데 안주가 너무 부실 합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었고,

비웅신의 얼굴은 붉어진다.

녀석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버퍼링이 걸린 듯했다.


“뭐?”

“아니, 안주가 있어야 뭘 먹지. 과자쪼가리 놓고 술 먹어?”

“이 새끼가 돌았나?”

“안 돌았는데?”

“으...으으...이 또라이새끼....”


비웅신이 말을 더듬는다. 거품을 물 것만 같다.


“에이, 요즘 중딩들도 이렇게는 안먹는데...”

“뭐?...뭐? 야 이신세!! 이신세!!!!”


내 뇌속에 군기를 떄려박아야 했던 이신세를 찾는 비웅신.

하지만 답하라는 이신세는 자리에 없다.

그 때였다.


문간 밖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짜장면 시키신 분!!!”


덜청거리는 미닫이 문 뒤로 배달의 기수들이 외친다.

우당탕 들어온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철가방에서 요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전투적으로 쌓여가는 그릇들.


철가방은 어디든 달려간다.

그것이 강촌의 펜션이든, 지옥이든 말이다.

괜히 배달의 민족이 아니다.


그런데, 그 양이 심상치 않다. 그것도 상당한 고급 요리들로.


비웅신은 이 황당한 사태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븅신씨? 븅신씨 어디 계세요? 푸흡...이름이 븅신이래....”


배달원이 비웅신을 찾았다. 웃음을 참으며.


“뭐해, 계산 해야지. 크크.....”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 했다.

그리고 비웅신은 내 손을 거칠게 친다.


"뭐 하는 짓이지? 죽고 싶어!!?"

"그걸 왜 나한테 묻지? 크크....저기 아저씨랑 둘이 해결 해야지."

"....이 자식이...."


녀석은 이를 뿌득 깨물고는 배달원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아저씨, 이거 배달 잘못 온거 아니예요? 나 시킨 적 없는데 왜 날 찾아!”

“그럼 누구야? 분명 비웅신, 집행부에서 시켰다고 하는데?”

“아, 몰라. 제대로 확인을 하고 왔어야지!! 나 아저씨 첨 보는데? 어?”

“반말? 있어봐 이 어린노무 새끼가....”


배달부가 전화를 걸자, 귀신같이 비웅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맞네! 아까 분명 집행부에서 대신 왔다고 하고 븅신 학생 신분증이랑 번호 적고 이 펜션 주소 적고 갔다고!!"

"아, 모른다고!! 배 째라고!!!"


이제는 내가 끼어들 차례다.


“이봐. 웅신선배. 이 음식들을 집행부에서 산게 아니라면 남은 돈은 어디에 쓸 예정이지? 두당 30만원씩 걷었잖아. 이런 조촐한 엠티에. 크크...”

“뭐?”

“주위를 보라고. 이런 과자 쪼가리랑, 니들이 주관하는 쓰레기 같은 멤버쉽 트레이닝 비용으로 지출이 끝났을 리도 없고 말이야. 안 그래?”


비웅신과 집행부 인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 녀석들 중 그 누가 새파란 신입생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 생각이나 했을까.


신입생들의 얼굴에 불만과 의문이 떠오르고,

2, 3학년의 얼굴에는 터질게 터졌다는 체념이 가득했다.

이들은 가슴 속에 뭍어 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머리로 구체화 하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간다.


"우리는 정당하게 지출 했어! 이 방, 그리고 버스 대절!! 정당한 비용을 내고 지불 했다고!! 사용내역 엠티 후에 다 공개 할테니까, 억지는 그만 부려!"


말주변이 부족한 비웅신을 대신해 조금은 똑똑해 보이는 안경제비가 나섰다.

하지만 비루한 변명임에는 틀림 없었다.


“자, 보자고....”


나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녀석의 앞에 펼쳐 보였다.


"이거, 이중 장부 아냐? 가라 영수증, 실제 영수증, 꼼꼼하게도 모아 뒀네."


그 수첩에는 이녀석들이 집행부로서 해 먹은 내용이 고스란히 있었다.

어른들 흉내 내며 장부를 만든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어때? 니들 장부. 글씨 우리 비웅신 선배랑 집행부들 친필 맞지?”

“으...으으....이걸 어떻게?”


어떻게기는. 방 키를 가진 이신세가 훔쳐왔지.

모두가 자리를 비운 낮에,

비웅신의 신분증을 도용하고 장부를 훔쳐 온다.

절대 털릴 일 없다고 확신하는 곳간은 그만큼 경비가 허술하지.


게다가,


이중장부는 집행부의 회계담당이 항상 휴대하며 작성 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이 거지같은 전통에 발을 담그긴 했었으니까.


“그건 알거 없고, 남은 돈으로 일단 결제 부터 하라고. 크크.”

“웃기지마. 그 수첩이 우리 거란 증거 있어?”


유치한 대답이 돌아 왔다.

머리는 장식이냐.


“이봐. 웅신이....너 필적 감정을 너무 졸로 보는거 아닌가? 크크....”


배달의 기수님들은 재미 있다는 듯이 이 상황을 관전했다.

이 시대에 이런 광경은 보기 힘들 것이니 좋은 구경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무리 빽 중에 경찰 서장이 있다고 해도...이 일은 좀 크잖아. 안그래?"

“니가 그걸 어떻게...?”

"시원하게 사과 하고, 사임 해. 나도 애송이들 인생에 빨간줄 긋는건 뒷맛이 좋지 앟으니까."


엠티의 회비부터, 학회비.

그리고 교수들의 교재부터, 운동용품, 기타 잡비.

강매의 모든것은 집행부로부터 시작해서 교수들까지 이어져 있다.


또한,


이 시절의 경찰은 믿을 수가 없다.

특히나 서장의 빽이 있다면 그건 더더욱 이었다.

조악한 이 수첩으로는 잘해야 븅신같은 잔챙이들 몇이 걸려들 뿐이다.

수사 단계에서 일을 짖뭉개는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어쩔거야??"


나는 비웅신들에게 재차 물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데구르륵-


잔머리와 눈동자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후....아저씨, 여기 얼마 나왔어요?”


비웅신은 굽힐 수 밖에 없었다.

합의가 마무리 되자 배달원이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 폭풍이 시작되려 한다.


“자자, 이제 사임 해야지. 웅신선배. 짧은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크크.....”


눈 앞에서 부정이 까발려 졌다.

당장에 눈앞의 떡고물이 날아갔다.

녀석들이 밥그릇을 빼앗긴 개처럼 으르렁 거린다.


“다구리라도 놓으려고? 함 떠? 크크.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하지만 놈들은 위협만 할 뿐 달려들지 못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 때는 왜 겁을 먹었을까.


“자자. 웅신 선배. 지금 사과 하면 이 수첩 돌려줄게. 어때?”

“이 새끼가 정말....너, 정말 열외 당하고 싶냐?“

“응. 제발 해줘라. 크크....할 수 있으면.”


열외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사실, 이 자리의 대부분은 부정을 모른 척 했을 뿐이지 옳다고 생각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저 자그마한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나 경찰서 가? 지금 갈까?”

“아...아니...”

“그럼 대가리 박고 사임 해.”

"......젠장...."

"아, 그동안 착복한 돈도 모두에게 돌려 주고 말야. 크크."


그 돈들은 다시금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잭과 콩나무에 비견할 만한 아주 유용한 거목의 씨앗이 될 테지.


"알겠다...젠장할...."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 끝에 3학년 집행부는 머리를 숙였다.

그렇게 나는 모두의 뇌리에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MT는 내가 접수 했다.


***


"잘 했어. 신세 선배."

"어휴, 떨려서 뒤질 뻔 했네."


3학년 집행부들은 자신의 방으로 패주했다.

악의 축들이 빠진 MT는 유래 없이 훈훈했다.


그리고 나는 밖의 벤치에서 이신세와 후일담을 나눈다.


"선배, 2학년 민심은 좀 어때?"

"장난아냐! 안그래도 선배들 너무 심하다 싶었는데 니 덕분에 해결 봤다고. 너 진짜 물건이라고!!"

"크크...그래?"


혹시나 싶어 이신세를 통해 여론을 조금 손볼 까 싶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닌가.


"그런데, 재준아, 수첩은 돌려 준거야?"

"크크....그럴리가. 대충 놀려 준 후에 입 싹 닫았지."


손에 쥔 약점을 돌려 줄 이유가 있을까.

세상에는 안지켜도 되는 약속도 있다.


"아, 걱정말라고. 선배 사진은 지웠으니까. 약속대로."

"이 무서운 새.....아니, 후배님 같으니라고...."

"칭찬으로 알지. 크크."


뭐, 지켜줄 수 있는 약속도 있고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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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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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79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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