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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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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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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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작성
24.08.1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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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직속 후배(수정 완)

DUMMY

ㅡ좋아한우ㅡ


대학가 근처에 있는 이 고깃집은 한우를 염가에 파는 것으로 유명한 모양이였다.

간판을 보니 나도 전생의 대학생 시절에 몇 번은 들어본 기억이 났다.


"어서옵셔~~!"


건장한 청년의 기분 좋은 접객인사.

스므살 초반. 고기 잘 구울 것 같은 인상.

그 활기참에 없던 식욕도 생기려했다.

고깃집은 역시 이래야 제맛이지.


"몇 분이서 오셨나요?"

"혼자요."


청년은 내 대답을 듣고는 저기 카운터에 죽때리고 있는 사장의 눈치를 흘긋 보았다.

그리고 사장은 찰나에 내 아래위를 훑어 보았다.

조금 마른듯한 몸.

고기와는 인연이 없는 몸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렇게 사장은 청년의 눈을 외면했다.

매우 자연스럽게.


"아...죄송하지만 저희는 혼자 오신 분은 안 받습니다."

"왜죠?"

"그게...사장님 영업방침 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것은 돌려보내라는 사인 이었나보다.

혼자 온 사람은 손님 아닌가.


"입뺀인가?"

"네 죄송해요..."

"나 고기 먹을건데. 3인분...?그래도 안되나요?"


사장이 저 멀리서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 액션에 알바생이 씨익 웃으며 말 한다.


"편한 자리로 앉아 주세요."

"크크...그러지."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가장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의 대화소리 한 복판으로.


"주문은 어떻게..."

"진갈비살 3인분에 제로콜라."

"제로? 그런건 없는데요?"

"아아. 나도 모르게."


이 시대에는 제로 탄산이 없었다.

그저 정직하고 우직한 설탕 덩어리가 있었을뿐.


"그나저나...너무 잘어울리는데? 선배."

"아오 젠장. 나 꼭 이거 해야하냐?"

"그럼, 먹튀 하려고?"

"끄응....."


고깃집 알바생은 이신세였다.

그리고 이 고깃집은 어머니가 출근했던 바로 그곳이다.

저기 저 싸가지 없는 사장놈이 신명나게 돈을 벌던 터전.


어머니가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장놈에게 전한 그 날 밤,

나는 바로 이신세에게 연락 했다.


*


"크크 오랜만이야 선배."

"인마. 이 오밤중에 선배를 오라가라! 기합 한번 때릴까?"

"기합? 선배 감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한강이 보이는 한국의 베버리 힐즈.

우리는 그곳에서 접선한다.

정확히는 우리 집 주차장이지.


"오우. 재준아! 형이 농담 좀 할 수 있지. 왜 정색이야 무섭게."


이신세가 아양을 떨며 답 했다.

기대하는게 있는 눈치.

나는 트렁크를 열어 그 속을 이신세에게 내 보였다.


"자 이 가방. 가져가."

"뭐야. 이거 프라다 아냐?"

"내용물이 더 중요 하겠지."


녀석이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열기 시작했다.

프라다 원단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냈다.


"오우! 오우! 이건 설마?!"

"알고 있었잖아? 내가 줄거 있다고 부를 때부터."


시퍼런 배추다발들을 확인한 녀석 역시 히딩크처럼 허공에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동명이도 그렇고, 아임 스틸 헝그리의 허동구 감독이 죽여주는 세레모니를 남기기는 했다.


"믿고 있었다고!!!"

"숨넘어가겠어 선배."

"이게 대체 얼마야...난 부자야... 부자라고!"


푼돈에 기뻐하는 이신세를 보니 조금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더 넣었으니까. 용돈 하라구."

"와 미쳤다! 나 이신세, 앞으로도 탁재준 말이라면 무조건 따른다!"

"좋아. 그런 의미에서 나랑 일 하나 하지. 개강도 며칠 남았으니까..."


이신세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스라고 답 했다.


*


"크크....밥값 해야지? 선배."


갑작스럽게 관둔 아주머니를 대신해서 때마침 등장한 아주 건강한 청년.

소로 따지자면 한창 물이 오른 투쁠급 이상의 재목.


사장은 군필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이신세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체력이 약한 아주머니 보다, 오히려 횡재라고 생각 했겠지.

고깃집 시급 2500원. 같은 2500원이면 소처럼 일할 수 있는 이신세가 훨씬 이득이다.


그렇게 이신세는 잠입에 성공한다.


"아 몰라. 저 사장새끼 완전 악랄하다니까? 내가 지 종인줄 알어...나 조만간에 그냥 관둬버릴지도 몰라."

"그럼 선금 먼저 땡긴거 토해낼거야? 그럼 성공보수도 당연히 뎅강 날아가는 거지."


나는 목을 긋는 시늉을하며 혀를 내밀었고 이신세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는 돈이다.


"대한민국 육군 만기전역자가 이정도도 못 견뎌서 되겠어? 이거 실망인데."

"야 말도 마. 저새끼는 군대에서도 체질이었을거야. 악마새끼...."

"그럼. 따블로 주지."


이신세의 흐릿한 눈동자가 다시 총기를 되찾는다.


"아니 내가 돈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여? 나 이러면 섭하다?"

"그럼 전에 말했던 값으로 하든가."

"아니...그건 쫌..."


괜시리 탁자를 닦는 둥 마는 둥.


"그럼 두배로 해."

"진짜지? 어? 딴말 없다?"

"물론이지. 내가 약속 안지키는거 봤어? 이렇게 나오면 나야말로 섭섭해 선배?"


나는 이신세에게 투자금 100배 반환의 약속을 지켰다.

또한 사체과의 실세 자리를 넘기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녀석의 연애 이슈는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다만, 아마도 잘 되지 않았을까.


"에이. 삐지지 마. 이 선배가 무조건 임무 완수한다. 알았지?"

"크크...돈이 좋군. 그럼 믿어본다. 선배."


주문을 받고 주방쪽으로 걸어가던 이신세는 사장놈에게 갈굼을 당하기 시작한다.

표정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보나마나 주문하나 받는데 왜 이리 오래걸리냐 어쩌냐 하겠지.


어머니가 저런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뚜껑이 열릴 것 같았다.


힘내라 선배.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테니까.


대충 고기를 몇 점 먹고 일어난다.

소눈깔 동명이가 생각나는 식사였다.


"저기요~"

"네네 갑니다!"


눈치빠른 이신세가 빠르게 답하며 쪼르륵 달려왔다.

사장은 매의 눈으로 이쪽을 주시 하고 있다.

이신세의 접객에 대해 뭔가 꼬투리를 잡고싶은 눈치다.


"얼마 되지는 않는데...."


그리고 나는 지갑에서 지폐를 뒤적뒤적 꺼내어 가련한 알바생에게 건냈다.


"이거 받고 택시좀 잡아줘요."

"아이고. 맡겨 주십쇼 사장님."


대충 진행사항은 확인했다.

이제는 다른 볼 일을 봐야 한다.


***


시간에 맞춰 준비된,

플레이팅 한번 기가 막힌 회들이 '제발 먹어주십쇼' 하며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다.


음식 앞에 놓고 고사 지내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양반은 언제 오는걸까.


대충 고기라도 몇 점 집어먹고 온 것이 다행이였다.


드르륵ㅡㅡ


"오오. 후배님. 많이 기다렸지? 이거 미안하네."


고보철 이사가 미닫이를 열고 얼굴을 비추었다.

나는 그런 그를 일어나서 맞이한다.


"아닙니다. 선배님. 저도 방금 왔습니다."

"아니기는, 나 30분이나 늦었는데. 회의가 좀 길어져서 어쩔수가 없었어. 후배님이 이해 좀 해줘요?"

"물론입니다. 어서 자리 하시죠."


고급 일식집 이라기엔 뭣하고,

적당한 분위기의 룸 형식 횟집.

이만하면 밀담을 나누기엔 적당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장이 허가 했어. 이제 후배님은 우리 식구야."

"잘 됐네요."

"그래. 그런데 우리도...이런적은 처음이라서 말이지..."


고보철 이사가 회를 한 움큼 집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보수는 따로 지급하지 않고, 활동비 조로 얼마간을 지급 할게. 당연히 우리 소속은 맞고...나중에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되면...상당한 어드벤티지를 약속하지."


놀라울 것 없다. 예상했던 바이다. 그게 인턴이니까.

조금 다를것은 나는 1학년부터 합류 했다는 것.


"재준씨도 솔직히 돈은 별로 관심 없잖아?"


배가 무척 고픈 듯 할말이 많은 듯 입을 바쁘게 움직이는 고이사.


하지만 그것은 내게 답을 요하는 질문은 아니였다. 그저 자신의 본 이야기를 더 이어가기에 앞서 깔아놓은 전채요리일 뿐이다.


"내가 말이야....우리 후뱃님이 왜 이름석자를 우리 회사에 올리고 싶어하나 생각해 봤거든?"


이쯤 되니 나 또한 궁금했다. 뭐라고 말 할까.


"미리 판 짜놓는거 아냐? 인맥 같은게 필요 한거지? 높으신 분들하고."


그때 당시에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그저, 그 편이 더 재미 있을것 같았고 나를 깔봤던 조교나 그 누구들 에게 뭔가를 과시하고 싶었을 뿐이다.


"크크...예리하십니다."

"이야....야망있어~"


하지만 고보철 이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목표가 오히려 구체화 되었다.


스포츠 고고의 뒤에 있는 한국체육부흥공단. 그쪽의 높은 사람들과 연이 닿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더욱 풍성하게 되리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였다.


스포츠 테마파크. 이거 돈 된다.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제 첫 인맥은 고보철 선배님이시겠고요."

"아유. 요 귀여운 후배님을 어쩌지. 눈치 좋아. 이거 내가 줄 잘 서야 하는거 아닌가 몰라?"

"그럴리가요.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는 내게 회를 좀 먹으라는 시늉과 눈치를 보였고,

우리는 얼마동안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그래...그리고 호칭을 좀 정리 하자면..."


배가 찬 고보철 이사가 입을 닦으며 말 했다.

이제 진지해질 때가 온 건인가.


"죄송합니다. 선배님. 제가 경우가 없었습니다."

"아냐아냐. 까마득 하지만 내 후배잖아. 둘이 있을땐 편하게 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고보철 이사. 좀 더 확실하게 말 하자면 스포츠 고고 강북구 영업 본부장.


"그리고...재준씨는 본사 영업 1팀 소속이고...그 다음은 계약서 쓰고 나서, 거기 팀장한테 듣자고. 설명하려니 귀찮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좋아. 딱 부러지네. 어쨌거나 재준이는 내 첫번째 직속 후배야. 잘 해보자고."


고이사는 이 신생 회사에 한강대 출신은 없다고 했다.

죄다 명문대 먹물들 뿐.


"한잔 하지. 후배."

"예. 선배님."


술잔을 비운 고보철.

그는 부모님 빽으로 들어 온 자신은 이 곳에서,

많은 시기와 기싸움에 고립 무원이라는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 놓았다.


"후배님이 열심히 하면, 한강대 이미지도 좋아 질거야.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서, 우리 한강대 지분을 넓혀 보자고. 나도 우리 재준이 바싹 끌어주고. 나 믿지?"


기시감이 들었다.

나를 직속이라며, 우리가 남이냐며 품었던 그들.

결국은 나를 개처럼 부려먹고 삶아먹은 그들.

그들에게 나는 사냥이 끝난 후의 개였다.


"예. 잘 해 보시죠."


이제 사람을 완전히 믿는 일은 없을 것이다.


***


"크크...선배. 얼굴이 반쪽이 됐는걸?"

"후....말도 마라...."


고깃집에서의 하루가 너무도 고된 모양이었다.

이신세의 볼이 홀쭉해졌다.


"니가 준 팁도 뺐겼어. 젠장."


괜시리 땅 바닥을 차며 녀석이 말 했다.


"자기네 가게는 팁을 다같이 나눈다나 뭐라나. 뺏어가더니 마감 칠 때까지 아무 말도 없네. 꿀꺽이지 뭐."

"그 외에는? 별일 없었고?"

"말도 마. 이새끼는 왜이리 남 갈구는걸 좋아하는거지? 그리고, 한순간이라도 쉬는 꼴을 못 보네. 그냥 인간자체가 말종이다. 말종."


이신세의 푸념이 새벽 아스팔트로 내리 깔렸다.


"내가 관두면서 이 새끼 뒤통수 한대 때린다. 어우 화나. 가게 확 망했으면 좋겠다!"

"그 마인드 좋아. 크크....그래서, 내가 시킨건 성과가 좀 있었나?"

"노력 중인데...이게 좀 빡세긴 하다야...그리구...막상 하려니까... 나 잡혀 가는거 아냐? 아니지?"


악덕 업주 몰아내기 작전의 특수 잠입요원 이신세.

녀석이 아니면 누가 하랴.

겁먹은 녀석을 다시 일으켜 줄 마법의 주문이 필요하다.


"세 배."


스러져 가던 두 눈의 불빛이 다시금 타오르는 이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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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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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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