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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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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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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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
글자수 :
97,312

작성
24.08.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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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한강뷰(수정 완)

DUMMY

"크크...신입생 신분으로 홍보대사라...인생 새로 살 만하군..."


가난한 체대생이였던 전생에 비교하면 왕과 거지 정도로 신분이 역전된 것이라 생각한다.

학점관리나 인맥을 위해 선배나 조교에 굽실거리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게다가 스포츠 고고라면 졸업생들이 가고 싶어 안달을 낼 회사 중 하나. 난 그것을 벌써 이뤘다.


지금 이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간다.


"어이쿠. 민망한 길로 들어설 뻔 했구만."


하지만 나는 청량리의 낡은 아파트로 향했다.

홍등이 가득한 집창촌이 내려다 보이는 민망한 본가로.


"다녀왔습니다."

"왔니? 아들."

"오늘 뭐 좋은 일 없었어요?"

"응? 별일 없었는데? 왜 그러니?"

"아니예요. 그냥...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어머니가 쓸쓸하지만 다정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집 안에 화목은 사라진지 오래다.

가난이 들어오면 행복은 도망간다.


그렇게 우리 집은 가난만이 가득했다.


IMF로 회사에서 사직을 당하신 후 작은 사업을 시작하셨다가 망한 아버지.


나름 이름난 기업에 평생을 바치셨지만 회사는 아버지를 지켜주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가 고졸 출신 상급자 였기 때문이다.

눈에 가시였던 아버지는 정리해고 대상 1순위였다.

지금도 아버지는 멀쩡하게 4년제 주간을 나오지 못한걸 한스럽게 여기신다.


또한 월급만 따박따박 받아오신 분이 날선 세상에서 우뚝 서시는 것은 역시 힘들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은행을 비롯한 여러군데서 악귀같은 빚만을 남긴 채로 쓰러졌다.


그 후,


당신께서는 매일아침 일용직 근무를 하러 나가신다.

하지만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그 결과가 덕지덕지 붙은 저 빨간 딱지들이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 조차 깎아내어 내 첫등록금과 방을 얻어 주셨다.


그렇게 나는 학교가 멀지는 않았음에도 나는 분가한 것이다.


그 처절한 행위는,

이 집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일로부터 자유로우라는 부모님의 안간힘이자 내리사랑 이었다.


'크크...신파는 이쯤 하고.'


"냄새 좋은데요?"


늘 먹던 비루한 찌개의 냄새가 좋을리가 없다.

피를 짜내어 내 마지막 뒷바라지를 한 결과다.

그렇기에 이 냄새는 내게 맛있는 냄새여야만 한다.


"아버지는요?"

"아직 안오셨어. 배고프지? 먼저 먹을래?"

"아뇨. 오시면 같이 드시죠."


이 때의 어머니는 아직 젊었다.

아버지 역시 젊었다.

고된 삶이 미래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다지도 늙게 한 것같아 마음이 아팠다.


띵동ㅡㅡ


아버지다.


"오셨어요?"


어버지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 있었고 소주병의 대가리가 비죽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에헤이. 또 술 사오셨어?"

"허허...미안하구나..."


오늘따라 눈물이 핑 돈다.

이 시절 아버지의 연배가 되고나니 나는 더욱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재준이도 한잔할래?"

"아니. 오늘은 일이 있어서 말이죠. 좀 빼겠습니다."

"짜식. 아빠 심심하게."

"그럴 일이 있으니까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아버지."


그렇게 세가족의 단촐한 식사가 시작 되었다.

밑반찬 몇가지.

콩자반 오징어채 김치.

그리고 된장찌개.


"재준아 학교 다니는데 생활비를 못 줘서 미안하구나..."


술잔을 스윽 비운 아버지가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눈물을 훔쳤다.

신파는 딱 질색이다.


"아 그만 좀. 미안한건 나지. 대학 따위는 안가도 됐었는데 바보같이...."

"대학 안나오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

"대학 나와도 사람대접 못받아! 그냥 평생 이용당하는 노예일 뿐이라고!"

"이 녀석이!! 어쨌거나 대학은 무조건 나와야 한다!! 이 애비를 봐!!"


느긋하게 마지막 식사를 즐겨보려 했으나 이제는 안되겠다.

못 참겠다.


탁!


수저를 밥상에 내려놓는다.


"아부지. 어머니. 식사 중지."

"뭐?"

"밥 그만 자시고. 옷 입고 나와요. 같이 갈 곳이 있으니까."


내가 급작스럽게 보채자 어머니가 답 했다.


"가긴 어딜 가. 엄마 일 나가야 해."


식당에서 야간 파트타임 일을 하시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저녁 밥을 차려 주시고는 고생을 하러 나가신다.


"결근 해요."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엄마 짤리면 큰일나. 우리집 사정 알잖니."

"아. 식당같은거 열개도 더 차려줄테니까 빨리 따라와요."


식당 알바생 빵꾸따위야 알 바 없다.

나는 어리둥절한 부모님들의 손목을 잡아 끌어 집 밖으로 향한다.


"타요."

"이...이게 뭐니?"

"뭐긴 뭐예요. 내 차지."


아버지 어머니의 두 눈이 휘둥그래 진다.

아버지의 잔을 거부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음주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까.


"스포츠 고고 알죠? 그걸로 돈 좀 벌었어요. 그리고, 잔소리는 정중히 사양 합니다."

"아이고! 그거 도박 아냐?"

"도박이라니요. 나원참. 국가가 허락한 스포츠 배팅!"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도박. 아니 경마가 있으니 유일한 건 아닌가.


"그게 도박이지 이놈아! 아빠가 도박조심 하라고 몇번을 말 했는데! 주먹! 여자! 도박! 이놈아!"

"아 땄으니 된거지. 잔소리 그만하고 타요 빨리."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 귀에는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조수석과 뒷죄석에서 계속되는 잔소리.

현재의 나와 나이는 비슷해도 역시 엄빠는 엄빠인거다.


"내려요."

"여긴 왜?...."

"왜기는. 우리 집이니까 왔지."


부모님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니?...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크크...말 했잖아요. 스포츠 고고. 그놈의 망할 도박으로 돈 좀 만졌다고."

"......어...어...."


무려 한강이 보이는 고층 아파트.

무려 한강뷰 로얄층.

평생은 인연이 없었어야 할 서울의 베버리 힐스.


"아부지. 스포츠 고고는 건전한 스포츠 관람 문화이자 엔터테인먼트 입니다. 크크...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시죠."


그리고 난. 스포츠 고고의 엠버서더(진) 다.

언제나 스포츠 고고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


"자, 그러니까 이제 엄빠님들은 고생 끝이라. 이말입니다."


은행 빚은 이미 갚았다.

다만 일처리가 늦은 공무원들 때문에 부모님께는 아직 소식이 닿지 않았을 뿐.


그리고 오늘은 새 집의 전 주인이 나간 날이었다.


예정보다 한시간 가량 이른 서프라이즈 였지만 뭔 상관일까.


"어이구 이놈아! 이 돈 있으면 널 위해 써야지..."

"크크...내 이럴까봐 지금까지 비밀로 한거지...아버지. 어차피 명의는 제꺼니까 저를 위해 쓴게 맞아요. 그러니까 신파는 그만 하시죠."

".....고맙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이 어머니를 스쳐갔다. 실감이 나지 않는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마음을 추스린 아버지가 근엄하게 말 했다.


"흠흠! 그래도 도박은 나쁜거야! 다시는 하지말거라."

"예~예~여부가 있겠습니까."


원체 점잖은 성격에 책임감이 강하신분.

엄진근 그 자체.

나라면 어땠을까.

내 자식이 스포츠 배팅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면?

흐음.

어떻긴 뭘 어때. 너무 좋지.


"그런데 그 스포츠 고고라는거 어떻게 하는거니?"

"도박은 나쁜 거라면서요?"

"좀 전 까지는 아버지로서 잔소리 한거고, 지금은 그냥 남자 대 남자로. 짜식. 진짜 큰일 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난 아버지의 웃음을 거의 20년만에 본 셈이다.

회귀하길 정말 잘 했다.


"크크...베팅은 간단해요. 그런데 이젠 큰돈은 못겁니다. 법을 곧 바꿀 거거든요. 그러니...그냥 재미로 하세요. 스포츠를 더 재밌게. 아시죠?"


상한액을 곧 정해버릴테니 이제는 스포츠 고고로 인생역전 루트는 막혔다.


"아깝네..."

"하지마요. 당신."


아버지가 입맛을 쩝 다셨다.

어머니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버지도 싹수가 보인다.


"아쉬운가봐요?"

"아쉽기는 요녀석아. 그런데, 곧 바꾼다니 그건 무슨 소리니? 떠도는 소문 같은거니?"

"아뇨. 직접 들은 겁니다."

"직접?"

"저 거기 직원 됐습니다. 거의."


고보철 이사의 제안을 사장이 거부할 리가 없다. 거의.

아버지가 놀라 반문했다.


"갑자기? 학교는? 관두고? 내가 대학 나와야 사람 취급 받는댔지?!"

"그럴리가요. 학교 다니면서 회사 홍보를 같이 할 것같아요."

"거기 공기업 뭐 그런거니?"


아버지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아빠의 치아가 이렇게 건치인 줄은 몰랐다.


"네. 뭐 비슷한거죠."


사실은 국민체육부흥공단의 수탁을 받은 수탁업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나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했다. 공기업인 채로 놔두자.


"그리고...아버지 어머니도 이제 힘든 일은 그만 하시죠."

"아니야. 아빠 체면이 있지. 이만큼 신세졌으면 됐다. 아빠가 돈 벌어서 너 뒷바라지 해야지. 다른 부모들 처럼..."

"아버지.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보다 저 돈 많아요. 훨씬. 그러니까 일 그만 나가세요. 제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부모마음이 어디 그러기 쉽겠나.

머뭇거리는 당신들을 위해 제안을 하나 한다.


"좋아요. 그럼 제가 뭐라도 하나 차릴게요. 거기 맡아서 경영 해주세요. 월급도 따박따박 드리죠."

"....."

"아 깝깝하네. 아들 덕 본다고 생각 하세요. 지금까지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요."

"그래도...."

"어른이 주면 그냥 받으라 하셨죠? 아들이 주는것도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


그날 어머니는 바로 식당일을 그만 두셨다.

다른 직원을 구할 때까지 일을 봐 주는 것이 상도덕 이었지만,

어머니가 사장에게 갑질을 당하는 것을 알고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출근을 막았다.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어휴 내가 그동안 꾹꾹 참느라 홧병이...."

"워워. 아버지 지금은 고정 하시죠. 술기운에 괜히 사고 치실라."


어머니가 당한 수모에 나 역시 주먹이 울었지만.

그렇다고 달려가 가게를 부숴버릴 수도 없다.


"다 같이 가서 진상이나 한번 부릴까요 아부지?"

"흐음....그것도 재밌긴 하겠군...."


하지만 진상짓은 복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했다.


"아, 어머니. 그 식당 위치가 혹시 공릉대학교 근처 아니였나요?"

"응. 그랬지 아들."

"그렇단 말이죠??"


머리를 스쳐가는 깜찍한 복수방안.

적절한 위치를 방금 발견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크크....


"어머 얘좀봐,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 무섭게 웃는거야?"

"아. 아니예요. 다같이 가족외식가서 그 사장 놀려줄 생각에 신이나서요."


거짓말은 아니다.

분명 진상짓도 하긴 할 거니까.

그보다,


"아부지. 저도 술 한잔 주십쇼."

"그래. 우리 아들 술 한잔 주지."


부자간의 정겨운 술자리. 오랜만이다.


"어머, 나는 왜 빼?섭섭하게."

"응? 원래 술 안드시잖아요."

"오늘 같은 날에는 마셔 줘야지. 아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경제적 여유는 어머니 조차 건배하게 만들었다.


"크크...오래 살고 볼 일이네...."

"넌 무슨 말을 아저씨 처럼 하니~?"

"그러게요."


어머니가 술을 한잔 하신다.

온 가족간의 즐거운 술자리는 태어나서 처음이였다.

저번 생에서는 없던 이벤트.


그래, 사람은 행복하려고 사는거 아니겠냐.

아파트의 발코니로 한강의 야경이 멋지게 드러난다.


다리위의 불 빛도, 오가는 차들의 테일램프도.

모든것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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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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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0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2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6 16 12쪽
12 재회 24.08.13 967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4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6 24 12쪽
»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5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2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8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8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2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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