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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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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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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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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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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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DUMMY

"이게 참말이여?"


손에 쥔 A4용지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며 동명이 말했다.


"왜? 불법일까봐?"

"아니, 이게 말이 되는겨? 10배? 니가 무슨 수로 이러능겨?"

"크크...그래서 투자 할래, 말래? 너부터 답 해봐."


내 질문에 녀석은 소같은 눈깔을 잠시 닫았다.


"으음....."

"강요는 하지 않겠어. 그런데, 너 근시일 내에 돈이 필요하게 될거야. 많이."

"푸하하. 돈은 항상 필요하지 이놈아. 근디, 니가 헛소리 할 놈은 아닌데...."

"잡설은 그만 하고. 여윳돈 있으면 계약서 작성 해. 넌 특별히 100배로 갚지."


곁에서 이모습을 지켜보던 이신세는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사기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켁켁---


나와 동명을 번갈아 보던 이신세가 다급히 물을 마시며 사레를 진정 시킨다.


"크....크으.....재준아. 그게 뭔 말이야. 100배라니?"


상식적으로 생각 해 봤을때 이는 분명 사기이다.


"아아, 선배도 투자 한번 해 볼래? 선배도 100배 적용해 주지."

"아니, 대체 무슨 사업인데? 이게 뭐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사업?"


이신세가 다급하게 서류를 빼앗아 읽었다.


"크크...어때?"


어떠나 마나 별 내용이 없다.

사업계획서도 없이, 그저 단 한장.

그 한장마저 요약하면.


투자자 (갑)은 스포츠엔터네인먼트의 대행을 하는 (을)에게 금 ( )원정을 투자 하며, (을) 은 (갑)에게 2002년 2학기 개강총회 까지 금 ( )원정의 10배의 수입을 보장한다. 또한 이 투자계약서는 (을)이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지 못할 시 법정 최고 금리로 원금을 상환하는 차용의 계약을 겸한다.


그럴싸 하게 포장 했지만, 결국은 돈 꿔달라는 이야기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좀 있어보이는게 낫지.


"야.....재준아. 너 설마 한탕 하고 튀려고? 어?"

"이야.....선배, 건방진듯 하면서도...질문이 아주 날카로워요? 크크...."

"뭐?...아까 니 휴학 워쩌고 할 때 알아 봤어야 했는디....."


동명 역시 냉수를 벌컥 들이키고 실망한 듯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 착찹한 목소리의 이면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분명 숨어 있었다.


"농담이다. 자식아. 길게 말 할 거 없고, 할거야 말거야?"

"당연 안하지 이놈아. 미친거가?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하든가."


자세한 설명을 하면 이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설명 하기는 귀찮고....신세 선배는 어쩔 건데?"


이신세는 괜시리 천장과 뚝배기를 번갈아 보았다.

이건 분명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린다.

괜시리 침만 꿀꺽꿀꺽 삼킨다.


"아아.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나 시간 끄는거 싫은데."


내가 그동안 보여줬던 미쳐버린 폼.

상식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또라이.


하지만 그 하늘같던 선배를 담가버린 저력.

아무리 봐도 헛소리를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약을 잘 쳐 놨지.


"안할거면, 나 간다?"

"잠깐!!!"


드디어 이신세가 입을 열었다.


"계약서 줘."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예약서를 요구 했다.


"어차피 너 덕에 돌려받은 돈. 그거 한번 박아보지 뭐."

"크크....잘 생각 했어."


예상대로 굴러간다. 최소한 30퍼센트.

4학년과 전 집행부를 제외한 제적인원의 30퍼센트는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돌려받은 돈은 꽁돈에 가까울 것이고,

대부분은 어차피 즐거운 신입생 생활을 위한 유흥비용으로 나갈 것이다.


그럴 바에는 10배라는 달콤한 꿈을 믿어 보는게 낫다고 생각할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전생에서의 하청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삼모사.


예산을 낮게 불렀다가, 다시 높게 불러주면 그 차액을 세이브 하는 곳은 없었다.


마치 의도치 않은 공돈이라도 생긴 양, 어딘가로든 배출한다.

더욱 굳건한 유대관계를 위한 접대비용이라든지 말이다.


"그럼, 이 계획도 선배가 맡아줘. 아쉽지만 별수 없지."

"흐흐흐. 그래 맡겨봐. 나도 100배 맞지?"


이신세는 신이났다. 벌써 어깨춤을 추고 있잖아.


또한 30퍼센트의 근거는 하나 더 있었다.

멀쩡한 사람이 도락을 접했을 때 수락할 비율.

그것이 30퍼센트다. 이건 통계이자 팩트.


"물론이지. 내가 돌아올 때 까지 투자계약서랑, 돈 모아놔."

"흐흐....그래 알겠어. 니 말대로 100배가 터지면 그게 얼마야....나중에 딴말 하기 없기다?"


나는 준비해온 투자 계약서 뭉치를 탁자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이신세에게 넘기려는 순간.


"잠깐."


동명이 내 손목을 잡았다.


"재주이 실망이네."

"뭐가."

"어떻게 니 일을 따른 사람한테 맞기노?"


이신세와 김동명이 손을 잡고 웃었다.


"크크크....진작 그럴 것이지. 기왕 이렇게 된거 둘이서 열심히 해 봐."


그동안 둘사이에 품고 있던 악감정도 100배라는 꿀 앞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럼, 언제 돌아 올건데?"

"꽃피는 5월. 그쯤."

"와...대답 센스 뭐냐. 교수님인줄...."

"미안하군."


나는 돌아올 것이다. 약속의 그날에.


***


꽃이 한가득 피었다.

천적지 주변에는 분홍색 꽃들이 풍성하게 자리했고,

조경목의 잎들은 짙은 초록을 띄며 흔들리고 있었다.

지천이 5월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야야, 그거 거기 놓으면 안되지!"

"예, 신세 선배."

"짜식. 오늘도 잘 해 보자고."


부서지는 햇살은 대운동장으로 떨어지고 그 위로는 천막이 하나 둘 세워진다.

주류 회사들로부터 임대받은 냉장고에는 술들이 가득 차 있고,

여기저기에서 식재료를 분주히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축제의 시작이다.


"근데, 신세선배. 재주이 연락 됩니꺼?"

"재준이새끼 지 편할 때만 연락 하잖아. 짜식이 싸가지가 없어. 쯥."

"선배, 이렇게 막말한거 고대로 전해볼깝쇼?"

"어휴, 내가 답답해서 그러지. 답답해서!! 큼!"


꽃피는 5월. 약속의 때가 조금 지났다.

하지만 탁재준은 소식이 뜨믄뜨믄 했다.


"뭐, 돈은 어차피 여기 있으니 걱정은 없지만....."

"더 기다려 보죠. 애가 거짓부럴 씨부릴 아도 아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주점은 하나둘 완성되고, 날은 저문다.

몇몇의 유명 가수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이른 여름의 더위가 선선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국문과 주점 입니다~!!한잔 빨고 가세요!!!"

"가정교육과 주점 입니다~!! 서비스 드릴게요!! 들렀다 가세요~!!!"


여기 저기서 호객을 시작한다.

푸릇한 젊음의 특권. 호객 행위조차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야, 동명아. 왜 우리 주점은 왜 이렇게 한산하냐."

"그러게 말임다. 저기 쟤들은 저렇게 붐비는디....."


둘러보면 사체과 주점은 한산했다.

그리고 칙칙했다.


"애들 호객 제대로 하고 있는거 맞냐?"

"어휴, 꽃미남이 여기 있어서 그렇쥬. 그러게 호객은 내가 간다니께....."

"후우....그건 아닌 듯한데....."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찡그린다.

이대로는 안될 듯 싶었다.


"후발대 언제 온대? 이거 우리 둘이 적적하게 있으니까 손님이 더 안오는 것 같은데?"


일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분위기가 어두워서 안되겠다.

후발대들이 빨리와서, 테이블이라도 채워 줬으면 싶다.

내돈내산이 될 지라도 말이지.


"야, 동명아. 저기 손님 왔다."


둘이 만담을 주고 받는 사이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 하나가 자리한 모양이다.

뭔가 느낌이 쎄 했다.

설마 옆 주막에서 자객이라도 보낸 것인가.


"뭐로 드릴까요?"


동명이 다가가자 남자가 모자를 벗었다.


"잘들 지냈냐?"


드러난 얼굴은 재준이었다.


"임마, 니 너무한거 아이가! 연락은 왜 이렇게 했다 말났다 하는겨?!"

"그게 그렇게 됐다. 이거 좀 힘들군."


나는 파란색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를 한잔 때려 넣었다.

속이 찌르르 한 것이, 오랜만에 사는 맛을 느껴본다.


"너 대체 뭘 하고 댕긴겨? 어? 살은 또 왜이리 빠진겨? 어?"


동명이 다급하게 채근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아꼈다.

이 푸릇푸릇한 축제의 분위기가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잠까안!!"


이신세가 후다닥 달려와 파전 한판을 내려 놓았다.


"나 없는 동안 얘기 끝난거 아니지?"

"크크....그럴리가. 잘 먹을게 선배."


나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파전에 젓가락을 가져간다.

그 순간 보이는 새우와 홍합. 그득한 오징어.


"우윽....."

"뭐여, 왜그러는겨?"

"왜 그래 재준아!!"


해산물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밀려온 거부반응.


"아....파전이라고 했을텐데?"

"섭섭하게 어떻게 풀때기만 넣냐? 있는 해물 다 때려 박았지."

"후우....."


젓가락을 놓은 채로 다시금 소주를 한잔 마신다.


"맛 없어? 됐고, 빨리 말 해보라니?!! 뜸 그만 들이고!!"

"돈 좀 벌고 왔다. 배 좀 탔어."

"뭔 소리여 이놈아. 배 라니!!"


동명과 신세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반문했다.


'아? 그래서 연락이 불규칙 했구나. 뒤질뻔 했네?' 하고 간단히 믿을 일은 아니니까.


지난 몇달. 나는 새우잡이 배를 탔다.

시급 2300원. 노가다 일당 6만원.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노동의 대가는 너무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배를 타는 것을 택했다.

자금을 최대한 조달하기 위해.


"크크....좋은 경험 이었다. 한번은 뒤져본 나한테도 버거운....극한이었어."


선상 생활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자신의 몫을 늘이기 위해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악마들이 즐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비교적 고임금과, 극도로 힘든 노동의 순간이 계속 되었을 뿐.


거기에 오징어가 제일 싸다며 오징어만 먹였다.

오징어 물회 오징어 초밥 오징어 숙회.

이 시대에 오징어는 금징어가 아니라 똥징어였으니까.


"아니, 대체 왜 그렇게 힘든 일 까지 한거야. 어? 말도 안 하고."

"섭섭했냐? 크크.....종자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으니까."

"어휴....난 당췌 모르겠다. 니가 뭘 꾸미는지...."


이신세와 동명은 뜬금없이 마도로스 체험을 하고 온 나를 의뭉스럽게 쳐다 보았다.


"아, 그렇지. 너 여자친구. 그...혜정이. 맨날 우리학교 찾아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그래?"

"헤어진거야? 성깔 장난 아니더만...어휴..."

"그렇지. 이유는 묻지 말고."


배를 타기 전 나는 혜정이를 만나 과거를 정리했다.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지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 오빠는 못참는다. 망할년.


"쩝...."

"그보다, 맡긴 일은 어떻게 되었지?"


나는 다시금 술을 따르며 물었다.

술기운이 도니 안주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해물 가득한 파전을 한가득 입에 넣고 씹었다.

상당히 익숙한 풍미가 퍼진다. 우윽.


"야, 우리 정말 열심히 일 했다. 제적인원의 35퍼센트. 예상보다 더 높지?"

"네 인상이 정말 강했더라고. 믿져야 본전이라고, 10배에 혹 하더라."


예상 대로다.

거기에 30퍼센트를 예상 했는데, 그보다 높다. 나쁘지 않았다.

사기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사기 피해자들을 비웃어서는 안될 것이다.


"좋아, 총 금액은 얼만데?"


대충 200명중 35퍼센트. 70명.

700만원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 했다.


"1400만원이야. 어때? 만족 스러워?"

"크크.....이 미친놈들...대체 뭘 믿고."


대박이다. 예상을 충분히 웃돈다.

역시 도파민의 민족 답다.


"말 했잖아. 니 이미지가 워낙 강렬 했었어야지. 우리가 워낙 열심히 꼬시기도 했고. 우리 사기치는거 아니냐고 조교한테 끌려가기도 했었어. 여기까지는 알지?"


이신세와 도명은 조교에게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미풍양속을 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나?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자기도 한장 쓰고 싶다고 하더라고?"


흠.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고 또한 이미 휴학을 했기에 터치하기엔 곤란하겠지.

차라리 본인이 계약의 당사자가 되어서, 내가 넘어지기를 기대하겠다 이말인가.


"아무튼, 조교 건은 어떻게 할지 네가 결정 해. 받아는 놨어."

"상관 없어. 그 편이 나중에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오징어를 질겅거리며 배에서 일한 삯 700만원.

거기에 투자금 총액 1400만원을 더한다.

2100만원.

그리고, 환불받은 등록금 200만원 가량.


돈을 좀 더 만들어야 한다.

원기옥이 모자라다.


"방이라도 빼야 겠군...크크...."


탁재준 현 자산 2300만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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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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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8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79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7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1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1 30 13쪽
»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6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0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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