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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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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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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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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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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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니가 왜 거기서 나와

DUMMY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들어선다.

그러자 들려온 중후한 목소리.


"어서오게."


그 인상적인 목소리에 나는 약간의 호감을 느낀다.


널찍한 사장실에 걸맞은 커다란 책상.

그 원목 덩어리의 뒤로, 검은 의자의 등받이가 보였다.


저 뒤에 앉은 인물은 사장 도경영.

분야를 막론하고, 손을 댄 회사는 무조건 금덩이로 만들어낸 전문 경영인.


그는 마이더스의 손 이라 불리운다고 했다.


"예. 사장님. 이쪽이 특별 채용된 홍보사원 탁재준 입니다."


홍보사원. 나는 그렇게 불리우고 있었나.

사실 대사나 사원이나 뭐가 중요한가.

이런 스므살짜리 애송이를 대사라 부르는게 더 웃긴 일이다.


"그렇군. 편하게 앉지."


도경영 사장이 앉은 의자가 회전하였고,

나와 고이사는 드디어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사장실 안을 은은하게 비추던 햇살이 그의 후광이 되었다.


'오오...분위기가 제법...'


50을 가뿐히 넘겼지만 흰머리가 성성한 스포츠머리.

부리부리한 안광. 이지적인 금테 안경.

모아이 상과 같은 우직한 코.

굳게 다문 입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조금 쫄리는군.


"탁재준, 자네가 날 보자고 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래....내 대충 이야기는 들었네."


도경영 사장이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 이야기 해 보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 가지."

"예. 사장님. 들으셨다시피, 저를 이 회사의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십시오."

"이유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시금 강조한다.

최대한 포장해서 말이다.

이미지를 지금 만들어 놓아야 앞길이 편하다.


"저는 홍보사원으로서 스포츠 고고의 3분기 매출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잠깐."


사장이 자세를 고치며 내 말을 끊었다.

이제 시작인데. 조금 민망하군. 쯥.


"엄밀히 말하면, 자네는 홍보사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 했다기 보다 우리에게 자네의 스토리를 양도 했다고 해야지. 안그런가? 우린 그 이야기를 이용해서 매출 신장을 이룬 셈이고. 안 그런가?"


그야말로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옳은 말 했으니 좀 더 들어본다.


따지고 보면, 원했든 원치 않았든,

내가 한 일은 부채같은 판촉물 따위나 나눠준 것이니까.

아직 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네에게 활동비 조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했네. 사실, 우린 자네의 이야기를...자네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었어."


그 역시 맞는 말이다. 당첨자 인터뷰 따위는 익명으로 내면 그만이였으니까. 적중금의 액수를 적당하게 낮추어 흘린것은 오히려 내게 좋은 일이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것을 고보철 이사에게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똥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기 위해.


"그걸...우리 고보철이사가 잘 흥정했지. 결국 적중금의 지급에 말미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야."


나는 고보철 이사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고이사가 씨익 웃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휘둘렀다 생각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윈윈 게임을 한 셈이지. 자네의 동의를 전제로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갑작스럽게 모두와 같은 정직원을 요구 한다면....상당한 무리가 올 것이라 생각된다네."

"예. 아무래도 여타 직원들의 불만이나...질서 유지에 문제가 생기겠죠."

"흐음...잘 알고 있구만."


굴러온 돌이 어느 순간 비집고, 박혀 버린다.

그것도 자신들 처럼 명문대 생도 아니고,

다른 회사에서의 경력도 없는 스므살 짜리가.


이를 반긴다면 정상이 아니다.

이 점에 이의는 없다.


"예.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금 질문했고,

도경영 사장은 피식 웃었다.

어린 놈이 당차군, 아니면, 애송이가 건방지군,

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해 보게."

"사장님께서는 스포츠 고고의 시장 한계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내 질문이 끝나자, 그의 눈은 의심을 거두었다.

의외의 질문이지만 도경영 사장은 그 의외성에 호감을 느낀 듯 했다.


"그건 재준씨가 답 해 보지. 기대되는군."


도경영은 이 질문을 즐기고 있음이 확실했다.


"저는 7조 규모까지 봅니다."

"뭐? 7조? 크하하. 이 친구 이거...."


그가 박장대소한다. 마치 실소와도 같은 웃음.


"7조라...크흐흐..."


도경영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수습하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생각에도 7조라는 규모는, 이 시대 기준으로는 말도 안되는 액수라고 생각한다.


"자네, 올해 우리 회사가 만질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알고 있나? 4분기 실적이 아주 좋다고 가정하고 말이야."

"100억 규모 흑자 예상 합니다."

"그런데 7조? 근거가 뭔가?"


도경영 사장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사실 근거따위 알게 뭐냐.

난 그저 죽기전의 전생에서 그 기사를 봤을 뿐이다.

하지만 할 말은 있다.


"제가 한가지 조사를 해 봤습니다."


거짓이 아니다.

실험이라기엔 뭣 하지만 말이다.


"그것은, 한 번이라도 스포츠 고고의 적중을 맛본 사람이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주제 였습니다."

"그걸 자발적으로 실행 했다고?"

"예. 주먹구구식이라 완벽하게 데이터를 정리 하지는 못했지만...."


나와의 계약으로 이득을 본 녀석들 중 대부분은,

스포츠 고고를 하게 되었다.

그것이 간헐적이든 빈번하든 말이다.


나는 그럴싸하게 정리한 차트를 꺼내어 사장에게 건낸다.


"보시다 시피 대충 70퍼센트 입니다."

"흐음...이걸 자네가 했다고? 놀랍구만."


70퍼센트의 확률을 앞으로의 주 고객이 될 청년층의 인구수에 대입한다.

정확히는 출범 후 현재까지 청년층의 유입 표본에.

거기에,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기대 재진입률.


놀랍게도 20년 후 2024년에는 7조라는 계산이 나온다. 대충 계산기를 때려 봤는데 결과 값이 같다. 선무당이 된 기분이다.


"주먹구구 식이지만....내 생각과 같아....재밌군.."


김복동은 내가 건낸 자료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가 크게 웃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갓 성인이된 애송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

하지만 그 이유는 그의 얼굴과 입에 집중하고 있는 나만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회사가 최단기간으로, 7조 규모로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 합니다. 제가 그 변화에 처음으로 몸을 던지겠습니다. "

"자네가 어떻게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저는 이미 고보철 이사의 라인입니다. 이미 삐딱선을 탔다는 이야기죠."


고보철 이사가 초조한 듯 엉덩이를 들썩 거렸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겁도 없이 사장에게 아무말이나 던지는 애송이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고이사가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눈치를 주었다.


"갈수록 흥미 있는 말을 하는군. 계속해 보게나."


하지만, 도사장의 긍정적인 반응에 고이사의 엉덩이가 다시 소파에 붙었다. 안심한 모양이다. 작은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저는 이미 삐딱선을 탔기에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사실, 이런 독점 구조에 머리가 클 대로 큰 구성원들을 마음껏 부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기세가 올랐다. 밀어 붙인다.


"뭘 시도 하려고 하기만 하면, 갖은 이유를 들어 현상을 유지하려 하겠죠. 국민체육부흥회가 갈수록 많은 실적을 요구할 텐데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도회장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답 했다.


"단순히 넘겨 짚은 건지는 모르지만....정답일세."


빙고. 이제 다 왔다. 고지가 코앞이다.


"이런데도 절 안쓰실 겁니까? 이 회사의 목표를 이토록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곁에 앉은 고보철 이사가 쭈그리 처럼 눈치를 본다.


"여기 고 이사님과, 저, 스포츠 고고의 외인구단. 컨셉 확실 하잖아요."


조금 정정된 내 어필에 고보철이 다시 어깨를 핀다.

그리고 도사장이 답 했다.


"좋아. 그렇다면....자네는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은가? 대답을 한번 들어보지. 그리고, 대답이 내 마음에 든다면, 내 자네에게 유래없는 고속 승진 길을 열어 주겠네."


올 것이 왔다. 달리는거야.


"일단 슬로건 부터 다시 만드시죠."


이미지 쇄신의 기본은 대중의 태도를 바꾸는 것.

잘 만들어진 슬로건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하하, 이것 참. 볼수록 제법이란 말야. 그래, 어디 한번 읊어 보자고."

"스포츠를 더 재미있게. 스포츠 고고. 자, 달려 보자고!"


나이 40. 불혹의 나이.

하지만 나는 최대한 생기있게 외쳤다.


"........"


이상하다. 이게 안먹힌다고?


분명 과거에서는 먹혔었는데.

나 조차 알고 있는 슬로건이면,

모두에게 먹힌 슬로건이다, 이말이야.


"뭐야 이거..."


도경영 사장이 인상을 쓰며 말 끝을 흐렸다.


진짜 안먹힌다고?


"너무 좋아....당장 진행시켜!!!"


도경연 사장은 뽕맞은 눈으로 외쳤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고이사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도경영 사장과의 담판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아이뻐 의원의 이사장으로서 접대자리에 참석했다.


분위기 있는 조명.

그 밑의 거울에 비친 모습이 좀 잘생겨 보였다.

이것이 영앤리치인가.


역시 화장실 거울은 최고다.


"이걸 그만 빠져...말어...."


접대라면 이골이 나 있다.

전생에서 매일 하던 일이 높으신 양반들 모시고 이리저리 다니며 뽀찌 찔러주던 일 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호불호를 따지자면 명백히 불호.


"귀찮네 정말..."


하지만 오늘은 스포츠고고의 라인을 타는 계획에 성공한 날. 기분좋게 꽁술이나 얻어 마시려 했는데.

역시나 접대 자리는 별로다.


쏴아아ㅡㅡㅡ

철벅철벅ㅡㅡㅡ


대충 손을 씻고 돌아선다.


"이사장님,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허허."


깜짝이야.


"하....팀장님 뭘 여기까지 쫒아 오세요. 민망하게."

"민망 하긴요~우리 이사장님 힘드신데 당연 제가 챙겨 드려야죠. 허허."


그리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숙취해소제의 모가지를 비틀었다.


까득ㅡㅡ


도경영 사장과 비슷한 연배.

하지만 까맣게 염색한 파마머리.

학습된 웃음.


그는 나의 병원에 제품을 납품하는 제약사의 팀장.


"자자. 요거 한모금 쭉 드십시다. 이사장님"

"하하. 이것 참. 알겠습니다. 이리 주세요."


나는 그의 모습에 내 전생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누구는 같은 나이에 사장직함.

누구는 풍전등화의 팀장.


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이 자리에 조금 더 남기로 한다. 손을 뻗어 그가 내민 작은 병을 받아들었다.


"이거 효과가 아주 좋답디다? 허허."

"에이. 난 뭐 이런 숙취 해소제 효과 잘 모르겠더라."


꿀꺽 꿀꺽ㅡㅡ


내가 병을 비우자 마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요게 안 통하면 특효약이 있죠. 허허."

"그게 뭔데요?"

"일단 다시 룸으로 가시죠. 허허."


그의 눈가에 가득한 잔주름은 역시나 날 약하게 만든다.


어쨌거나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


"아, 진짜. 내가 필요 없다고 했죠?"

"에이. 이사장님...좋으시면서 왜 이러실까. 허허."


다시 찾은 룸.


"나이도 한창이신데, 제가 눈치가 있죠. 허허."


팀장은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 했다.


"다들 재밌게 노시는데, 우리 이사장님만 외롭게 계셔서 되겠습니까. 허허허."


병원장을 비롯한 의느님 몇명.

그들은 모두 파트너를 끼고 무산지몽의 일보직전에 이르고 었다. 후끈하게.


"이봐요. 팀장님. 난 한번 싫다면, 진짜 싫은 사람이예요. 당장 인터폰 들고, 저는 필요 없다고 하세요."

"에이, 그짓말. 허허. 일단 한번 보세요. 이쪽 업계에서 정말 드믄 아이라고 합디다."

"아, 진짜. 나 욕 합니다? 예? 드믄이고 나발이고! 어!"


이제는, 제약팀장의 짠한 눈웃음도 나를 말릴 수 없다.


"어?!"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당황한 내 모습에 팀장은 다시 능글맞은 미소를 띤다.


"거 봐요. 이사장님. 제가 뭐랬습니까? 허허."

"와....장난하나. 미친...."

"예? 어...어...죄송합니다. 제가 이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하하...어이가 없네..."


내 눈 앞에 나타난 접객원.

그 여자는 내 전 처의 젊은시절 이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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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79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1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6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0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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