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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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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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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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DUMMY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다.

어느덧 배 위에서 겪였던 고된 추억도 희미해져 갔고,

군대 똥국만큼이나 물렸던 오징어에 대한 혐오도 잊혀져 갔다.


그동안 나는 혼신의 힘을 다 해 총알을 모았다.

교재나 교구 등등 돈 될만한 모든것을 처분했고,

방 보증금까지 털어 버렸다.


투자금에 새우잡이 배를타서 번돈, 환불받은 등록금을 합쳐2300만원.

거기에 보증금 200만원. 기타 처분 50만원.

총 2550만원.


그것은 그야말로 영끌 그 자체였다.


방학을 핑계로 귀가한 본가에는,

역병이 걸린듯이 시뻘건 딱지가 덕지 덕지 붙어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

누가 말 한적이 있는 이 거지같은 동네의 아파트라도 팔아 빚을 해결하고,

더욱 비루한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였다.

이를테면 판자촌, 그 어디쯤으로.


젠장할. 이제 곧이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런 나의 괴로움을 모른척 하며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전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이 한일공동으로 개최 되었다.

그 당시의 우리는 모두가 붉은 악마였고 모두가 12번째 선수였다.


그야말로 좋을 때 였다.


밤낮으로 활기가 넘쳤고, 하루종일 사람들은 축구 이야기만 했다.

빨간색 옷은 없어서 팔 수 없을 지경이 되었고,

축구가 하는 날이면 층간 소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2003년 4월 즈음의 산부인과는 미어 터질 것이 분명했다.


아 응애예요.


콧털을 익살스럽게 기른 흥춘이 아저씨는 연일 TV에 얼굴을비췄고

테리우스 안정훈은 남자 화장품 씨에프를 찍는다.


부폰조차 얼려버린 설기환의 삑사리 골.

말디니의 뒤통수에 싸커킥을 날려버린 한국의 혀컴 이만수.

콧대가 나갔지만 투혼을 보여준 태극가면 김태영.

도쿄대첩의 영웅 이문성.

레전드 해버지 박재성.

진공청소기 시발남아 김북일.

아직도 배고픈 감독 하동구.


천신만고 끝에 목표인 16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해 버린 대한민국.

2002년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시기였다.


그리고 그 열기가 휘몰아 친 후,

02학번의 2학기가 시작 되려 한다.

그리고.

나는 성공 했다. 당연하게도.


***


부웅----


커다란 삼각별.

백의의 민족다운 순백의 페인트.

파리조차 미끄러질 듯한 매끄러운 보디.


이 시절의 벤츠는 지금과 같은 강남 소나타가 아니었다.

그야 말로 부자의 상징 .그 자체였다.


캠퍼스를 걷고 있는 모두는 그 새하얀 탈것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배에 기름이 가득찬 대학총장 정도는 되어야 탈 만한 세단.

그것이 사체과 1호관으로 향한다.


"젠장할....너무 귀찮군."


벤츠에서 내린 앳된 청년이 투덜거리며 조교실로 향한다.


***


끼익---


"이봐 ,조교."

"타...탁재준?"

"복학 하러 왔습니다만? 선배."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조교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삼각별이 크게 장식된 차키를 책상 위에 툭 하고 내려 놓았다.


"크크....이제 누가 거지지?"

".......뭐 하자는 거지?"

"말 했었잖아. 나보고 거지 동네 산다며?"


나는 그날의 수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유치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조교녀석에게는 티를 내고 싶었다.

나는 애써 감정의 동요를 숨기는 조교를 바라 보았다.


"기억 안나? "

"...니 주제에 어떻게 벤츠를..."


조교는 결국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타인을 깔보는 야비함을 숨긴 녀석은,

그것을 표현 하지 않고는 못배겼다.


"어떻게가 중요한가? 곧 학적부도 수정해야 할 테니까 기대 하라고."

"......"


그리고 나는 조용히 두꺼운 봉투 하나를 꺼내어 책상에 툭 던졌다.


"자, 이건 약속한 돈이야."

"돈? 설마...."

"그래. 조교도 내게 투자 했더라고? 그것도 상당한 액수를 말야."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받아 두라고."

"어이가 없네. 대체 어떻게 번 거지? 너 따위 거지가....조용히 내 꼬봉짓이나 해야 했을 새끼가..."

"투자가 잘 되서 말이지...."

".....젠장....."


조교는 괜시리 안경을 고쳐 쓰며 신경질을 부렸다.


"왜? 내가 실패하고 어디로 도주라도 했길 바라나? 아니면, 사기라도 쳤기를 바라는 건가?"

"....."

"조금 더 챙겨 뒀으니까. 용돈 쓰고."


정곡이었다. 조교는 자존심이 상했음에도 아무런 반문을 하지 못했다.


"그럼 복학 처리좀 부탁 하지. 조교선배."

"......."


그리고 나는 조교로부터 계약서이자 차용증을 건내받는다.


부욱ㅡㅡ


시원하게 반으로 갈려버린 계약서.

손맛이 기가 막혔다.


***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친구입니다."


병원은 언제나 싫다.

차가움이 물씬 느껴지는 청결한 바닥과 벽,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요오드 냄새.

불쾌한 느낌이 공중에 온통 떠다닌다. 병을 고치러 들렀다 병이 옮을것 같은 느낌.


"친구요?"

"네. 안되나요?"

"아...아뇨...그런게 아니라..."


원무과 접수직원이 조금 당황한 티를 내며 말을 얼버 무렸다.

이해한다.

친구랍시고 나타나 이런 거액을 선뜻 내 주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나.

신기할 테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을 것이다.


"친구 맞아요."

"아아...네...그럼 수납 해 드리겠습니다."


역시 돈은 좋은 일에 써야 제맛이다.

그것도 서프라이즈로 말이지.


"어, 재주이? 니가 와 여기에?"


서프라이즈는 망쳤다.

의도치 않게 동명을 마주쳐 버렸다.


"......짤 있냐?"

".......있지....."


그렇게 우리는 레쓰비 두 캔을 뽑아 병원 밖의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고맙다 재준이....."


동명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 했다.

우리가 커피를 뽑아 자리를 옮기는 동안 녀석에게는 병원비가 수납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그것도 앞으로의 입원비 까지 모두.


"고맙단 말은 안 해도 돼."

"아녀...고맙지. 그런디 어떻게 알았어? 나 아무헌티도 말 안했는디."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명의 아버님이 뒤늦게 발견한 암으로 큰 수술을 했고,

동명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휴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내가 너 곧 돈 필요할 거라고 말 했지?"

"그러니까 워떻게 알았냐고."

"됐고, 이제 걱정말고 꽃길 걸어라."

"이시키 또 말돌리네."


소같은 눈을 꿈뻑이며 내게 묻는 동명.

시름을 덜어서 인지 표정이 밝았다.


"내가 너한테 말 했지? 회귀를 믿냐고."

"뭐야. 또 그소리여? 장난 그만혀."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따라와봐. 니 몫을 줄테니까."

"내 몫?"


나는 씨익 웃으며 돌아섰고 동명은 남은 커피 캔을 쭙쭙 빨며 내 뒤를 따른다.


"뭐여?"


하얀 벤츠 앞에 멈춰 선 나를 보며 동명이 물었다.


"뭐긴 뭐야. 내 차지."

"니 차라고? 쉬불 니가 워떻게 이 차를 타."

"크크. 그럼 뭐 빚내서 아버님 병원비 내 드렸겠냐?"


그리고 쇠작대기를 꽂아 트렁크를 열었다.


"이거 가져가."

"이게 뭔디 가져가...."

"아, 짜식. 눈치 챘으면서 혓바닥 기네. 빨리 안 꺼내?"


그제서야 동명은 쭈뼛거리며 거대한 가죽 가방을 들었다.


"워메....쉬불....겁나 무거운거...."


그래, 무거울 거다. 오만원 권도 없이 빳빳한 뱃춧잎 다발들.

이 때는 뇌물 한번 줄려고 해도 트럭으로 실어 날라야 했다.

신사임당이 세상에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비자금을 편하게 주고받기 위해서 라는 말도 있었으니까.


지익-----


동명은 두배는 커진 눈을 꿈뻑이며 바닥에 놓인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염병!!!!!이게 뭐시여!!!!!!!"


녀석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분명 이것은 돈가방 이라는 걸.

하지만 두 눈으로 직접 이 배추다발 들을 보니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크크크크.....얼굴 한번 볼 만하군."

"이걸, 이걸 진짜 날 다 준다고??"

"물론이지. 형이 좀 더 넣었다."


대충 1억. 그 당시 서울에서 작은 아파트 한채 정도는 살 현금.

눈깔이 튀어나올 것 같은 동명이었다.


"진짜여?"


사실 나는 동명에게 큰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생에서의 나는, 동명이 뻗은 손을 무시 했었다.

녀석은 급전이 필요하다며 내게 도움을 요청 했지만,

나는 빌어먹을 와이프를 거역하지 못했다.


그 결과 동명은, 스스로 생을 마감 했다.


"한번만 더 물어보면 트렁크 닫는다? 그냥 너 하라고 임마."


왜 눈물이 나려 하는 걸까.

드디어 나는 이 부채감에서 해방 되는 걸까?


"워매 씨불!!!쉬불!!!!!"


녀석은 마치 히딩크처럼 허공에 어퍼컷을 날려댔고 무릎팍이 까지는 것 정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로 바닥을 쓸었다.

그 흥분은 한동안 지속 되었다.

솔직히 자신과 하등 관계없는 4강의 진출에도 환장을 하는데,

이런 큰 재복이 굴러 들어 오면 흥분을 가라 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헉.헉.헉...."

"쉬불!!!!...헉.....꺽...꺽....."


병원 주차장의 사람들은 어느 미친놈이 지랄을 하나 싶어 이쪽을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다 목이 다 나가버린 동명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근디, 대체 어떻게 이런 큰 돈을 번겨. 어? 니 막 살인청부 같은거 한겨? 어?"

"그럴 리가. 아주 합법 적인 일이지."

"뭔디!! 빨리 말 혀봐!! 말 혀라고!! 나 궁금해서 죽는거 볼겨?"

"크크크....스포츠 엔터인먼트 대행 사업. 말 했잖아?"


말 그대로 였다.

나는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로 자금을 조달받아, 스포츠 고고를 대행했다.

한마디로 돈 꿔서 도박을 한 것이다. 시기가 좋았다.

2002년은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스포츠 배팅과 로또를 인정한 해니까.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흥선대원군의 후예 대한민국.


서민은 개미처럼 뚠뚠거리며 일을 해야 하고, 허황된 꿈을 꾸면 안된다는 것.


서민들이 일탈을 할 까 하는 걱정에,

모든 즐거움을 통제하는 대한민국은 도박과 복권에 특히 엄격했다.


그런 대한민국은, 월드컵 개최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커다랗고 그럴싸한 축구장을 지어야 했으며,

늘어난 감투들의 입에 처 넣을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스포츠 도박을 허용했다.

그리고, 번갯불에 콩 궈먹듯 출범한 스포츠 고고는 배팅 상한액과 적중금 상한액을 제한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다행히도.


그 후로 몇년이 지나 스포츠 고고로 막대한 적중금을 손에 넣는 도박꾼들이 나타났고, 나랏님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적중금 상한액을 제한한다.


내가 첫차이자 막차 였다.


"그니까, 스포츠 고고로 돈을 땃단겨? 어? 이 미친놈."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 아닌가?"

"어휴. 니 도박 하는줄 알았으면, 아무도 투자 안했을겨."

"임마.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 스포츠 고고. 오케이? 크크...."

"......휴....용케 땄다? 대...대체 몇배를 먹은겨? 으이? 말 해 봐!!"


고지식한 녀석답게 잔소리를 밑밥으로 깔고 본 질문이 들어왔다.


"287배."

"으...뭐, 뭐시라!!!"


나는 녀석의 귀에 대고 다시 한번 속삭여 주었다.


"이백팔십칠배. 짜샤. 크크크....."


동명의 눈알이 뒤집힌다.


"몇게임을 맞춘거여?으이?"

"한국팀 전게임"

"워매....쉬불...대체 얼마를 먹은겨..."


시원시원하게 기록식 스코어 맞추기로 갔으면 좋았겠지만

기억력 이슈로 인해 스코어 맞추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스포츠 고고, 그기 돈이 됩니까?

네 됩니다. 이번 한 번만.


물론 돈을 받아내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오늘도 협상을 위해 다시금 스포츠 고고 본사를 방문해야 한다.


73억 1850 만원중, 세금을 제외한 금액 49억 339만원 가량.

2024년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980억.


이 중 지급받은 적중액은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지. 요 잔망스런 놈들.


"그리고, 이 사실은 어디 떠벌리고 다니지 마. 내가 말 하기 전 까지는 절대."

"당연허지 이눔아. 뭐 좋으라구 떠벌려. 그리구 내 은인이 하는 말인디, 당연 들어야제!"

"짜식. 믿음직 스럽네."


콧김을 씩씩 뿜으며 말하는 녀석을 보니 딱히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소문이 나는편이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차차 생각해 봐야 하니까.

꼬이는 똥파리 중에 쓸만한 똥파리가 있을지도 모르고 말야.


"그럼, 나 간다. 아버지 간호 잘 해드리고."

"그려, 걱정말어. 진짜로 고맙다잉."


힘내라. 동명아.

나 또한 질척거리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테니까.


이제 우리는 더욱 멀리 그리고 깊게 가는 일만 남았다.

너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김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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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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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59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79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1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28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2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5 16 12쪽
12 재회 24.08.13 966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3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5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4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1 29 11쪽
»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2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3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47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6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7 42 11쪽
2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07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1 4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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