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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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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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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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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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07

작성
24.08.0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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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DUMMY

달그락거리는 식기들의 소리.

몇명의 시녀가 카트에 음식들을 잔뜩 담아왔다.


연어회, 달팽이 요리, 버터같은 고급 음식들보단.

스테이크과 칠면조로 비교적 간출하게 차려진 음식들.


식탁엔 세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머리가 희고 수염이 난 사내가 조용히 식기를 들자, 나머지 두명도 눈치를 보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왼손에는 포크를, 오른손에는 나이프를. 힘을 쓰며 낑낑대지 않고 고풍스럽게 칼을 당기고 밀며 고기들을 자른 뒤 입에 넣었다.


"앤드류, 오늘 사냥은 잘 봤다. 칼 솜씨가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구나."


그러자 비교적 덩치가 큰 남자애가 싱긋 웃었다.


"아버지의 아들이니까요. 이정돈 해야겠죠?"

"녀석, 말은 잘하는구나. 필립, 너는 조금 더 분발하거라."

"아직 10살이니까요. 어쩔 수 없는거죠. 그래도 필립, 난 네가 나보다 더 높이 갈거라고 믿어."


덩치가 작은 아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그저 식사에 열중했다.





"기도하자꾸나."


남자는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지하로 내려가더니, 바닥에 박혀있는 검을 앞에두고 기도를 올렸다.


필립은 항상 궁금했다. 어째서 매일 밤마다 바위에 박힌 검에 기도를 올리는지. 위기의 순간 가문을 구할 거라는 전설을 아버지께서 믿는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그렇지만 그는 입 밖으로 의문을 꺼내지 않은 채, 그저 기도에 열중했다.


필립의 아버지인 브리톤은 능동적인 사람으로, 전쟁에서 활약하며 가문을 부흥시켰다.

그리고 그의 형인 앤드류는 가장 아버지와 닮은 사람이었다.

차가울 땐 차갑고, 따뜻할 땐 따뜻하고. 그렇기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필립 자신은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묻어가는걸 좋아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저 평범하게.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이상 권력싸움은 필수로 생긴다. 어쩌면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성격으로 브리톤이 키웠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필립은 그저 평온한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쭉...









"영주님! 큰일났습니다!"


문이 열리고 신하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이, 이리로 나와보셔야..."

"잠깐 기다리고 있거라."


그는 바깥으로 나서더니 눈 앞의 광경에 손을 파르르 떨었다.


"파르젠."

"예 주군이시여."

"난 자네를 믿네."


파르젠은 그의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지하실로 내려갔고, 브리톤은 문을 닫은 채 장치를 작동시켜 그 문을 찾을 수 없게 벽 뒤로 감췄다.


창문 너머에는 자신의 동생이 있었다.

수백의 군세와 함께.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족 사진을 바라봤다.

행복하게 웃고있는 부모님과 자신, 그리고 동생을.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아래로 내려갔다.







#







"도련님."


앤드류는 파르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가 가져온 검을 보곤 깨달았다.


"...누구였나요?"

"숙부님이십니다."


그는 부르르 손을 떨었다.

필립은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항상 자신의 앞에선 강한척을 하는 그런 그 마저도 분노에 차 손을 떨고 있는 모습.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립. 가자."

"혀, 형. 아버님이 아직 오지 않으셨어."

"필립."


그는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가자. 아버지도 곧 오실거야."


필립은 자신의 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캐묻지 않고 그저 그의 말을 따랐다.


그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가자, 말 두 마리가 있었다.


"죄송합니다. 마차는 들키기 쉬워서..."

"괜찮습니다 필립, 이쪽으로 오렴."


그는 자신의 동생을 앞으로 태우곤, 그대로 말에 올라탔다.

파르젠의 뒤를 따라, 말을 이끌고 저택에서 빠져나갔다.





"여기 재화가 들어있습니다. 한달은 사용하실 수 있을테니, 그 뒤론 여기 편지에 적힌 주소로 가십시오. 가서 제 이름을 대면 거주하실 공간을 마련해줄겁니다."


앤드류는 그의 말에 눈시울을 붉히곤, 그를 껴안았다.


"몸 조심하십시오, 도련님."

"감사합니다. 가자, 필립."


앤드류는 말을 타고 달렸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앞의 길도 험난한데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뒤에서 불타는 소리가 들려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도 말이다.


"필립. 귀를 막으렴."


필립은 이미 뒤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저 형의 말에 귀를 막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연기하며.


"착하구나."


앤드류는 필립이 불안해하지 않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곤 앞으로 다시 달려나갔다.

달리면 달릴수록 불안감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실까, 숙부는 우리를 쫓을까? 살려달라고 하면 살려주실까, 아니면 하다못해 필립은 아무것도 모르니 보낼 수 있을까?


영지는 어떻게 되지. 파르젠 아저씨는 괜찮으실까? 하녀들은 해치지 않겠지?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중, 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의 집중을 깨트리는 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나무에 박히는 소리.


"흡!"


그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등골쪽을 화살이 스쳐지나갔다.


"저기있다!"


파르젠이 실패한건지, 아니면 병력들이 많은건지. 뒤에 보이는 병력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대략 대여섯명이나 되는 성인 남자. 하지만 자신은 열세살의 어린아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살의 어린 동생이 있다.


툭 툭, 앤드류는 팔로 필립을 쳤다.

그러자 필립은 귀를 막았던 손가락을 빼네곤 고개를 뒤로 돌렸다.


"미안하다 필립."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자신의 동생에게 건넸다.

필립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괜찮아 형."


이윽고 말의 속도가 천천히 늦어졌고 앤드류는 말에서 내렸다.








"필립. 아버지가 네게 말 타는법을 알려주셨니?"


그러자 필립은 고개를 저었다.

앤드류는 그걸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의 뒤쪽에 검을 고정시켰다.


"말 타는건 간단해. 말과 교감을 하는거야. 어디로 가자고 하면 이쪽으로 가자고 이 끈을 이리로 옮기고, 저쪽으로 가자고 하면 저쪽으로 옮기고. 멈추자 하면 뒤로 끄는거야. 이해했지?"


필립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선 병사들이 낄낄 웃으며 검을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필립. 형은 아빠한테 많이 배웠어. 그리고 아빠는 항상 버릇처럼 말해주신게 있어. 최악의 상황에선, 최고의 선택을 못하면 최선의 선택을, 하다못해 차악의 선택이라도 하라고."


앤드류는 고개를 떨구더니 싱긋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 필립을 바라봤다.


"이게 내 최선의 선택이야."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히히힝-!!"


파앙- 말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리자 말은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앤드류는 망토를 휘익- 들어올리며 등에 숨겨놨던 검 두개를 뽑았다.


"잘가라. 내 동생."


그는 중얼거리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







얼마나 달렸을까, 필립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이 말하면 말할수록, 그가 희생할 거라는 사실을.

같이 도망가자, 아니면 자신이 죽겠다 말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필립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저 죽음이 두려워 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일 뿐.


"으으... 혀, 혀엉."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쯤이 되어서야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말도 지쳤는지 점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필립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이라도 먹여야하나, 호숫가를 찾아보려는 순간-


슈우욱.


화살이 날라오더니 말의 목에 적중했고 그대로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아래로 데굴데굴 굴렀다.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고통 속에 겨우 눈을 뜨자마자, 필립은 말을 향해 뛰어갔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형. 그 형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품을 잃지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해 나뭇가지들을 들어내면서 말의 시체를 찾았다.


"하, 하아."


그는 고정된 검을 빼내곤 그대로 끌어안았다.


사라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그 검을 보자, 검을 고정시켰던 형의 표정이 더욱 그리워졌다.


그 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감동하는 중에 미안하게 됐구만."


세명의 남녀가 씨익 웃으며 필립에게 다가왔다.

한명은 덩치가 크고 털이 많은 남성이었고, 한명은 얼굴에 흉터가 있고 안대를 낀 남성이었으며, 한명은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너무나도 무서워 보였다.


"옷이 비싸보이는걸 보니 귀족가인가 본데. 혹시 어디가문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필립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명이 필립의 가슴팍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인즈 가문이다."

"하인즈? 아아, 그 반란에 성공한 곳 아닌가?"

"바, 반란에 성공...?"


덩치 큰 남성은 낄낄 웃으며 필립을 바라봤다.


"아이고 불쌍한 것 봐. 자신의 가문이 어떻게 된지도 모르는거 아냐?"

"그래서 얘가 쓸모가 있다는거야 없다는거야?"


덩치 큰 남성은 웃음을 뚝 멈추곤 칼을 뽑았다.


"죽이고 옷들은 뺏자. 시체는 가주에게 넘기면 싹을 잘라냈으니 포상이라도 내릴거야."


필립은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


"내가 죽이지. 너희들은 너무 더러워서 옷에 피가 잔뜩 묻을거야."


안대를 낀 남성은 천천히 다가가 필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아. 하아. 하아... 흐, 흐윽..."


"사, 살려줘. 너를 봤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내뱉지 않을게.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그러니까 제-"


푸욱-


"컥, 꺼억, 끄 허어..."


필립은 피투성이의 몸으로 마지막 여성의 목에 칼을 박아넣었다.


운이 좋게도 그에겐 검에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에겐 검에 재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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