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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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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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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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처벅, 처벅, 처벅, 처벅.

비에 젖은 모래를 밟는 소리가 고요한 저택을 맴돌았다.


아직 해가 밝아오지도 않는 여명의 시간.

사람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저마다의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그들이 꺠지 않게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물론 그 방 안에는 베로니카가 있었지만 말이다.


다크서클이 짙은 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베로니카.

그는 베로니카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깨있었어...?"

"당연하죠? 어떤 분이 밤 늦게까지 들어오지도 않는 바람에 걱정되느라 한숨도 못잤답니다~ 심지어 스승님만 홀라당 오더니 누구랑 싸울거라는 둥, 납치당하는게 분명했다는 둥. 사람 걱정시키는 말만 했다니까요~"

"미안 사정이 있었어."


펠릭스는 미안한 티를 온몸으로 냈지만 베로니카는 상관하지 않았다.


"흑흑, 이런 애를 믿고 나온 내가 바보지. 이러려고 내가 마법 배웠나 자괴감이...!"

"미안 베로니카. 내가 어떻게 해줄까?"


베로니카는 그 말을 듣더니 슬며시 눈을 뜨곤 그를 바라봤다.


"무엇이든지 해주게?"

"어? 무엇이든지?"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자 펠릭스는 난처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침울한 듯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아아, 이 나쁜 남자가 여자를 십수시간이나 걱정하게 만들어놓곤 아무것도 안해주나봐요... 너무나도 슬프네요 흑흑..."


펠릭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베로니카는 씨익 웃더니 양 팔을 벌렸다.


"빨리 와."


그러곤 그가 그녀의 품에 안기자 그대로 꽈악 안았다.


"아파."

"아프라고 껴안는거야. 아저씨네 하인들이 맨날 나보고 머리카락 예쁘다, 얼굴 예쁘다 하거든? 이렇게 예쁜 여자한테 안겨 죽으면 호상인거 알지?"

"...응."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펠릭스를 바라봤다.


"걱정 안시킨다며, 손가락 걸고 약속해놓고."

"이젠 진짜 안할게."

"흥!"


펠릭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곤 그대로 옷을 들어올렸다.


"뭐, 뭐하는거야?!"

"화난 것 같으니까 때려서 화라도 풀라고..."

"아~ 아 그러셔?"


그녀는 씨익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붕붕 주먹을 휘둘렀다.


"간다!"


퍼억-


그녀는 펠릭스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러곤 멈칫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


"캬악!"


방방 뛰며 자신의 주먹을 부여잡곤 데굴데굴 방바닥을 굴렀다.


"아 내 손! 내, 내 손이! 너 뭐야! 너 뭐 철판이라도 깔았어?!"

"이거 갑옷 입은건데."

"무슨 갑옷?"


그녀는 그대로 펠릭스의 살을 붙잡았지만, 말랑한 살 그대로였다.


"몰라. 스승님이랑 도검장 갔는데, 거기서 전설의 무구라면서 선물해주던데?"

"진작 말해주지!"


그녀는 빨개진 손을 후 후 불며 말했다.


"그러면 재미 없잖아."

"우이씨."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이제 좀 자야겠네. 정원에 엘런아저씨 있을거거든? 자고 있으면 깨워서 얼굴 한번 봐."

"으응. 잘 자 베로니카."

"잠깐."


그녀는 자신의 손에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빨개진 손이 순식간에 원래의 색깔로 돌아왔다.


"요즘 배우고 있는 마법이야. 너한테 도움될 수 있도록."

"오... 대단한데?"


그녀는 물끄러미 펠릭스를 바라봤다.


"아."


그는 알아차린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는 만족했다는 듯 음, 음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됐어! 이제 가봐도 돼."

"...잘자."


펠릭스는 책상에 있는 작은 촛불을 끄곤 조용히 정원으로 향했다.







#






펠릭스는 정원을 두리번거렸다.


"펠릭스...?"


그는 펠릭스에게 다가오더니 그대로 그의 팔과 얼굴을 확인했다.


"어, 어디 다친데는 없습니까? 갑자기 저 혼자 저택으로 왔길래, 당장이라도 찾으려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진정하세요."


펠릭스가 그와 눈을 마주치고 말하자, 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안합니다 펠릭스. 스승으로써 안좋은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펠릭스는 엘런을 믿는다.

하지만 황자와 만났다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 알리고 싶진 않았다.


그게 스승인 엘런이라도 말이다.


"...용병단이었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으음, 저를 포섭하려고 다가온거죠."

"용병단...?"

"용병단이죠... 엘런이 사라지고 나서 깜짝 놀란 저는 그들과 싸웠습니다... 실제로 그들 중 한명의 손을 잘라내기도 했죠."

"다, 다행히 별 볼일 없는 녀석들이었군."


펠릭스는 양심에 찔렸지만, 계속 거짓말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대장과 독대했고 한번만 더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땐 진짜로 목을 베겠다고 단단히 경고했습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말아주세요. 정말 피곤하거든요."

"으음. 그렇군요."


엘런은 안심한 듯 후, 한숨을 내쉬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헤카톤씨가 전서구를 보냈던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도검장을 잠시 도와줬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좋습니다, 적을 만들지 않고 아군을 만드는건 언제라도 환영이죠."


그는 펠릭스의 얼굴을 보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 웃었다.


"많이 피곤해보이는군요. 에드워드씨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곤 잠을 청하러 가시죠. 오늘은 워낙 많은 일이 있으니, 특별히 훈련은 쉬도록 하겠습니다."


펠릭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곤 그대로 빠져나갔다.





"뭔가 석연치 않지만..."


엘런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펠릭스를 믿기로 했다. 자신의 제제가 말하기 싫어한걸 억지로 물을 생각은 없었다.


전서구 두마리를 데려온 그는 그들을 하늘로 올려보냈다.

한마리는 헤카톤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한마리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한마리는 도검장의 방향으로, 한마리는 저 멀리 대륙으로 뻗어나갔다.





[친애하는 여러분께.

기사 엘런이라고 합니다. 제 친애하는 제자 펠릭스, 27일 경 점심즈음에 어떤 무리들과 접촉했습니다. 제 제자는 용병단이라고 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정보를 요청드립니다. 원하는 정보는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섭니다. 저희는 대회를 앞두고 있으니, 대회 시작 전 한달까지 부탁드립니다.

기사 앨런이]


그는 한숨을 내쉬며 홍차를 들이켰다.


"부디 별 일이 아니면 좋겠는걸."






#







똑똑똑,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에드워드의 대답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펠릭스. 몸은 괜찮은가?"

"덕분에 문제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앞에 앉게."


펠릭스는 그의 집무실 책상을 둘러봤다.

온 천지가 설탕, 홍차,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들.


"자네도 먹고싶은건가? 먹어도 된다네. 스트레스 받을 땐 달콤한 것 만큼 효과적인게 없어."

"아뇨 괜찮습니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코웃음치며 입 안에 디저트를 쑤셔박았다.


"그래서 뭐하다 왔나?"


펠릭스는 처음 하맬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마치 에드워드의 손님인 듯 욕탕에 있기도 하였고, 하멜씨라면서 웃는 모습을 보니 에드워드가 아는 사람인듯 했다.


"하멜씨를 만났습니다."

"...뭐?"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멜이 왜 널 만났지? 자세히 말해봐."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엘런이랑 도검장에서 저택으로 돌아오던 중, 한 무리를 만났습니다. 저와 대화를 하고 싶다 했는데, 앨런이 막아서니 마법으로 그를 텔레포트 시켰습니다. 저는 그들이 악인인줄 알고 검을 뽑았고 그들과 맞붙었습니다."

"그게 하멜의 일행인가?"

"적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사람은?"


펠릭스는 기억을 더듬으며 이름을 내뱉었다.


"...브룩스? 루데린? 이 두명만 기억납니다. 브룩스는 꽤나 나이가 있어보이는 남자였고, 루데린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래서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칼을 날렸습니다만, 브룩스가 막아 루데린을 죽이진 못했습니다."

"잠깐, 뭐?"


에드워드는 놀란 듯 입을 떡 벌리며 그를 바라봤다.


"아슬아슬 하게 칼을 날렸다고..."

"그 뒤에 뭐라 말했지?"

"브룩스가 막아 루데린을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브룩사가 막지 않았다면 루데린을 죽일 수 있었나?"


펠릭스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죽이진 못했겠지만, 적어도 치명상은 입혔을 것 같습니다."

"루데린을 상대로?"

"아는 사람입니까?"


푸후-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받쳤다.


"황궁기사단을 알고 있지?"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름으로 유추해보면 황제의 직속 기사단이란 뜻이겠지.


"황궁기사단은 10개의 기사단으로 나뉘어져있다. 그리고 그 중 5번째 기사단의 부대장이 녀석이야."

"그런가요?"


에드워드는 펠릭스를 보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다섯번째라고 무시하는건가?"

"그건..."

"황궁 기사단은 괴물들이야. 세번째 기사단쯤 되면 그들의 권력은 영주정도 된다고. 처음 배정받은 기사단보다 윗단계의 기사단으로 가려면 대장, 또는 부대장의 자리에서 공을 세워야 한다고."


펠릭스는 그의 무력을 떠올렸다.


"그래도 다행이군. 해치진 않아서 말야. 만약 그를 해쳤다면 나도 어떻게 마무할 수가 없었을거야."

"그 정도인가요?"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건가!"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펠릭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하멜, 그 자가 뭐라고 하던가?"


펠릭스는 입을 열려다 말고 그대로 꾹 다물었다.


"그건..."

"뭐, 그 자가 자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대충 무슨 말을 할 지는 유추되네. 그래도 사소한 얘기는 비밀이라는 거지?"

"예."

"뭐 어쩔 수 없지. 자네도 자네의 비밀이란게 있으니까. 존중해주겠네. 대회까지는 앞으로 반년 정도 남았는데, 엘런의 가르침은 쓸만한가?"

"훌륭합니다."


에드워드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할텐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붙잡아뒀군. 그만 가보게."


펠릭스는 꾸벅 고개를 숙이곤 조용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나이에 다섯번쨰 기사단의 부대장을 잡는다라."


에드워드는 자신의 장부와 주판을 꺼내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동나이대에는 적수가 없엤어. 내가 너무나도 일찍 보석을 발견했구만."


쪽, 여신상에 입을 맞춘 뒤 에드워드는 기도를 올렸다.


"여신님께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원석을 저와 만나게 해주셔서."


그는 조용히 절을 올리며 확신했다.

이 아이의 재능은 역대급이라고, 하물며 검성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반년 뒤가 너무나도 길구나 펠릭스. 하루 빨리 네 성과를 보고 싶단 말이다.'


그는 기대하는 얼굴로 입꼬리를 씰룩이며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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