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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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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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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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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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회까지 한달.

엘런은 딱, 딱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툭툭,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몇달 전에 보냈던 전서구가 돌아와있었다.


엘런은 환히 웃으며 창문을 열어 전서구를 받아들였다.

비둘기를 쓰다듬으며 배고팠을 녀석에게 먹이와 물을 주곤 조심히 쪽지를 빼냈다.


"후우."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그러곤 촤악- 종이를 펼쳤다.


"...이런."


그는 종이를 보자마자 눈을 찡그렸다.


종이에는 왕가의 징표가 찍혀있었다.


"왕가라."


하아, 그의 입에서 한숨이 뿜어져나왔다.


조용히 한숨을 내쉰 엘런은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러곤 지갑을 꺼내더니 이제는 구겨진, 오래된 사진 하나를 꺼냈다.


꽤나 오래 지난 사진인지, 종이에 묻어있는 마력들이 닳아 색마저 바래진 사진이었다.

그 중에는 엘런의 젊었을 적 사진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릴 적 얼굴을 보며 천천히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은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들고있는 깃발로 향했다.


붉은색 깃발. 그리고 한 그림이 그려진 채 펄럭이고 있는 모습.

깃발에 그려진 그림은 왕가의 징표였다.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자신이 황가의 기사단으로 있던 시절을, 상위 기사단으로 올랐지만 부대장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저 안전하게 은퇴하는걸 목표로 삼았다.


점점 은퇴 시기가 다가올 수록 임무는 거세졌다. 마치 기사단에서 나가지 말라는 듯, 자신의 조원들마저 다치거나 몇몇은 죽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퇴를 물리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임무가 되었다.




투욱.

기사단장은 책상 앞에 한 종이뭉치를 던졌다.


"...이게 뭔가요?"

"반역자들 명단이다. 황족이 통치하고 있는 영지에서 감히 반란을 꾀하고 있으니, 모두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너도 알고 있겠지? 네가 은퇴하려고 하니 임무들이 어렵게 나온 것들. 이것 하나만 완수하면 은퇴할 수 있을거다."


엘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곤 종이를 받았다.

그러곤 천천히 종이를 넘기며 한장씩,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용물을 확인하면 확인할 수록, 그의 팔은 떨리고 동공은 확장됐다.

내용물을 확인할 때마다 엘런은 명령을 내린 단장을 바라봤지만 그는 엘런을 등진 채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


"...단장님."

"그래서 할건가 안할건가?"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겁니까."


콰앙-


단장은 책상을 손으로 내려찍곤 엘런을 노려봤다.


"말하기나 해라. 임무를 하고 은퇴하던가,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임무를 받던가!"


엘런은 부르르 떨며 종이를 꾸깃꾸깃 잡았다.

그의 눈은 축축하게 젖어있으며 거친 숨이 터져나왔다.


"이건... 제 마을이잖습니까..."

"그래서 할건가? 아니면 포기할건가."


엘런은 그의 얼굴에 종이들을 쏟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사단데 십수년이나 몸을 담그면서 몸에 깃들어있는 위계질서란 그렇게 쉽게 이겨내는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손이 올라가지 않았기에 그는 이를 악물며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가 안하더라도 도망치면 자네의 조원이 하겠지."

"그럼 은퇴를 포기한다고 제 일이 달라집니까?!"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거지. 자네같은 사람이 한두명 더 있다네. 그들 중 은퇴를 포기하지도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죽이지도 못한, 전혀 연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면 되는거지."

"저는..."


전서구 한마리가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이런, 운이 좋군. 자네 마을 사람 대신 죽일 사람들이 생겨났어. 자, 어떡할건가."


엘런은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떨구며 답했다.


"무슨 마을입니까."

"역시 자네는 기사단에 어울리는 인재라니까."





아직까지도 그의 손에는 그들의 피가 묻어있었다.

비누로 씻어도, 심지어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어 피부가 벗겨져도, 칼로 손을 잘라내더라도. 그의 손에는 계속해서 피가 묻어있을거다.


그의 목이 베여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의 육체는 무고한 수백명을 죽인 저주를 받은 채 평생을 살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제자에게 그런 아픔을 안겨주기 싫었다.


하지만 황가, 또는 그 기사단과 마주한다면 자신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의 머릿속엔 기사단의 정신이 깃들어있었고, 그의 손과 다리에는 왕가에게 거부할 수 없다는 저주가 걸려있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만나기 전에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그는 믿었다.

그러곤 조용히 짐을 챙겨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가자 순수한 눈빛으로 웃고있는 제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가 데려온 여자 베로니카.


아마 둘은 서로 좋아할테지. 어릴 때부터 친했던 남녀가 맺어지는건 자연스러우니까.

엘런은 펠릭스가 용병단, 아니 기사단과 접촉한 이후 그에게 설득을 시도했지만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펠릭스 성격 상 베로니카를 내치진 않을거고, 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러면 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거고, 그의 곁에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겠지.'


그는 베로니카에 접촉했고 기사단의 위험에 대해 말했다.

물론 베로니카는 주의깊게 듣지는 않는 듯 보였지만 듣는다는 사실 자체가 엘런에겐 안심되었다.


"베로니카도 가나요?"

"아무래도 같이 가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엘런은 슬쩍 베로니카를 봤지만, 그녀는 오직 펠릭스와 함께 간다는 사실에 열중한 듯 보였다.


"완전 좋은데? 반년동안이나 저택에 쳐박혀서 마법이나 공부했는데. 너처럼 나도 나가고 싶었단 말야~ 엘런 아저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바깥 구경도 하고!"


그녀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입이 터져 그대로 줄줄줄 떠들어댔다.

하인들은 물자들을 갖고와 마차들에 싣곤 다시 돌아가곤, 또 다시 물자들을 마차들에 싣기를 반복했다.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물자에 펠릭스는 감탄하며 에드워드를 바라봤다.


"아니 뭐하러 이렇게 많은 물자들이랑, 이리 많은 마차가 필요한거에요?"

"으음. 내가 전년도랑 전전년도 대회를 구경한 적이 있거든. 전년도는 나도 한번 사람을 찾아 보낸 적도 있고. 그런데 너무나도 시설이 열악해서 말이야."


퉁 퉁, 그는 웃으며 마차를 두드렸다.


"이참에 새로 숙소나 하나 지으려고 하지!"


펠릭스와 베로니카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생각했겠는가, 마차에 물자를 실어 숙소를 짓는다니.

거기에 마차에는 하인들 절반들이 탔기에 아마 거기서도 최고급 식량들이 제공될거다.


'물론 사고만 안난다면 말이지.'


펠릭스의 불안한 얼굴을 본 에드워드가 껄껄 웃었다.


"걱정말게 펠릭스."


그는 조용히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속삭였다.


"자네를 지지하는 의문의 후원자가 기사단을 보내 지키게 했거든."


펠릭스는 그 말을 듣자 흠칫하며 에드워드를 다시 바라봤다.

에드워드는 싱긋 웃었지만 펠릭스는 웃을 수 없었다.


'황자가 지켜보고 있다.'


기사단이 동행한다는건 그 말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마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광경조차 하나의 시험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오는군."


기사단들은 정식으로 온 것인지, 갑옷들과 무기들마저 정갈하게 입곤 척, 척, 척. 질서에 맞게 마차에 다가왔다.


쿵. 노장이 검을 바닥에 내리찍자 다른 사람들 역시 검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반갑소. 기사단장 브룩스라고 하네."

"에드워드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호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인원이 전부입니까?"


엘런, 펠릭스, 베로니카, 그리고 마차에 탄 하인을 본 브룩스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는 총 열대. 이정도는 가능하시려나요?"

"물론이죠. 그나저나 제가 알기로 여기에 펠릭스라는 아이가 있는거로 아는데..."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펠릭스와 눈을 마주쳤다.


"으음, 자네가 펠릭스인가? 난 브룩스라고 하네."

"네, 반갑습니다 브룩스."


펠릭스는 그와 손을 잡으면서도 슬쩍 그를 바라봤다.


"손은 어찌 괜찮으십니까?"

"흐흐. 우리측에 있는 마법사도 마법 하나만큼은 기똥차서 말야. 녀석 덕분인지 하나도 안아팠는데, 자넬 보니까 그 때 기억이 나면서 찌릿찌릿 하구만."

"저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칼날에 손을 집어넣어서 멈출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손가락이 잘리는 것보단 뚫리는게 낫지 않나. 끌끌."


브룩스는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는 찰나. 그의 눈에는 엘런이 비쳤다.


"...반갑습니다. 엘런이라고 합니다."

"브룩스라네."


그들은 시선을 교환하곤 무언가 눈빛만으로도 얘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

쯧, 브룩스는 혀를 차곤 마차에 올라탔다.


"슬슬 가도록 하지. 가는길이 멀었으니까."






#







첫번째 마차에는 에드워드와 엘런, 그리고 브룩스가 탔다.

두번째 마차에는 베로니카와 펠릭스, 그리고...


"...하아."


펠릭스는 동행한 남자가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과 검을 맞댔던 루데린이 그곳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검을 꽈악 쥔 상태로 마차에 앉아있었다.


물론 베로니카도 그를 보며 불편해했지만, 호위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이 분위기를 견디다못한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음, 그런건 아니죠."

"그럼 뭐가 문제지?"

"그냥 불편해서요."


펠릭스가 솔직하게 말하자 베로니카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떄 나를 노린건 괜찮아. 어쩔 수 없던거니까.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그분께서도 네 역량을 확인했다며 좋아하셨으니까···."

"아뇨 그냥 불편하다고요."


그러자 루데린은 펠릭스와 그 옆에 있는 베로니카를 바라봤다.


"아. 제기랄."


그는 이를 까드득 갈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마차의 앞쪽으로 이동하며 째릿- 둘을 노려봤다.


"...그래도 좋네."


툭, 베로니카가 펠릭스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펠릭스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어느새 그녀는 쿨, 쿨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펠릭스는 쓰다듬으려던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

그러곤 그녀를 껴안은 채 자신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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