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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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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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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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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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다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자, 산이 앞을 막아섰다.


'그러고보니 제국상들은 마을에 들어올 때마다 흙먼지 하나 묻지 않았는데, 어디 지름길이라도 있나?'


필립과 베로니카는 주변을 돌아봤지만 장치라던가, 그런 비스무리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 멀리엔 제국상들이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야, 베로니카. 저쪽으로 가자."


둘은 당장 뛰쳐나가 제국상들에게 지름길을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들은 단순간에 파랗게 빛나더니 그대로 몸이 어딘가로 이동해버렸다.


"어?!"


그 자리에 달려가 둘은 바닥을 만지며 꼼꼼히 확인했지만,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 멍청하긴."


베로니카는 갑자기 사라진 그들의 모습에 당황한 반면, 필립은 표정을 찌푸리며 궁시렁대고 있었다.


"마법이야."

"마법?"


필립은 어릴 적 영지에 온 마법사를 기억한다.

겨울로 인해 산 정상에 눈이 많이 내리자, 눈사태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곤 마법을 영창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화염이 내려왔고. 그대로 산은 구르릉-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산에서 무너져 내린 눈. 그리고 그것들을 녹이는 새로운 마법.


그 광경을 보자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 이제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걸어 올라가야지."


베로니카는 까마득히 높은 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마법이란거 어떻게 하는거야?"

"도시로 가면 배워보자. 다시는 이런 개고생 하기 싫으니까."


둘은 싱긋 웃으며 산을 올랐다.






"악!"


그녀는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질뻔 하자, 도저히 못해먹겠 다는 듯 씩씩 발을 굴렀다.

필립은 한숨을 내쉬며 바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생각보다 산이 너무 높네."

"진짜로! 아니 어른들은 대체 어떻게 여기를 돌아다니는거야?"

"나야 모르지. 그 사람들도 어쩌면 마법을 이용하는거 아닐까?"

"비겁하네."


그는 가방에 있던 물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조심히 꼴깍꼴깍 목을 축이곤 다시 건넸다.


"얼마나 더 가야해?"

"나야 모르지. 마을 온지도 3년이 지나서 그런가, 여길 어떻게 오고다녔는지 기억도 안나네. 약초상 아재한테 약초 넘기면 돈 받기만 해서."

"아 못가못가. 너무 힘들어."


필립은 한숨을 쉬었다.


"약한소리 하지마."


그가 으르렁거리자 베로니카는 움찔하더니 다시 궁시렁댔다.


"나도 알아... 근데 힘든걸 어떡해."

"좀만 참아.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괜찮겠지."


필립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앞에 서 쭈그려앉았다.


"뭣하면 업히던가."


그녀는 그걸 보곤 피식 웃으며, 필립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됐네요. 어린애한테 그런거 받아도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요. 읏차... 다 쉬었으니 마저 가보자고."


베로니카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모자로 가리며 앞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앞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무언가 이상한 기류가 느껴졌다.

베로니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올라갔지만. 사람들을 죽여본 필립에게는 다른 기류가 느껴졌다.


"쉿."


그녀의 입을 틀어막곤 풀숲들 사이로 몸을 숨기자, 저 멀리서 두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피 흘리고 있는 기사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고 있는 제국상.

그리고 도끼를 들고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 산적.


"베로니카. 숨 참고 있어."


그녀는 두 손을 입가에 갖다대곤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은 산적들을 노려봤다.


'대부분이 최근까지 싸웠던 사람들이다. 근육들도 있고, 흉터들도 있고. 배고파서 산적을 하는건 아니네.'


경비대들은 대부분이 약해져있다. 근처가 다 산으로 둘러막혀 있어, 사실상 멧돼지나 고블린같은 야생동물을 제외하면, 칼 휘두를 일도 없는 사람들.


그렇지만 저 사람들은 다르다. 기사들은 강해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약해보이진 않는다.

갑옷의 차이가 있는데도 압도했다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필립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로니카. 기사가 몇명 죽었지?"


"...적어도 두명은 죽은 것 같애."

"좋았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로니카는 그런 필립을 바라보더니 당황하며, 어서 엎드리라고 손짓했다.


"생각해봐. 저 사람들이 마법석을 이용해 텔레포트를 한다면, 두명이 죽었으니 우리가 그 자리를 꿰차면 되잖아."


"잠깐, 필립···."


베로니카가 말을 끝내기도 전, 필립은 아래로 달려나갔다.





#







카가가각-

나무 뿌리와 흙을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소리에 산적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필립은 조용히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그 모습을 본 산적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뭐냐 꼬마야."

"그 아저씨들을 놔줘."


산적 중 한명은 크핫- 웃고 몇명은 '무슨 개소리냐' 라는 듯 필립을 노려봤다.


"꺼져라."

"너나 꺼져. 병신같은 새끼야. 그 몸을 갖고서 산적질이나 쳐하는 거지새끼가 누가 누구보고 꺼지라는거야. 인생 말아먹은 새끼야."


오두막 근처에 사는 인생 말아먹은 양아치들의 욕설. 그것들은 필립의 입에 자연스럽게 붙었다.

물론 귀족의 자제로 살았던 습관이 있어 평상시에는 꾹 참고 살지만. 언제든지 리미트는 풀릴 수 있었다.


"이런 개자식이!"


무엇보다 필립은 그 한계를 놔버렸다.

눈 앞의 산적들은 도발이 너무 잘 먹힐 등신들처럼 보였으니까.


덕분에 산적 한명이 잔뜩 분노하며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팔뚝. 마치 자신의 두 팔을 합쳐야 그의 팔뚝과 견줄것이다.

그런 거대한 팔로 자신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후웅.

몸을 숙였다. 이 검은 얇은 검이니까, 속도는 빠르지만 맞받아칠 정도의 강도는 없었다.


그대로 그의 살을 흘리듯이 들어가 검을 하늘로 솟구쳤다.


"크악!"


산적은 안대를 끼고 있었지만, 그의 검은 안대를 안낀 생 눈을 스쳐지나갔다.


"아악! 내, 내눈이!"


필립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뒤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필립과 눈을 마주치며 무언의 소통을 나눴다.


하지만 소통을 할 시간이 없다는 듯 두명의 산적이 도끼를 휘둘렀다.

도저히 몸을 숙여선 피할 수 없는 공격. 그대로 뒤로 한바퀴 구른 뒤 숲속으로 향했다.


"일단 진정하자."

"진정하긴 뭘 진정해! 내 눈이 베였다고!"


호전적인 산적은 열불을 토했다.


"당장 저새끼 쫓으라고! 내가 직접 그새끼 토막낼거니까! 이런 애새끼가 씨발 진짜!"

"진정하라고. 네가 다친 것만큼 제국상한테 뜯으면 되지."

"개소리야! 난 지금 존나 화났다고 씨발련아. 야이 새끼들아 뭐해! 당장 안쫓고!"


그러자 그를 진정시키던 이는 한숨을 내쉬곤 품에서 단검을 꺼내 그의 목을 뚫었다.


"좀 진정하라고 병신같은 새끼야."

"그, 어, 으, 어억..."


호전적인 남자는 팔을 휘젓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움찔움찔 몸을 하더니 이내 추욱 늘어졌다.


"대, 대장이..."

"이제부터 내가 대장이다. 알아들었냐?"


산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인상의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제국상을 바라봤다.


"어차피 저녀석이 말했잖아. 이 노친네를 구해달라고. 당신 직업이 뭐야?"

"나, 나는 그저 힘없는 상인이라오."

"아아. 상인양반이구만."


새로운 대장은 호전적인 남자를 찔렀던 칼을 뽑아, 그의 얼굴에 겨눴다.


"어째... 돈은 좀 많아보입니다?"

"히, 히익..."

"저희가 많이 돈이 고파서 말이죠. 혹시 실례지만 요 마음을 보여주실 수 있으실지?"


그는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곤 싱긋 웃었다.


"드, 드."

"드러운 새끼야. 그 엿같은 칼날 안치워?"


남자는 짜증나는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뒤를 돌았다.


"하."


대장의 명령에 달려나갔던 두명의 산적들이 시체가 된 상태로 필립의 옆에 있었다.


산적들은 다섯. 전투할 수 있는 기사는 셋. 그리고 필립은 혼자.


'기사는 최대한 아껴야해. 최대한 산적들을 처리하고 뒤에서 급습한다.'


그 때 산적들이 뒤로 돌아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들켰다!'


필립은 다급해진 마음에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후욱-

하지만 대장은 한번 더 꼬았던 것인지 그대로 몸을 돌려 필립에게 단검을 날렸다.


"흡!"


한 손을 버리고 단검을 쳐냈다. 단검은 그대로 손가락을 스쳐지나갔기에, 검을 쥐기엔 불편해졌다.


"호오."


대장은 도끼를 들며 필립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날카로운 도끼가 바람을 가르며 그를 덮쳤다.

필립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그대로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노리는 것은 발목. 남자는 오히려 피하지 않고 그대로 무릎을 들어 필립의 안면을 가격했다.


"개자식!"


저 멀리서 돌이 날라왔다.


"여자다."


그러자 산적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은 광전사마냥 침을 흘리며 빠르게 기사들을 몰아세웠다.


"어리고, 아름답다."

"어리고 아름다워!!!!"


발정난 짐승들은 엄청난 힘을 보여줬다.


푸욱-


기사들의 칼에 산적 한명이 목이 뚫렸지만, 나머지 셋이 그들을 짓눌렀다.


"여자, 여자, 여자!!"


기사들은 힘없이 바닥에 찍히고, 도끼들이 찍혔다.

그 과정에서 산적 하나가 더 죽었지만, 대장을 포함한 산적은 셋.


필립은 온 감각을 곤두세웠다.


뒤로 물러나자 산적들은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바닥에 발을 쾅- 구르곤 그대로 하늘로 들어올리며 흙을 뿌렸다.


"크악!"


정확하게. 두 눈을 또렷하게 뜨곤 산적의 벌린 입으로 칼이 꿰뚫렸다.

그리곤 나머지 산적의 목을 베려는 찰나.


대장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푸욱-


"후, 후우!!"


대장이 뒤를 돌아보니, 제국상은 산적의 가슴팍을 찌른 상태였다.


"나, 나도 마냥 이 자리에 온건 아니다!"


그의 땀이 삐질 흘렸다.

눈 앞의 열다섯도 안되보이는 어린 애새끼를 쳐 죽이고, 저 멀리 앳되보이는 여자애를 겁탈하고, 제국상의 돈을 뺏어 그대로 호의호식하는 아주 간단한 계획.


그런데, 어째서.


"으아아아아악!!!"


대장은 냉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잔뜩 흥분한 상태로 필립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당연히 흥분한 그의 도끼날은 필립에게 닿을리는 없겠지만, 제국상에겐 아니었다.


"그러면, 그러면 너라도오!!"


흥분한 상태라도 대장은 알아차렸다.

제국상을 공격하면 필립이 올거라는걸.


푸욱-


대장의 도끼가 필립의 어깨를 파고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도끼는 더 안으로 파고들지는 못했다.


푸욱-


필립은 입으로 손잡이를 꽉 물곤, 그대로 남자의 목을 찔러넣었다.


남자의 눈에는 힘이 풀리며 도끼를 놓고 철푸덕 쓰러졌다.

하지만 도끼는 필립의 어꺠를 너무나도 깊숙히 찔렀다.


도끼가 빠져나가자 그의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아..."


풀썩.

몸이 추웠다.


'너무... 추워.'


필립의 눈에 비친건 울며불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베로니카와, 당황하며 마법석들을 꺼내는 제국상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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