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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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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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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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펠릭스에게 맞는 갑옷을 만들기 위하여 기술자들이 움직이는 동안, 헤라는 그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자들이 안에 전부 있었다.

정장을 입고 조절이 가능한 돋보기 안경을 한쪽 눈에 쓴 그녀들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헤라를 보자 깜짝 놀랐다.


"아빠가 부른 손님. 아빠가 아주 자~알 부탁한다는데요?"

"헤카톤씨가?"


여자들 사이에서 조금 더 키가 큰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에요 니아 아-"

"언니."

"...니아 언니."


그러자 그녀는 방긋 웃으며 그녀를 환영했다.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페, 펠릭스입니다."

"펠릭스? 뭐 좋아. 누군지는 중요치 않지. 사장님께서 일을 시켰으면 그저 완벽히 하면 되는것 뿐이야."


그녀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일제히 여러명의 여자들이 튀어나와 그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기본적인 옷가지만 입힌 채 팔, 어꺠, 가슴 두께, 상체길이, 얼굴 길이, 머리 둘레 등 여러가지를 재기 시작했다.


마치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한명이 재면 그 사람은 문 밖으로 나가고. 한명이 재면 또 문 밖으로 나가고.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바라보니 바깥으로 나간 사람들은 잰 치수들을 적기 시작했다.


"좋아. 나이가, 열다섯?"

"열셋이요."


그러자 그녀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헤라 어때?"

"네?"

"언니!"


헤라는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마치 어린 강아지를 보는것 마냥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웃어넘겼다.


"헤라도 열네살인데 한살차이는 궁합도 안본다고 하던데?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봐."


펠릭스는 그 상황이 그저 귀찮았기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저 좋아하는 여자 있어서요,"


그러곤 헤라를 살짝 힐긋이자 그녀는 투욱 고개를 떨구더니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걸 물어서!"


헤라는 그녀의 다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 대신 상으로 헤라가 좋아하는 디저트 내거 줄게."

"우이씨. 다 줘!"

"그래 그래, 참 애 같다니까. 혹시 원하는 재질 있어?"


펠릭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갑옷을 안입고 다녀서, 재질같은건 잘 몰라요."

"뭐 잘 몰라도 돼. 어차피 최상급으로 줄거니까. 그럼 개인적으로 검술이나 한번 볼까? 네 스타일에 맞게 재단해줄게."


그러곤 손가락을 다시 한번 튕기자 한 여자가 손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사물함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한 칼을 들고 나왔다.


"한번 싸워볼래?"


펠릭스는 휴일마저 싸우고 싶진 않았다.

단순간에 그녀의 목에 칼을 겨누더니, 니아를 바라봤다.


"이런 스타일입니다."

"...대단해. 그런 느낌이구나?"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책상에 엎드리곤 그림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저기 미안한데 헤라~ 둘이 산책이라도 해줄래? 거기 엘런씨. 엘런씨는 와서 갑옷 관련 컨펌 좀 해줘요~ 당신이 스승이잖아?"


엘런은 펠릭스를 슬쩍 보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쾅-


문이 닫히고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일단 나가자."


둘은 산책을 떠나러 바깥으로 나갔다.






#







"너 칼 진짜 잘 다루네."


헤라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에게 말했다.


"그 언니, 은근 잘 싸우는데 말야. 솔직히 너가 어느새 튀어나갔는지도 모르겠어."


펠릭스는 한귀로 흘리며 갑옷만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었다.


"대회 나가면 너보다 강한 사람도 있나?"

"많을걸. 저번엔 무기도 안쓰고 주먹만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솔직히 버거웠어."

"그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로 버거웠어?"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도 그렇고 무엇보다 열기가 엄청났어. 돌아가고 나서 몇시간이든, 아니. 아예 하루종일 수련했을 수도 있지. 이젠 나도 재능만 믿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하는데 말야."


그러자 헤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손이랑 발에 착용하고 있는건?"

"아."


그는 자신의 변화에 놀랐다.

어찌나 이 훈련에 적응한건지, 자신이 훈련중이란 사실조차 까먹을 정도.

그리고 주머니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나오는 폭발적인 속도.


"으음. 몰랐네."


그는 주머니를 툭 툭 떨어트리곤 하늘을 향해 후욱- 뛰어올랐다.

가볍게 뛰었을 뿐인데, 마을을 탈출하거 전의 자신이 전력으로 뛰어오른 정도의 높이.


한 달의 시간동안 그의 몸은 상당히 강해져있었다.

움직임에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외형적으론 매력을 느끼지 못한 빈약한 몸.

그런 몸에서 이제는 나름의 남자아이라고 봐줄 수 있는 탄탄한 팔과 몸.


그는 자신을 지켜보는 헤라의 시선을 느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했지? 그 아이랑은 무슨 사이야?"


펠릭스는 당황했다.


"음, 으음... 사실 그런 애는 없긴 해. 곤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 말한거거든."

"그럼 지금 좋아하는 여자애는 따로 없는거야?"

"그렇...지?"

"아닌 것 같은데?"


그녀는 씨익 웃으며 그를 놀렸다.


"대회가 끝나면 청혼하는거야? 부럽네 그 사람. 이런 멋진 남자친구를 두고."

"놀림 받으려고 산책 나온거 아냐."

"칫. 거 참 진지하시네요! 그래서 대회 우승하면, 그 다음엔 어떡할거야?"


펠릭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모르지. 난 계약직이야. 이번 대회가 끝나면 에드워드 아저씨가 내게 일을 줄 수도 있는거고, 일을 안주면 일을 찾아 떠나겠지.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아침에 어디 가는지 몰랐는데, 나보고 반년뒤를 어쩔거냐고 물어보는건 좀 가혹하네."

"그래."


헤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재는 부럽네. 눈 앞의 일만 해결하면, 그 잘난 재능이 다 해결해줘서. 난 10년뒤도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뭘 했다고 그렇게 비꼬는 말투야?"


헤라는 우뚝 멈춰섰다.


"...나중에 해결사같은거 할 생각은 없어?"

"돈이 되면 하겠지."


그러자 그녀는 펠릭스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갔다.

펠릭스는 당황하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그대로 질질 끌려갔다.





그곳엔 한 금고가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 앞에 앉아 끼릭, 끼릭 다이얼을 돌렸고.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고의 문이 열렸다.


안에는 꽤나 값어치 나가는 보석들이 여럿 있었다.


"나중에 줄게."

"무슨 의미야?"


펠릭스는 표정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대회에 나가는 사람들 중. 프론이라는 놈이 있어. 그새끼 좀 죽여줬으면 하는데."


싸악-

대화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진심으로?"

"죽이진 않더라도 반병신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더이상 뭘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이 망가지게. 좀 저능아 정도면 좋겠어."

"나를 무슨 돈만 받으면 뭐든지 해주는 그런 막돼먹은 놈으로 아는가 본데. 내가 그정도로 돈에 미친 놈은 아니라서 말야. 이유가 뭔데?"


그녀는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녀석을 죽여야 우리 도검장이 사니까."


펠릭스는 그 말을 듣더니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왜지?"

"그녀석은 부자야. 우리 도검장 땅도 다 사버렸고, 도검장 덕분에 지역이 유명해진건 모르고. 우리 도검장이 시끄럽고, 사람들도 더럽고, 뜨거워서 관광객들 안온다고 내쫓던데? 그새끼 웃긴 새끼야. 16살밖에 안되는 새끼가 사람들 깔보고 욕하고 흉보고 소문 좆같이 내고..."

"좋아."


펠릭스는 그녀의 말을 듣다말곤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얘기해. 난 솔직히 지금 네 상황에 대해서 공감도 못하고, 갑작스럽게 그렇게 얘기하면서 돈을 준다고. 내가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곤 금고의 문을 닫았다.


"언제라도 생각 정해지면 연락줘. 아니, 대회에서 녀석을 처리하고 나면 언제든지 내게 연락해. 이 돈, 반드시 줄테니까."

"...고려하지."


그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방으로 걸어갔다.


'...안에 들어있는 돈은 대충 어림잡아도 1000온스는 돼. '16살밖에 안되는 새끼' 라고 한걸 보니 나이는 열일곱에서 열아홉 사이.'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돈받고 사람을 죽이는건 꺼려진다. 도검장을 망친다는 나쁜 목적은 있지만. 나랑은···. 그리고 그렇게 돈이 많은 애를 죽이거나 작살낸다면 후환이 두렵다.'


후우- 한숨을 쉰 펠릭스는 구석에 쪼그려앉았다.


'모르겠네. 휴일에 여기까지 끌려와선 이게 뭐냐.'


니아의 부름에 그는 이를 악물고 그곳으로 달려나갔다.






#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개의 철덩이들이 있었다.

니아는 그를 바라보며 신축성 있는 상의와 하의를 건넸다.


"입고와."


펠릭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가 옷을 입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안의 여자들이 단순간에 철덩이를 들더니, 그를 덮쳤다.


그의 몸이 철덩이에 감싸지자마자 망치들과 못이 그를 덮쳤다.

하지만 상처는 없었다. 고통은 없었다. 단지 두려운 소음들만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윽고 눈을 뜨자 갑옷들이 입혀져있었다.

다만 그를 전부 감싼 형태가 아닌, 관절을 비롯한 군데군데가 비어있는 갑옷.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니아를 바라봤다.


"이건 갑옷이라고 하기엔..."

"아직 기능을 설명하지도 않았어."


갑자기 여자들이 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꽈악 붙잡힌 팔과 다리는 발버둥 쳐도 풀리지 않았다.


니아는 날카로운 검을 두 손으로 잡더니 그대로 그를 향해 내리찍었다.


질끈-!

펠릭스는 눈을 꽈악 감았다.


하지만 검은 닿지 않았다. 다만 머리쪽에 하중이 느껴질 뿐.

그가 눈을 떠보니 앞이 어두웠다.


"자,"


그녀의 말과 함께 머리쪽에 있던 하중이 사라지자 이윽고 앞이 밝아졌다.


"다시 한번."


그녀가 팔의 빈부분을 향해 내리치자 갑옷들이 스르륵 움직였다.


"만족스러워?"


그러나 그는 한숨을 내쉬며 몸에 붙어있는 철덩이들을 모두 바닥에 버려버렸다.

그러곤 망치와 못을 갖고와 투구를 깡- 깡 두드렸다.


마치 모자처럼 끝쪽이 늘어난 모습.


"이정도면 충분해요."

"...우리의 성의를 무시하는거 알고 있지?"

"미안합니다. 그런데, 너무 거추장스러워서요."


니아는 그 말을 듣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래, 네 맘대로 하라그래."


엘런은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하려고 했지만, 니아는 얘기도 듣고싶지 않은 지 둘을 바깥으로 쫓아냈다.


"펠릭스. 그렇게까지 말해야했어?"


펠릭스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이곳을 빨리 나가고 싶었다. 혹시라도 헤라를 다시 한번 마주칠까.


하지만 운이 안좋게도 쫓겨난 직후 돌아오는 헤라와 마주쳤다.


꿀꺽.


그는 고개를 떨구곤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며 나가려 했다.


"기다릴게."


그녀의 목소리에 펠릭스는 잠시 멈추곤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하진마."

"아니. 기대하고 있을게."


펠릭스는 짜증나는 듯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앞으로 쿵 쿵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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