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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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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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07

작성
24.08.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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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화

DUMMY

펠릭스는 조용히 오두막으로 향했다.

불은 꺼져있었기에 신발을 벗어, 발소리조차 나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문을 날리길 잘했네. 이런 일이 있을 지는 몰랐지만.'


조용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모를 경비대원이 집 안에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입과 코를 가려 숨소리조차 새어나오지 않게 집 안에 들어오자. 창문쪽에서 새어나오는 달빛으로 인해 집 안이 약간은 보였다.


"아무도 없군."


그는 조용히 집 안 깊숙히 있는 주머니를 찾으려했다.


"...없어."

"뭐?"


베론은 표정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없어, 없다고. 내가 매일같이 확인한건데."


베론은 달빛으로 보이는 펠릭스의 표정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는 눈에 띌 정도로 떨고 있었다.


창백해진 표정으로 사색이 질린 채 계속해서 주머니가 있던 곳을 뒤적거렸다.


"진정해."


그녀는 펠릭스의 뺨을 만지며, 그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옮겼다.


"돈은 발이 달리지 않아. 걸을 수도 없고. 혼자 움직일 수 없으니, 사람의 손을 타고 움직였어. 생각해봐, 여기에 누가 들렀지?"

"...경비대원."

"네 말대로 그냥 너를 내쫓고 싶었을거야. 이유는 갖다 붙힌거고. 그러면 왜 널 내쫓으려고 했을까?"

"...돈을 가져가려고."

"그럼 이제 어떡할거지?"


펠릭스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혼자 갈게."

"뭐? 그건 위험해."


그는 베론을 보곤 피식 웃었다.


"너 방해라고 베론. 착각하지마. 내가 널 구해준 줄 알아? 너 하나 죽어도 눈 하나 깜짝안해."

"그럼 오히려 데려가면 되잖아?"


그녀는 펠릭스의 손을 잡더니 그의 얼굴을 노려봤다.


"너야말로 착각하지마. 널 위해서가 아냐, 결정적인 순간에서 네 주머니를 뺏을거거든."


그러자 펠릭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대 위치는 잘 아냐?"

"여기는 꿰고 있어."


그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잘 부탁해."


그녀의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었기에, 잠깐 당황했다.


"자, 잘 부탁해..."


둘은 경비대로 향했다.






#







퍼억- 퍼억-

몇번의 주먹이 살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철푸덕. 아이들은 힘없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부대장은 아직도 안왔어?!"


대원 중 한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님. 아무래도 아직까지 안들어오면..."

"제기랄! 개소리 하지마! 애새끼 둘한테 뒈져버릴 정도로 우리가 약해빠졌냐?"


대장은 이를 악물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오두막에서 내려온지 두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이 열리고 창백한 표정의 한 대원이 들어왔다.


"...부대장을 비롯한 7명. 모두 죽었습니다."

"...뭐?"


그는 이를 악물며 대원을 벽으로 밀쳤다.


"제대로 확인한거 맞아?"

"마, 맞습니다. 칼에 반듯하게 잘려 모두들 목이 베여 죽어있었습니다."

"누가 베었는데! 근처에 검사라도 있는거야? 그 두 애새끼들 시체는 못봤냐고!"


그는 울먹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못봤습니다!"


그는 이를 손톱을 꺠물며 공포에 떨었다.

부대장이라고 하면 나름 검을 잘 다루는 녀석일텐데, 그런 부대장을 비롯한 7명의 대원이. 고작 두명의 애새끼한테?


'아니. 사실상 한놈이겠군. 그 소매치기년이 죽였단 생각은 안들어.'


그는 천천히 머릿속을 짚어갔다. 어째서 그 녀석이 그렇게 강한가, 녀석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무슨일이 있었는가.


다 헤진 귀족의 옷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채 마을에 들어온 땅딸만한 꼬맹이.

그 빌어먹을 촌장년이 마을 끝자락에 있는 오두막을 주지만 않았어도.


"...남은 대원들은?"

"모두 거부중입니다. 젠장, 그 애새끼 하나 못잡아서 이게 무슨 수모인지."


그러던 중, 후욱- 바람이 부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졌다.


대원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누, 누구냐!"

"접니다. 펠릭스."


꿀꺽. 대장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위에는 그의 검이 날카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펠릭스의 안광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제 돈을 돌려주시죠."

"무, 무슨 돈!"

"대장님. 다 알고 있습니다."


변성기도 오지 않은, 앳된 목소리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까는듯한 우스꽝스러운 목소리.

그렇지만 그들은 웃을 수 없었다. 웃는 순간 그들의 목이 어떻게 될지는 잘 알았기에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 그 오두막은 자네것이 아냐! 우리 마을의 것이지. 그런 마을의 것을 무단점거 했으니, 그 무단점거자를 내쫓고 난 뒤 그곳에 있는걸 마을의 재산으로 돌리는게 뭐가 문제인가!"

"첫쨰로, 마을의 재산이 아닙니다. 오두막은 촌장님의 것이죠. 두번째로 마을의 재산이 아니라 대장님의 주머니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그 돈은 제게 아주 중요한겁니다. 좋은말로 할 떄 돌려주시죠,."


대장은 그 말을 듣더니 충혈된 눈과 침을 질질 뱉어내며 열변을 토했다.


"꺼져! 이, 이 돈은 내거야. 네깟놈이 가져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냐?!"


그러자 후우- 하는 한숨이 들렸다.

찌익.


"대, 대장님."


한 대원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살, 살려주세...요"


대원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더니, 이윽고 주르륵 아래로 내려갔다.

손에 느껴지는 따뜻한 액체. 미끌거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끈적인다.


철푸덕.

후두둑.


몇명이 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칙 칙.


성냥갑의 마찰면 부분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불이 붙는 소리와 함께 지붕의 위쪽에서 아주 약한 주황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 으아..."


그는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 목쪽에 무언가 촉감이 느껴졌다.

찌익-

살들을 파고드는 불쾌한 감촉. 그리고 느껴지는 괴로움.


"켁, 케겍."

"돈, 어쨌어."


그의 목이 실로 조여지고 있었다.

살을 파고들어 실에는 피가 맺히고 있고, 숨 조차 쉬지 못한채 켁켁대고 있었다.

거기에 뒤쪽에 손을 휘저어봐도 아무런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 무기력함.


"켁, 저, 저기익."


그는 살고 싶었다. 자신의 돈이 타인의 목숨보다 소중했지만, 자신의 목숨이 돈보다 중요했다.


그러자 살을 파고들던 실의 장력이 느슨해졌고, 이윽고 아예 실이 땅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 틈을 타 대장은 출구로 향했다.


드르륵.

펠릭스는 대장이 가리킨 서랍을 모두 열어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바, 바보같은놈! 네놈 따위에게 줄 성 싶으냐!"


대장이 뒤를 돌아 펠릭스를 비웃으며 떠나려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무슨 감촉이 느껴졌다.


"...어."


그는 감촉에 닿자마자 그 감촉이 무엇인지 꺠달았다.

실. 아까도 그의 목을 파고들었던 실이었다.


실이 도르래를 타고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미트파이를 자르는 것 처럼 조각나버렸다.


"우웁."


베론은 남자의 시체를 보며 구토를 내뱉었다.


"네가 짠 작전 아닌가? 푸우, 작전 짰을 땐 꽤나 멋졌는데. 막상 구토하니까 확 꺠지네."

"닥쳐. 네가 이상한거야."

"그 입이 참 문제인데 말야."


그녀는 대장의 시체를 뒤적거리더니, 돈주머니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펠릭스는 그 주머니를 받아들고 안을 확인했다.


"흠."


그는 베론을 바라봤다.


"의외로 안훔쳤네."

"날 뭐로 보는거야?"


그녀는 표정을 찌푸리더니,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네 형이 남긴 유품이라며? 괜히 죽은 사람꺼 건드렸다가 저주 받기는 싫거든요?"

"그런가."


그는 피식 웃더니, 그대로 돈 주머니를 그녀에게 건넸다.


"받아."

"뭐?"


펠릭스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돈주머니를 건넸다.


"돈 꽤나 들었어.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새출발해라. 네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잖아."

"어..."

"모든 죄는 내가 뒤집어쓸게. 그러니까..."


그녀는 돈을 받아들더니 휙- 하고 사라져버렸다.


"...에이씨."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아직 말 다 못했는데."


둥- 둥-

마을에서 북이 울리며 경비대들이 달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들키겠네."


그는 갖고있던 돈주머니를 꺼내 촌장의 집 앞에 섰다.

그리곤 고맙다는 인사를 담은 편지와 함께 놓곤 그대로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젠 어디로 가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마을을 빠져나가는 유일한 다리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곳에는 로브를 두른 한 아이가 있었다.


"...베론?"

"어 그래. 나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날 바라봤다.


"애들은 알아서 잘 살거야. 돈을 주고,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누구를 조심해야 하는지. 그동안 내가 살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적은 책을 남겼으니까."

"왜 같이 안갔어?"


그러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외쳤다.


"은혜와 복수는 잊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규칙이니까!"


그리곤 펠릭스에게 손을 내밀며 당당하게 바라봤다.


"자, 어서 내 손을 잡아. 앞으로 역사를 같이 써내려갈 준비는 되었겠지?"


펠릭스는 그녀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손을 잡았다.


"내 이름은 필립이라고 해."

"어라? 펠릭스는?"

"가명."


그러자 베론도 씨익 웃으며 손을 잡은채로 마구 흔들었다.


"내 이름은 베로니카! 나도 가명인데, 마침 잘됐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배시시 웃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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