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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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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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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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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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짹짹- 오랜만에 밖에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소리에 필립은 표정을 찌푸렸다.

자신이 꿈을 꾸는게 아닐까 하는 너무나도 편안한 감촉. 그대로 이불을 끌어안고 더 자려고 했다.


"어, 필립?"


베로니카의 목소리에 그는 눈을 슬며시 떴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더니 이내 그를 와락 안았다.


"괘, 괜찮아 필립? 다친데는 괜찮아?"

"어? 다친데?"


그녀의 말에 그의 시선이 어깨로 내려갔다.

붕대를 칭칭 감은 맨살. 그리고 약간 붉게 물든 색깔.


"윽!"


상처는 인식하기 전엔 모른다고 했던가. 기억을 잃고 잠드느라 몰랐던 상처를 보니, 갑자기 어깨 쪽에서 욱신거리는 상처가 느껴졌다.


"기다려. 간호사 데리고 올게."


그러자 필립은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가지마."

"뭐?"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줄래."


그녀는 피식 웃으며 필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역시 애네. 간호사분 문 앞에 있으니까 걱정마."


그러곤 그녀는 문을 조금 열고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간호사는 그 말을 듣더니 문 사이에서 살짝 나를 보곤, 놀란 표정으로 어딘가로 달려갔다.


"베로니카.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어?"

"너? 그러니까, 한 5일정도 되지 않았을까?"

"5일? 내가 5일동안이나 쓰러져있었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너 죽은 줄 알고 걱정했다니까. 난 너만 믿고 마을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죽어버리면 참 곤란해."

"죽으면 네 동생들한테 다시 가면 되는거지."

"나도 자존심 있어! 차라리 굶어죽고 말지, 걔네들한테 다시 돈 빌리는건 절대 못할 짓이야."


필립은 피식 웃으며 침대에 몸을 누웠다.


"그래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거야?"

"좀 얘기하면 긴데?"

"어차피 간호사분 다시 오려면 멀었어. 천천히 얘기해봐."







#







"야! 야, 야 진짜 죽은거 아니지? 일어나봐, 야 눈 뜨라고!"


베로니카는 그의 몸을 흔들며 그의 눈이 감기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상인이 보였다.


"아, 아저씨. 제 친구가 죽으려고 해요. 아저씨, 아저씨는 마법사에요? 산 아래에서 마법 쓰는거 봤어요. 마법 쓸 줄 알죠?"


그러자 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나, 나는 상인이야. 마법은 쓸 줄 모르지."

"그럼, 그럼 제 친구는 어떡해요? 아저씨. 아저씨 살려드렸잖아요. 돈도 지켜드리고 살려드렸는데 뭐라도 해주세요. 제발, 제발 이렇게 부탁해요."


그녀가 무릎을 꿇자 상인은 마법석 두개를 꺼냈다.

필립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깍지끼게 만들곤 손 사이에 마법석을 끼워넣었다.

하나는 자신이 꽉 잡고, 하나는 베로니카에게 건넸다.


상인은 필립의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가방에서 천 하나를 꺼냈다.

그의 어깨와 목 부분을 감은 뒤 그를 끌어안았다.


"내 손을 잡으렴."


그녀가 상인의 손을 잡자, 뒤에 있던 물건들과 함께 그들이 빛이나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보게! 어서 치유사들을 데려와!"


상인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저택 내부로 들어왔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의 손에는 한 어린 아이가 피를 흘린 채 창백한 표정으로 들려있었으니까.


"당장 치유사들을 데려오라고! 내 은인이다!"


치유사들은 황급한 호출에 달려오더니, 필립을 보곤 깜짝 놀랐다.

당장이라도 죽는게 이상하지 않을 중상. 그들은 그의 몸을 병상위로 옮겼다.


천을 풀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왔다.

살들은 당장이라도 잘라내야 하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썩어있었다.


살결에 들러붙은 천들을 벗겨내고, 그의 상처에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울컥울컥하며 피들이 뿜어져나왔다.


"젠장, 지혈제 가져와!"


치유보조사들은 약품들을 한움큼 가져왔다.

상인이 데려온 사제들은 주문을 외우며 그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도 도무지 치유가 완료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자, 베로니카는 불안해졌다.

가슴이 아파온다. 죽으면 어떡하지? 그녀져나갔다.



그러곤 놀랍게도 그의 증세가 빠르게 호전되었다.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던 그의 피도 멎어들었고 창백했던 입술은 제 색으로 돌아왔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사제들은 기도를 올렸고 치유사들과 보조사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베로니카는 호전되었다는 소식에 몰래 들어와놓곤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다행이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






"그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하라니까."


하지만 베로니카는 자신의 얘기는 쏙 빼놓은 채 필립에게 얘기했다.

사춘기의 여자는 작은 일에도 부끄러워하니까. 자신이 걱정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


물론 상인은 모든걸 알고 있었다.


"괜찮나?"


그는 인상만큼이나 푸근한 몸을 갖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시녀와 하인들이 달콤한 음식들과 차를 갖고 그에게 내밀었다.


필립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그대로 차를 홀짝였다.

그런 필립을 보며 상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름이 뭔가?"


필립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다말고 이전의 이름을 내뱉었다.


"펠릭스입니다."

"자네, 과거에 뭘했었나?"

"딱히 직업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놀랐다는 듯 콧수염을 씰룩였다.


"예법이 몸에 깃들어있군. 귀족가에서 일한적이 있는줄 알았는데?"


필립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몸에 깃들었던 귀족들의 예법은, 3년동안 막산다고 해서 사라지는게 아니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물을 마실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식당에 들어가면 그는 고고한 귀족으로 변했었다.


"...조부모님대에서 몰락했죠. 저희 부모님은 끝자락 중 끝자락이라 예법을 제외한 아무런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만, 오히려 어릴적엔 행복했습니다."

"부모님은 지금...?"


필립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신지 꽤 되었습니다. 산적들의 습격이었죠."

"오,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상인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자 필립은 애써 웃어보였다.


"괜찮습니다.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 산적들에게 복수를 해줬다고 생각하면 좋죠. 덕분에 이런 호화로운 대접을 받을 수 있어 정말 영광입니다."


베로니카는 이전의 필립과는 다른, 차분하고 예의바른 모습에 놀라워했다.


"생명의 은인인데 이정도는 해야겠지. 그나저나 5일동안 자고 있었으니 몸이 가렵겠군. 치유사들을 불러 한번 더 치유해주겠네. 그동안 목욕물을 데워놓지."

"정말로 감사합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씨익 웃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 델린일세."

"저는 펠릭스. 펠릭스 아론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






펠릭스는 옷을 벗곤 따뜻하게 달궈진 거대한 욕탕 안에 들어왔다.

어깨는 더이상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큰 흉터가 남아있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째서 팔에 난 흉터를 안지우는건가요?'

'이건 내 동생을 지키려다 난 상처다. 지금은 틀어졌지만, 아직 동생과의 연을 이 흉터를 보면서 떠올리지. 나와 동생을 이어주는 하나의 실이란다.'

'으음... 잘 모르겠어요.'

'영광의 상처란다. 멋진 훈장인거지. 백작이라는 권위보다, 난 이 흉터가 더 맘에든단다.'


펠릭스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영광스러운 흉터인가..."


그는 싱긋 미소지으며 자신의 흉터를 만지곤 조용히 탕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부글부글.

그런데 탕에 몸을 넣은뒤 얼마 되지 않아 공기방울들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방귀라도 꼈나? 생각이 들던 중 갑자기 푸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푸하아! 반가워요!"


그는 펠릭스보다는 꽤나 나이가 많아보이는 여자였다.

펠릭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는 펠릭스보다는 꽤나 나이가 많아보이는 남자였다.


"아하하, 부끄러운데?"

"누구세요?"


그는 펠릭스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멜이라고 부르게. 하멜 헨드릭."

"펠릭스라고 합니다. 펠릭스 아론."

"음음, 좋은 이름이구만. 자네가 그 에드워드씨를 산적들에게 구한 그 친구 맞지? 그 아저씨가 얼마나 대단한 무용담이라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했는지 몰라."


펠릭스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앞으론 뭐할건가 자넨?"


그의 질문에 펠릭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요?"

"그래. 모든건 갑자기 일어나지. 다름이 아니고... 혹시 일이 없다면 나랑 일해보는건 어떤가 해서 말이지."


그 때 멀리서 제국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하멜씨! 그 친구는 제 손님입니다! 뺏어갈 생각은 삼가해주시죠!"


그러자 하멜은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젠장. 방해꾼이 오셨구만. 뭐... 나중이 되어도 좋으니, 나랑 함께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수도로 오게."


그는 싱긋 웃으며 바깥으로 나갔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펠릭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지만... 그 사람 눈빛이 범상치 않았어.'


펠릭스의 머릿속에선 하멜이라는 이름이 맴돌았다.

그는 서둘러 몸을 닦곤 바깥으로 나왔다.


하인들이 건네준 새로운 옷을 입곤 에드워드의 집무실로 향했다.


"하멜이 누굽니까?"

"으음? 아 그 사내말인가? 신기한 사내지. 뭔가 그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맴돌지 않나?"

"네. 정확합니다. 그 사람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강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알아두게. 그나저나 앞으론 어떡할건가?"


펠릭스는 한숨을 내쉬곤 의자에 앉았다.


"모르겠네요. 나무라도 패야하나?"

"크후후. 자네같은 강자를 나무꾼으로 썩히긴 아깝지. 그렇다면 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있나?"


그의 눈빛을 본 펠릭스는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말씀해주시죠. 무슨 일인지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대회에 나갈 생각 있나?"


그러자 펠릭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회?"

"그래. 대회지. 전국의 강자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무를 다퉈 경쟁하는 그런 대회!"

"당신은 상인 아닙니까?"

"상인이면 무에 관심이 있으면 안되나? 솔직히 그 때는 아무말도 못했지만, 자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는 내내 감탄했지. 왕궁의 근위대를 보는 듯 했지. 자네만큼 검술을 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자네만큼 어린 나이에 강한 사람은 못봤어!"


상인은 침이 마를 정도로 펠릭스를 칭찬했다.


"자네의 강함을 자랑하고 싶네.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필하는거지. 난 이 사람을 갖고 있다, 너희들이 갖지 못한 원석을 찾아냈다! 그저, 그뿐이라네."


펠릭스는 그의 열정에 시큰둥했다.


"보상은 뭡니까?"

"다음 대회는 반년 뒤지. 그 때까지의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겠네. 1등하면 적어도 1만온스는 지원해주지."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무의 증명이건 뭐건 상관없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뿐.


"그리고 자네에게도 좋은 기회일걸세. 하멜도 그 대회를 아주 즐겨보거든."


그는 펠릭스를 보며 씨익 웃었다.


피식.

펠릭스는 웃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1등정도 해보죠."

"크훗! 기대되는구만! 그럼 내일부터 나오게, 갑옷가게와 무기가게를 보여줄테니 천천히 구경하자고!"


신나하는 에드워드를 보며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부탁하네."


둘은 싱긋 웃으며 서로 악수를 나눴다.


작가의말

1온스=500원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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