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새끼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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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진
작품등록일 :
2024.08.06 19:23
최근연재일 :
2024.08.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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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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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새들의 울음소리와 벌레들의 찌르릉 거리는 울음소리가 산을 메웠다.

펠릭스와 엘런은 한 산을 오르고 있었다.


걸어 오른지 한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펠릭스의 이마와 등에선 땀이 주르륵 나고 있었다.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주머니는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시죠 펠릭스.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머릿속에 차가운 공기를 계속해서 넣어주세요."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거칠게 숨을 마시고 내쉬었다.


"입으론 숨을 쉬지 말도록 노력하세요. 입으로 내뱉은 공기는 소리가 굉장히 크답니다."

"예!"


그는 짜증이 났는지 조금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가 짜증이 난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휴일이라고 지정한 토요일날, 갑자기 왠 산을 오르자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전보다 조금 더 무거워진 주머니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라니.


그럼에도 엘런은 조금도 숨이 차지 않은 듯 평온한 얼굴로 산을 올랐다.

당장이라도 내려가서 휴일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엘런은 단호했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엘런은 한숨을 내쉬더니 근처에 있는 바위를 찾았다.


"조금 쉬고 가죠."


그의 말에 그제서야 펠릭스는 바위로 달려가 납작 엎드릴 수 있었다.





그나마 가을로 넘어가는 지점이라 그런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을 오르니 땀이 빠르게 식어갔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거에요?"


엘런은 목적지를 말해주지도 않고 출발했기에, 펠릭스는 어째서 이 고생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에드워드씨가 무기나 갑주를 사라고 말해줬는데도 사지 않았죠?"


펠릭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갑주를 착용하지 않고 13년이나 지냈기 때문일까, 그에게 있어 갑주란 너무나도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기는 자신의 형이 남긴 유품.

이 유품을 놓고 다른 무기를 쓰다보면, 자신이 버린 형에 대한 마음도 옅어질까 무서웠다.


"그동안은 저와 수련할 뿐이니 문제없지만, 슬슬 몇달 뒤면 당신도 대회에 참가해야겠죠. 그 때까지의 시간은 갑옷에 적응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지금 우리는 갑옷을 주문하러 가는 것이고요."

"안에도 갑주 가게는 있잖아요?"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요? 1등하기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도 당신의 1등을 위해서 값비싸고, 또 까탈스러운 작자를 만나러 가는겁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엘런이 저정도로 말하니, 대체 어떤 가게에 가려고 이 고생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근데 마법석으로 가면 안되는거에요?"

"당신의 체력 강화를 위함도 있죠."


그러자 펠릭스는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그에게 내뱉었다.


"자, 이제 쉬었으니까 가볼까요?"


펠릭스는 뒤에서 증오심을 품으며, 그를 따라갔다.







#







치익- 치익- 치익-

무언가를 누르자 그 속에서 바람이 뿜어져나왔다.

그 바람들은 한 불속에 닿았고, 불은 바람을 먹자 더욱 크게 번져갔다.


절그럭 거리는 철기구들을 수레에 넣은 채, 덩치가 어마어마한 남자들이 그 수레를 용광로에 넣었다.

그러자 용광로의 구멍에선 녹은 철들이 흘러나왔다.


단단한 바위에는 홈들이 파여있었는데, 그 홈들에 쇳물이 들어가자 그 바위들을 어딘가로 옮겨버렸다.

다른 곳에서는 바위를 꺼내오더니 깡깡, 망치와 못을 이용해 꺠버리곤 그 안에서 쇳덩이 하나를 꺼냈다.


쇳덩이는 집게로 집히더니 다시 엄청난 열기의 불구덩이로 들어갔다.


"바압, 바압 줘어-!"


용광로를 달구는 불의 정령은 화난 듯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안에서 여러가지 나뭇가지과 나뭇잎 등을 던졌다.


"으음, 조금 더어-!"


한 남자가 나뭇잎 몇개를 꾸깃꾸깃 구겨버리며 그대로 정령에게 던지자, 정령은 기분이 좋은 듯 방긋 웃었다.


"좋아, 좋아, 좋아!"


불의 세기가 더 강해지며 철들이 빠르게 달궈졌다.


"지금이다, 빼!"


반장으로 보이는 남성은 사람들을 재촉시켰고, 그들은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황급히 철을 꺼냈다.


깡-! 깡-! 깡-!

쇳덩이에 거대한 망치가 계속해서 내리찍혔다.


쇳덩이들은 망치에 맞을 때마다 납작해지며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펠릭스 봐라. 이게 대륙 최대의 도검장이다."


펠릭스는 그 광경에 압도된 듯 입을 떡 벌린 채 구경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 곳이든 뜨거운 쇳물이 나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검에 집중하는 장인들이 보였다.


펠릭스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런 대단한 광경은 절대로 보지 못했을거다.


어쩌면 엘런이 왜 그렇게도 자신을 이곳에 데리러오려고 했는지 알게되었다.


"그래서 제 검을 만들어줄 분은 누구죠?"

"기다려봐."


그는 한 방에 멈춰서곤 그대로 멀뚱멀뚱 서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와."


그녀의 말대로 안으로 들어가니, 험상궃게 생긴 남성이 툭툭,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헤카톤 경."

"반갑소 엘런. 그 아이가..."

"예, 제 제자입니다."


그는 슬쩍 펠릭스를 훑었다.


"어려보이는데, 검은 제대로 쥘 수 있으려나."

"이래뵈도 제가 인정한 천재입니다. 무시하다간 큰코 다치실걸요."


그러자 헤카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어마어마한 덩치에 펠릭스는 지레 겁을 먹을 정도였다.


펠릭스의 두배정도는 되어보이는 키. 그리고 가로로는 펠릭스의 세배.

도무지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좀 큰가?"

"네 아빠. 엄~청 크네요."


그녀는 따분하다는 듯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뭐, 만나서 반갑네. 그나저나 검은 안쓴다고? 그 허리춤에 달린게 검인가?"


그는 덥썩 그의 칼을 건드리려고 했다.


"음?!"


그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손을 뒤로 빼냈다.

저릿하다. 손가락 몇개는 베였을 법한 감각.


'이 어린놈이?!'


가뜩이나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자에게 겁을 먹었는데도, 고작 검을 건드리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었다.


헤카톤은 감탄하며 엘런을 바라봤다.


"자네가 왜 제자로 삼으려 했는지는 알 것 같군. 혹시 부모님이 어떻게 되나? 내 딸이랑 혼인을 하려고 하는데."

"죽었습니다. 가족들 전부."


그러자 헤카톤은 헙-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미안하군."

"다른 사람들도 그러더라고요. 이제는 익숙합니다."

"그럼 난 검 좀 구경해도 되나?"


그녀는 펠릭스의 검을 슬쩍 바라보더니 그에게 말했다.


"...망가지지 않게. 유품이거든요."

"당연하지. 내가 또 검 하나는 절대로 손상가지 않게 하거든."

"헤라. 너 그래놓고 저번에 검 강화해준다고 가져가놓고 부숴먹지 않았니?"


그러자 펠릭스는 움찔하며 검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었다.


"자자, 내가 봐주마."


그는 검을 가져가더니 천천히 망가지지 않게 검집에서 칼을 뽑았다.


"어, 오, 호오? 으으으음. 으음? 호오."


여러가지 감탄 섞인 말을 섞더니 그는 눈이 커졌다.


"자네. 이 검 유품으로 얻었다고 했나?"

"네."


그는 펠릭스를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깐 엘런, 헤라. 나가줄 수 있나? 단 둘이서 대화를 하고 싶거든."


엘런과 헤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바깥으로 나갔다.







#






"너. 귀족이군."


펠릭스는 그 말을 듣곤 멈칫하더니, 머쓱한 듯 웃었다.


"조부님 대에서 몰락했죠."

"거짓말 마라. 얼굴을 보니 알겠군, 브리톤의 아들인가? 앤드류?"


펠릭스의 표정이 굳었다.


"아아. 형이 죽었다고 했으니 필립이겠군. 필립 아르젠."

"그래서 어떡할거죠?"


펠릭스는 날선 말투로 그를 노려봤다.


"진정하게. 널 해치거나 신변을 망칠 생각은 없어. 일단 네 검은 명검이다. 네 형을 위해 내가 직접 만들었지."


그러더니 그는 펠릭스의 검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천장에 올려뒀다.


"이 검은 회수다."


펠릭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부르뜨며 그를 노려봤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이 검은 내가 네 형, 앤드류를 위해 선물한거다. 미안하지만 주인있는 검을 쓰면, 너도 저주받을거다. 하지만···."

"하지만?"


헤카톤은 한 철 막대기를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


"네 형이 네게 주었지. 하지만 아직까진 이 검의 주인은 앤드류다. 그의 이름을 여기에 박아넣었거든."


확인해보니 칼의 날에는 앤드류의 이름이 박혀있었다.


"넌 이 검을 뭐에 쓸거냐."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에 펠릭스는 잠시 당황했다.


"검은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 사람을 베든, 과일을 베든, 아니면 사냥을 하든. 하지만 이미 이 검의 목적은 정해졌군. 사람을 베는 것으로 말야."


그는 얼굴을 쭉 내밀어 펠릭스를 바라봤다.


"이 검의 끝은 무엇이냐. 누구의 피를 묻히면 끝나는거냐, 펠릭스?"


펠릭스는 이를 악물더니 머릿속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제 숙부."

"그게 네 복수의 대상이냐."

"아버지도, 형도, 영지도, 하인도, 파르젠도, 모두 빼앗아간 그를 죽이는게 목적입니다."


그러자 그는 칼을 바닥에 놓곤, 기름을 발랐다.

그런 뒤 달궈진 쇠 막대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걸로 앤드류의 각인을 지워라. 내가 이 검에 네 이름을 각인시켜주마. 평화롭게 살기를 바랬던 이 검은 이제 복수자 필립과 펠릭스의 검으로 불릴거다. 각오는 되었느냐?"


필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형. 미안해."


그러곤 쇠막대로 검의 각인부분을 지졌다.

치익- 연기가 올라오며 각인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지자 필립은 쇠 막대를 놓았다.


땡그르르- 힘없이 쇠막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가각-


헤카톤이 들고있는 쇳날이 검에 닿자, 빠르게 휘갈기며 각인이 세워졌다.


[복수자 펠릭스]


"이 날에 네 숙부의 피가 묻는순간. 이름은 필립으로 바뀔거다. 무운을 비마."


콰앙-


그는 문을 열고 나가더니 안에 있는 작업자들에게 외쳤다.


"가장 좋은 철을 가져와라! 이 아이를 위해 성심성의껏 갑옷을 만들어라. 내 소중한 손님이시다!"


작업자들은 그의 말이 끝마치자마자 빠르게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철들을 바꾸었다.


"너를 응원하마 필, 아니 펠릭스."


펠릭스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인생의 목표가 정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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