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드루이드는 희귀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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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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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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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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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쫓는 부엉이

DUMMY

시온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며칠 동안 입장료로 날아간 돈이 총 얼마인지 계산했다.


“뭔 놈의 희귀종이 서울 한복판에서 튀어나오냐···.”


동물원과 수족관을 이 잡듯 뒤져도 나오지 않던 희귀종이 뜬금없이 등장하니, 느껴지는 감정은 어이없음을 넘어 황당함이었다.


“그래서, 넌 어떤 능력이 있는 희귀종일까.”


가까스로 허무함에서 빠져나온 시온은 아직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는 부엉이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 녀석의 주황색 눈동자가 환하게 빛났다.


[‘시간을 쫓는 부엉이’와 교감합니다.]

[스킬 「시간 읽기」가 발동됩니다.]


“뭐야, 시간 읽···?”


떠오른 상태창을 제대로 읽을 틈도 주지 않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것이 시온의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온의 의식이 그 장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몸 상태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지만, 생전 처음 보는 장소에 와 있다.


“꺄아악!”

“누가 도와주세···!”


이미 산산이 무너져 내린 건물과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시민들.


“여기서 더 퍼지지 못하게 해야 해!”

“그게 말처럼 쉽냐고···!”


괴성과 함께 앞을 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날뛰는 괴물 떼, 이를 악물고 괴물들과 뒤엉켜 싸우는 몇 명의 각성자.


키에엑!


이런 상황에 발은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팔 네 개 달린 인간형의 괴물이 안광을 뿜으며 돌진해 온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진오 삼촌의 목소리.


“박시온! 정신 똑바로 차려!”


그 소리를 들었음에도 괴물이 휘두르는 칼을 피하기에는 늦었고, 그 날카로운 공격에 몸뚱이가 찢겨 나갔다.


***


“허억···!”


시온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현실로 돌아왔다.

온몸은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사이에 땀범벅이 되어 있었고, 이게 무슨 일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부후.


시온은 고개를 돌려 방금 교감한 희귀종을 바라봤다.

이제 볼일이 끝났다는 듯 고개를 까딱이더니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 달빛 사이로 사라지는 부엉이였다.


“···게이트 쇼크.”


천천히 심호흡하며 미친 듯이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자, 방금 본 장면과 유사한 사건이 시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15년 전의 게이트 쇼크.

전 세계에 나타난 의문의 게이트와 그 안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로 인해 세상이 유례없는 혼란에 빠졌던 사건이었다.


“15년 전이라기에는 말이 안 되는데···.”


시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의 장면이 15년 전, 자신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참사라기에는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시온은 게이트 쇼크 후에도 몬스터를 직접 마주했던 적이 없었고, 진오를 만난 것도 당연히 그 사건 이후.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난장판에서 진오가 자신에게 소리치는 광경은 결코 과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시간 읽기」라는 스킬 이름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과거가 아니라면 남은 건 미래뿐.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제2의 게이트 쇼크가 발생한다.


이것이 시온이 내린 결론이었다.


“···아.”


결론을 내린 시온은 양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꽁지머리를 지탱하던 머리끈이 튕겨 나갔지만, 그걸 주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루빨리 누구에게라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풀린 머리카락이 휘날려 거슬리는 것도 무시한 채, 시온은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야! 거기 너 미쳤어?!”


하마터면 지나가던 차에 치일 뻔했지만, 시온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떠오르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저 미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을 쫓는 부엉이’와 교감합니다.]

[비행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뭣···?”


그 순간 상태창과 함께 주황색의 날개가 나타났고, 시온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왁!”


수리부엉이와 교감했으니 비행 능력이 필연적으로 따라온 것이었지만, 시온으로서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날갯죽지 부근에 생겨난 날개의 형상을 확인하다 가로등에 부딪힐 뻔한 시온은 가까스로 방향을 꺾었다.


“진짜··· 각성은 왜 해서!”


이러다 새벽에 산책 나온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질 것이었다.

시온은 이 불안한 비행을 통제하는 데에 온 신경을 쏟았고, 겨우겨우 감을 잡아 상공으로 솟구칠 수 있었다.


밤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속도는 달리는 것의 몇 배였으니 이 상황에 비행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시온은 이를 악물면서 방향을 잡았고, 큰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토 나오겠네, 진짜.”


20분은 걸어야 할 거리를 5분 만에 날아왔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몸과 정신이 전부 만신창이였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고, 시온은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달밤에 운동이라도 하고 왔냐? 그리고 그놈의 머리 좀 제발 자르라니까.”


침대에 눕기 직전이었는지, 진오는 칫솔을 입에 문 채로 시온을 맞이했다.

바람에 마구 휘날려 제멋대로 뻗친 시온의 긴 머리를 지적하는 건 덤이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게이트 쇼크가 터질 거라고!”

“뭐라는 거야, 갑자기 웬 게이트 쇼크?”


급한 탓에 앞뒤를 전부 자르고 말한 시온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뿐.


“서울숲에서 새로운 희귀종 하나를 찾았는데···.”


시온은 최대한 차분하게 조금 전에 일어난 일들을 설명했지만, 진오는 양칫물을 뱉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네가 새로 교감한 부엉이가 시간을 읽는 능력이 있었고, 게이트 쇼크가 일어나는 장면을 너한테 보여줬다?”

“어. 이거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니···.”

“며칠 동안 스트레스 쌓였다고 술 처먹은 거 아니지?”

“아니··· 삼촌!”


시온은 어느 때보다도 다급했지만 진오는 시온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음주 여부를 물었다.


사실 진오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기도 했다.

게이트 쇼크가 다시 터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뜬금없는 이야기였으니까.


“박시온, 일단 진정하고···.”

“삼촌 같으면 진정해? 그 끔찍한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고! 우리 엄마 아빠···.”


감정이 올라온 탓에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시온의 모습을 본 진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온의 꼬마 시절부터 보아 왔지만,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흥분한다고 뭐가 바뀌냐? 잠시만 기다려 봐.”

“아, 이걸 보여줄 수도 없고.”


시온은 시온대로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미래의 참상을 본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그걸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떨떠름한 반응이었으니.


“일단 비슷한 소리를 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보자고.”

“그걸 확인할 수가 있어?”

“며칠 전에 통화한 놈 있잖아. 꽤 유능하거든.”


진오의 휴대폰에서 통화 연결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들었던 목소리가 등장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긴 지금 해도 안 뜨지 않았나? 뭐 새벽기도라도 시작했어?

“잠들기 직전인데, 급하게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했어.

-요새 나를 자주 찾네. 아주 인기남 된 기분이야.


장난스러운 태도와는 별개로, 스마우그는 이쪽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상.

게이트 쇼크가 다시 일어난다는 징후가 있다면 분명히 그의 정보망에도 들어왔을 것이었다.


“머지않아서 게이트 쇼크가 다시 터질 거라는데, 아는 거 있나 해서.”

-게이트 쇼크? 15년 전 그 사건 말하는 거냐?

“어, 그거. 혹시 어디서 비슷하게 들은 거 없어?”


같은 미래를 예지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마우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던 시온은 휴대폰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다시 터진다고···. 너 혹시 약 빨았냐?


김빠지게도, 스마우그는 진오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니, 술 대신 약이라면 좀 더 화끈한 표현이었다.


-한국 바닥에 약이 풀리고 있다는 건 들었다만···.

“시온이한테 들은 거니까 약쟁이 취급은 하지 말고.”

-각성하자마자 오리지널 들고 있다는 그 친구? 걔가 말한 거면 흥미가 좀 생기는데.

“박시온, 그냥 네가 직접 설명해.”


진오는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시온에게 넘겼고, 시온은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어, 근본 없는 드루이드께서 직접 설명해 주는 거야?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 설명.

스마우그는 다소 가벼운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시온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드루이드 주제에 미래 예지 능력이라니···. 신선하네.

“믿어 주시는 건가요?”

-애초에 난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흘려듣지는 않아. 심지어 그게 오리지널 보유자의 주장이면 무시할 이유가 없지.


스마우그의 태도가 꽤 진지하게 바뀐 것은 의외였다.

그 바닥에서 오래 굴러본 결과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다만 네가 본 게 게이트 쇼크라고 장담은 못 하겠네. 15년 전 사건 때 기어 나왔던 몬스터들 중 퇴치되지 않은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할 수 있는 게 있나?


시온의 말을 믿어 주는 것과는 별개로, 뾰족한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못하는 것은 스마우그도 마찬가지였다.


“스마우그 네가 소문을 좀 내서 다른 각성자들이 움직이게끔 할 수는 없는 건가?”

-이런 부정확한 정보를 떠벌리고 다니면 내 신용에 문제가 생길 거고, 내가 그것까지 감수하는 건 힘들지.

“역시 그렇겠지···.”


한동안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진오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스마우그는 가벼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선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 대신 더 확실한 정보가 생기거나, 다른 쪽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알겠습니다.”


통화는 여기까지였고, 시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온의 주장에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준 것을 빼면 소득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내가 네 말을 믿는다고 해도, 이제 방법이 있나? 스마우그가 안 도와주면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봐도 되는데.”


진오의 말에 시온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뇌를 많이 쓰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일단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데에다가···.”

“네 신상 다 까고 이야기할 거 아니면 의미 없다. 하루에 쓸데없는 글이 몇천 개씩 올라오는 곳들인데.”

“아니면 국가기관에?”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거긴 믿을 만한 곳이 아니야.”


진오는 시온이 내놓는 의견마다 반대였다.

사실 지금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수 중 뾰족한 것이 없었으니 당연하기도 했다.


“아, 그 전에 이것부터 묻자. 박시온 넌 괜찮겠냐?”

“뭐가?”

“어쨌든 네가 본 미래를 막고 싶다면, 이 바닥에 제대로 발을 담가야 하는데···. 너 그런 스타일 아니잖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각성자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에 떨떠름하던 시온의 태도가 이 정도로 바뀐 것이 의아했던 진오는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몰랐으면 그냥 사는데, 알게 됐으니까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게이트 쇼크는··· 어떻게 해서든 막고 싶네.”

“···많이 컸네, 박시온.”


시온의 과거사를 알고 있는 진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함과 흐뭇함 사이의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시온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였다.


“우리 둘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일단 똑똑한 동료라도 하나 구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믿을 만한 애 중에 머리 좀 돌아가는 건 아까 걔밖에 없는데, 너 이 바닥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

“아니. 이제부터 만들어야지.”


어쩌다 일이 한순간에 이 지경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물에 이어서 사람을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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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관서의 로닌 24.08.25 8 1 12쪽
13 친절한 현지 가이드 24.08.24 8 0 11쪽
12 다음 목적지는 24.08.23 17 1 11쪽
11 유령 눈표범 24.08.22 23 1 11쪽
10 사냥꾼 잡는 사냥꾼 24.08.21 17 0 12쪽
9 악마 눈의 마코르 24.08.20 19 0 12쪽
8 히말라야행 유령선 24.08.19 25 0 12쪽
7 강해져야 한다 24.08.18 30 1 12쪽
6 안전한 도주로 24.08.17 30 1 11쪽
5 천재 도박사 24.08.16 34 2 11쪽
4 오소리의 행운 24.08.15 40 1 12쪽
» 시간을 쫓는 부엉이 +1 24.08.14 52 2 12쪽
2 근본 없지만 오리지널 +2 24.08.13 53 2 13쪽
1 새하얀 오소리 +2 24.08.12 6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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