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드루이드는 희귀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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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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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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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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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희귀종을 둘이나 찾았으면 결론적으로 좋은 성과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다소 발생하기는 했지만, 서정의 말대로 이곳에 온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일행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눈표범 능력도 확인해 봐야···.”

“어이, 근본 없는 친구.”


선실로 들어온 스마우그가 시온의 말을 끊었다.


“세 명이 죽었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에?”

“뭐, 수틀리면 인간도 잡는 백정 새끼들이 죽은 거니까. 역시 별 신경 안 쓰이려나?”


조금 전 목숨을 잃은 밀렵꾼 셋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온은 스마우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 의도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행동에 대한 경각심은 가지고 있으란 소리겠지.”


서정은 스마우그의 말에 담긴 뜻을 대충 눈치챘다.

이 정도의 사건을 겪은 건 처음인데도 큰 감흥이 없어 보이는 시온에게 약간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필요했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사람이 죽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야. 그게 어떤 사람이든 간에.”

“죽고 죽이는 것에 익숙해지지 마라. 그건 괴물이야.”


근처에서 엽총을 손질하던 진오도 한마디 거들었고, 스마우그는 괴물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경고했다,

시온은 그 말을 듣고 느낀 것이 있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해했습니다.”

“사실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인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넌 적당히 잘 살아야지.”


시온의 대답을 들은 스마우그는 순식간에 다시 얼굴에 웃음기를 가져오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각성자 세계의 밑바닥까지 경험했던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조언이었고, 시온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스마우그 너도 한국에 머물다가 가. 내가 크게 한 번 쏠게.”


진오는 귀찮은 일을 성심성의껏 도와준 스마우그가 고마웠는지 한국에 도착하면 그 보답을 할 생각이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 일이 좀 밀려 있어서.”

“아. 아프리카 가야 한다고 했었나?”

“다음번에 같이 할 일 있으면 그때 맛난 거 사주든가. 딱 보니까 조만간 내가 또 필요해질 것 같은데.”


스마우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또 불려올 것 같다는 예측을 하며 시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카 하나 잘 만나서 엄청 고생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담배를 피우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서정이 진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아무리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모습인 서정이라고 해도, 조카 또래에게 동정을 받는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은 진오였다.


***


“으윽···.”


시온은 자신의 침대에 엎드린 채 얼굴을 묻고 있었다.

이동 시간을 합쳐도 이틀밖에 걸리지 않은 히말라야 여정이었지만, 20일은 다녀온 것 같은 피로감이었다.


“잘 거면 씻고 자라. 밥 먹고 자든지.”

“지금 자면 밤낮 돌아가잖아···.”


시온은 진오의 말에 벌떡 일어난 후,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어 던졌다.

시온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가만히 맞고 있다가, 별안간 몇 시간 전 하지 못했던 작업을 떠올렸다.


“그놈 확인이나 좀 해 보자···.”


[교감 가능한 생물 : 새하얀 오소리/시간을 쫓는 부엉이/악마 눈의 마코르/유령 눈표범]


시온은 상태창을 띄운 후, 교감 가능한 생물 목록을 확인했다.

새하얀 오소리 하나만 달랑 있던 일주일 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풍족해진 교감의 선택지였다.


“눈표범, 교감.”


[‘유령 눈표범’과 교감합니다.]

[민첩성 수치가 증가합니다.]


새로운 희귀종과 처음 교감할 때마다 드는 이상한 감각이 시온의 온몸을 감쌌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희귀종의 능력에 관한 정보가 머리 안으로 파고드는 것은 덤이었다.


“「진눈깨비 미채」.”


[투명화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시온이 중얼거리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자 순식간에 전신이 투명해져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허공에서 부서졌고, 덕분에 나타난 시온의 테두리만이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여기도 제대로 달려 있고···.”


유령 눈표범이 특징을 실컷 본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기술이었다.

그러나 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해 급소를 비롯한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대는 시온이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투명화 상태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시온은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기술을 해제했다.

거울에 다시 나타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딘가 낯선 느낌이었지만, 시온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음, 「눈보라 발톱」?”


쾅.


다른 기술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시온은 아무 생각 없이 수건을 든 오른손을 휘둘렀고, 큰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 손은 화장실 벽에 꽂혀 있었다.


“···이거 네가 한 거냐?”


밖에서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는지 진오가 곧바로 달려왔고, 처참한 상태의 화장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울리지 않는 한기가 느껴지는 것은 덤이었다.


시온의 손이 꽂힌 채로 박살이 난 벽면 타일.

남아 있던 물기가 그대로 전부 얼어버린 바닥과 거울.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하긴. 일부러 이랬으면 사이코패스지.”


머리에 수건을 얹은 시온이 대충 옷을 챙겨입으며 변명했고, 진오는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어찌 됐든 유령 눈표범의 능력이 전투용으로 기가 막힐 것 같다는 걸 확인한 시온이었다.


딩동.


시온과 진오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바닥에 흩뿌려진 타일 조각들을 청소하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뭐 배달시켰어?”

“올 게 없는데. 네가 확인해 봐.”


시온은 바지에 손을 문질러 닦으며 인터폰을 확인했고, 화면 너머로 등장한 것은 서정의 무표정이었다.

바로 현관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온 서정은 묵직한 가방을 신발장 앞에 내려놓았다.


“안에 진오 삼촌 있으신가.”

“뭐야, 볼 일 있다면서 여긴 왜 왔어?”

“그거 바로 정리하고 온 거죠. 하루만 재워줘요.”


진오가 타일 조각이 가득한 쓰레받기를 들고 현관으로 나와 서정을 바라보았다.

아까 진오의 차로 복귀하는 길에 경기도에서 내렸던 서정이었는데, 원래 거처에서 짐을 챙겨 온 듯했다.


“설마 잘 데 없어서 눌러앉으려고 온 건 아니지?”

“근처에 원룸 잡았어. 내일 바로 이사할 거야.”


시온의 질문에 깔끔하게 대답한 서정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향했고, 엉망이 된 화장실을 어느 정도 정리한 시온과 진오도 그 뒤를 따랐다.


“오는 길에 여기로 밥 배달시켰는데, 이미 먹었나?”

“아직 안 먹었어. 네가 사는 거냐?”

“그렇지. 네가 교환했던 천만 원에서 쓰는 거지만.”


서정은 시온이 도박장에서 칩으로 바꿨던, 원래 진오의 통장에 들어 있었던 그 돈을 알차게 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정이 두 사람의 것까지 세 그릇 주문한 알밥이 도착했다.


“근데 넌 왜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냐?”

“그럼 그냥 최진오라고 부를까요? 전 상관없는데.”

“···너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히말라야에 다녀온 이후 어느 정도 편해졌는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세 사람이었다.

언젠가부터 서정도 진오를 삼촌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아, 그리고 내가 네 오리지널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말이야.”


식사가 끝나갈 무렵, 서정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교감하는 희귀종들, 몬스터랑 비슷한 것 같아.”

“게이트 쇼크 때 튀어나왔던 몬스터들 말하는 거야?”

“그렇지. 동물보다는 걔들이랑 가까운 게 사실이잖아.”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간이 아닌 생명체.

이 설명만 놓고 보면 몬스터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몬스터랑 다를 게 없긴 해. 땅을 파고 들어가거나, 투명 상태가 되거나 하는 놈들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게이트 쇼크의 시대에도 각성자로 활동했었던 진오가 기억을 더듬었다.

지금 시온의 교감한 희귀종들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도 분명히 존재했었다.


“희귀종들이 몬스터라고 말하는 건 비약이고, 게이트 쇼크의 영향을 받은 동물이라는 가설까지는 나올 수 있겠네.”

“그러면··· 내가 몬스터랑도 교감할 수 있으려나?”

“가능성은 있겠지. 그리 대단하다는 오리지널인데.”


대화가 급물살을 탔고, 시온도 아직 자신의 오리지널에 통달한 것이 아닌 탓에 호기심이 불붙어 버렸다.

서정은 불가능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확인해보려면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찾아야 하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몬스터는 거의 없을 텐데.”


게이트 쇼크 이후 많은 각성자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몬스터는 각성자 수보다도 적었다.

어쩌면 희귀종 이상으로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게 서정의 생각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못 찾을 정도까지는 아니야.”

“음?”


그러나 진오의 생각은 조금 달랐는데, 히말라야로 이동하던 중에 스마우그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우리나라와 가깝고,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미퇴치 몬스터가 출몰하는 나라가 있거든.”

“그런 나라가 있어?”

“일본. 공개적인 보도는 없지만, 각성자 관리국을 필두로 한 달에 한 마리 이상 몬스터를 처리한다나 봐.”


15년 전 게이트가 특히 많이 발생해 지금까지도 소수의 미퇴치 몬스터들이 그 잔재로 남아 있는 나라가 몇 있는데, 일본이 대표적이었다.


“일본이라···. 안전하려나?”

“히말라야랑은 다르게 사람이 많아서 관광객 연기 정도는 해야겠지만, 반대로 몸은 훨씬 편하겠지.”

“시간이 나는 대로 가야겠네. 얻을 게 많을 것 같아.”


시온은 이미 바다를 건너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한 진오였지만, 본인이 얹은 말도 있으니 굳이 반대 의견까지는 내지 않았다.


“그럼 그 유령선 몰고 다니는 사람 또 불러야겠네요.”

“아. 걔 적어도 일주일은 바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진오는 헤어진 당일에 한 번 더 도와달라는 연락을 할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지는 휴대폰을 집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뿐.


몇 시간 전 스마우그가 했던, 조만간 본인이 또 필요해질 것 같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


“으···.”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시온은 뭔가 편안하지 않아 보였다.

뜬금없게도 꿈속에서 능력이 사용돼버린 탓이었다.


[‘시간을 쫓는 부엉이’와 교감합니다.]

[스킬 「시간 읽기」가 발동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속에서 하늘색의 상태창 두 개가 나타나더니, 곧바로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주위의 간판에 한자와 가나가 보였기 때문에 그 장소가 일본이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 있는 긴 생머리의 실루엣이 하나.

꿈속의 시온은 자연스럽게 그 앞으로 걸어갔다.


“나보고 너희에게 합류하라고 했지? 조건이 있어.”


거리를 좁히자마자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새로운 동료의 합류를 암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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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재하는 한국인들 24.08.26 5 0 11쪽
14 관서의 로닌 24.08.25 8 1 12쪽
13 친절한 현지 가이드 24.08.24 8 0 11쪽
» 다음 목적지는 24.08.23 18 1 11쪽
11 유령 눈표범 24.08.22 23 1 11쪽
10 사냥꾼 잡는 사냥꾼 24.08.21 17 0 12쪽
9 악마 눈의 마코르 24.08.20 19 0 12쪽
8 히말라야행 유령선 24.08.19 25 0 12쪽
7 강해져야 한다 24.08.18 30 1 12쪽
6 안전한 도주로 24.08.17 30 1 11쪽
5 천재 도박사 24.08.16 34 2 11쪽
4 오소리의 행운 24.08.15 40 1 12쪽
3 시간을 쫓는 부엉이 +1 24.08.14 52 2 12쪽
2 근본 없지만 오리지널 +2 24.08.13 53 2 13쪽
1 새하얀 오소리 +2 24.08.12 6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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