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드루이드는 희귀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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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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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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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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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야 한다

DUMMY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의 설명이 전부 끝났을 때는 이미 진오와 시온의 거처에 도착한 시점이었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번 하고 나온 서정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너는 오리지널이라는 걸 가지고 있어서 특별한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드루이드라는 거지?”

“맞지.”

“그리고 바로 오늘 새벽에 교감한 부엉이가 게이트 쇼크가 다시 터지는 미래를 너한테 보여줬다는 거고?”

“그렇지.”


한 시간가량 차 안에서 했던 중구난방의 설명이 깔끔한 요약문으로 바뀌어 서정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시온은 냉장고에서 꺼낸 사이다 캔을 서정에게 건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아무한테나 무턱대고 말할 수도 없고,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까 나를 섭외한 거고?”

“이야, 머리 좋은 건 맞네. 요점만 잘 짚었어.”


조끼를 비롯한 장비들을 정리한 후 거실로 나온 진오가 감탄할 정도로 완벽히 상황을 이해한 서정이었다.


“미안한데, 두 사람 다 정신 이상한 건 아니지?”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을 것 같긴 해.”


진오는 술 먹었냐, 스마우그는 약 빨았냐, 서정은 정신 이상하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첫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나도 처음엔 안 믿겼는데, 얘가 쓸데없는 거짓말 하는 놈이 아니라는 건 장담할 수 있어.”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꽁지머리에 다크서클, 지리산에서 홀연히 사라졌다는 듀오랑 인상착의가 똑같긴 하니까.”


진오가 시온을 두둔하기 위해 입을 열었고, 서정은 의심하는 건 아니라면서 이전에 두 사람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는 내용의 말을 꺼냈다.


“···그건 어디서 들었어.”

“이틀 전에 도박하러 왔다가 술에 취해서 본인이 지리산에서 한자리하고 있다고 떠들던 놈이 있었더랬죠.”


이 바닥 소문이 빠르다는 건 알았어도, 이렇게 빨리 시온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것에 미간을 찌푸린 진오였다.

물론 지금 걱정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 의견 좀 내봐.”

“···뭘 어떻게 해. 딱 봐도 답은 간단하게 나오는데.”


시온은 캔 뚜껑을 따고 사이다를 들이켜는 서정을 쳐다보았다.

올라오는 탄산 탓에 잠시 표정을 찌푸린 서정은 집게손가락으로 시온을 가리켰다.


“네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


서정이 내놓은 답변은 예상했던 것보다 단순했다.

시온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원론적인 말이기도 했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지금의 너는 나 하나도 못 이길 텐데. 그 상태로는 게이트에서 튀어나올 몬스터들을 막아낼 수도 없고, 다른 실력자들을 불러모으기도 쉽지 않을 거거든.”


서정의 말에는 지적할 거리가 없었다.

지금 상태의 시온은 게이트 쇼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맞았으니까.


“천천히 힘부터 키워나가야 한다는 건가···.”

“근데 그게 말처럼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해.”


시온은 혼잣말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사이다를 마저 마시고 캔을 내려놓은 서정은 의외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보통의 드루이드는 자연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식으로 강해지겠지만, 근본 대신 오리지널이 있는 시온에게는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내가 들은 대로라면 네가 교감하는 희귀종 하나하나의 능력이 사기적이라는 건데, 싸움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희귀종 몇 마리만 찾으면 되는 거 아니야?”


희귀종 중 하나인 새하얀 오소리의 행운을 오늘 직접 겪어본 서정이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전투에 특화된 능력의 희귀종과 교감한다는 가정하에, 시온의 고점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상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 오소리랑 부엉이 둘 다 얻어걸린 것뿐이지, 희귀종이라는 게 내가 찾으려 한다고 해서 순순히 나타나 주지는 않거든.”


희귀종이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난 3일간의 경험으로 깨달은 시온이었다.

이제 가볼 만한 동물원도 없었고, 그리 쉽게 희귀종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럼 그 시간 읽는 스킬이나 다시 써보지그래? 희귀종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보여줄 수도 있잖아.”

“새벽에 몇 번 해 봤는데,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


새벽의 사건 이후에 「시간 읽기」 스킬을 다시 써보려 했던 시온이었지만, 몇 번의 실패 이후에 단념했었다.

그렇다고 서정의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시온은 크게 심호흡한 후 정신을 집중했다.


[‘시간을 쫓는 부엉이’와 교감합니다.]

[스킬 「시간 읽기」가 발동됩니다.]


“어?!”


아무 기대 없이 한 시도에서 벌어진 의외의 상황.

저번과 똑같게 시야가 흐려지더니, 시온의 의식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이리저리 둘러봐도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새하얗게 쌓인 눈을 제외하고는 보이는 것이 없다.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파악할 여유도 없이, 상황은 매우 급하게 흘러간다.


탕.


“반드시 잡는다.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할 수 없어!”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미끄러질 것 같은 위험천만한 지형, 그 공간을 메우는 것은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와 심심찮게 울려대는 총소리다.


크르릉···.


그리고 가까이에서 들리는 건 경계심이 가득한 짐승의 입에서 나오는 위협의 소리.


뒤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만년설이 덮인 바위 사이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짐승과 눈이 마주쳤다.


***


“···아.”

“정신 돌아왔네. 보고 온 거냐?”


다시 현실로 돌아온 시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얼굴 바로 앞에 손을 흔드는 진오였다.


“도대체 이 부엉이 능력 기준이 뭔지 모르겠네. 새벽에 몇 번을 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서.”

“그래서 뭘 봤는데. 또 게이트 쇼크 터지는 미래야?”

“눈 덮인 산. 그곳에 희귀종이 있어.”


미래의 장면에서 시선을 나눈 짐승이 희귀종이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시온의 직감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어쩌면 시온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을 미래의 장면으로 보여준 것일지도 몰랐다.


“근데 어떤 동물인데. 한국에 있는 동물이야?”

“정확히 동물 형체를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주변이 온통 눈에 뒤덮여 있는 걸 보면 외국인 것 같았어.”

“각성한 지 일주일도 안 됐다며. 참 파란만장하네.”


그 짐승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스킬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시온은 진오의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가 없었다.

외국인 것 같다는 추측을 들은 서정은 시온의 상황이 평범함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났다는 생각이었다.


“뭐, 만년설 하면 히말라야긴 하지.”

“히말라야라···. 삼촌은 가본 적 있어?”

“딱 한 번 가봤어. 아무리 각성자라도 그 대자연 앞에서는 위험하더라고.”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 진오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이미 시동이 걸린 시온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정 가고 싶으면··· 스마우그한테 연락 넣어 보고.”

“또 그 사람?”

“어디 관광 가는 것도 아니고, 거기까지 타고 갈 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공항에서 해외로 나가는 탑승객들의 각성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십 년 전의 일.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력 자원인 각성자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정부는 세상에 없었다.


“이거 며칠 사이에 전화를 몇 통이나 하는 거야···.”


쉽게 말해 각성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세 사람은 음지의 방법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오는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스마우그와 통화를 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 너만 결정하면 되네.”

“음?”

“어쩌다 보니 무턱대고 데리고 왔지만, 계속 같이 움직이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어떻게 할래, 낄 거야?”


이 정도면 앞으로의 계획에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고, 남은 것은 서정과 계속 동행하느냐의 문제였다.

서정의 입장에서는 굳이 안 해도 되는 고생길에 올라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거절할 명분도 충분했다.


“일단 껴 볼게. 당장 출근할 일자리도 없어졌고, 너 정도 되는 놈이라면 베팅해 볼 만하니까.”

“나이스.”


다행히 서정은 생각보다 시원하게 합류를 결정했다.

거절당한다면 무릎 정도는 꿇고 매달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기에, 시온은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고로 우리 일반 서민이라서 월급은 못 준다?”

“좀 싸긴 해도, 선금으로 천만 원 받았다고 치지, 뭐.”


서정은 주머니에서 아까 시온이 칩으로 환전했던 돈뭉치 두 개를 꺼내 흔들었다.

애초에 잃을 수도 있었던 천만 원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영입 비용으로는 싸게 먹힌 것이 맞았다.


“3일 후에 배가 한국으로 들어온다니까 그때까지 잘 준비해 둬. 위험한 여행이 될 테니까.”


통화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진오는 스마우그와 이야기한 내용을 일러주었고, 서정은 그때 보자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시온은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다고 해서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되는 데까지는 해본다는 생각이었다.


***


“삼촌, 그 사람 오긴 오는 거야?”

“늦지 않게 오겠지. 걔 걱정은 안 해도 돼.”


사흘 후, 사람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외딴 해안가.

각자 가방 하나씩을 멘 세 사람은 달밤의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스마우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여긴 항구도 아닌데, 배가 들어올 수가 있나?”

“저기 뭔가 오는 것 같긴 한데.”


서정의 말에 시온은 고개를 돌려 바다를 쳐다보았고, 선박 한 채가 청록색 불빛과 함께 접근하고 있었다.

특별할 게 있다면 배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기지 않고 공중에 뜬 채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을까.


“야, 오랜만이다!”


몇 번의 통화에서 들어서인지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장난기 많은 얼굴에 훤칠한 키를 가진 금발 남자가 뱃머리에 서서 진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급하게 연락한 건데, 와줘서 고맙다. 스마우그.”

“우리 사이에 이 정도로 뭘. 저 친구가 그 근본 없는 드루이드인가?”


진오는 배에서 내린 스마우그와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고, 스마우그 역시 가벼운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했다.

오랜만에 만났다지만,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배는 어떻게 돼먹은 거야?”


전체적으로 청록색 빛이 맴돌고, 물이 아닌 허공에 떠 있는 스마우그의 배는 진오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플라잉 더치맨. 내 애마고, 평범한 배는 아니지.”

“평범한 배가 아니라면?”

“얘랑 똑같은 거야. 이게 내 오리지널이니까.”


스마우그는 거리낌 없이 시온에게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시온과 같은 오리지널 보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오리지널이라는 거, 너도 가지고 있는 거였냐?”

“너랑 자주 연락 안 하던 때에 얻게 된 거야. 그건 가는 길에 마저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빨리 타.”


스마우그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탑승한 서정은 배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살펴보았고, 뒤이어 배에 올라탄 시온과 진오도 돌아가는 고개를 주체할 수 없었다.


스마우그가 플라잉 더치맨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배는 몇백 년 전에나 주로 사용했을 것 같은 범선의 구조를 하고 있었지만, 다른 선원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각성자, 그것도 오리지널을 가진 스마우그의 배인 만큼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지만.


“근본 없는 탑승자에 근본 없는 목적지. 출발합니다~”


타륜 앞에 선 스마우그의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뱃머리가 돌아갔고, 여러 개의 돛이 활짝 펼쳐졌다.


다소 불안하고 위험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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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히말라야행 유령선 24.08.19 24 0 12쪽
» 강해져야 한다 24.08.18 30 1 12쪽
6 안전한 도주로 24.08.17 30 1 11쪽
5 천재 도박사 24.08.16 34 2 11쪽
4 오소리의 행운 24.08.15 40 1 12쪽
3 시간을 쫓는 부엉이 +1 24.08.14 51 2 12쪽
2 근본 없지만 오리지널 +2 24.08.13 53 2 13쪽
1 새하얀 오소리 +2 24.08.12 6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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