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드루이드는 희귀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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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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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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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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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하는 한국인들

DUMMY

“이렇게 오래 끌릴 일이 아닌데.”


유령 눈표범의 능력으로 모습을 감춘 시온은 결정타가 들어가려 할 때마다 습격자를 방해하고 있었다.

계산에 없었던 시온의 개입으로 습격자의 계획이 늦춰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면 차라리 너부터···!”


습격자는 검을 큰 범위로 휘둘러 시온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유령 눈표범과 교감한 덕분에 민첩성이 올라간 시온은 큰 무리 없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습격자가 한 번 더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진오가 손에 쥔 엽총이 그녀의 은발 머리에 정확히 조준되었다.


“움직이지 마. 이 거리에서 빗나갈 일은 없으니까.”

“미안하지만 미호 너도 마찬가지야.”


서정 역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미호 쪽으로 손을 뻗은 후 카드들을 공중에 띄웠다.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닌 건 맞는데, 서로 이야기는 좀 해봐야겠어. 관서의 로닌.”

“참나···.”


습격자의 정체는 관서의 로닌.

스마우그가 일러준 인상착의가 습격자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진오였다.


습격자가 관리국 소속이었다면 조심해야 했겠지만, 관서의 로닌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과감하게 움직여도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쪽이 관서의 로닌이야?”

“어. 스마우그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진오의 말을 들은 시온은 투명화를 풀고 땀을 닦았다.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순간 방심하면 베인다는 긴장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도 널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희 둘 중 하나가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 계획에 차질이 생기거든.”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시온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했고, 습격자는 다행히 말이 아예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니었다.


“통성명부터 할까. 한국에서 왔고, 박시온이라고 해.”

“다른 사족은 됐고, 사사키 유메코다.”

“좋아.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데.”


통성명 후, 빨리 본론을 말하라는 듯한 유메코의 표정을 본 시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것보다는 너희들이 나를 막은 이유를 말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유메코의 딱딱한 말이 대화의 순서를 명확하게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말을 꺼낸다는 것이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지 뭐.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대화는 서로 무기 내리고 하지? 굳이 서로 경직된 상태에서 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서정이 설명을 시작하려는 시온의 말을 가로막았다.

무기를 들고 잔뜩 격양된 상태에서의 소통은 깔끔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참 친절하네.”


유메코로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기에 먼저 검을 내려놓았고, 그걸 본 진오도 엽총을 거두었다.


“필요 없는 건 다 날리고 본론만 이야기할게.”


게이트 쇼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동료를 찾고 있고, 그게 지금 눈앞에 있는 두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설명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너희는 사람이 아닌 것도 동료로 받아들이는 건가?”


이야기를 들은 유메코는 의아한 듯이 입을 열었다.

반대로 시온은 유메코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아닌 것?”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거, 인간이 아니야. 장난만 치고 다니는 불여우지.”


유메코에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온종일 같이 다녔던 일행이 불여우라니,


“그럼 일단 미호 네 말을 좀 들어봐야겠는데?”

“아, 진짜···.”


서정의 말에 미호는 순간적으로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았고, 엉덩이 부근에 꼬리 아홉 개가 돋아났다.


“···진짜 여우였던 거야?”

“생각해보니까 이름부터 미호였네. 구미호”

“그 미호가 그 미호는 아닌 것 같지만.”


전래동화에서나 보던, 인간으로 둔갑한 구미호였다.

헛웃음 나오는 현실에 시온과 진오, 서정은 각각 한 마디씩을 뱉었다.


“야, 로닌. 근데 내가 너한테 잡혀 죽을 정도로 죄짓지는 않았거든!”


이제는 말을 해야 할 사람이 바뀌었다.

미호가 자신은 억울하다는 듯 유메코에게 쏘아붙였다.


“아무리 관리국을 때려치우고 나왔다지만, 너같이 위험한 걸 그대로 놔두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뭐가 위험해! 그냥 인간 행세하면서 돌아다니는 게 단데!”


양쪽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이 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니,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있는 시온이었다.


“최근 간사이 지방 전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네 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여기 근처에 괴물이 하나 살고 있다고!”

“잠깐, 잠깐!”


이 정도로 핏대를 올리면 소리를 듣고 누군가 오는 게 시간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서정이 둘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중간에 끼어든 이상, 어차피 너희가 여기서 끝장을 볼 수는 없어. 일단 장소부터 옮겨.”

“장소를 옮기면 뭐가 달라지지?”

“양쪽 다 꿀릴 게 없다는 태도인데, 우리가 이야기를 전부 들어보고 나서 중재해 줄게.”


서정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제안을 건넸다.

어차피 지금의 상황에서는 대화도, 싸움도 진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너희들을 어떻게 믿어?”

“그러면 그냥 여기서 시원하게 한판 벌이든지. 관서의 로닌인지 뭔지 하는데, 우리 셋 상대로 가능하겠어?”


실제로 싸울 생각은 없었어도 구도나 숫자를 고려하면 세 사람이 유리한 것은 틀림없었다.

유메코는 한숨을 내쉬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무슨 짓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려줄게.”


***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간사이 지방 곳곳에 의문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


진오가 숙소로 잡았던 자그마한 료칸 앞의 정원.

다시 꼬리를 집어넣은 미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유메코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 건 관리국이 알아볼 일 아니야? 관리국에서 나왔다는 네가 왜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어?”

“내가 관리국을 때려치우고 나온 건 그 조직에 불만이 있어서지, 이 나라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거든.”


시온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한 유메코였고, 서정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라며 손짓했다.


“관리국에서 몬스터나 각성자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틀어막고 있지만, 사망자들을 부검한 결과 자연스러운 사망은 절대 아니었거든.”


시온은 관리국에서 나왔다는 유메코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가졌는지 궁금했지만, 끊지 않고 계속 들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특수한 경우를 고려해야 하는데, 마침 인간이 아닌 년이 하나 있네? 전적도 있고.”

“전적이 있다니?”

“네 입으로 할까, 내 입으로 할까?”


유메코는 검집 끝으로 미호를 가리키며 선택권을 주었고, 유메코를 바라보던 여섯 개의 눈동자가 미호에게로 옮겨갔다.

“아, 그래! 내가 십몇 년 전에 사람들 간 좀 빼먹은 건 맞는데, 그건 한참 전에 다 졸업했다고!”


미호가 소리를 빽 질렀고, 그 내용을 들은 시온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미안한데, 우리 간도 빼먹으려고 접근한 건 아니지?”

“그런 짓은 이미 다 졸업했다니까. 그리고 그때도 범죄자들만 찾아서 빼먹은 건데···!”


미호는 나름대로 억울함을 피력했지만, 유메코는 진지하게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쨌든. 이 정도면 내가 얘를 급습한 이유는 설명이 됐나?”

“그럼 너도 남은 거 다 얘기해. 아까 괴물이 어쩌고 했었잖아.”


유메코의 이야기는 전부 들었으니, 이제 미호의 남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진오였다.

미호가 여우인 것과는 관계없이, 아까부터 말하고자 하는 게 있어 보였으니.


“요시노산이라고 있어. 이 지역에 있는 산인데, 그 산 안쪽에 있는 동굴에 괴물이 있다니까.”

“괴물이라면··· 미퇴치 몬스터를 말하는 건가?”

“정확해. 내가 동굴 앞까지 가서 느낀 거니까.”


미퇴치 몬스터라는 말에 시온의 눈이 빛났다.

이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고, 시온이 일본에 온 목적과도 연관될 수 있었다.


“요시노산이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자주 찾는 산이잖아. 거기에 괴물이 있다고?”

“의문의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거면 의심 가는 게 그것밖에 없어. 난 결백하니까.”


미호의 주장을 당장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유메코의 행동이 합리적인 것도 아니었다.

서정은 하늘을 쳐다보며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중재해 준다는 한국인 각성자들의 생각은?”


유메코는 서정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서정은 생각 정리가 끝났는지 미호와 유메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유메코 넌 미호가 말한 그 괴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와. 그동안 우리가 얘랑 같이 있을 테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믿어.”


“우리가 타국 땅에서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겠어? 그리고 우리도 얘랑 알게 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서정의 말에 일리가 없지 않았고, 유메코는 이 한국인 세 사람을 믿어도 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다 같이 움직일까? 우린 그래도 상관없는데.”


사실 시온은 다섯이서 같이 움직여도 상관이 없었다.

미호가 불여우인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유메코가 미래의 동료일 가능성이 컸으니.


“···이것저것 알아보고 올 테니까,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봐. 불여우 넌 도망가면 무덤까지 쫓아간다.”

“무덤까지 쫓아오든지, 지옥까지 쫓아오든지. 네 마음대로 하세요.”


유메코는 서정의 말대로 해보기로 한 듯 미호에게 경고를 남기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고, 미호는 유메코의 뒤통수에 혀를 내밀며 빈정거렸다.


“···생각보다 많은 게 얽혀 있네.”

“이거,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겠어.”


진오의 말대로, 생각보다 많은 것이 얽혀 있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어쩌면 몬스터와 대면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시온은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두 발 뻗고 잠이나 자면 되나?”

“야. 할 건 해야지.”

“할 거라니?”

“···진짜 몰라?”


시온은 피곤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숙소로 들어가려 했지만, 진오가 어깨를 잡는 바람에 멈춰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를 집어넣다 보니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시온이었다.

시온은 바로 옆의 벤치에 앉아 몸을 쭉 펴고 있는 미호에게 다가갔다.


“미호야. 우리가 널 도와준 꼴이 됐는데, 너도 나를 좀 도와줄 생각은 없니?”

“역시 드루이드 아니랄까 봐 내 정체를 알자마자 접근하네?”


여우답게 눈치가 빠른 것인지, 미호는 눈알을 위로 굴리며 자신의 꼬리를 꺼내 흔들었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이니까, 얌전히 도와줘라.”

“음···. 너희들이 마음에 든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좀 이르지 않나?”


하지만 순순히 시온과 교감해줄 생각은 없는 것인지, 짓궂은 웃음을 짓는 미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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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재하는 한국인들 24.08.26 6 0 11쪽
14 관서의 로닌 24.08.25 8 1 12쪽
13 친절한 현지 가이드 24.08.24 8 0 11쪽
12 다음 목적지는 24.08.23 18 1 11쪽
11 유령 눈표범 24.08.22 24 1 11쪽
10 사냥꾼 잡는 사냥꾼 24.08.21 17 0 12쪽
9 악마 눈의 마코르 24.08.20 20 0 12쪽
8 히말라야행 유령선 24.08.19 25 0 12쪽
7 강해져야 한다 24.08.18 30 1 12쪽
6 안전한 도주로 24.08.17 31 1 11쪽
5 천재 도박사 24.08.16 34 2 11쪽
4 오소리의 행운 24.08.15 41 1 12쪽
3 시간을 쫓는 부엉이 +1 24.08.14 52 2 12쪽
2 근본 없지만 오리지널 +2 24.08.13 53 2 13쪽
1 새하얀 오소리 +2 24.08.12 7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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