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드루이드는 희귀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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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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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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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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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현지 가이드

DUMMY

스마우그는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일본 원정을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본인한테 직접 듣자고. 이렇게 급할 필요가 있어?”


일주일 전에는 서해, 이번에는 동해.

밀린 일을 처리하자마자 한국으로 날아온 스마우그였지만,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도와준다는 말투였다.


“1번. 네 마리로는 부족해서 희귀종이 더 필요하다.”

“음···.”

“2번. 능력으로 몬스터와도 교감이 되는지 알고 싶다.”

“흠···.”


시온이 일본행을 결정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지만, 스마우그는 팔짱을 끼고 아랫입술을 내미는 등 그리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3번이 결정적인데, 일본에서 새 동료가 합류하는 미래를 봤거든요.”


사실 맨 처음 일본 이야기가 나온 것이 이 이유 때문은 아니긴 했어도, 시온이 미래를 읽었다는 것만으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그게 진짜라고 해도, 언제인지는 모르는 거 아냐?”

“히말라야 때도 결국 쟤가 봤던 미래대로 됐으니까 당분간은 거스르기보다 따라가 보자는 생각이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잖아.”


스마우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근처의 시멘트 구조물에 앉아있던 진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들었다.

시온이 부엉이의 능력으로 본 미래를 믿고 가보자는 게 일주일간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었다.


“조카가 삼촌을 닮은 거냐, 삼촌이 조카를 닮은 거냐.”


약간 비꼬는 말투와 함께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 스마우그는 플라잉 더치맨에 손짓하며 승선을 허가했다.


“오늘 좀 예민하네. 많이 피곤해?”

“일주일 동안 스무 시간도 못 잤어. 너희 내려주기만 하고 바로 안전한 곳으로 자러 갈 거야.”


지금 보니 스마우그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이동 수단 제공 외에는 스마우그의 도움을 받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진오였다.


“그런데 다들 신경 좀 써서 입고 온 모양이네?”


대충 방향을 잡고 배를 출발시킨 스마우그는 선실로 내려와 벽에 등을 기댔고, 턱 끝으로 서정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는 꾸며야 할 거 아니에요.”

“오, 똑똑한데.”


후줄근하게 껴입었던 일주일 전과는 다른 복장.

수상하다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적당히 여행객 느낌을 낸 세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디에 내려주면 돼, 도쿄? 삿포로?”

“일단은 오사카에서 내려야 할 것 같아요. 나라에서 움직일 생각이니까.”


시온이 꿈결에 본 미래의 정확한 장소는 몰랐지만, 세 사람은 우선 나라현에서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주위의 간판에서 사슴 그림을 본 것 같다고 시온이 말했었던 것이 근거라며 부연 설명을 하는 서정이었다.


“잘못하면 사슴 공원 관광만 하고 올 수도 있겠네.”


실제로 일본에서 사슴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장소가 나라현의 사슴 공원이기는 했다.

스마우그는 실패가 예상된다는 듯 피식 웃더니 이내 궁금한 것을 묻기 위해 진오를 돌아보았다.


“괜한 참견일 수도 있지만, 혹시 이번에도 저번처럼 맨땅에 헤딩하고 다닐 건 아니지?”

“계획을 세울 수가 있나. 희귀종, 미퇴치 몬스터, 각성자 동료. 셋 중 하나라도 나타나 달라고 기도해야지.”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스마우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희귀종이야 그렇다 치고, 뒤에 두 개는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닐 텐데. 너도 알지 않아?”

“난 너 같은 정보상이 아니라서 잘 모르는데.”


스마우그는 제 이마를 치고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 같은 세 사람을 위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일본은 각성자를 정부에서 통제한다는 시스템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야. 그런 만큼 대부분의 각성자가 국가에 소속되어 있지.”


한국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방위성과는 별개로, 각성자 관리국이라는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 특이점이었다.

스마우그의 말에 따르면 등록된 각성자가 칠팔백 명쯤이라고 하니, 실로 놀라운 숫자였다.


“그 덕분에 미퇴치 몬스터나 각성한 범죄자들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잘못 걸리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서정이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렇지. 예고도 없이 나타난 외국의 각성자들이 몬스터를 찾는다던가 동료를 구한답시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걸 곱게 보지는 않을 테니까.”


스마우그의 말대로, 일이 잘못되면 나라 하나를 적으로 돌리게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본 사람들, 많이 강한가요?”

“당연히 사람마다 천지 차이지. 이름이 알려진 놈들의 경우 접때 본 밀렵꾼들과는 수준 자체가 다를 거다.”


스마우그가 아는 일본의 각성자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인간병기들도 몇 있었다.

시온이나 서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절대로 얽히지 말라는 경고를 덧붙인 스마우그였다.


“내가 원래 안 좋은 소리만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 좋은 소리 했다간 느그들 오래 못 볼 것 같아서.”

“알았어. 우리가 감당 가능한 일만 하라는 거지?”

“그래. 적당히 둘러보고 적당히 찔러보라는 소리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진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며칠 동안 시온의 목줄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였다.


“나라에서 며칠 수확이 없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가야겠는데.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불안하니까.”


스마우그의 조언 섞인 경고를 가슴에 새긴 세 사람은 미리 정해놨던 일정을 조금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선실에 전해지는 흔들림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거의 다 도착한 건가···.”

“역시 유령선. 엄청나게 빠르네.”


조금씩 하늘이 밝아지려고 하는 시간이었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걸 눈치챈 세 사람은 주섬주섬 내릴 채비를 했다.


“보는 눈 없을 때 빨리 내리고, 살아서 돌아오거라.”

“고맙다, 스마우그. 상황 봐서 연락할게.”


입이 찢어질 듯이 하품을 한 스마우그는 세 사람을 오사카의 조용한 해변에 내려주었다.

그 후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사라졌는데, 내려주기만 하고 바로 자러 간다는 말은 진심이었던 것이었다.


“일단 나라로 들어가려면··· 지하철역으로 가야 하나.”

“택시가 낫지 않겠어요?”

“이 새벽에 택시는 안 다닐 것 같은데.”


세 사람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중에 택시가 보이면 잡기로 했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단 한 대도 보이지 않는 택시였다.


“여기 며칠이나 있게 되려나. 온 목적 중에 두 개는 달성해야 기분 좋을 것 같은데.”

“희귀종이나 몬스터는 사실 기대 안 하는 게 낫지. 동료야 네가 미래를 봤다니까 만날 수도 있겠지만.”


시온의 말에 현실적으로 반응하는 진오였다.

히말라야 때는 운 좋게 두 마리의 희귀종을 만나는 데 성공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미래를 본 것도 아니었으니 큰 기대는 안 하는 것이 맞았다.


“일주일 정도 성과가 없으면 그냥 한국 돌아가야지. 계속 죽치고 있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닐 테니까.”

“일주일···. 괜찮네.”

“동료를 먼저 찾은 다음 그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희귀종이나 몬스터를 발견하는 그림이면 좋겠는데.”


가만히 생각하던 서정이 내놓은 딱 잘라 내놓은 기한은 일주일이었고, 진오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시온은 중얼거린 것은 일주일 동안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나리오였다.


“어, 저기 있다. 지하철역.”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십여 분을 더 걸은 세 사람은 지하철역에 도착했고, 곧장 발권기 앞으로 향했다.


“나라로 넘어가려면···.”

“혹시 한국인이에요?”

“으앗.”


서정이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검색하고 있을 때였다.

조그만 얼굴 하나가 난데없이 시온과 진오의 어깨 사이로 끼어들었고, 시온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뺐다.


“너 뭐야. 각성자냐?”

“네. 코사카 미호라고 해요. 이 동네 토박이고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긴 생머리의 일본인.

진오는 순식간에 경계 태세를 갖추었고, 시온과 서정의 시선 역시 갑자기 나타난 미호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매우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했는데, 실제로 한국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대화에 언어의 제약이 없어지는 각성자의 특성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돼요! 일본 여행 오신 거면 같이 돌아다녀 드릴까 해서요.”

“···너 우리가 누군지는 알아?”

“모르지만, 한국을 좋아하거든요. K-POP 최고!”


진오가 미호의 얼굴을 몇 초 동안 바라봤지만, 해맑기만 했으며 꺼림칙한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밀항을 빼면 아직 수상한 행동은 하지도 않았고, 주변에 다른 각성자의 기척도 없었기 때문에 지레짐작해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라로 갈 건데, 표 끊는 것 좀 도와줄 수 있나?”

“그럼요! 여기서 나라로 가려면 갈아타야 하는데···.”


진오는 경계심을 약간 누그러뜨린 후 도움을 청했고, 그 말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 미호는 발권기 앞으로 걸음을 옮겨 표를 뽑기 시작했다.


“네가 부엉이 능력으로 봤다는 동료가 쟤야?”

“···솔직히 꿈결에 실루엣만 본 거라서 긴 머리 여자라는 것 말고는 확실한 단서가 없어. 잘 모르겠네.”


서정이 시온에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미호가 다가온 순간부터 미래에서 본 실루엣과의 연관성을 찾고 있던 시온이었지만, 단서 자체가 너무 적었기에 답을 내기 힘들었다.


“그럼 맞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우선 동행해야겠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일본에서 마주친 처음이자 마지막 각성자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일단은 같이 다녀 보자는 생각을 한 시온과 서정이었다.


“추서정이야.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말 편하게 해.”

“그래, 나는 미호라고 부르면 돼!”

“난 박시온, 여기 아저씨는 최진오.”


미호가 건네주는 표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트는 서정이었고, 시온 역시 다가가 통성명을 했다.


“우리가 셋 다 일본은 처음이라 헤매고 있거든. 좀 도와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러려고 말 건 거니까.”


시온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 미호는 곧바로 세 사람의 것과 똑같은 표를 한 장 더 뽑았다.


“그런데 각성자면 일이 바쁜 거 아니야? 일본은 그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

“난 관리국에 등록 안 되어 있는 각성자야. 능력이 강하지도 않고, 굳이 그쪽 일에 관심이 있지도 않아서.”


관리국 소속이 아니라는 미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안심해도 되겠지만, 아직은 두고 봐야 하는 문제.

세 사람 모두 약간의 의심을 담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지금 들어오는 게 첫차야! 다음 차부터는 사람들 몰리니까 저거 타야 해!”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미호가 황급하게 달리기 시작했고, 세 사람도 그 뒤를 따라 개찰구를 통과했다.


“일본···. 시작부터 정신없네.”


미호가 미래의 동료일지, 아니면 흑심을 품고 있는 적일지는 쉽사리 단정 내릴 수 없었다.

우선 현지인 가이드 정도로 생각하고 판단을 보류하기로 한 시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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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재하는 한국인들 24.08.26 6 0 11쪽
14 관서의 로닌 24.08.25 9 1 12쪽
» 친절한 현지 가이드 24.08.24 9 0 11쪽
12 다음 목적지는 24.08.23 18 1 11쪽
11 유령 눈표범 24.08.22 24 1 11쪽
10 사냥꾼 잡는 사냥꾼 24.08.21 17 0 12쪽
9 악마 눈의 마코르 24.08.20 20 0 12쪽
8 히말라야행 유령선 24.08.19 25 0 12쪽
7 강해져야 한다 24.08.18 30 1 12쪽
6 안전한 도주로 24.08.17 31 1 11쪽
5 천재 도박사 24.08.16 34 2 11쪽
4 오소리의 행운 24.08.15 41 1 12쪽
3 시간을 쫓는 부엉이 +1 24.08.14 52 2 12쪽
2 근본 없지만 오리지널 +2 24.08.13 54 2 13쪽
1 새하얀 오소리 +2 24.08.12 7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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