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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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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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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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3)

DUMMY

CIA 한국 책임자 실버는 서류를 보다가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제임스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곧 계엄령을 발령한다고 합니다.”


한 시간 전에 한국 측에서 유엔사에 병력 동원 요청을 했다는 것을 보고 받아 계엄령이 발령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은 수순대로 흘러가는구나.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생겨 최악의 상황인데 계엄령이 선포되면 시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봉합될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를 본 흥분한 시민들이 파출소마다 때려 부수고 총기도 30여 정을 탈취한 상황에서 군인과 맞부닥친다면 총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이대로 방관만 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더 큰 피해가 발생 되기 전에 이제는 결단을 내릴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진민재 소장이 떠올랐다.

그의 예측대로 학생들과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진민재 소장에 대한 조사는 하고 있어?”

“네. 하고 있습니다만 알려진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5월 2일부로 중장 진급이 예정되어 있고 진급과 동시에 1군 사령관으로 임명된다고 합니다.”


중장 진급에 1군 사령관이 된다고? 진급은 늦은 편이라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지만 1군 사령관은 왠지 마음에 걸렸다.

하필 중요한 이 순간에 한국 육군의 70%를 차지하는 군대의 수장이 된다? 설마 쿠데타를 위해? 의도한 걸까?


“1군 사령관은 어떻게 임명된 거야?”

“송유찬 참모총장이 강력히 추천하였다고 합니다.”

“송유찬이?”

“네. 둘은 영어 군사학교 동기입니다.”

“알았어. 난 지금 대사한테 가볼 테니 급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나가자 실버도 대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사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메카라기 대사가 초조한지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대사님 소식 들었습니까?”

“계엄령 선포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걱정입니다.”

“계엄으로 인해 더 큰 유혈 사태가 발생할까 그럽니까?”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유혈 사태도 걱정이지만 우리가 병력 동원을 승인해 주어 한국민의 반미 감정이 확산할까? 그럽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성난 시위대들이 친 여당지 서울 신문과 반공 회관을 불태웠지만, 그 앞에 있던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전혀 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앞에 꽃이 놓여 있었습니다.”

“시위 속의 꽃이라뇨? 마치 전장 속에 핀 꽃처럼 희망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민들은 반공을 내세워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는 것을 미워하지 진짜 방공을 미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울러 미국을 아직도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런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한시라도 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메카라기 대사가 기대를 품은 채 물었다.


“어떻게 해결한단 말입니까?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대사님께서 이송만을 만났으면 합니다.”

“이송만을 만난다? 우린 현 사태에 대한 우려의 성명 발표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상의 간섭은 내정 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실버는 진민재 소장이 의미한 이송만의 하야가 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다.


“대사님! 우리가 군 병력 동원을 승인한 순간부터 이미 내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이송만을 선택할 것인가? 한국민을 선택할 것인가? 결단을 내릴 시간입니다. 이송만은 이미 한국민의 지지와 신망을 잃은 상태입니다.

침몰해가는 배의 선장과 함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알겠습니다. 좀 더 신중히 고민해 보겠습니다.”



***



문이 벌컥 열리며 김태승 중령이 뛰어 들어왔다.

느긋한 성격의 김태승 중령이 오늘 몇 번이나 내 사무실에 뛰어 들어왔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려나?

뛰어들어올 정도로 정신이 없을 테니 모르겠지.


“각하! 계엄령이 오후 1시부로 선포되었습니다. 계엄 사령관은 송유찬 참모총장입니다.”


담담한 나를 보고 물었다.


“각하는 예상하시고 있었습니까?”

“발포가 이루어진 순간 당연한 수순 아닌가?”

“더 큰 유혈 사태가 이루어질까 걱정입니다.”


당연히 걱정되겠지만 그럴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당시 이송만 정권은 경찰 세력을 비호하였고 군은 찬밥 신세라 군부 내에서 이송만 정권에 반감이 아주 컸다.

그러니 쿠데타가 일어나 이송만 정권을 엎어버리기를 희망하는 젊은 장교들이 많았으니까.

또한, 송유찬이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으니까.

송유찬은 계엄군에게 시위대에 발포를 금하고 민가의 침입 금지, 민간인들에게 음식 등을 제공 받는 것을 금한다고 발표했었다.

아울러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계엄군이 소지한 카빈총을 모두 회수하고 M1으로 대체하였다.

이는 경찰의 카빈총 실탄을 얻어 쓰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네?”

“걱정하지 마. 내가 송 장군에게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잘 이야기해볼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어있는 송유찬 사무실에 앉아 홀로 생각에 한동안 잠기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송유찬이 들어왔다.


“진 장군! 오늘은 또 웬일이야?”

“왜 왔겠나?”

“계엄 때문에 그런가? 진 장군도 나에게 할 말이 있나?”

“아니!”


전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앉았다.


“뭐? 아니라고?”

“그렇다네.”


계엄령이 선포되고 자신에게 수많은 연락이 왔었다.

자유당과 경무대 쪽에서는 군의 위력을 보여주어 데모대를 강하게 진압하라고 하였고 야당과 군부, 각계각층에서는 피를 흘리는 참사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나를 찾아오거나 연락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모른다네. 하나같이 말들이 많아.

자네는 할 말이 없단 말인가?”

“난 자네를 믿으니까.”

“근데 왜 나를 찾아왔나?”

“자네의 신념을 끝까지 잃지 말고 소신대로 하라고 응원해주려고. 나라도 응원해줘야 할 것 같아서네.”


나름 감동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자네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날 믿는다니 고맙네.”


이쯤에서 퇴장하는 게 멋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네.”

“벌써? 조금 더 있다 가지.”

“계엄 사령관이 되었으니 바쁠 것 아닌가? 모든 일이 다 끝나면 그때 거나하게 술 한잔하세.”

“알겠네. 아! 그리고 자네 진급 5월 2일로 확정됐네. 1군 사령관 부임도 그날이야.”


야호! 드디어 쿠데타를 하기 위한 가장 큰 여건이 완성되었다.


“고맙네.”



***



늦은 밤 경무대에서는 이송만 대통령이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대동한 채 미국 메카라기 대사를 만나고 있었다.


“대통령님 상황이 긴박하여 늦은 밤인데도 실례를 무릅쓰고 접견을 신청했습니다. 접견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나도 군 병력 이동을 허락해 준 미국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님! 병력 동원 승인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한 경찰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경찰 대신 군에게 그 역할을 대신 맡긴 것뿐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고 인도적인 차원이라면 미국은 자유당이 아닌 시위대를 위한다는 말입니까?”

“우리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평화를 위해 공산주의를 막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한국 또한 미국의 목표와 같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미국은 시위대의 정당한 불만의 해결을 희망하는 바입니다. 제가 오늘 방문한 이유입니다.”

“정당한 불만이라? 그 말은 정부는 잘못했고 시위대는 잘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315 부정 선거로 인한 것이 아닙니까?”

“대사는 잘 모르는 것이 있소.

이번 사태는 선거에서 진 장문과 민주당이 선동한 것이며 그들은 체제 전복 세력인 공산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당한 불만이 아닌 억지 불만이며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겁니다.”

“대통령님은 부정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난 부정 선거가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설마 장관들이 나에게 거짓 보고를 했겠습니까? 난 자유당과 장관들을 믿습니다.”


미국 대사는 현실을 전혀 모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송만에게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전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이송만을 만나고 돌아간 대사는 바로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이어 미국 국무장관이 주미 한국 대사에게 항의 각서를 보내고 기자 회견을 하였다.

기자 회견 내용을 보면


(국무부는 한국에서 확산하는 국민의 불안과 폭력 행위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으며......)


이 기자 회견이 끝나고 각국 언론들은 미국이 이송만에게 등을 돌렸다고 해석하여 이송만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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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쿠데타 모의 +14 24.09.14 3,212 111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72 115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503 112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63 114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85 119 12쪽
22 충무장 결의 +13 24.09.09 3,663 103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625 98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704 122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76 110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64 107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53 111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98 111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62 104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78 104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64 106 11쪽
» 419 혁명(3) +7 24.08.30 3,907 111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59 86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116 96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70 102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4,000 99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108 106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54 96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58 9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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