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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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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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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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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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상으로!(2)

DUMMY


루는 성문 입구에서 잡아 온 산적들을 경비병에게 넘겼다.


“자네...가 이 산적들을 잡았다고?”


중년의 경비병은 루에게 물었다. 키는 컸지만 마른 체형의 젊은이가 우락부락한 산적을 다섯이나 잡았다는 것이 못 미더운 듯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좀 떨어진 산속에서 산적질을 하고 있더군요.”


경비병은 산적들을 엮은 줄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대단하군. 아무리 산적이라지만 다섯이나 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나? 보고를 하려면 최소한 잡아 온 이의 이름은 적어놔야 하거든.”


“루라고 합니다. 그럼!”


루는 경비병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다 몸을 돌렸다.


“참! 여기 용병길드가 어디 있습니까?”


경비병은 루 등에 매달린 검을 보며 이해했다는 듯 답했다.


“용병을 지원하려는 자군.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앙 광장이 나올걸세. 오른편으로 보면 대륙중앙용병 길드가 보일거야.”


중년의 경비병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루는 웃으며 답하며 길을 재촉했다.


해가 지기 전에 용병등록을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타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루를 보며 경비병이 중얼거렸다.


“젊은 사람이 대단하군. 상처하나 없어 보이는데... 이놈들! 저쪽으로 가자!”


경비병은 루를 잠시 쳐다보곤 손에 잡힌 줄을 끌며 산적들을 감옥이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사라졌다.


헤이로스 성은 대전란의 영향이 그나마 적은 곳이었다.


대륙의 동쪽 카단 왕국의 헤이로스 자작령의 영주성이 있는 곳이며, 상업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는 판석이 제법 정교하게 깔려 있어 마차나 말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각! 다각!


말에서 내려 성의 중앙광장을 둘러 본 루는 이내 대륙중앙용병길드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건물 앞에는 용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그늘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루는 끌고 온 말을 건물 옆의 마사로 데려가 두었다.


“슈! 얌전히 있어라. 금방 올께!”


히이이잉. 푸득! 푸득!


루의 말에 말이 알았다는 듯 다리를 차며 울었다.


건물 입구로 향하던 루에게 그늘에 앉아 있던 용병 하나가 대뜸 시비조로 물었다.


“이봐! 저 말 자네 말이 맞아? 훔친 거 아니야?”


“...”


루는 이건 또 뭔 개소리인가 싶은 얼굴로 용병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너 같은 놈이 타기에는 엄청 좋은 말이라서 말이야. 얼마 전 내가 의뢰 중 잃어버린 말이 딱 저렇게 생긴 놈이었거든...흐흐흐”


용병은 썩어 검게 변한 이를 내 보이며 웃었다.


“하아... 이젠 별... 그럼 가서 직접 확인해 보던지!”


“뭐?”


“단, 죽지는 말고...”


루는 신경도 안 쓰고 한마디만 남긴 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용병은 뭔 말인가 싶어 얼빠진 표정으로 서있다 급히 주변의 용병들에게 말했다.


“니들도 들었지? 저 놈이 가서 보랬다? 크하하하”


그리곤 곧장 마사를 향해 달려갔다.


***


끼이익!


경칩이 낡았는지 문이 다 열리기 전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용병 사무실 안은 의뢰를 찾는 용병들이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의뢰지를 보고 있었다.


“이거! 전에 한번 실패했던 의뢰 아닌가?”


“그래? 어디 봐! 그러네! 이걸 또 의뢰 한다고?”


“얼마나 강한 몬스터 길래 아직도 못 잡았대?”


“모르지! 몬스터 잡는 건 돈도 안 되니 약한 놈들만 갔나보지...”


루는 벽면을 보면 대화를 하는 용병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등록 및 의뢰 접수’ 라는 팻말이 붙은 책상이 있었고, 거기에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왼팔이 의수였다.


의수 끝에는 동그란 나무를 붙여 놓아 스쳐도 사람이나 물건이 다치지 않게 해 둔 게 보였다.


“어찌왔나? 젊은이... 의뢰 아니면 등록?”


그는 친절하게 루에게 물었다.


“용병 등록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노인은 서류를 꺼내며 물었다.


“우선 신상 정보를 여기에 적어야 하네. 글을 모르면 내가 적어 줄 수 있네. 그리고 등급 심사를 보고, 입회비를 거기에 맞춰 내면 된다네. 이해했나?”


노인은 늘 하는 일인지라 막힘없이 술술 과정을 말해 주었다.


“서류를 주시면 제가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호! 글을 안단 말인가? 아주 좋은 교육을 받았구만. 자 여기...”


그때 마사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살려줘! 말이 사람을 물어뜯는다. 아악! 저리가! 저리가!”


노인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아무일도 아닐겁니다. 아마 마사에서 누가 말에 차였겠지요!”


루는 빙긋 웃으며 받은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참... 조심들 좀 하지...”


스걱! 스걱!


루는 서류를 노인에게 제출했다.


“어디보자...이름은 루. 고향은 지금은 없어진 조지아 왕국 출신이군. 나이는 스무살... 됐네! 용병은 과거를 묻지 않는 법. 용병의 룰만 지킨다면 문제없지. 자! 이젠 등급 심사를 하러 갈까?”


노인은 책상을 집고 일어나 건물의 후문으로 루를 데려갔다.


건물의 뒤편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용병 등급 심사를 위한 나무와 거대한 바위, 그리고 흔들림이 심해 보이는 두 줄 다리가 있었다.


얼핏 본 것이지만, 다리와 나무만이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아마도 두 줄 다리를 타며 중심 잡는 방법과 나무를 베며 무기의 활용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일반적인 동패의 심사일 경우에 말이다.


“등급 심사는 동패와 은패까지만 가능하다네. 천하의 소드마스터가 와도 은패부터 시작하는 게 우리의 룰이지. 이후 실적에 따라 금패가 주어진다네.”


“알겠습니다.”


노인이 두 줄 다리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용병은 패의 색깔이 모든 걸 결정짓네. 승승장구하여 금패가 되길 바라네. 자 동패는...”


“은패 심사를 보겠습니다.”


“응?”


노인은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눈을 마주치며 다시 물었다.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은패 심사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허어... 이보게! 혈기 넘치는 나이인 걸 감안해서 조언 한마디 하겠네. 은패는 어지간한 기사가 와도 통과가 쉽지 않다네. 그리고! 기적처럼 심사를 통과해도 입회비가 금화 세 개라네. 무려 금화 세 개! 금화 세...”


루는 말없이 어깨에 매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금화를 꺼내 보여 주었다.


“제국 금화도 받습니까?”


“물론이지! 허억! 자네?”


노인은 루의 손에 들린 제국 금화를 보고는 놀란 얼굴로 루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제 손에 들린 제국 금화가 세 개네요. 심사 가능합니까?”


“물론이네. 루!”


노인은 어두웠던 비구름 속에서 뚫고 나온 햇빛을 본 것 같은 환한 얼굴로 외쳤다.


어차피 떨어지면 동패 심사를 보라하면 된다.


돈도 많아 보이니 은패든 동패든 입회비 걱정도 없다.


노인에게는 최고의 손님이었다.


“은패 심사를 시작한다.”


노인의 외침에 건물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용병들이 놀라며 연무장으로 몰려 왔다.


“은패 심사라고?”


“저 꼬맹이가?”


“하하하. 입회비는 낼 수 있는 거야? 외상은 안 되는데...”


“칼스가 그런 것도 확인 안 했겠어? 어떤 인간인 줄 알면서 그래.”


몰려든 용병 중에는 아까 루의 말을 탐내던 용병도 있었다.


루의 말에게 봉변을 당했는지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고, 심지어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말없이 루를 바라보며 이를 갈고 있는 게 보였다.


루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 노인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루! 은패 심사는 두 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첫 번째 심사는 저기 보이는 거대한 바위에 검 자국을 내는 것이다. 검이 부러져서도 안 되며 검자국은 손톱 깊이 이상으로 선명하여야 한다. 이해했는가?”


“네!”


칼스는 루의 대답을 듣고는 뒤로 돌아 몰려든 용병들을 보며 외쳤다.


“나, 헤이로스 영지 대륙 중앙 용병 길드 지부장 칼스의 이름으로 은패 일 단계 심사를 시작한다. 루는 앞으로 나오라!”


“검은 좋아 보이는데...아까운 검만 부러지는 거 아냐?”


“난 지금까지 은패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본적이 없어.”


“난 심사를 요청한 사람 자체를 처음 보는데?”


“저 바위에 자국을 남긴다고? 그럼 용병을 왜 해? 그럴 정도 실력이면 왕국에서 모셔갈걸... 가뜩이나 기사들 모자르다고 난리던데...”


“쯧쯧! 암튼 물정 모르는 귀족 자제인 모양인데...손이라도 부러지는 거 아니야?”


구경 중인 용병들의 웅성거림은 대부분이 빈정거림이었다.


그만큼 은패 심사라는 것이 드물기도 했으며 제대로 통과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는 칼스의 안내로 거대한 바위 앞에 섰다.


그리곤 잠시 생각했다.


손으로? 검으로?


반으로 잘라? 아니면 딱 손톱 길이만큼만?


솔직히 대륙의 강자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어느 정도로 심사에 응해야 할지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이 언급한 강자들은 대부분 이정도 바위는 손가락으로도 자를 것이라고 했기에 편한 마음으로 심사를 보려했는데 용병들의 웅성거림이 귀에 들어온 순간 생각이 많아져 버렸다.


딱 필요한 만큼만!


스승님은 언제나 필요 이상의 오러 사용을 싫어 하셨다.


검술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이자 스스로를 위한 구도의 도구일 뿐이라는 말씀과 함께!


루는 등 어림의 검을 빼 들었다.


발검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아무런 소리도 없이 검이 빠져 나왔다.


칼스의 눈매가 반짝인 것도 이 시점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루는 검으로 바위를 내리쳤다.


퍽!


그리곤 루는 돌아서며 검을 등 어림으로 납검했다.


“오러도 없이 내리쳐? 그럼 검이...”


“저럴 줄 알았어!”


“근데 뭔 소리가 저려냐?”


짧은 순간 용병의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루는 칼스를 쳐다보았다.


칼스는 루의 의도를 몰라 잠시 주춤거렸고, 루는 고개를 돌리며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끝났습니다만!”


칼스는 바위로 다가가서 검의 흔적을 확인했다.


분명 이정도 소리로는 바위에 흠 하나 낼 수 없었다.


그리고 바라본 바위에는 검으로 진흙을 내리 쳐 찍은 것 같은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허억!”


칼스는 바위에 나 있는 선명한 검 자국에 깜짝 놀라 루를 쳐다보았다.


“1단계 통과인가요?


“그...그렇..습니다. 루”


칼스의 말투가 바뀌었다.


아직 심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은패는 용병단장들이었다.


일부 은패 용병은 금패 용병단장의 참모로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은패를 가진 거의 모든 이들은 크던 작던 자신의 용병단을 꾸렸다.


심사를 통과한다면 루는 일약 용병단장급의 용병이 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칼스의 말투가 바뀔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경험 많은 칼스 역시 은패를 받기 직전 왼팔을 잃어 아직 동패인 상황이었고!


“나, 칼스의 이름으로 루가 은패 심사의 1단계를 통과했음을 선포한다.”


“뭐라고?”


“장난 해? 그런 소리로 바위에...”


“어?”


“이게 뭐야?”


용병들은 칼스의 외침에 말도 안 된다며 바위로 달려갔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된 모습에 놀라 루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일순 조용해진 용병길드의 연무장이었다.


“이거, 이거... 대단한 은패가 탄생하겠군! 이봐 칼스, 2단계 심사는 내가 해볼까 하는데?”


조용해진 용병들을 제치고 날카로운 인상의 용병이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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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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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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