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망나니가 검거를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후니훗
작품등록일 :
2024.08.20 17:41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7,867
추천수 :
430
글자수 :
235,917

작성
24.09.18 18:00
조회
62
추천
4
글자
17쪽

39. 지휘관의 약속

DUMMY

“어··· 그러니까 외상이 좀 있는 것 말고는 골절은 없는데요?”

“설마요··· 그래도 3층에서 떨어졌는데요.”

“진짭니다. MRI, CT 전부 찍어 봤는데 골절되거나, 크게 다친 데가 없습니다. 지금 뭔가 잘못돼서 못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냥 푹 자는 거예요.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 본데, 좀 자도록 놔두시죠.”


나를 앞에 두고 떠드는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흰색 가운에 안경 쓴 의사가 나를 보고 뭐라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는데 그 옆으로 강력팀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여긴···?

아, 병원이구나.


“형님, 이 자식 사람 맞습니까? 아무리 차 위에 떨어졌다고 해도 그렇지 3층인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지?”


멀쩡하긴, 온몸이 쑤시는데.

지금 말한 건 임인수 형사인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분간이 잘 안 간다.


“우와! 눈 떴다! 삼촌 괜찮아?”


내 오른손을 꼭 쥐고 있던 여자아이.

권오득의 첫째 딸이었다.

그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권오득의 아내와 날 ‘땀촌’이라 부르던 작은딸까지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저기, 오태광은 어떻게 됐나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더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는데, 퇴원하면 바로 구속할 예정이야.”


김덕수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고생했어. 이제 차 형사가 할 일은 다 했으니까 푹 쉬어. 그보다 몸은 좀 어때? 의사 말로는 외상 있는 것 말고 특별히 잘못된 곳은 없다고 하긴 했는데.”

“네, 뭐··· 조금 찌뿌둥한 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나를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을 향해 일부러 밝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괜찮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삼촌 끄떡없어, 여기 근육 봐~ 아빠보다 삼촌이 더 크지? 하하하.”


그러자 아이들은 까르르 자지러지게 웃었다.

정말이지, 권오득의 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


다만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솔직히 나도 조금 지친 것 같다.

좀 더 자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건지, 김덕수는 팀원들을 데리고 그만 가겠다고 했다.


이제 좀 조용해지나 싶을 때,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차 형사! 괜찮은 거야?”


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신대철과 권오득이 서 있었다.


“이런··· 오리지널 간석오거리파 두목께서 오셨네요?”


그나저나 냉혹한 권오득도 무사한 아내와 딸을 보자, 울컥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말보다 찐한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 죄송한데 제가 좀 쉬고 싶어서, 가족 상봉은 다른 곳에서 하시는 게 어떠세요?”


그때 권오득이 퍼뜩 나를 보더니 갑자기 90도로 몸을 접었다.


“차 형사님!”

“아, 깜짝이야···!”


옆에 있던 신대철도 권오득 눈치를 살피더니, 얼떨결에 몸을 접었다.


“차현성 형사님! 우리 가족 살려 줘서 고맙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권오득의 우렁찬 목소리에, 나도 조금은 당황했다.


“진즉에 차 형사님 말을 들었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하긴, 통찰력 하나는 내가 또 기가 막힐 정도지.

일반인이 믿지 못한다는 게 흠이지만.

하지만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뇨, 저라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다 이해합니다.”

“아닙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차 형사님, 다친 데는 괜찮습니까?”

“뭐, 보다시피요.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 그쪽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요?”


나는 빨리 가라고 눈치를 줬지만, 권오득은 눈치가 없는 건지 혹은 알면서 그러는 건지 계속 자기 할 말을 했다.


“천만다행입니다. 그리고 할 말이 있는데요.”


할 말이 있다는 건, 처음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겠지.


“권 사장님, 이번 사건에 간석오거리파는 개입하지 않은 겁니다. 오태광과 그 일행이 멋대로 사고 친 걸로 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거무칙칙한 권오득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실 경찰 입장에서도 조직 폭력이 도와줬다고 하면 좋을 게 없어요. 우리가 전부 잡았다고 할 겁니다. 괜찮으시죠?”

“그럼요! 명심하겠습니다!”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어서 그런지, 권오득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보다 권 사장님, 행동대장 교육 좀 잘 시키셔야겠던데요?”

“예? 행동대장이라면···.”


권오득이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옆에 있는 신대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갑작스레 형님의 시선을 받고 당황한 신대철은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했다.


“아 모르셨구나. 앞서 포세이돈 룸 클럽에서 오태광 놓친 건 아시죠? 그것만 아니면 권 사장님 댁에 오태광이 쳐들어갈 일도 없었을 텐데···.”

“대철이가 오태광을 놓쳤어요···?”


신대철을 보는 권오득의 눈에 귀기가 흘렀다.


“신대철이 자기가 체포하겠다고 호들갑 떨다가 놓치는 바람에 이 지경 된 거잖아요. 하긴 권 사장님은 현장에 안 와서 모르셨겠네요.”


순간 권오득의 낯빛이 돌변하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그가 신대철을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얼마 전 내 목에 칼을 들이대며 협박하던 것과 똑같았다.


“신대철 너···. 그 덜렁대는 성격 내가 고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혀, 형님. 그게 아니라···.”


신대철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변명하다, 끝내는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형님!”

“이봐요, 자꾸 까먹으시는 것 같은데 여기 병원입니다. 제발 당신들 볼일은 나가서 보세요. 아무튼 중요한 건 이번 사건에 간석오거리파는 아무것도 몰라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겠죠?”


그러자 권오득은 신대철을 향한 노기를 거두었고, 신대철은 살았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차 형사님! 깡패가 경찰하고 부대껴서 좋을 게 있겠습니까! 으하하하!”

“흐음, 이렇게 시원하게 웃을 줄도 아는 분이셨네? 어쨌든 저는 권 사장님과 한 모든 약속을 지켰다는 걸 알아주세요.”


흉터가 올라가며 웃는 권오득을 보자 역시 여우 같은 인간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랑 한진 형님의 친분 때문에 간석오거리파를 배제 시킨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만···.


그러다 마지막으로 권오득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꽤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차 형사님, 앞으로 제가 필요하면 꼭 불러 주세요. 저 권오득이, 은혜는 반드시 갚는 놈입니다.”


깡패가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이걸 좋다고 해야 하는 건가?


“무슨 70년대 깡패도 아니고, 은혜는 무슨 은혜? 전 그런 거 안 믿습니다.”

“저 권오득, 두말하는 남자 아닙니다!”


그의 말에는 일말의 거짓이 없었다.

내 심장도 딱히 반응이 없었다.

하긴 밑져야 본전인데 일단 믿어 보기로 해 볼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게 은혜 갚는 정도로 되겠어요? 내가 당신들 인생을 바꿔 준 거나 마찬가진데?”


나의 말에 권오득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권 사장님이 말하신 것처럼 진짜 은혜를 갚을지 아닐지는 두고 보겠습니다. 제가 권 사장님한테 언제 다시 연락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지난번처럼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마음먹었으면 권 사장님은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죠?”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 형사님이 우릴 처분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압니다.”


저 말은 나를 꽤 신뢰하고 있다는 걸로 알아들으면 되려나.

하긴,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가족을 구하고, 간석오거리파까지 구해 줬으니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그보다 내 목에 칼을 들이밀고도 사지 멀쩡한 깡패는 임대호를 제외하면 권오득이 처음이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


“아무튼 대화가 통해서 다행이네요. 조만간 보자고요, 신대철 너도···.”


권오득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과 아내를 다시 데려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를 껴안고 가지 않겠다며 떼를 썼다.


결국 내가 다시 놀아 주겠다는 약속을 끝으로 병원을 나섰다.


근데 저 깡패 두목, 낭만이 있어도 너무 있는 거 아냐?

깡패가 은혜를 갚겠다는 걸 믿으라니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긴 했다.

아무튼 조만간 다시 찾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때 가서 이 말이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겠지.


모두가 나가고, 이제야 조용해졌다.

그런데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할 때.


“환자 중에 차현성이라고 있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차현성 어디 있어! 너 괜찮은 거야?”


‘정민지···?’


그러고 보니, 여기가 민지가 입원했던 서구병원이란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보아하니 진료를 받다가 내 소식을 듣고 온 모양이다.


“차현서어엉!”


‘하아··· 편히 쉬기는 글렀나.’


이제 좀 쉴 수 있나 했는데, 진짜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네.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모른 척해야겠다.


나는 커튼을 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 버렸다.


“야, 너 자는 척하는···.”


‘미안, 민지야. 너무 피곤해서 더는 안 되겠어.’


그렇게 민지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빠져들었다


***


[수 개월간, 불법 렌터카 사업을 해 온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렌터카를 대여하고, 차에 수신기를 부착해 위치 추적 후 다시 훔쳐 오는 수법으로 밝혀졌는데요···.]


[인천서정경찰서는 불법 렌터카 사업을 해 온 일당, 조직폭력배 오 모 씨를 포함해 수십 명을 검거해 일망타진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찰이 칼에 찔리고,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등 부상까지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전국적으로 크게 보도가 됐다.

그리고 사건 해결의 주역이었던 나는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조직폭력배가 렌터카 사업까지 하고 있다는 데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한편 나를 인터뷰하러 찾아온 기자에게 홍영기와 서상수의 실태를 공론화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실태가 언론에 알려지는 걸 오동주 서장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오동주가 원하는 걸 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뭣보다 홍영기를 고작 이런 건으로 보내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그의 온갖 비리 상을 밝히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인터뷰를 한 것이 나에게는 더 플러스가 되었다.

그간의 활약과 이번 사건 덕분에 경찰서 내에서는 나를 높이 평가하는 여론이 꽤 많았다.


그리고 이 기사가 방송된 날로부터 며칠 동안 서상수와 홍영기가 사무실에서 나오질 않았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꽤나 속이 시원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파견 근무 마지막 날이 되자, 오동주는 나를 포함한 강력1팀을 고급 한우 집으로 초대했다.

보통 이런 자리에는 형사과장도 함께 하지만, 미운털이 박힌 홍영기에게 오동주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참에 둘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면 바랄 것도 없을 텐데. 그건 좀 아쉽네.’


오동주는 소고기를 직접 뒤집으며 굽더니, 노릇노릇 잘 익은 고기를 팀원들 개인 접시에 하나씩 놓았다.


“이거, 판공비 아니야. 내 사비로 사는 거니까 많이들 들라고~”

“옙! 서장님!”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강력1팀은 내년에도 그대로 가는 거지?”

“예! 특별히 조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 팀워크가 좋은 편이라서요.”


김덕수의 답변대로, 강력1팀의 팀워크 하나는 으뜸이었다.

보통 선봉 팀은 팀장이 가장 나이가 많거나 선임 팀장이 맡는 편.

그러니 아직 젊은 김덕수가 선봉 팀장을 맡고 있다는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좋아, 우리 경찰서 보물들. 내년에도 믿고 있을 테니, 잘들 해 보자고! 크핫핫.”


호쾌하게 입에 소주를 털어 넣은 오동주가 고기를 씹으며 나를 본다.


“차현성이는, 내년 인사 발령 때 가고 싶은 곳 있어?”


오동주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나를 강력팀으로 점찍어 둔 것 같은데.

참고로 내년 인사 발령까지는 약 4개월 정도 남았다.


“글쎄요···.”


내 입에서 곧바로 강력1팀에 가겠다는 말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지, 전혀 다른 말이 나오자 모두가 당황했다.


가장 먼저 한진 형님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차현성, 우리 팀 오는 거 아녔어? 어서 다른 일도 경험해 봐야지! 계속 지구대에만 있을 거야?”


설마 지구대에 계속 있고 싶겠습니까.

애초에 내가 목표하는 일을 하려면 수사 부서를 가야 했다.

그래서 비교적 빨리 가기 위해 파견 근무를 선택했던 거고.

그러나 나는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사실은 튕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네, 뭐. 지구대 말고 다른 부서도 경험해 봐야겠죠.”

“그럼 고민하지 말고 강력팀으로 와! 너한테 여기가 딱이야! 너 같은 인재는 우리 팀 와야 한다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내가 자꾸 뜸을 들이자, 임인수가 답답했는지 내게 물었다.


“차현성 너 설마, 얼마 전에 나 때문에 오태광이랑 밖으로 떨어졌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에이, 그런 거 아닙니다. 절 뭐로 보고···.”


나는 고기를 으적으적 씹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얼마 전 지방청 광수대에서 연락받았습니다. 그리고 본청 특수 수사과에서도요.”

“트, 특수 수사과? 거기서 널 불렀다고?”

“예, 이번에 제가 해결한 사건이 연달아 언론 보도가 터지면서 알려졌나 봐요. 내년 인사 발령에 맞춰 오라고 하네요.”

“그래서? 너는 어쩔 생각인데? 거기 가겠다는 거야?”


그러자 다들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동주는 아직 말하지 않은 내 결정이 궁금했는지, 소주를 마저 입에 털어 넣고 물었다.


“차현성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솔직히 난 너의 발전을 위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서보다는 지방청을.

지방청보다는 경찰청을 가고 싶어 하는 게 보통 사람의 생각이다.

그리고 분명 예전의 나라면 무조건 가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보통 사람의 생각일 뿐이지.

지금의 나는 보통이 아니거든.


그깟 특수 수사과 따위는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방청 광역 수사대도 마찬가지이고.


게다가 임대호와 나머지 끄나풀들을 지켜보려면 아직은 서정경찰서가 나에게 어울린다 이 말이다.


“실은 전부 거절했습니다. 저는 아직 서정경찰서가 좋거든요. 저는 무조건 형사과 지원할 겁니다.”


음, 다들 반색하는 걸 보니.

내년 상반기에 어떻게든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보이는군.


그리고 쐐기를 박아 넣은 건 오동주 서장이었다.


“내년 인사까지만 기다려. 차현성이 너는 내가 책임지고 강력1팀에 꽂아 줄게! 크핫핫! 자자, 한잔들 찐하게 하자고!”

“서장님! 그럼 저는요!”


눈치 없이 껴든 이는 저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이재민이었다.

듣기만 해도 술맛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팀장 김덕수부터 모두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보다.


“서장님, 저도 이번 사건 노력했습니다. 왜 저는 인사 발령 얘기 안 해 주십니까? 저도 형사과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네 혹시 강력1팀에 가고 싶다는 거야?”

“강력1팀이라뇨! 아, 아뇨!”


이재민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다른 팀도 좋습니다!”


이재민 네놈이 나에게 양보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강력1팀이 험한 일을 할 것 같으니까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는 거잖아.


오동주 서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들 말은 아꼈지만, 솔직히 이 자리에서 이재민을 죽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가 아니었으면 강한진이 오태광 따위에게 칼을 맞을 일도 없었을 터였다.


그런 네놈이 강력팀 형사를 하겠다니.

자격도 안 되는 네놈이 말이야.


“음··· 한번 생각은 해 보지. 최대한 신경은 쓰고 있겠네.”


이것이 오동주에게서 나온 답변이었다.

이 정도면 서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최고의 확답.

물론 인사 발령 당일 다시 틀어질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인사 발령 시기가 오면 여기저기 청탁에다, 심지어 서장보다 더 높은 계급을 대동한 일명 ‘빽’의 압박이 들어온다.


그러니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


이것으로 나는 몇 개월 남지 않은 인사 발령에서 강력팀을 약속받았다.

팀에서도 나를 원하고 있어,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이제야 한 단계 나갈 준비를 한 셈인가?

적어도 오늘만큼은 좀 취해도 되겠지.


나는 소주를 한잔 입에 털어 넣었다.

식도부터 시작해 위장이 뜨끈하게 달궈지는 느낌.

그렇게 몇 잔 더 마시자, 취기가 올라오고, 복합적인 감정까지 밀려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훈훈한 분위기를 만끽하던 중, 죽기 전 권시후와 BAR에 있던 일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권시후를 생각하다, 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호탕하게 노는 오동주를 물끄러미 봤다.


오동주처럼 예전 인생에서도 진급이나 좋은 자리를 약속한 지휘관이 얼마나 많았던가.


결국 전부 날 이용만 하고 버렸지만···.


‘오동주 서장. 당신은 내가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며 쓰디쓴 소주를 또 한잔 입에 털어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망나니가 검거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18시입니다. 24.08.20 224 0 -
40 40. 인사발령 NEW 9시간 전 33 1 17쪽
» 39. 지휘관의 약속 +1 24.09.18 63 4 17쪽
38 38. 함정 (2) 24.09.17 79 6 14쪽
37 37. 함정 (1) 24.09.16 90 6 16쪽
36 36. 결전의 날 (3) 24.09.15 97 7 16쪽
35 35. 결전의 날 (2) 24.09.14 110 6 15쪽
34 34. 결전의 날 (1) 24.09.13 130 8 16쪽
33 33. 협박 24.09.12 131 10 16쪽
32 32. 배신자 색출 24.09.11 152 9 17쪽
31 31. 강력팀 파견 근무 24.09.10 146 9 15쪽
30 30. 방해꾼들 (2) +2 24.09.09 153 9 15쪽
29 29. 방해꾼들 (1) 24.09.08 161 9 19쪽
28 28. 추적 24.09.07 159 10 16쪽
27 27. 간석오거리파 (2) 24.09.06 159 10 16쪽
26 26. 간석오거리파 (1) +2 24.09.05 182 9 16쪽
25 25. 불법 렌터카 사업 24.09.04 169 9 18쪽
24 24. 광기의 경찰 24.09.03 182 10 16쪽
23 23. 집단폭력 (4) 24.09.02 175 10 16쪽
22 22. 집단폭력 (3) 24.09.01 179 9 15쪽
21 21. 집단폭력 (2) 24.08.31 201 9 17쪽
20 20. 집단폭력 (1) 24.08.30 196 10 16쪽
19 19. 까라면 까는 거지 (2) 24.08.29 191 11 16쪽
18 18. 까라면 까는 거지 (1) +1 24.08.28 193 10 15쪽
17 17. 학교폭력 24.08.27 204 10 15쪽
16 16. 판독 불능 24.08.26 221 12 17쪽
15 15. 리벤지 포르노 (3) 24.08.25 220 13 17쪽
14 14. 리벤지 포르노 (2) 24.08.24 234 12 16쪽
13 13. 리벤지 포르노 (1) 24.08.23 241 11 16쪽
12 12. 죽음을 막으려면 (2) 24.08.22 240 1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