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망나니가 검거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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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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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방해꾼들 (1)

DUMMY

“강력1팀장입니다.”

“들어와.”


거만한 홍영기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파견 근무를 위해 홍영기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솔직히 꺼림칙했다.


그는 들어오라 해 놓고 사람 무안하게 이쪽은 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마우스를 달칵, 달칵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포커 게임이나 하고 있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까, 그 버릇이 어딜 가겠냐고.


“그래, 무슨 일이지?”


드디어 이쪽이 무슨 용건으로 찾아왔는지 궁금해졌나.

홍영기는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들며 말하다, 나를 보고 순식간에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차현성? 네가 여긴 뭣 하러 왔지?”

“아, 강력팀장님이 오자고 하셔서 함께 왔습니다.”

“이이익!”


그 순간 김덕수가 나를 가로막고 앞으로 한발 나섰다.

아무래도 홍영기가 나를 불편해한다는 걸 눈치채고, 이런 건 팀장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거겠지.


‘그래, 이게 팀장이 할 일이지. 그런데 허칠성 그 자식은···.’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이번에 차현성 경장을 파견 근무자로 받으려고 합니다. 사건 규모가 좀 커서요.”

“파견이라면 이미 만수지구대에서 받기로 한 게 아닌가?”

“예,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 차현성 경장이 이 사건을 전부 파악하고 있더라고요. 범인 검거 계획도 얼추 세웠으니 한번 들어 보시면···.”

“흐음···.”


‘흐음? 저 새끼가···!’


홍영기는 두 손을 깍지 끼더니 턱을 받치고 생각에 잠겼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숨기지도 않고 표정에 드러내는 걸 보니 왠지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김덕수를 차례로 본 후, 입을 열었다.


“김덕수, 자네가 그러고도 강력팀장이야?”

“예? 갑자기 그게 무슨···.”

“강력팀이 얼마나 능력이 부족하면 부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말단 경찰한테 의지하냔 말이야!”


‘아하.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김덕수는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람아, 내 말 못 알아들어? 수사도 한번 해 보지 않은 초짜를 데려다 쓰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만수지구대 이재민인가 그 녀석은 수사 좀 해 봤다며!”


끼리끼리 논다더니, 이 말을 이재민이 들었으면 참 좋아했겠군.


“과장님, 그런 문제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되는 게 차현성은 이미 현직 형사 이상으로 일을 잘하는 직원입니다.”

“야, 김덕수!”


홍영기가 빽 소리쳤다.

어디 팀장이 과장한테 말대꾸하고 있냐는 눈빛을 하고서.


“네가 저놈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망나니 같이 대들기나 하는 놈이야. 그런 애를 강력팀으로 쓴다니, 그게 말이나 돼?”


‘아, 그런 거였나.’


얼마 전, 내가 양아치 같은 아들 홍민기를 체포하고 빌런 아내를 체포해 망신시켰다고 저러는 거네.


그러다 문득 저런 놈이 형사과장으로 있다가 나중에는 서장까지 단다는 게 떠오르자, 분노로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한편 김덕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결재판을 홍영기 앞으로 내밀었다.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한 한 장짜리 보고서가 있었다.

그간 불법 렌터카 사업에 대해 수사한 내용과 앞으로 필요한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한 보고서였다.


그러나 홍영기는 미적미적 서류를 들더니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눈길이 가는 글자만 읽던 그는 어느 한 곳을 보고 중얼거렸다.


“차현성 파견 근무···.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강력팀 형사 전원 동원?”

“예, 거기 적혀 있는 걸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검거 인원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개 팀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게다가 이 정도 규모라면 과장님도 현장 나오셔서 지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쾅!


홍영기가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

소리로 보건대 내리친 그의 주먹이 꽤나 아플 듯했다.


“1팀장!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건가?”


이번에는 보고서가 있는 결재판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결재판 사이에 끼워져 있던 볼펜이 튕겨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렌터카인지 뭔지 수사는 알아서들 하고! 차현성 저놈 파견 근무는 안 된다고 내 분명히 말했네! 쯧쯧. 아무튼 강력팀 망신은 다 시키고 말이야, 그러고도 선봉 팀이야? 다음 인사 때, 전부 다 발령 내 버리든지 해야지 원.”


홍영기는 다시 모니터를 보고는 손을 들어 나가라며 휘휘 저었다.


이제는 화가 난다기 보다 그냥 어이가 없었다.

저런 놈 밑에서 내가 어떻게 수사를 했던 걸까.

새삼 스스로가 대견해질 정도였다.


‘흐음, 일단 파견은 물 건너갔네.’


물론 정식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는 게 아니라도 놈들을 잡으러 다닐 수는 있었으니, 아쉽지만 이 건은 포기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나 김덕수 팀장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듯했다.

한참을 잠자코 서 있던 그는 뭔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홍영기를 쳐다봤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차현성 파견 근무 건은 서장님께 직접 보고 드리면 되겠습니까?”


서장에게 보고하겠다는 건 김덕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김덕수 팀장.

한진 형님과는 달리 친분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꽤 강단 있는 성격이었구나.


“서장님? 너 지금 나 제끼고 서장님한테 보고하겠다고 한 거야? 야, 이 새끼야!”


흥분한 홍영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앉고 있던 의자는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너 지금 내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거야? 지시 불이행으로 너 당장 저 밑으로 내려보낼 수도 있어. 알아?”


홍영기가 검지손가락을 펴고 아래를 가리켰다.


밑으로 내려보낸다는 말의 의미는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나도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있었으니까.

아, 물론 팀장으로서 경험한 건 아니고 팀원으로 말이다.


여하튼 형사과 건물은 2층이 강력팀, 1층이 형사팀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형사팀장들이 인사 때마다 강력팀장을 하고 싶어서 지휘관에게 두 손 두 발을 비벼 댄다는 건 누구나 아는 기정사실이다.


그러니 좀 전에 홍영기의 말은 김덕수를 밑에 있는 형사팀장으로 좌천시켜 버리겠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딱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이군.


뭐,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망나니짓하고 싶으니 말이야.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


그러자 홍영기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차현성, 너 지금 웃음이 나와! 내가 우스워?”

“아, 죄송합니다.”

“그게 죄송한 사람의 태도야?”


홍영기가 책상을 앞으로 드르륵, 밀어내고 걸어 나왔다.

아직 내 눈에 웃음기가 남아 있는 걸 본 모양이었다.


“다시 사과해 봐. 제대로 사과해 보라고, 인마!”


김덕수가 나를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인내심이 좋은 편이긴 한데, 불의는 못 참거든.


“얼마 전에 사모님이 제 귀싸대기를 때리셔서 체포한 거랑, 아드님을 체포한 걸로 트집 잡으시는 거 같은데 그쯤 하시죠.”

“······!”


그러자 가슴이 뜨끔했는지 홍영기가 살짝 당혹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명색이 형사과장이라는 사람이 말이야,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켜선 안 되지.


“내가 너 따위한테 트집 잡았다고? 형사과장인 내가? 경정이 일개 직원한테 그럴 리가 있겠어?”


《차현성 네놈이 나와 우리 가족 개망신만 주지 않았어도 내가 트집 잡을 일은 없었을 거다! 이 개 같은 놈.》


《이번 수사가 망하는 꼴이 나더라도 네놈은 못 오게 막을 거야. 내 직을 걸고서라도!》


홍영기의 속내를 들어 보니, 나를 향한 적개심이 한 보따리였다.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품고 있는 적개심까진 고려하지 못했나 봐?


“이런, 제가 과장님을 오해했나 보네요. 과장님 같은 분이 저 같은 놈에게 애써 트집 잡을 리가 없죠. 저는 과장님 기침 한 방이면 폐병 걸려 죽는 놈이지 않습니까.”

“흠!”


홍영기가 오른손을 올리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았다.

분명 나를 이겼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러나 내가 네놈 밑에서 일을 안 한다고 해도,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럼 전 이 사건에서 아예 손 떼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뒤돌아서 나가기 위해 과장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내 나름의 비장의 카드를 내던졌다.


“그런데 과장님,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 얼마 전에 관할 구역에서 집단폭행 사건에 칼부림까지 있었는데, 형사들 추가 동원이 없었던 건 물론이고, 현장에 나오지도 않으셨네요?”


나는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홍영기가 흠칫 놀라고 있다는 것을.


“이거 서장님이나 지방청은 모르는 거죠?”

“어? 어··· 자, 잠깐.”

“아! 제가 서장님께 가서 말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여쭤봤습니다. 다만 과장님이 얼마나 공적이고 정의로운 분이신 건지 확인해 보고 싶긴 하네요···.”


쾅!


나는 문을 세게 닫고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곧이어 안에서 홍영기가 쌍스러운 욕을 하는 게 들려왔다.

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듯한 약간 기시감이 들었다.


‘홍영기, 넌 내가 반드시 나락으로 보내 줄게.’


***


며칠 후, 나는 원래 근무지인 반석지구대로 출근했다.


놈들에 대한 수사야, 이곳에서 틈나는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정식으로 수사할 권한은 없어, 제한이 많긴 했지만.


그렇게 상념에 잠긴 채로 탈의실에서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내려오는데, 먼저 출근해 있던 정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민지는 아직 팔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어라? 정민지! 너 벌써 출근했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팀장님도 없는데 나라도 나와야지. 그나저나 우리 현성이 누나 많이 걱정했구나.”

“누나는 무슨··· 아무튼 그런 소리하는 거 보니까 괜찮은가 보네.”

“뭐, 현장은 안 나가고 팔 나을 때까지 상황 근무만 하기로 했어.”

“그냥 좀 더 쉬지, 하여간 저 고집쟁이를 누가 말려.”

“흥! 누가 고집쟁이인지 난 모르겠는데?”


그런데 민지와 말싸움을 하는 도중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는 게 느껴졌다.

다름 아닌, 지구대장 서상수였다.


‘저 양반이 웬일이지?’


오늘따라 어쩐 일로 서상수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항상 출근과 동시에 쏜살같이 집무실에 처박혀 뭐 하는지 알 수도 없던 사람이 소내에 있으니 다들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눈이 마주친 서상수는 이리 오라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의 불만 가득한 표정을 보니 필시 좋은 일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어떤 일 때문에 부르는 건지 대충 가늠이 됐다.

아마 파견 근무 건으로 홍영기와 부딪혔던 일 때문이겠지.


‘형사과장에 이어 이번에는 지구대장인가?’


“차현성. 너 대체 뭐 하고 쏘다니는 거야?”

“왜 그러시죠?”

“형사과장님이 나한테 전화해서 신입 교육 좀 똑바로 하라고 난리야 난리! 뭔 짓을 했기에 전화 오게 만드냐고!”


예상대로 내가 대꾸할 가치도 없는 화풀이였다.

어차피 뭐라고 답하든 무시할 게 뻔했기에 나는 고개를 슬며시 옆으로 돌렸다.


이렇게 하면 저 인간의 말을 한쪽 귀로 듣는 느낌이라 한결 마음이 편했다.

이후에는 뭐··· 적당히 듣는 척하면서 다른 쪽 귀로 흘리면 그만이었다.


그나저나 지구대장 자리라 그런지 내 시야에 지구대 전체가 훤히 들어왔다.

그러다 나를 보고 있던 민지와 눈이 마주쳤다.

내게 뭐라 말하려 하는 것 같았는데 대충 입 모양을 보니 ‘화이팅’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민지 말고도 경찰 선배와 팀원들까지, 모두가 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지구대 직원이지 형사야? 왜 보고도 없이 거기서 파견 근무하겠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대장님, 지랄이라니요.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가겠다고 한 게 아니라 강력팀에서 요청한 겁니다.”

“이 자식은 뭔 말만 하면 바락바락 대들고 있어! 무조건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너 계속 그딴 식으로 할 거야? 징계 한번 때려 줘?”


예전 인생에서 나는 툭하면 망나니 소리를 들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그런 소리를 들은 건 아니었는데 워낙 시원찮은 놈들이 많아서 바른말 하고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불리던 별명이었다.

때문에 일 하나는 딱 부러지게 했지만, 지휘관들에게 이쁨받지는 못했다.


그런 나였지만, 이전 삶에서 유일하게 상급자한테 대들지 않았던 시기가 신임 시절이었던 바로 지금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에다, 조직의 생리조차 알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두 번째 삶을 살다 보니, 적당히 넘기려 해도 토가 나올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목이 근질근질했다.

뭐라도 뱉어 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망나니 소리를 일찍 듣게 되겠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서상수를 쳐다봤다.


“그래서 절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서상수 지구대장님?”

“어떻게 하긴, 청문감사실에 보고할 거야. 네놈이 형사과장님과 내게 대들었다고.”

“청문감사실에다 저를요···? 어이가 없네요. 보고를 올려도 제가 올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튼! 내가 직접 보고서 올릴 거야. 네놈이 아무리 실적을 내고 특진했어도 아직 신임이야! 윗선에서 징계 내리면 무사할 것 같아?”


그가 손날로 자기 목을 가로로 그으며 내게 경고하듯 말했다.

물론 협박 같지도 않았기에 나는 실소를 터뜨렸지만.


“하하, 좋습니다. 그럼 뭐, 청문감사실까지 같이 가 보실까요.”

“뭐··· 뭣??”


나는 몸을 돌려 민지 옆의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야, 차현성! 내가 말하는 중인데 어디 가는 거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잔뜩 성을 내고 있는 서상수의 말을 흘려들으면서 컴퓨터 폴더를 검색하다가 한글 문서 하나를 클릭해 화면에 펼쳤다.


“지구대장님께서 직접 청문에 고발하신다고 하니, 저도 대응해야 하지 않겠어요? 형사과장에게 갑질 당하고 지구대장한테는 무시당하는 불쌍한 신임인 저는 빽도 없고, 내 편도 없고, 심지어 변호사 살 돈도 없는데···.”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두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였다.


타다다닥.


나는『반석지구대장 서상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을 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막상 쓰고 보니 제목이 내 마음에 쏙 들어,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서상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서상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서상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옆에서 민지가 약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계속 되풀이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구대 분위기가 한층 더 삭막해졌다.


그때 갑자기 서상수가 헐레벌떡, 내 뒤로 뛰어왔다.


“지금 나, 나를 고발하겠다고? 네가?”

“왜요? 대장님도 저를 고발하신다면서요? 저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똑같이 하려는 겁니다.”


하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픽픽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이 중에서 서상수한테 불만 하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 쌓인 분노를 내가 대신 쏟아 내 주는 셈이었다.


“집단폭행 사건으로 직원들 차출당하고 이리저리 처맞고 있을 때 대장님은 뭐 하고 계셨습니까?”

“뭐, 뭐하긴!”

“큰 사건은 지휘관이 현장에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뭐, 좋아요. 그때 시간이 늦어서 퇴근했다 쳐요. 그럼 적어도 다음날에는 와 보셨어야죠. 그때 서장님도 아침에 현장 다녀가셨다는데.”


서상수는 내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하나는 나이 어린 직원이 당차게 대들어서 기가 차서 그럴 것이고 또 하나는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기에 할 말이 없어서였으리라.


“백홍철 팀장님이 칼에 찔리고, 정민지 경사 팔 부러질 때 뭐 하셨는데요? 서장님도 문병 가 보셨다는데 문병도 안 오고 뭐 하셨습니까?”

“그, 그건···.”


나는 서상수의 입에서 또 같잖은 변명이 나올 것 같아서 냉혹하게 잘랐다.


“눈이 있으면 여기 우리 팀 얼굴 좀 보세요, 다들 한, 두 군데 다쳤는데도 쉬지도 못하고 출근했습니다. 근데 대장님은 수고했단 말은 물론이고, 괜찮냐는 말도 없으시네요?”


슬쩍 시선을 옮겨 팀원들을 살피니, 다들 나의 말에 크게 공감한 듯했다.


“저는 또 어떻고요! 우리 팀장, 그리고 정민지 이렇게 만든 놈들 잡고 싶은 마음에 쉬지도 않고 일했습니다!”


솔직히 내가 타고나길 건강해서 그렇지, 내 꼬락서니도 꽤나 말이 아니었다.

차에서 떨어져 몇 번이나 구른 탓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이렇게 성실한 직원을 청문에 고발하시겠다니 참 대단도 하시네요.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죠.”

“허, 이 또라이 새끼. 너 방금 한 말 진심이야? 앞으로 경찰 생활 어떻게 하려는 거야? 이 조직 그리 만만하지 않아!”

“조직이 만만하지 않다? 재밌네요.”


나는 피식거리며 말을 했다.


“잘 들으세요. 저는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들한테 충성을 다하고픈 마음이 없어요. 이 거지같은 조직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저는 그냥 합법적으로 나쁜 새끼들 잡고 싶을 뿐이거든요. 그런 사람한테 대장님은 고춧가루 뿌리고 계시는 겁니다.”

“이, 이 상노무 시키가···!”


서상수는 혈압이 오른 듯 손으로 뒤 목을 잡았다.

입에서 더 심한 육두문자가 나오려고 할 때였다.


“대장님 그만하시죠!”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팀 경찰 선배였다.

그리고 그의 뒤로 팀원 모두가 서상수를 바라봤다.


“진짜 너무하십니다. 우리 팀장 칼로 찌른 놈은 잡아야죠. 격려해 주진 못할망정,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차현성 실력, 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백홍철이 다치고 내가 느낀 비통함을 똑같이 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서상수는 말없이 집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


“어디 신임 경찰 나부랭이가 건방지게 까불고 있어!”


집무실에 들어온 서상수는 근무복을 벗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차현성, 너는 내가 가만 안 둬.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그 마음은 형사과장실에 있던 홍영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기 아들과 아내를 체포한 차현성이 못마땅하다 못해, 꼴 보기 싫었다.


거기다 이 두 사람은 자기 안위를 끔찍이 신경 쓰고 경찰 계급의 권위가 위협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경찰서 부속실에서 차현성을 호출했다.

당장 서장실로 튀어오라는 말이었다.


“하아, 서장님까지 합세해서 방해하면 꽤 골치 아프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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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리벤지 포르노 (1) 24.08.23 229 11 16쪽
12 12. 죽음을 막으려면 (2) 24.08.22 228 13 16쪽
11 11. 죽음을 막으려면 (1) +1 24.08.21 241 12 16쪽
10 10. 고시생 강서희 24.08.20 25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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