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망나니가 검거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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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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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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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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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죽음을 막으려면 (2)

DUMMY

현지가 보낸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름 : 김예지

연락처 : 010-XXXX-XXXX


“맞아. 보니까 바로 생각나네. 김예지였지.”


나는 곧바로 김예지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봤다.

그러나 신호음만 몇 번 울리다 자동 응답으로 넘어갔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자살 현장으로 직접 가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쉽게 해결되나 싶었다.

하여튼 끼리끼리 논다더니 차현지 친구들은 왜 다 제멋대로인 건지, 한숨이 푹푹 쏟아졌다.


한숨 쉬는 내 모습이 꽤나 답답해 보였는지, 옆에 있던 민지가 한 소리 했다.


“차현성! 무슨 일인데? 지금 너 표정이 완전 죽상인 거 알아? 너만 알지 말고 나한테도 말해 봐!”

“······.”

“야! 나 무시하는 거야?”


민지가 의외의 태도를 보여 나는 잠시 아무 말 않고 쳐다봤다.


‘그런데 나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 왠지 그냥 짜증 내는 것 같기도···.’


민지는 어서 말하라는 듯 팔짱을 끼고 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그렇다고 좀 아까 나간 여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구할 계획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음, 일단 뻔뻔하게 나가 볼까.


“미안해 민지야. 근데 지금 내가 뭔 말을 해도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야, 이해 못할 거라니! 내가 바본 줄 알아? 궁금해 죽겠으니까, 빨리 말해. 우리 파트너잖아!”


하다 하다 이젠 파트너 타령까지?

민지는 내가 가만히 있자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딱 봐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김예지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서 머리 아파 죽겠는데···. 그래도 뭐든 얘기를 해 줘야 할 텐데 어쩌지? 솔직하게 말해 봤자, 민지가 안 믿을 게 분명하고 골치 아프네.’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좋아, 말해 줄게. 다만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자유야. 실은 왠지 아까 상담하러 왔던 그 여자가 자꾸 잘못될 것 같단 말이야.”

“아까 그 여자? 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래서 내가 믿든 안 믿든 네 자유라고 했잖아. 딱히 근거는 없어.”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럼 너 아까 별 근거도 없는데 선배한테 대든 거야?”


아오, 이렇게 나올까 봐 말하기 싫었던 건데.


그냥, 감이라고 하자.

경찰에게 감 수사도 중요하니까.


“그··· 뭐랄까, 육감이라고 해야 할까?”

“육감? 장난해? 우리가 감으로만 일하는 건 아니잖아? 진짜 그게 다야?”


민지는 평소답지 않게 예리하게 반박했다.

나의 행동에 명확한 근거를 달란 거겠지.


후··· 그렇다면 남은 건 이 방법뿐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거다.


“그게··· 사실은 그 여자가 내 여동생 친구거든? 오늘 나한테 상담하러 온다고 잘 좀 해 달라고 했는데 순찰 나간 사이에 아까 그 선배가 들어갔지 뭐야. 그런데 상담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나가 버려서 걱정돼서 그래.”

“응? 너 여동생 있었어?”

“어, 나보다 5살 아래고 이름은 차현지라고 해. 그래도 오빠가 경찰이라고 나만 믿고 부탁한 건데 상황이 좀 꼬인 것 같아서··· 그래서 말인데 너만 괜찮다면 나 좀 도와줄래?”


민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쿨한 성격이었다.


“알겠어, 성폭력 피해자가 그렇게 나간 것도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네 여동생 친구라며 그럼 도와줘야지. 같이 찾아보자.”


나를 도와주겠다는 따뜻한 말과 동시에 민지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여자애 찾으면 선배 새끼한테 한 소리 해야겠어. 이재민처럼 이번에 기를 확 죽여 놔야지.》


‘어···?’


그럼 그렇지··· 순간 감동할 뻔했는데, 그 마음이 팍 식어 버렸다.

물론 도와주겠다는 말은 진심이겠지만, 따로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네, 음흉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이유야 어떻든 김예지를 찾으면 생명을 구한 게 될 터이니, 민지로서도 손해 보는 건 아닐 거다.

꼴 보기 싫은 선배 경찰을 따끔하게 혼내 주는 건 덤이고.


“자자, 이제 이럴 시간 없어. 빨리 가야 해.”

“그래 가자 가. 대신 너 별일 아니기만 해 봐? 그땐 두고 봐!”


나는 민지의 불평을 적당히 무시하면서 순찰차를 운전했다.


‘기억해 내자. 예지가 죽은 장소를···. 분명 추락 사건으로 112신고가 들어왔었는데 그게 어디였지?’


김예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하고 있는 그때, 차현지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예지한테 연락해 봤어?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통화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돼.]


“응, 전화해 봤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더라.”


[이상하다.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오빠, 혹시 예지가 지구대 갔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나 지금 좀 불안해.]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혹시 김예지가 있을 만한 곳을 알 수 있을까?”


[음··· 일단 걔가 사는 집은 내가 알아. 오빠 일하는 지구대 근처 박다방 커피숍 알지? 그 건물이 오피스텔이거든. 1001호가 예지네 집이야!]


“알겠어. 내가 한번 가 볼게!”


나는 그길로 순찰차 사이렌을 울리며 김예지가 살고 있다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신호란 신호는 전부 무시하고 질주했다.

잠시 후, 우리는 현지가 말한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1001호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개가 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여긴 아냐. 내 기억으로 예지는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린 게 아니었어.’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방금 예지랑 메시지로 연락했는데. 지금 극장에 있다는데? 거기 사거리역 주변에 있는 시네마 알아?]

“극장? 극장이라··· 아! 맞아, 거기야!”


드디어 모든 게 기억났다.


나는 불안해하는 현지에게 걱정 말라는 말을 해 주고서 전화를 끊고 순찰차를 운전했다.

급한 상황이었기에 속도를 좀 낼 거라고 하자, 조수석에 앉은 민지가 손잡이를 잡았다.


“지금 제대로 가는 거 맞아? 극장이라며?”

“주차 타워!”

“갑자기 주차 타워?”

“아마 극장은 거짓말일 거야. 죽으러 가는 상황에 진실을 말했겠어? 그 근방에 가장 높은 곳은 주차 타워니까, 거기로 갔을 게 분명해.”


방금 내가 말한 대로 김예지는 극장으로 가지 않았다.

사건 보고서에는 극장 옆 건물 주차 타워에서 뛰어내렸다고 적혀 있었으니까.


“김예지··· 은근히 영악한 구석이 있네. 친구한테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말까지 하고 말이야.”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친구인 차현지 마저 속인 거였다.


덜컹, 끼이익!


순찰차가 주차 타워로 들어섰다.

1층을 지나 2층을 넘어 9층까지 올라가자 야외 주차장이 나왔다.


“민지야 이제 흩어져서 찾아보자! 여기 어디 있을 거야!”

“으응!”


민지와 양옆으로 나눠서 예지를 찾아봤다.

다만 이름은 부르지 않기로 했다.

혹시 자신을 찾는 걸 알게 되면 바로 극단적인 시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주차된 차량 차량 사이로 저 끝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핫팬츠를 입은 긴 생머리 여자.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자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한참을 찾아 헤맸던 김예지였다.


그녀는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듯 위험해 보였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레 그곳을 향해 접근했다.

김예지가 눈치채지 못하게 벽에 붙어 천천히···.


때마침 반대편에서도 민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


‘뭐야··· 진짜 여기 있었네? 쟤는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정민지는 눈앞에 김예지를 보기 전까지 현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정말로 이 뜬금없는 장소에 저 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분명히 자신의 눈앞에 김예지가 서 있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을 처음 맞닥뜨린 정민지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


그때, 김예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낀 듯했다.


그리고 다가가던 정민지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오, 오지 마세요!”


정민지는 그 말을 듣고 놀라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들켰어. 어떡하지··· 이런 상황은 나도 처음인데. 마음을 돌리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정민지는 일단 두 손을 들고서 조금씩 앞으로 가며 김예지를 설득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나 입술이 떨리는지 가능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 그러지 말고 나랑··· 나랑 얘기해요.”

“필요 없어요. 저리 가세요!”


턱!


김예지가 난간 위로 올라섰다.


“아, 안 돼!”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당황한 정민지의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 순간 불어온 바람이 김예지의 머리를 때리자, 긴 머리가 옆으로 휘날리며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눈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초점이 없었다.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의 표정 같았다.


얄궂게도 하늘에서 투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만. 제발 그만하고 내려와.”

“왜요? 기껏 용기 내서 찾아갔더니, 상담해 주겠다고 들어온 경찰은 이상한 말만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제가 그쪽 말을 들어야 하나요?”

“네 얘기를 들어 주지 못한 것 정말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나한테 말해 볼래?”


정민지는 최대한 김예지를 자극하지 않으려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다 왼쪽 벽에 붙어 있는 현성과 눈이 마주쳤다.


***


“쉿.”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자, 정민지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나는 더욱 천천히 예지에게 접근했다.


‘민지야 조금만 더··· 방금 전처럼 말을 걸어 줘.’


다행히 정민지는 내 간절한 바람을 눈치챈 듯 계속해서 김예지에게 말을 건넸다.


“이름이 김예지 맞지? 나는 정민지라고 해. 너보다 언니야.”

“언니? 저 아세요? 그리고 뭐 어떻게 할 건데요?”

“내가 도와줄게, 예지야. 너 차현성 순경 알지? 아까 봤던···. 너 친구 있잖아.”

“차현성이면··· 차현지?”

“맞아. 차현지. 그 경찰이 현지 오빠야.”

“아, 그 사람이 현지 오빠였구나···. 내가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괜한 소릴 해 버렸네. 현지 오빠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 줘요.”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러니 일단 내려오자, 응? 우리가 도와줄게.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니?”


그러자 무표정하던 김예지의 얼굴이 노기를 띠기 시작하더니 이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남자한테 속아서 제 알몸 하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 당했어요.”

“그랬구나··· 자세히는 아니지만, 나도 조금 사정을 들었어.”

“지금 그 새끼가 친구들끼리 돌려 보고 이제는 유포한다고 협박하는데···. 만수지구대에 가니까 증거도 없이 무고한 사람 잡으려는 거 아니냐고 절 미친년 취급 했어요···.”


만수지구대를 갔었나?

이건 나 역시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럼 다시 찾은 지구대가 반석지구대란 말이구나.


“그런데 반석지구대도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그런데 이젠 다 상관없어요. 지금 와서 얘기해 봐야···.”


김예지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바깥쪽으로 몸을 반쯤 틀었다.

빗방울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예지야. 언니랑 차현성이 도와준다고!”

“괜찮아요. 그래도 언니는 꽤 좋은 사람 같네요.”


김예지는 정민지를 향해 아주 잠깐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근데 저 지금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러니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 이제 다 끝이니까. 그럼 안녕.”

“아, 안 돼! 그러지 마!”


김예지는 눈을 질끈 감고 한 발을 허공을 향해 내디뎠다.

서서히 그녀의 몸이 난간에서 바깥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곧이어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예지야!”


김예지가 허공을 향해 성큼 발을 내딛는 걸 본 정민지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차마 볼 수 없었기에···.


털썩!


무언가 바닥에 부딪히며 낸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벌써 떨어진 건가···.

분명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그런데 9층 높이에서 추락한 것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소리가 빨리 들렸다.


정민지는 얼굴을 가린 두 손가락 사이로 실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금 전 김예지가 있던 곳을 봤다.


“아아···.”


그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하아. 하여간 너는 진짜···.”


이윽고, 다리의 힘이 풀려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역시, 역시 차현성···!”


차현성이 난간 안쪽에서 김예지를 끌어안은 채로 쓰러져 있던 것이었다.


“진짜 못 당하겠다니까. 네가 최고다, 하하.”


한편, 김예지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했다.


‘어라···?’


눈을 뜨니 바닥이 아니라 옥상 안쪽에 누워 있었고, 그런 자신을 차현성이 두 손으로 단단히 붙들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뭐, 뭐지? 설마 떨어지는 순간 저 오빠가 날 잡은 건가?’


그는 죽어도 놓지 않겠다는 듯이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아오~ 아파! 너 괜찮냐?”

“지금 오빠가 나 구한 거예요?”

“그럼 경찰이 사람 구해야지! 죽게 놔두냐!”

“왜 그렇게까지···?”

“너 내 동생 절친이라며! 동생한테 혼날까 봐 구했다! 너도 걔 성격 알지?”


김예지는 넘어지며 찢어진 현성의 왼쪽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 시끄러워. 알았으니까 이제 좀 놔줄래요? 숨 막혀요.”


새초롬한 김예지의 말에 천천히 시선을 옮겨 내 두 손을 확인했다.

김예지의 잘록한 허리를 여전히 꼭 붙들고 있는 손.


“엇!”


나는 그 즉시 퍼뜩 손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흠. 흠! 미안하다. 그, 뭐냐 구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기껏 구해 줬더니 고맙다는 말은커녕 쌀쌀맞게 굴자 조금 억울했다.

그러나 그녀가 겪은 일을 생각하자 수긍이 갔다.


‘정민지는 괜찮나?’


고개를 돌려 보니 민지는 주차장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웃고 있는 모습이 꽤나 개운해 보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0.1초만 늦었어도 김예지를 놓칠 뻔했다.

허공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재빨리 낚아챘으니 다행이지.


슬쩍 김예지를 쳐다봤다.

여전히 건조하고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다.


‘에휴, 저 모지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마음 같아서는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예쁘게 말할 자신도 없고, 그냥 내 방식대로 해야겠지?


“김예지. 왜 네가 죽으려 해? 죽어야 할 놈은 따로 있는 거 아냐?”

“······.”

“넌 억울하지도 않아?”

“억울··· 해요.”

“그런데 억울하다는 애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 너 바보지, 그치?”


예지가 나를 째려본다.


“아니거든요! 그리고 오빠가 뭘 안다고 그래요!”

“글쎄? 적어도 내가 오지 않았다면 네가 저 아래로 떨어져 처참하게 죽었다는 것쯤은 알지.”


내 솔직담백한 반박에 말문이 막혔는지, 예지는 분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요? 지금 나 가르치는 거예요?”

“내가 왜? 번지수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어.”

“그럼 뭔데요!”

“복수해야지. 너 억울하다며, 아니야?”

“복수요? 그놈들한테? 어떻게요?”


순간 김예지의 눈이 커졌다.

저 반응을 보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나 보다.


“정말··· 그놈들한테 정말 복수할 수 있어요?”

“그럼 정말이지. 어때? 나 믿고 내 손 잡아 볼래?”


으윽, 내가 이렇게 느끼한 말을 하다니.

무슨 쌍팔년도의 ‘오빠 믿지’도 아니고···.

이건 20대의 나였다면 절대 쓰지 않았을 말일 거다.

37살 차현성이니 가능한 거겠지.


나는 부끄러움을 속으로 삼키며 예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빨리 잡아라. 부끄러우니까.’


김예지는 잠자코 고민하는 듯하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오빠, 솔직히 지금 한 말 진짜 오글거리는 거, 알죠? 무슨 사십 먹은 아재도 아니고.”

“뭐? 아재? 오글거려? 이게 생명의 은인에게!”


그래, 오글거리는 거 나도 안다고···.

근데 내 나이가 37살인 걸 어쩌겠어.

꼭 그걸 지적해야만 속이 시원했니?


내가 속으로 잔뜩 불만을 투덜대고 있을 때,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김예지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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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집단폭력 (1) 24.08.30 183 10 16쪽
19 19. 까라면 까는 거지 (2) 24.08.29 182 11 16쪽
18 18. 까라면 까는 거지 (1) +1 24.08.28 183 10 15쪽
17 17. 학교폭력 24.08.27 192 10 15쪽
16 16. 판독 불능 24.08.26 209 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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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리벤지 포르노 (2) 24.08.24 217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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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죽음을 막으려면 (1) +1 24.08.21 241 12 16쪽
10 10. 고시생 강서희 24.08.20 254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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