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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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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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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 콜로세움

DUMMY

013. 콜로세움






*



철푸덕.


수직으로 절단된 내 몸에서 증기와 함께 따끈따끈한 내장이 쏟아졌다.


통증과 비릿한 피 냄새를 맡으며 목이 잘린 와이얼드를 보았다.


죽도록 싸우자 적어도 양패구상(兩敗俱傷)은 되었다.


“헉헉.”


이제. 할 건 다 했다.


남은 건 결과뿐이다.


누워 잤다.


얼마 후.


“그르누이님.”

“으응?”


눈을 뜨니 정장 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풀린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가슴골이 보였다.


여기 직원들은 모두 가슴골이 보이는 옷을 입는 모양이다.


“오늘이 대결할 날짜입니다. 적어도 정오까지 콜로세움으로 가셔야 합니다.”

“으음. 안 가면?”

“결투 포기로 간주합니다.”

“······.”


마력이 절반도 충전되지 않았다.


“할 수 없지.”


자리에서 일어나 연무장에서 벗어났다.


정오까지 한 시간 남았다.


철컥.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옷에서 고약한 땀 냄새가 진동했다.


쏴아아.


샤워하자 찐득찐득한 간지러움이 사라졌다.


몸에 부딪히는 작은 물 알갱이들이 아직은 신선하다.


거품을 내서 몸을 묻혔는데, 음경과 고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정성껏 씻고는 속옷을 갈아입고 청바지를 입었다.


“? 옷감이 신선하네.”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씩 했지만, 일반 옷과는 다르게 뻣뻣하지 않고, 옷감이 신축성 있게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흡사. 활시위로 만든 바지 같다.


“이거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겠어.”


금속 단추를 잠그고 지퍼를 올렸다.


흰색 티셔츠 밖으로 일리아를 입고 소드벨트를 찼다.


채앵.


검을 뽑자 베르반의 날카롭고 단단함이 형광등에 잘 드러났다.


“좋아.”


적당히 피곤하고 흥분된다.


흥분됨에 배도 고프지 않다.


지금 뭔가를 먹으면 토할 게 뻔하다.


“다시 보자.”


신발을 신고 방에 인사하고 나갔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으로 1층까지 천천히 걸었다.


자박자박.


그렇게 1층 로비로 내려가자, 검을 찬 남자 10명이 보였다.


남자 중에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그르누이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는 마탑의 경비원입니다. 콜로세움까지 모시겠습니다.”

“··· 그래. 안내해.”

“예.”


타다닥.


경비원들은 나를 에워싸며 출발했다.


그렇게 문을 나서고 마탑의 바깥 경계까지 지나서 콜로세움으로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경비원의 복장을 보고는 서둘러 비켰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경비원의 얼굴에서 작은 미소가 흘렀다.


‘흐음. 놀랍군.’


경비원들의 몸은 일반인과 달랐다.


비율도 마법사에 비할 만하고, 탄탄한 근육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일반인의 것을 뛰어넘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적어도 마법사의 느낌은 아니야. 그래. 전투마법사에게 이식받았군. 아아. 아~주 희미하게 마력이 느껴져. 기분 나쁜 것이 아마 정공이겠지?’


하지만. 이런 수준이라도 일반 용병들에게는 재앙이다.


왕실의 기사들도 이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저벅저벅.


흡사 죽으러 가는 것처럼 느낌이 묘했다.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는 듯한 진형도 그렇고.


기분이 이상하게 차분해져서 더욱 그랬다.


‘꼭 사형대에 오르는 죄수 같군.’


30분 정도 걷자 콜로세움이 보였다.


마탑이나 모노리스보다는 높지 않지만, 그 넓이만은 비할 만했다.


높이도 마탑 수준에 미치지 못했지, 주변의 다른 건물 중에서 이보다 큰 건 없다.


감히 비교되지 않는다.


‘10만 명의 관중을 수용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겠지. 마탑처럼 콘크리트로 만들었다고 했지?’






콜로세움 입구에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예전에 암표를 팔다가 팔이 잘린 사람은, 이제는 관객이 되어 차례를 기다렸다.


착해 보이는 자, 험상궂은 자, 모두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는 구매한 표의 가치만큼의 자리로 갔다.


“그르누이님의 경기는 오후 3시에 시작됩니다. 이대로 VIP석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채챙.


경비원들이 검을 뽑자, 앞을 메우던 관객들이 황급히 좌우로 흩어졌다.


“마탑 경비원이다.”

“빨리 비켜!”

“위험해!”


그렇게 콜로세움 안에 들어가 VIP 계단으로 올랐다.


‘불편하군.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이곳이 비루해 보여. 거리의 오물 냄새도 역겹고.’


편한 걸 찾는 건 생명의 본능이다.


저벅저벅.


제법 걸었는데도 나나 경비원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다 올라서자 고급스러운 문이 보였다.


앞에 지키고 있던 병사들을 지나고 문을 열었다.


끼이잉.


VIP석 문이 열리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그르누이!”

“!”


혜영, 토르겔, 폴리드, 베켐프, 할프킨.


토르 용병단 5명이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영이!”

“······.”


혜영이를 보았는데도 음심(淫心)이 일어나지 않았다.


“일주일만이군.”

“반가워.”

“꼭 이겨.”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자,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오오. 마력폰으로 요청하기는 했는데··· 정말로 왔군.”

“마력폰?”

“여기.”


주머니에서 마력폰을 꺼내어 던졌다.


토르켈은 급하게 잡더니 마력폰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호오. 이게 마력폰이구나.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너도 이제는 인정받은 마법사구나.”

“자작이니까 하급 귀족이야.”

“축. 축하해.”

“흠. 축하는 경기 끝나고 받지. 줘봐.”


마력폰을 빼앗아 켰다.


불이 들어오는 광경에 모두 놀랐지만, 마력이 없기에 불빛 속의 글자와 소리, 영상을 볼 수 없었다.


다시 돌려줬다.


“끝날 때까지 네가 가지고 있어.”

“진짜?”

“거치적거려서 주머니에 넣고 싸울 수 없잖아.”

“알았어. 이기고 오면 돌려줄게.”

“그래. 어차피 못 보니까 욕심내지 말고.”

“······.”


고개를 돌려 혜영을 보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순종하는 듯한 태도를 지었다.


그 모습에 짓궂은 용기가 나서 물었다.


“마탑에서 와이얼드가 말하더군. 자기는 너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사실이야?”


그 말에 혜영은 괴로운 기억이 생각난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오늘 싸우는 나를 위해서 살짝 억지로 웃었다.


“··· 그. 그래. 놈은 없었어.”

“으음.”


와이얼드에 대한 호감이 좀 더 상승했다.


적을 미워하면 이기기 힘들다.


분노는 찌꺼기고, 투쟁의 두근거림을 방해한다.


적은 사랑스러운 사냥감이 되어야 몰입하기 쉽다.


스윽.


탁자 위에는 값비싼 음식들이 풍족하게 있고, 구석에는 고급 침대와 발코니에는 푹신한 의자와 소파가 경기장 쪽으로 놓여있었다.


발코니로 가자 주변의 VIP석들이 보였다.


비싼 비단이나 지구 옷을 입은 귀족이나 부귀한 상인들이 보였다.


‘와이얼드는 없군.’


녀석의 고기가 간절하다.


먹으면 맛있고, 배도 채우고 마력도 좋아진다.


아무 부작용 없이.


““와아아!””


경기장에는 벌써 싸움이 시작되었다.


혜영을 제외한 4명이 내 눈치를 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두 나를 본 것 이전에, 이곳에 있는 게 너무 기쁜 모양이다.


“대단해! 전에는 싸구려 좌석에서 겨우 봤는데, 여기서는 훤하게 보여.”


그 말에 약간 우쭐거리며 폴리드를 쳐다보았다.


“신체가 재구성되면 시력도 압도적으로 좋아지지. 저 경비원들처럼.”

“응?”


용병들의 시선이 경비원에 머물렀다가 이내 눈을 깔고 다른 곳을 보았다.


경비원은 마법사 다음으로 위험하다.


마법사들이 바깥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으니, 기실 가장 무서운 게 경비원들이다.


저들은 마법사만큼 잔인하고, 작은 원한이라도 절대로 잊지 않는다.


잔인한 용병이라도 경비원의 저 제복을 보면 모두가 얌전해진다.


물론. 흑견 용병단이 예외였는데, 단장이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모두 도살당했을 것이다.


경비원 때문이라도 흑견들은 와이얼드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와이얼드의 광기에 질려 용병단에서 도망치면, 즉시 잡혀서 온갖 고문을 당하고 죽을 게 뻔할 테니.


용병들은 불편한 듯 경비원들을 보았기에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내가 지면 마력폰을 회수해야 하니까?”

“죄송합니다.”

“밖으로 꺼져.”

“예.”


경비원들이 밖으로 나가고 문이 닫히자, 비명이 뚜렷하게 들렸다.


“끄아아!”


끔찍한 비명이 몸을 달구었다.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자, 한 거구가 다리가 잘리고 뒤뚱거리는 순간 도끼가 심장을 찍었다.


““와아아!””


관객들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살육의 현장을 보고 흥분한 용병들이 음식을 가지고 발코니에 앉았다.


승자가 내려가고 노예들이 시체를 끌고 내려갔다.


모랫바닥은 이빨과 살점 찌꺼기들이 피와 함께 흥건했다.


“와아. 역시 콜로세움은 언제나 재미있어.”

“이렇게 내려다보니까 더 재미있어.”


다음에는 고블린과 오크가 붙었다.


입이 쭉 찢어진 간사한 표정의 초록 괴물, 고블린.

아래에서 위로 크게 자란 어금니에 초록 피부. 둥글고 단단한 어깨의 오크.


고블린 따위가 오크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이놈은 보통 고블린이 아니고 고블린 중에서도 강한 고블린 챔피언이었다.


오크는 암컷이었다.


“키키케!”

“취이이!”


퍼억. 퍼퍼퍽.


오크 크기의 챔피언이 몽둥이를 들고 연신 오크를 때렸다.


암컷은 덩치에 맞지 않게 몸을 웅크리고는 두들겨 맞았다.


역시 암컷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특화되어 있기에, 싸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킬 새끼가 있으면 몰라도··· 그래도. 너무 무기력하군.’


퍼억. 빠지직.


“쿠에에. 취이이!”


갈비뼈가 부러진 오크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자, 고블린이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싸워라. 병신아. 싸워.’


오크는 계속 비명만 지르다가 병신처럼 쓰러졌다.


그런 오크에게 고블린이 다가가 목을 잡고는 그대로 한 바퀴 돌리자, 암컷 오크는 혀를 내밀며 죽었다.


“아아. 재미없네.”

“병신같네. 시발. 오크라서 돈 걸었는데. 좆같네.”

“히히. 나는 벌었지.”


다음 차례는 인간과 몬스터의 싸움이었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타스케테(たすけて. 살려줘)!”

“키케케!”


이미 내가 오기 전에 사자·호랑이와 빚쟁이들의 한판승부가 있었단다.


찌이익.


녹슨 칼이 세로로 여자의 배를 찌르고는 아래로 긋자, 창자가 흘러내렸다.


“으으으.”


여자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늙어서 사창가에서 내쫓긴 것 같은 여자는 생김새가 미치코와 비슷했다.


심한 덧니에 작은 키.


멸망한 일본이라는 나라 출신이다.


“키키키.”


스슥. 훌렁.


고블린이 혀를 내밀며 넝마 같은 여자의 옷을 칼로 자르자 알몸이 드러났다.


그러고는 놈은 자신의 거기를 단단히 세우고는 달려들었다.


“으으. 시. 싫어.”


고블린은 성욕에 미친놈이다.


다른 종족이나, 특히 인간 여자를 납치해서 욕정을 푼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를 납치해서 그 짓을 한다.


다른 몬스터와는 다르게 발정기가 따로 없이, 인간과 비슷하게 매일 발정기다.


이 모습에 어느 때보다 큰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 화끈하네!”

“역시. 고블린이 강간하는 걸 봐야지 여기에 온 보람을 느껴.”

“키키. 미친 새끼.”


착해 보이는 얼굴도, 흉악해 보이는 얼굴도 모두 같이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콜로세움에는 고블린이 꼭 필요해.”


발코니의 상류층들도 음식을 먹으며 큰소리로 웃다가, 어떤 사람은 시중드는 노예를 벗기고 일을 치렀다.


인간이나 몬스터나 같은 동물이다.


“키키키!”


흔들흔들.


고블린의 용두질은 여자가 죽어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관객들이 흥미를 잃을 때, 노예병들이 들어와 고블린을 끌어냈다.


콜로세움에 익숙한 고블린인지 별다른 반항 없이 수갑을 차고 들어갔다.


덥석.


“응?”


고개를 돌리니 혜영이 내 팔고는 옆 발코니의 사람들을 턱짓했다.


모두 노예들과 한참 용두질 중이었다.


“원해?”

“······.”


앞으로 2시간 남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가···.


나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잠이나 잘게.”

“?”

“이기면 너는 내 여자니까. 시간은 많아.”

“···.”


경기까지 1시간 남았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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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4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6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4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0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5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8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4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7 0 13쪽
»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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