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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엽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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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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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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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마

DUMMY

편의점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골목길. 아무도 없는 밤거리가 오늘 따라 무섭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고 드디어 작은 집에 도착했다.

몇 년 째 바선생과 함께 하는 4평의 작은 원룸이었지만, 평생을 보육원에서 지냈던 내가 돈을 모아 마련할 수 있었던 유일한 월세 집이었다.


손에는 검은 비닐 봉투가 들려있었다. 늦은 끼니를 떼우기 위해, 시간 지난 편의점 폐기물을 몇 개 주워온 것이다.

그런데.

집 앞에 손님이 있는 것 같다.


-니야옹

“······.”


정체는 바로, 길 고양이.

갈색 바탕에 흰색이 섞여있는 흔하디 흔한 코리안 숏헤어였다.


이미 체력은 바닥났고 날은 더웠다.

이번 달에도 몇 안 되는 월급으로 월세를 내기 급급했고, 당연하게도 여윳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키울 마음도 없었기에, 녀석에게 간식을 줘봤자 자꾸만 찾아올 게 뻔하다.


“미안하지만, 너에게 줄 건 아무것도 없다.”


한 번만 무시하면 된다.

그럼 밥을 주는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닫고 녀석도 안 오겠지.

마음은 아팠지만, 녀석을 위해서 이게 최선이었다.


도어락 비번을 누르며 조심스레 현관 문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최대한 고양이가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조금만 열었다.

하지만.

배고픔 때문인지 오기인 건지, 고양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 된다고. 나랑 살면 네가 후회한다.”

-할 애기가 있어, 제닌.

“?!”


잠깐만.

내 귀, 어디 고장이라도 났나?

고양이가 방금 말을 하지 않았어?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녀석은 열려있던 문 틈으로 유유히 들어가 버렸다.


서둘러 고양이를 뒤 따라갔다.

녀석은 태연하게 집안을 둘러보더니, 신발장 앞에 깔려있던 매트에 네 발을 닦고선 방석을 찾아가 앉았다.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야, 너 지금 말 한 거야?”

-응.


다시 물어봐도 분명 말을 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고양이가 말을 하지?”

-그야, 진짜 고양이가 아니니까.

“그럼, 네가 고양이가 아니면 뭔데?”

-그러니까, 얘기나 하자고 말하잖아. 제닌.


고양이는 난생 처음 듣는 이름으로 나를 불렀다. 혹시, 내가 선택 받은 전설의 용사라도 되는 건가?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보면 사역마가 주인공을 찾아와 비밀을 알려주던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이름은 ‘제닌’같은 게 아니었다.


보육원에 있을 때, 부모가 내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고 버렸다고 들었다.

대충, 고아원 원장님의 성을 따라 5살이 되어서야 ‘도은호’라는 이름을 얻은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집을 잘못 찾아온 거 아냐? 난 외국 이름 같은 거 없는데.”

-기억하지 못하겠지. 네가 평범한 인간에게 빙의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테니까.

“평범한 인간에게 빙의해? 내가?”

-현재 네가 갖은 기억, 원래는 그 몸의 주인 거야. 네가 인간이 된 건 고작 반 년 정도니까.


인간의 몸에 빙의하면서, 빙의 하기 이 전에 기억이 삭제됐다는 뜻 같다.

그렇다면, 녀석이 나를 찾아온 이유도 궁금했다.


“그래서, 원래는 내가 제닌이란 이름을 가진 인간이었다고?”

-평범한 인간을 넘어, 마법사였어.

“마법사라··· 그럼, 너는 누군데?”

-제닌의 사역마, 이름은 레피. 나는 과거에 네가 부리는 바람의 정령이었다. 나머지 정령은 봉인되어 다룰 수 없지만, 앞으로 훈련을 통해서 깨울 순 있을 거야.


한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영락없는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여기서는 널 뭐라고 불러?

“······도은호, 그게 내 이름이야.”

-알았어, 은호. 난 네가 다시 메그나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야. 그 곳에 제닌의 육체가 잠들어 있어. 참고로, 메그나핀은 마나의 행성이야. 땅에서 미증유의 에너지가 넘쳐 흐르지.


그 말을 끝으로 고양이의 몸이 물처럼 녹기 시작했다.

녀석은 금세 수증기처럼 증발했고, 이내 연기처럼 피어올라 내가 쥐고 있던 휴대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 방금 뭐야?”

[잘 들려? 좀 더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려면, 이게 좋을 것 같아서.]


휴대폰 안에서 고양이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목소리는 너에게만 들릴 거야. 갑자기 말을 시켜도 당황하진 말고.]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럼, 말해 봐. 네가 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 내가 메그나핀인가 뭔가 하는 곳으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 거고?”


깊은 새벽이었지만, 딱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은호, 너는 훈련을 통해 성장해야 돼. 예전의 힘을 되찾으려면, 봉인된 정령을 깨울 뿐만 아니라 다시 스킬을 익혀야 하거든. 그러기 위해 던전에 가서 마물을 잡는 게 좋아.]


레피가 말끝을 흐렸다.

당연했다.

메그나핀과 다르게 지구에는 던전이 없었으니까.


[평범한 인간에게 빙의 되면서, 너에게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도 모두 사라졌어. 게다가, 메그나핀의 지도자에게 모든 힘을 빼앗기고 네 인생은 한 마디로 시궁창이 된 거야.]


시궁창···?

그 딴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왜 왕국의 지도자께서 그런 일을 했을까? 내가 무슨 큰 사고라도 쳤나?”

[제닌은 메그나핀 최강의 정령술사였던 어머니로부터 귀속 받은 4개의 정령을 통해, 무한대로 힘을 흡수했었어. 욕심 많은 제닌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성장해버렸고. 그래서 메그나핀 왕국에 존재하는 마법사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었지. 던전에 살고 있는 마물보다도 더한 위협.]

“흠······.”


듣고 보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아쉽게도, 지구에는 던전이 없어. 하물며 마물도. 훈련을 하려면 인간을 학살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건 좀 힘들겠지.]

“당연하잖아! 난 학살자가 아니라고! 그딴 짓을 했다간 지구에서도 쫓겨날 거야.”


작은 침대에 엉덩이를 붙였다.

앉아있으니 지끈거렸던 다리에 잠시나마 안정감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가 나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분명 있어.]


휴대폰에서 갑자기 음악이 흘렀다.

내가 켠 게 아니었다.

다급히 액정을 확인해보니, 복권 추첨 방송이 재생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로또 추첨 방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로또 추첨 방송을 시작 하겠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로또 방송을 하는 날은 토요일 오후 8시 35분. 고로, 현재 나오는 방송은 재방송일 것이라는 말씀.


“네 마음대로 휴대폰 조작 하지 마라.”


소리가 너무 컸다.

이 정도면 바깥으로 세어 나갈 것이다.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 싫으니 서둘러 화면을 끄려고 했다.

그런데.

방송 왼쪽 모퉁이에 적혀 있는 자막이 조금 수상했다.


「제 1122회 로또 방송」


매주, 인생 역전을 꿈꾸며 로또를 사곤 했었다. 내 기억에 의지하면, 저번 주 방송된 로또와 회차 수가 다른 것 같다.

다급하게 책상 서랍을 뒤졌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산 로또 용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1122회.

내일 방송될 로또 회차 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네 번째 숫자는 30입니다!」


“이거, 뭐야··· 지금 나한테 미래 방송이라도 보여 주는 거야?”

[이 복권 방송, 인간들이 꽤 열광하는 것 같던데.]


「보너스 숫자는 22입니다!」

「오늘의 로또 추첨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당첨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다음 주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이 종료되었지만, 내 기억 속엔 숫자들이 아른거렸다.



*****



편의점에 출근하기 직전, 그 날 방송에서 봤던 6개의 숫자를 찍어 로또를 샀다.

아직까지 반신반의였지만, 로또를 구매하는 순간 의심은 설렘으로 바뀌고 있었다.


정령 레피는 나를 도와줄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에 자리 잡아 정보를 전달 해주던 레피는, 얼핏 AGI(범용인공지능)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아니, 그 보다 더 고차원적인 인공 지능일까?


편의점 퇴근 후, 기대감에 사로잡혀 잠을 설쳤다. 오후 8시가 넘게 뜬눈으로 지새웠고, 복권 방송을 기다린 결과—


「안녕하십니까! 로또 추첨 방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로또 추첨 방송을 시작 하겠습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멘트.

그저 대본일 뿐이었다.

매주 반복되고 있었기에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었지만, 두근거림에 심장이 꽉 매였다.

이윽고.

사회자가 번호를 하나 씩 뽑기 시작했을 때—


「네 번째 숫자는 30입니다!」


「보너스 숫자는 22입니다!」


7자리의 숫자가 전부 들어 맞았다.


“1122회 당첨 금액의 숫자는···.”

[25억 정도야. 3억 원을 초과 시 세율이 33%로 적용되므로, 실수령은 약 17억 1,800만원. 이 정도면 서민치곤 높은 재산에 속하지만, 부자의 기준에 들기에 한 없이 부족한 금액이지.]


기쁨을 만끽 하려던 찰나에 레피가 팩트를 꽂아버린다.


“그런 건 몰라도 돼. 부자가 될 거란 기대는 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난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해서 말을 해.]


한 순간이었다.

평생 모을 수 없던 돈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레피가 나를 도와준 건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녀석이 무슨 말을 하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날아오를 듯 기뻤지만, 행복을 표현하는 감정조차 마비된 것 같았다.


“편의점에 당장 그만둔다고 연락하고, 월요일에 당첨금 수령하러 가야겠다.”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을 알려 줄게. 당첨 복권, 신분증 그리고 은행 통장. 하지만 세금 처리를 위해서 추가로 필요한 서류도 있어.]


이후로도 레피는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 많던 레피가 고장이라도 난 듯, 갑자기 치직 소리를 내며 동작을 멈췄다.

짧은 시간 깊은 정적이 흘렀다.


“뭐야, 너 괜찮은 거냐?”


그런데.


「첫 번째로 지목된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작은 나라이니 만큼 빠르게 멸망시키기도 좋고, 초반 맛 보기로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형님들.」


레피가 잡은 두 번째 방송이었다.

얼핏, 스트리머나 BJ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말투가 심상치 않았다.


[메그나핀에서 전파가 잡혔어. 화면에 나오고 있는 거, 메그나핀의 음지 방송인 것 같네. 메그나핀은 왕국 지도자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은 한 방송을 맘대로 할 수 없어. 걸리면 단죄에 처해 질 거야.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레피가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 메그나핀은, 내가 살았던 왕국이라 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곳인데, 이 곳을 먼저 공략하겠습니다.」

「서울만 무너뜨리면 다른 지역은 쉽게 망할 테니까요.」

「우선, 자라나는 새싹을 밟아 주며 워밍업 하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형님들?」

「바로 이 위치에 있는 학교에, 버그를 유포할 계획입니다.」

「인간의 시간으로 날짜는 6월 내. 그 안에, 차원의 문이 열릴 겁니다. 기대 많이 해주시고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 드립니다, 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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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독 파리 떼 24.09.07 31 2 12쪽
5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35 3 12쪽
4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3 3 12쪽
3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75 3 12쪽
» 사역마 24.09.04 106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18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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