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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엽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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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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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고등학생(3)

DUMMY

기사가 운전하고 있는 예남준의 차량은 서울 외각으로 빠졌고, 한적한 대로변을 달리고 있었다.

도착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전학생. 아니, 도은호. 넌 사람을 잘 믿는 편인가?”


비아냥 거리는 예남준의 말투.

의심을 제기하지 않던 나에 대한 저격이었다.


“뭐, 안심해도 돼. 근데, 지금 PC방이 아니라 펜션으로 가고 있어. 하남 쪽에 나의 작은 펜션이 하나 있거든. 모의고사 끝난 기념으로 거기 가서 애들이랑 놀 생각이라.”

“그래? 난 그냥 PC방이 좋은데.”

“거기에 최신형 PC가 여러 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게다가 풀장도 있고 당구장도 있고, 게임장도 있어. 뭐, 놀기 싫으면 누워서 OTT시청 해도 되고.”


예남준은, 잠깐이지만 진짜 친구인냥 나를 챙겨 주고 있었다. 주먹만 쓰는 신관우와 바람잡이를 하는 남궁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얼핏, 레피에 의해 펜션 상황을 듣지 않았다면 깜빡 속을 정도로 말이다.


[워낙에도 확률이 극악이라, 불의 정령을 깨우는 건 쉽지 않을 거야.]


‘깨우는 방법이나 알려 줘.’


[정통적인 방법 중 하나가, 최대한 무기에 익숙해지는 거야. 예남준의 펜션에 도착하면, 바로 따라가지 말고 우측으로 돌아서 뒤뜰로 향해. 낡은 창고 안에 다수의 무기가 숨겨져 있을 거야. 펜션에서 너를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조폭이나 깡패 같은데, 그들 역시 무기를 소유하고 있어.]


학교 애들이 왜 이렇게 예남준을 무서워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전민준이 그저 살려달라고 빌었던 이유도.


예남준은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정하고 괴롭혔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천하에 무서울 게 없는 놈이라 하겠다.


‘살벌하네. 고등학생 1명을 상대로 조폭 13명을 고용하는 또라이가 어딨어?’


하지만 만약, 불의 정량을 깨우지 못한다 해도 살아나갈 구실은 하나 찾은 것 같다.



*****



펜션에 도착했을 때였다.

고요한 자연 속에 자리한 정원은 건물을 포함해 약 100평 정도의 크기였다. 지방도 아니고 수도권에 이런 거대한 펜션을 보유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놀랐냐? 안으로 들어가자, 재밌는 거 보여 줄 테니까.”


예남준이 서두르고 있었다.


“잠깐만.”


내가 예남준을 불러 세우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혹, 내가 눈치챘을까 살피는 얼굴이었다.


“저쪽에 있는 정원, 잠깐 구경 좀 해도 되냐?”

“······정원?”


수영장 반대쪽, 뒤뜰로 이어진 정원에 색색의 꽃이 펴 있었다. 펜션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 관리하는 사람이 있던 모양이다.


“얌마, 너 사내 새끼가 꽃 좋아하냐?”

“돌아가신 울 엄마가 꽃을 무척 좋아하셨거든. 특히 나팔꽃을.”


엄마의 얼굴 같은 건 기억도 안 나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예남준의 심기가 불편해 진 듯 미간을 구겼다.


“너 집으로 돌아 갈 때쯤 나팔꽃이랑 씨앗 듬뿍 챙겨 줄게. 안에서 애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냥 좀 가자?”

“예남준, 네가 언제부터 애들 눈치를 봤다고 그래?”

“······뭐?”

“그냥 애들한테 나오라면 될 거 가지고, 왜 전전긍긍 하냐고.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라도 있냐?”

“······.”


겨우, 옅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던 예남준은 이내 완전히 표정을 잃었다.

갈 곳 잃은 동공이 불안한 듯 흔들렸다.

화를 참고 있는 것 같다.


“씨발, 좀 가자면 가자. 감상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싫다면?”

“······뭐라고? 싫다고?”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 줄 알았냐, 븅신아.”


예남준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곧바로 뒤뜰로 달렸다.


[바로 왼쪽으로 꺾으면 낡은 창고가 하나 보일 거야. 불행 중 다행히, 창고 문은 잠겨 있지 않아.]


[만약 불의 정령을 얻지 못할 경우, 최대한 도망가는 걸 추천 해. 무기 하나로 13명의 성인 남성을 상대하는 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레피가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다수를 상대하면, 체력은 약 3분도 버티지 못할 거야.]


드디어 무기 창고를 발견했다.

다짜고짜 문을 열어 젖히자 안에 숨겨져 있던 야구방망이와 각목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 중 하나를 짚어 들었을 때.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평균 신장, 184.5cm. 신관우보단 약간 더 우세한 싸움꾼들. 다만 문제는, 신관우가 13명이나 있다는 거지만.]


-점마 한 놈이야?


돌아 보니, 어느새 몰려든 검은 조폭 13명의 얼굴이 보였다.

살벌한 납빛에 우람한 덩치.

그들에게 사람 한 명 죽이는 것쯤 일도 아닐 것이다.


-야야, 남준아. 아무리 그래도, 고삐리 하나 잡자고 13명이나 부르냐?

“죄송해요 삼촌들, 귀찮게 해드려서. 근데 저놈, 생각보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에요.”

-얌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이고야, 나중에 네 아빠한테 들키면 우리도 무사 몬 하는 거, 알재?

“절대 안 들키도록 조심할 테니까, 잘 좀 부탁드려요.”


조폭 우두머리와 예남준의 대화.

자세히 살펴보니, 우두머리가 들고 있는 건 각목이나 야구 방망이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칼이었다.


-만약 무슨 사고가 일나도, 우리 원망하지 말아라. 알았냐, 아그야?

“······.”


우두머리가 눈짓을 하자,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들의 공격 방향과 동선은 신속하게 읽히고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정신없는 공격이 쏟아지자, 동시에 집중력이 빠르게 닳기 시작하며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첫 번째로 달려든 남자는 못이 박힌 길다란 각목으로 정확히 나의 목을 겨냥했다. 재빨리 뒤로 회피하며, 내 손에 쥐여진 야구 방망이로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 갈겨 반격을 시도했다.

충격이 컸던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어 두 번째 남자가 빈 틈을 파고 들었다.

신속하게 몸을 낮춰 위기를 모면하자 쉴 세 없이 세 번째 남자가 공격을 퍼부었다.


그가 들고 있는 건, 묵직한 망치였다.


공격을 피하면 또 다른 공격이 날아왔고, 반격을 할수록 체력이 고갈되어 아무리 민첩이 높아도 버티는 건 어려웠다.


[앞으로 1분 뒤, 너는 완전히 지쳐버릴 거야. 아쉽지만 불의 정령이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아.]


[경찰에 구조 문자를 보낼 게. 그게 최선의 방법이야. 하지만··· 경찰은 아무리 짧아도 약 10분 뒤에 도착하겠지. 아직 도망갈 기회가 있어.]


너무 자만했던 결과일까?

예남준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무모하게 뛰어 들었다.


피하고 있던 와중에 흐릿하게 보이는 건 예남준의 얼굴이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마치 재밌는 연극이라도 관람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네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굳이 묻지 않아도, 예남준의 표정이 그렇게 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예남준은 매우 대단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거리에서 예남준에게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가 나와 눈을 마주쳤을 때, 찰나 살기를 느낀 뜻 서둘러 등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민첩함은 체력이 모두 고갈되기 직전에 예남준을 따라 잡는 데 성공해버렸으니까.


불시의 순간.

야구방망이는 예남준의 후두를 강타했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조폭들은 당황한 듯 모든 동작을 멈췄다.


“···씨발!!!”

“어딜 도망가, 남준아. 아직 한참 노는 중인데.”

“미쳤냐?! 이딴 짓 하고도 네가 무사할 거 같아!!!”


있는 힘껏 야구방망이를 내리친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예남준의 머리가 매우 단단했던 모양이다. 기절도 하지 않고 멀쩡히 소리나 지르고 있다니.


예남준의 정수리서부터 시작된 핏줄기는,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뭐 하는 거야, 씨발놈들아!!! 당장 이 새끼 죽이라고!!!”


나는 간단히 예남준의 멱살을 끌어 당겨, 팔로 목을 감싸 안았다. 지금부터, 예남준은 나의 인질이자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예남준이 내 대신 다 맞아 줄 거야.”

-저, 점마 미친 새끼 아이가? 날다람쥐 새끼도 아니고 점마 왜 저리 빠르노?


[은호, 순간의 판단력이 아주 좋았어. 설마, 예남준을 공격해 인질로 만들 줄이야.]


레피가 안 하던 칭찬을 다한다.

이쯤 되면 싸움의 기술이 좀 늘었다고 볼 수 있나?


“궁금하면 한 번 시험해 보시고.”


13명 그 누구도, 감히 내게 덤비지 못했다.


[바람의 정령의 성장으로 1포인트를 얻었어. 분배할 스탯을 선택해.]


아직 기회가 남았다.


“체력, 체력에 분배해.”

[확인했어.]


체력 포인트가 1 올랐다.

이로써, 좀 더 버틸 힘이 생긴 것이다.


[13명을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이 약 5분 더 늘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걸 추천해.]


-점마, 도대체 뭐라카노? 야, 임마! 남준이 안 놓나!


“삼촌들!! 이 새끼 나한테 절대 아무것도 못해요!! 그냥 찔러요! 걍 찌르라고!!!”


의외로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는 예남준과 겁을 먹은 듯한 조폭 삼촌들.

대치 상황으로 인해 분위기가 늘어지고 있었다.


[약 30초 뒤, 뒤에서 덮치는 놈이 하나 있을 거야. 신호를 주면 제대로 피해.]


그러고 보니, 눈 앞에 보이는 검은 옷의 숫자가 한 명 줄어든 것 같았다. 모두 비슷한 인상착의라 구분이 힘들었지만, 사라진 남자가 우두머리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뒤로 빠져, 돌아서 이쪽으로 오고 있던 모양이다.


“허튼수작 부리면, 남준이가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야 이 새끼야, 네가 싸움을 그렇게 잘한대매. 그럼 보여줘라. 괜히 상관없는 남준이 인질로 삼지 말고.

“이봐, 아저씨. 비겁한 게 누군데? 당신들은 우르르 몰려와 고삐리 한 명 상대하고 있잖아. 그게 더 쪽팔리겠다.”

-뭐? 점마새끼가!!!


[저 남자, 일부러 시선을 끌고 있는 거야. 지금부터 셋을 세면 뒤로 돌아 방어를 시작해. 삼··· 이··· ]


[일!!!]


레피의 구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예남준을 잡고 뒤로 돌았다. 그러자, 약 50cm정도 되는 사시미를 들고 있던 우두머리가 그대로 예남준의 복부를 찔렀다.


“···쿨럭.”

-야, 이 씨발!!! 남준아!!!


우두머리의 다급한 음성과 함께, 내 손에서 흘러내린 남준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들이 다급히 남준에게 달려오고 있었을 때, 멀찌감치 경찰차 소리가 들려왔다.


*****


6월 6일, 목요일.


“자 조용. 6월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가 나왔어. 일어나볼래, 은호야?”

“네, 선생님.”


담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상냥한 미소와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국어, 수학, 영어 그리고 한국사와 2개의 선택 과목. 마지막으로 제2 외국어까지. 전부, 객관식 문항 만점이 나왔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를 아주 잘했다더니,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구나.”

“하하, 감사합니다.”


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여태 내게 좋은 관심을 주었던 이는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드르륵.


앞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고풍스러운 복장을 한 여자와 정장을 빼 입은 남자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던 찰나, 젊은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우리 남준이 담임 되시죠?”

“···네? 아, 남준이 어머님 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남준이 다쳤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절절 메고 있는 담임에게 시선조차 두지 않던 여자는, 교실을 쓱 훑어보다 이내 나와 눈치 마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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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컨셉은 회사원(1) 24.09.10 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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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마의 개(1) 24.09.08 32 2 11쪽
6 독 파리 떼 24.09.07 31 2 12쪽
»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36 3 12쪽
4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3 3 12쪽
3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75 3 12쪽
2 사역마 24.09.04 106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19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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