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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엽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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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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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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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고등학생(2)

DUMMY

운이 좋았다.

속임수가 어느 정도 먹힌 것이다.

단숨에 신관우와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예상치 못했던 반격을 당한 신관우의 반응은 한참이나 늦고 있었다.


이내, 눈치챈 신관우의 팔이 다급히 자신의 얼굴을 가드했다. 그러나, 나의 주먹은 이미 신관우의 광대를 가격하고 있었다.


푸른 오러와 함께 전신의 무게가 실린 주먹은, 손끝에서부터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졌다.

신관우는 주먹 한 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휘청거렸고,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그의 묵직했던 몸이 사물함에 부딪쳤다. 그러자, 사물함 위에 쌓여있던 물건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며 신관우의 얼굴을 덮치고 있었다.


넋이 나간 신관우가 일어나기 위해 버둥거리는 모습은 보기보다 추했다.

전민준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예남준과 남궁혁도 몸이 얼어버린 듯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성공이야. 55%의 확률로 물의 정령의 봉인을 푸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물의 정령이 깨어난 것 같다.


[기본 능력치를 배분할 수 있어.]


“민첩!!! 민첩에 몰빵 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일분일초가 급했다.


소리치던 내게 시선이 모였고, 겨우 정신을 차린 신관우가 몸을 일으키더니 대응하기 위해 곧바로 달려들었다.

단언컨데.

저 주먹에 맞으면 최소 골절상 아니, 기절이었다.


[도은호의 스테이터스, 민첩 LV.10]


신관우의 주먹이 내질러지던 순간, 찰나에 공격 방향이 보였다. 마치, 세상이 슬로우 모션이라도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몸을 돌려 가뿐히 신관우의 주먹을 피했다. 눈 앞에서 사라진 그의 목표물.

결국, 신관우는 또 한 번 쪽팔림을 당해야 했다.


주체하지 못했던 스피드.

그에 따른 헛스윙.

갈 곳 잃은 신관우의 몸은 이내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덕분에 잠깐이지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와, 씨발 뭐야?

-미쳤다. 전학생 싸움 존나 잘하나 봐.

-신관우의 주먹을 피하는 사람이 있다니···!


복도에서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맷집이 셌던 신관우는 이후로도 몇 번이나 자세를 재정비했고, 경이로운 속도로 반복해서 주먹을 날렸다.

허나, 민첩에 몰빵한 내 스탯 덕분에 신관우를 가지고 노는 건 생각 이상으로 쉬워졌다.


신관우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있었다.

어찌나 필사적인지.

지친 신관우의 동작이 둔해지기 시작하면서, 싸움의 실질적인 승자는 내가 되었다.


온 몸에서 전율이 돋았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찍어 누르는 거, 쾌감이 상당하다.


“뭐야, 벌써 지친 거야?”


내게 반격 할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체력 등급이 F-이었다.

회피와 동시에 주먹을 날리면 체력이 빠르게 고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능력치에 맞는 전략을 선택했을 뿐이다.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예남준을 쳐다보자, 다급히 남궁혁이 내 앞을 막아섰다.

할 말이 있던 게 아니라, 내가 예남준에게 달려들 까봐 서두른 것이다.


이후, 싸움을 종결시킬 5교시 수업 종이 울렸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모두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



*****



“자, 주목.”


종례 시간이 되자 마무리를 하기 위해 담임이 들어왔다.


“전학생한테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내일은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다.”


담임은 흐트러진 교실을 살피더니, 잠깐 동안 예남준 무리에 시선이 멈췄다.

하지만 애써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고, 간략한 공지와 함께 종례를 마쳤다.


이후, 담임이 출석부를 정리하고 나가자 교실은 단숨에 소란스러워졌다.


“전학생, 잠깐 얘기 좀 하자?”


이내 다가 온 사람은, 남궁혁이었다.


옥상.


남궁혁이 데리고 온 장소였다.

또 시비를 거나 싶었는데, 남궁혁이 평소와 달리 웃는 낯으로 나를 대했다.


“전학생, 너 싸움 좀 하더라?”

“······.”

“남준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데리고 왔는데, 시간 괜찮지?”


[은호, 그들이 너를 두려워 하는 것 같아.]


이번엔 예남준이 가까이 오더니, 무언가를 건넸다.

다름 아닌 담배였다.

이미 성인이었던 지라 몇 번 피긴 했지만, 돈이 궁했기 때문에 항상 아껴서 폈던 담배였다.

잠깐 생각 없이 받아 들었지만, 지금은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신분이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담배를 바닥에 떨궈 신발로 밟았다.


“용건이 뭐야?”

“······너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공부 잘했다며.”

“그런데?”

“아니, 그러니까··· 눈치가 없어, 병신아.”


예남준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툭 쳤다.


“너 싸움도 좀 하는 거 같더라?”

“보다시피, 좀 한다.”

“존나 튕기지만 말고, 좀 친해지자고. 네가 나 도와주면, 앞으로 편한 학교생활 보내게 해줄게.”


[한 마디로, 자신의 딱까리 되어 달라는 의미야.]


‘그 딴 건 나도 알아.’


[예남준의 딱까리가 될 경우 분명 장점은 있어. 일단, 학생들에게 두려움이 대상이 될 거야. 어쩌면 예남준 옆에서 2인자 노릇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과연, 겉으로 들리는 표현을 전부 믿어도 될까?]


‘걱정 마. 추호도 관심 없으니까.’


[안타깝지만 앞으로 예남준은, 널 더 교묘하게 괴롭힐 생각인 것 같다.]


“그래, 명색이 동갑내기 친구인데, 부탁하는 사람 앞에서 거절하기엔 뭐 하지.”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예남준이 씩 웃었다.


“새끼, 말이 좀 통하네? 네 머리가 나쁘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



다음 날.

6월 5일.


오늘은 모의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덕분에 반 분위기는 어제보다 얌전했고, 예남준도 모의고사에 집중하려는 듯 반 친구를 괴롭힐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8시 40분이 되자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되었다. 레피는 기다렸다는 듯 시험지의 정답을 하나 씩 말해주고 있었다.


[4번 문제의 답은 2. 5번 문제의 답은 3 그리고···.]


굳이 시간 들여 지문을 읽어볼 필요도 없었다. 답안지 마킹이 모두 끝났을 때, 흐른 시간은 고작해야 15분 정도.

남아도는 시간에 모자란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반복됐던 모의고사가 완전히 끝났을 때였다.

몇몇 아이들은 가 채점을 시작했고, 몇몇 아이들은 종례와 함께 부리나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때, 남궁혁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내 뒤통수를 세게 날렸다.


“븅신새끼, 전교 1등은 무슨. 너 한 20분쯤 풀고 나서 쳐 자더라?”


그가 신경질 적인 말투와 함께 내 시험지를 뺏더니, 적혀있는 숫자를 확인했다.


“어라···?”


그는 잠깐이지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씨발.”


남궁혁은 곧장 예남준에게 향했다.

둘이서 작당 모의를 하는 것처럼 속닥이더니, 이번엔 예남준이 다가왔다.


“도은호, 네가 진짜 이걸 풀었다고?”

“왜? 뭐가 문제 있어?”

“······아니, 문제는 없는데.”

“그럼, 씨발 왜 사람 뒤통수를 때리고 지랄인데.”


남궁혁을 쏘아 보자, 녀석이 놀란 듯 흠칫거렸다.


“야, 그러지 말고 같이 PC방이나 안 갈래? 사과의 의미로 내가 쏠게.”

“게임 안 해.”

“너 외제차 타봤냐?”

“···뭐?”


예남준이 운동장 창가를 보며 검지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새빨간 페라*가 운동장 한 켠에 주차 되어 있었다.


“저거 타고 가자고.”

“······.”


잠깐 망설이긴 했다.

슈퍼카는 살면서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구미가 당기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맹세컨데, 이 순간 예남준 의도가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섰고, 흡사 페라*에 유혹당한 사람처럼 예남준을 따라갔다.



*****



차량에 탑승했을 때였다. 최고급 가죽 시트의 편안함과 동시에 시승의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페라* 최신형 전기차 모델인 듯 하다.

운전석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는 가사까지 있었다.


확실히, 예남준이 금수저는 금수저인가 보다.


“어때? 죽이지?”

“괜찮네.”

“야, 하나만 물어보자.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그가 뜬금없이 내 정체를 묻고 있었다.


[은호, 너를 신기하게 보는 거야. 진짜 정체를 묻고 있는 건 아니니까 솔직하게 답변할 필요 없어.]


‘그 정도 융통성은 나도 있어.’


시도 떼도 없이 나타나는 레피의 기능 중,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 집도 좀 사나?”

“아니, 나 보육원······.”


보육원 출신은 진짜 도은호였고, 고등학생 도은호는 이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컨셉이었지만.

실제로, 전학 수속을 밟을 때 레피에 의해 고용된 사람이 내 이모인 척 연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이 아니라··· 이모랑 같이 사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아, 그래?”


차량은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느낌이 쎄했다.

PC방으로 간다기에 다소 멀리 이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관우가 왜, 내 명령 하나면 꼼짝 못하는지 궁금하지 않냐?”

“글쎄.”

“관우랑 나 계약 관계야. 일종에 노예 계약. 그 녀석 집이 존나 가난해서, 내가 만원짜리 한 장만 줘도 설설 기거든.”

“······.”


부모가 이룬 성과에 빨대만 꽂고 꿀 빠는 주제에, 예남준은 자신의 부(富)라도 되는 냥 대단히 잘못된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진짜라니까? 퍼런 종이 한 장에 내 구두도 핥을 놈이야. 한 번 보여줘?”

“아니, 관심 없어.”

“······난 우리 학교에서 신관우가 싸움을 제일 잘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오늘 보니 영 아닌 것 같네. 네 생각은 어때?”

“잘 하던데.”

“······.”


툭툭 말을 뱉는 내 태도가 영 못마땅했는지, 한번 눈치를 주는 예남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게. 이제부터 신관우가 아니라 네가, 내 오른팔이 되는 거야. 어때?”

“아, 나더러 노예가 되어 달라고?”

“당연히 그 새끼랑은 대우가 다르지. 게다가 대가 없는 노예가 아니라, 그만한 보상을 준다는 조건이야. 단, 신관우와 정면 대결해서 이기면.”


[예남준의 생각을 읽어 봤어. 결과만 간단히 말해 줄게]

[예남준은 지금 은호 너에게 매우 약이 올라있는 상태다. 현재 예남준의 목적지는, 아무래도 펜션 같네. 예남준의 펜션엔 은밀한 지하 창고가 하나 있어. 약 15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야.]


‘날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뭘 어쩌려고? 설마······.’


[정답. 그 곳에 너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13명의 사람들이 있을 거야.]


‘바람의 정령으로 능력치를 더 끌어 올릴 방법은 없어? 민첩 가지고는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민첩과 지력을 제외한 너의 나머지 등급은 올 F야. 수치가 0에 수렴하는 레벨이지. 13명을 한꺼번에 상대한다고 쳤을 때,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왔어. 도은호의 기력은 5분 안에 전부 소진된다. 88%의 확률로.]


‘결과는 알겠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나 알려줘.’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버그가 유포되기 전까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걸 추천한다고.]


‘내 선택의 결과로 바람의 정령을 깨울 수 있었어. 가만히 있었다면, 난 여전히 최약체였을 거다.’


[그래, 그래. 알았다고. 55%의 확률은 다소 높은 편이었어, 전략은 충분히 훌륭했고. 하지만 이번엔 난이도가 조금 더 올랐으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얼마나 줄 건데? 액수나 들어 보자.”

“한 달에 100정도?”

“에게?”

“······뭐? 지금 너 뭐라고 했냐?”

“에게라고 했다”

“······.”


[불의 정령은 무기를 담당하는 사역마야. 당연히 주먹도 무기에 포함되지. 불의 정령이 물의 정령과 시너지를 내면, 13명이 아니라 100명 200명도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아니, 인간 따위는 더 이상 상대가 안 되겠지. 하지만······]


[불의 정령을 깨울 수 있는 확률은 고작, 3%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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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마의 개(1) 24.09.08 32 2 11쪽
6 독 파리 떼 24.09.07 31 2 12쪽
5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36 3 12쪽
»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4 3 12쪽
3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75 3 12쪽
2 사역마 24.09.04 106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19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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