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력999로 편법쓰는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유엽의숲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6
최근연재일 :
2024.09.18 19: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647
추천수 :
27
글자수 :
84,454

작성
24.09.04 19:50
조회
75
추천
3
글자
12쪽

컨셉은 고등학생(1)

DUMMY

*****



6월 4일 화요일.

푸른빛 고등학교.


“오늘 전학생이 있다. 여기 서 있는 은호는 사정 때문에 급하게 전학을 오게 됐어. 어제 처리 된 거라, 너희들에게 미리 공지를 못했네. 우선, 은호는 자기 소개를 해줄래?”

“아, 하하하··· 안녕 친구들. 내 이름은 도은호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싸늘하다.

책상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25살에 고등학생이 될 거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었다.

뜬금없이 고등학교에 들어올 수 있던 것도, 부수적인 도움을 준 정령 레피 덕분이었다.


레피는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메그나핀 왕국으로 돌아가 육체를 되찾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특훈이 필요했고, 때마침 흑마법사의 방송이 그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흑마법사의 첫 좌표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푸른빛 고등학교였고, 6월 안에 이 곳으로 버그를 유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래, 행성에서 행성끼리 차원의 문을 연결 시키려면 마법사의 권한이 높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 흑마법사가 어떤 수로 메그나핀에서 지구로 차원의 문을 연결 시켰는지 몰라도, 분명한 건 지구가 위험하다는 거다.


겸사겸사 잠깐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기억이 없었기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저기 빈 자리 보이지? 우선 저기에 앉아.”

“네, 선생님.”


담임이 지목한 자리 옆, 더벅머리를 하고 있는 안경 낀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자리는 1인 책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민준, 고2. 신장 175cm. 현재, 학교 폭력 피해자.]

“···?!”


그 때, 레피가 더벅머리 남학생의 인물 정보를 말해주었다.

레피의 음성은 나만 들을 수 있었고, 속마음으로도 레피와 대화할 수 있었다.


소개를 듣고 잠깐이지만 놀랐다.

자리에 앉으면서 일부러 민준에게 인사를 건넸다. 스스로도 무슨 객기였는지 잘 모르겠다.


“안녕.”

“······아, 응.”


소심한 표정과 말투.

무척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얼굴의 상처도 드문드문 보였다.


[전민준 학생과 친하게 지내면 일진들의 관심을 받을 거야. 조심해.]


일진이라고?

요즘에도 그런 게 있나?


[정확히 너의 반대쪽 우측 창가 자리에 다리 꼬고 있는 애 보이지? 이름은 예남준. 신장은 177cm이고 집이 아주 잘 살아. 일명 금수저 집안이며, 추정 재산만 400억 이상이야. 아버지는 정치인. 예남준은 심지어 공부도 잘해. 전교 10등 안에 드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


뭐야?

그렇게 잘난 놈이 왜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거지?


[그야,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예남준을 건드리면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길 거야. 물론 학교 생활은 어디까지나 너의 선택이고, 난 네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지만.]


[하지만 한 가지 충고를 해줄 게. 되도록 일반인들에게 주목 받지 않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는 게 좋을 거야.]



*****



쉬는 시간.

옆에 앉아있던 민준의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시큼달큼을 하나 건넸다.


“너, 이름이 뭐야?”

“······.”


이미 레피를 통해 이름을 들었지만, 굳이 물었다. 그러자, 시끌벅적했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의 시선만 닿지 않았을 뿐, 모두가 나와 민준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머리를 밝게 탈색한 남학생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무래도 예남준의 무리 중 한 명인 것 같다.


[남궁혁, 고2. 신장 172cm, 은수저 집안. 추정 재산만 50억에서 100억 사이.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고 어머니가 유명 갤러리 관장님. 특이 사항으로, 그는 예남준의 추종자야. 자기 스스로 발닦개를 자처하고 있지.]


남궁혁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이내 내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의 오른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전학생, 네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무슨 도라지인가, 도미노였나?”

“도은호. 내 이름은 도은호야.”

“아하, 이름이 조옷같아서 헷갈렸네.”


남궁혁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적막한 교실에서 그 욕을 듣지 못할 리는 없었다.


“왜? 볼일 있어?”

“도은호, 웬만하면 민준이한테 말 걸지 마. 혹시 너한테 안 좋을 일 생길까 봐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무슨 뜻인지, 알아 들었지?”


마치, 자신의 소유의 물건에 손이라도 댔다는 말투다. 하지만 옆에 앉아있던 민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궁혁이 물러섰다.


그대로 일단락이 된 줄 알았지만, 이후로 벌어지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정화 작업 좀 해야겠지? 남준아.”


남궁혁이 예남준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예남준이 가벼운 제스처를 했고 그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우람한 덩치의 학생이 다짜고짜 민준의 멱살을 끌고 가 내립다 바닥에 꽂아 버렸다.


“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줘!! 이렇게 부탁할 게!!”


[저 학생의 이름은 신관우. 싸움꾼이며, 시키면 뭐든지 하는 예남준의 ‘개’지. 신장은 187cm. 일명 흙수저 집안. 부모의 추정 재산이 1천 만원 미만이야. 그래서 권력과 돈에 굴복하여 스스로 개가 되길 자처했지.]


퍽—!


울며불며 빌고 있는 민준은 피떡이 되도록 맞고 있었다. 얼굴에서 튄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음에도 그 행위는 멈출 줄 몰랐다.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고 있던 예남준은, 큰 소리로 낄낄 거리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이게, 말이 돼?’


내가 힘을 되찾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던전의 마물을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구에는 던전도 마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체 방법이 있었다.


살육.


다른 행성에 살고 있던 생명체는 모두 마물로 취급된다고 한다.


나는 빙의를 하면서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살인이 나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죽어 마땅한 인간도 존재하던 것이다.


퍽, 퍽!!


주먹이 날아오를 때마다, 교실에서는 탄성 소리가 들렸다.


‘내가 저 싸움에 끼어들면, 그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될까?’


[전투 능력을 담당했던 건 물의 정령이야. 현재는 그 정령이 봉인된 상태라, 너의 전투 능력은 0에 수렴해.]


[신관우의 스테이터스를 분석한 결과]

— 힘 LV.8

— 체력 LV.9

— 민첩 LV.8

— 방어력 LV.2

— 지력 LV.1


[신관우는 생존력과 공격력 면에서 준수하지만, 방어력과 지력이 낮아 균형 잡힌 전사는 아니야.]

[따라서, 신관우의 공격 방향을 미리 읽고 반격한다면 승산이 있을 지도 모르지. 다만, 도은호 네가 정면 승부로 이길 확률은 0.1%야. 지금은 나서지 않는 걸 추천해.]


‘그렇다고, 저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어?’


[네가 외면했단 사실을,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비난할 사람은 없어. 주위를 둘러 봐, 네가 영웅이 되어 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 거 같아?]


레피의 말대로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숨죽여 상황을 외면하고 있었다. 사태가 빠르게 마무리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윽고 수업 종이 울렸다.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영어 담당 선생님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다친 민준의 얼굴을 보더니 딱 한마디만 했다.


“수업 시작했으니까 얼른 자리에 앉아.”



*****



점심시간.


교실은 그 어느 때보다 한적했다.

여전히 누구도 내게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민준은 하루 종일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괜찮냐?”


조심스레 휴지 몇 장을 민준의 책상 위에 올려주었다. 예남준이 없었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았다.


“······나한테 말 걸지 마.”

“왜? 지금은 예남준도 없잖아.”

“그냥, 하지 마······.”


민준은 이미 자포자기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밥은 왜 안 먹으러 가?”

“······급식실에 갔다 마주치기 싫으니까.”

“그렇다고 굶어?”

“끝나고 매점 가면 돼.”


드르륵.


그 때였다.

예상보다 빨리, 예남준이 돌아온 것 같다.

그는 여유롭게 걸어 오더니, 이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내 뒤에 섰다.


“야, 전학생.”

“······.”

“너 싸움 좀 할 줄 알아?”


또다시 예남준의 한 마디에, 덩치 큰 신관우가 갑자기 나와 전민준의 뒷깃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느닷없는 무력에 당황할 세도 없었다.


이내, 신관우가 우리 두 사람을 뒤쪽으로 끌어 당겼다. 힘이 너무 세, 거의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경고했잖아, 전민준한테 말 걸지 말라고.”


예남준이 비소를 띄며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은호, 아무래도 예남준한테 찍혀버린 것 같네.]


“민준아, 내가 약속 하나 할 게. 지금부터 전학생이랑 싸워서 이기면, 너 안 괴롭힌다고.”


뭐가 즐거운지 예남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겨우 흐트러진 옷깃을 다듬고 전민준을 쳐다보자, 저쪽은 이미 이를 악물고 싸울 기세였다.


‘레피, 내가 예남준을 향해 달려든다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네가 예남준에게 도달할 확률은 겨우 13%야. 그 전에, 민첩한 신관우가 널 낚아 챌 확률이 훨씬 높아. 그 이후부턴 반격의 기회를 만들 수 없어. 무조건 다음 왕따는 네가 되는 거야.]

[하지만, 좋은 방법이 딱 두 가지 있어.]


[첫 번째, 전민준과 싸워서 이긴다. 이길 확률이 약 89%야. 고로, 전민준과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예남준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다만, 네 이미지가 좀 후져지겠지만.]


‘전민준과 싸우자고 이 사태까지 온 거 아니거든. 아무리 내가 찌질한 놈이라도, 양심을 버리고 싶진 않아.’


[두 번째, 전민준에게 주먹을 날리는 척 신관우를 공격하는 거야. 신관우는 전민준 바로 뒤에 있어. 두 사람의 간격이 매우 짧기 때문에, 공격이 신관우에게 향할 거란 예상은 아무도 못해. 때문에, 신관우가 너의 주먹에 맞을 확률이 90%가 넘는다. 신관우가 은호 너에 비해 신체 조건이 훨씬 우수하지만, 눈속임 공격은 성공 확률을 높일 거야.]


‘그거 참, 괜찮네.’


[미래를 분석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 높은 확률로, 너보다 강한 인간을 잠깐이라도 쓰러뜨리면······]


‘······쓰러뜨리면?’


[물의 정령이 깨어날 확률이 55%라는 것.]


확률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녀석이 봉인에서 깨어나 준다면, 지금보다는 강해 질 수 있었다.


내 선택은 이미 결정됐다.


“남궁혁, 네가 심판 해라.”


이어, 신관우의 말에 남궁혁이 가운데 섰다.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몇몇 보였지만, 눈치채고 다시 나가는 것 같았다.

복도 창가에는 어느새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준비하시고···!”


남궁혁의 사인이 떨어지기 전, 정확히 내 목표물의 위치를 확인했다. 신관우는 전민준과 약 50cm가량 떨어져 있었다.


“파이트!!!”


남궁혁이 구호를 외치자,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내 주먹은 교묘히 전민준에게 향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낀 민준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력999로 편법쓰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헌터(3) NEW 9시간 전 6 0 12쪽
16 헌터(2) 24.09.17 12 0 12쪽
15 헌터(1) 24.09.16 16 0 12쪽
14 사령술사(2) 24.09.15 20 1 11쪽
13 사령술사(1) 24.09.14 18 1 12쪽
12 말벌 24.09.13 25 1 12쪽
11 군대 개미 24.09.12 24 0 11쪽
10 컨셉은 회사원(2) 24.09.11 23 2 11쪽
9 컨셉은 회사원(1) 24.09.10 27 2 12쪽
8 악마의 개(2) 24.09.09 30 2 12쪽
7 악마의 개(1) 24.09.08 33 2 11쪽
6 독 파리 떼 24.09.07 32 2 12쪽
5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36 3 12쪽
4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4 3 12쪽
»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76 3 12쪽
2 사역마 24.09.04 106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20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