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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엽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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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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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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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회사원(2)

DUMMY

의진 IT는 외주 업체였다.

여러 부서가 있지만, 그 중 IT부서에는 기획팀과 디자인팀 그리고 개발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그 중 디자인팀에 속해 있었고 주 업무는 DB코드 정리였다.


내가 사용하는 주요 프로그램은 엑셀 하나였지만, 디자인팀 내에서는 여러 툴을 병행하며 바쁜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게, 다른 툴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지만······


“캐드에 코드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세요?”

“네, 몇 번 건드려보니까 되던데요.”

“아, 아니··· 개발자 모드로 함부로 들어가시면 자칫 파일이 삭제될 수도 있는데···.”

“걱정 마세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필요한 파일만 셋업 시켜놓았습니다.”


도희씨가 캐드 파일을 훑어보더니, 입을 척 벌렸다.


“참고로, 몇 개의 파일에서 오류가 보였는데 그것도 수정해 놓았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올렸던 거라고 덤탱이 쓸 까봐 업로드한 작성자 네임은 캡쳐 해두었고요.”

“······.”


도희씨는 믿기 어렵다는 듯 내 작업물을 여러 차례 확인을 하더니,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 같았다.


“오전 내내 범상치 않으시더니··· 남들은 일주일 한 달 걸리는 걸 하루 만에 해내셨네요.”

“감사합니다. 그거, 칭찬이죠?”


팀원들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쌓여있는 업무에 밀려있는 일정까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던 전투 상황에서 내 덕분에 약간이라도 시간을 번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다 처리됐지만 아직 밀려있는 일이 많아서요. 하지만 첫 날이니까 퇴근하세요. 내일은 야근해야 할 지도 몰라요.”

“괜찮은데···.”


오후 6시.

아직은 직원 모두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굳이 야근을 하고 싶던 건 아니었다. 흑마법사가 언제 차원의 문을 열지 모르니 대기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짐을 챙기는 척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내가 퇴근하길 원치 않았던 사람이 한 명 있는 것 같다.


“신입분.”

“······.”


나를 부른 건, 다름아닌 최솔지씨였다.

그러니까, 한부용 책임의 오피스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

범상치 않은 포스에, 마치 사모님이라도 되는 듯한 늠름한 표정.


“시킬 일이 있으니까 제 자리로 좀 와 줄래요?”


우리 두 사람의 업무는 연관되어 있지 않았다. 헌데, 내게 무슨 일을 시킨 다는 말인가?


“저 퇴근 해야 돼서요. 그럼, 수고하세요.”

“···아, 아니!”


그냥 무시하고 퇴근하기로 했다.



*****



다음 날.


— 메신저

한부용 책임님 「제 2 회의실로」


출근을 하자마자 한부용 책임이 스리슬쩍 나를 회의실로 불러냈다.

의도가 뻔했기에 긴장되진 않았다.


“네, 무슨 일이세요?”

“어제, 캐드안에 코드 입력까지 다 했다며?”

“네, 그런데요.”

“신입이라더니, 어디서 일 배운 적 있어?”

“아뇨, 처음입니다.”

“······.”


당돌한 한 마디 한 마디.

내게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한부용 책임은 굳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그가 테이블 위에 두툼한 A4 용지를 올렸다.


“원래 네가 하는 일, 6월 안에 마무리 돼야 하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날 거 같거든? 어제 새로운 들어온 외주 요청서니까, 읽어보고 오늘까지 기획서로 만들어 와.”


「제목 - AI 자동화 비서

개발 완성 기한 - 7월 초

기획 담당자 - 한부용 책임님」


“담당자 이름이 책임님이신데요.”

“야, 담당자가 나니까 네가 보조를 해야지. 내가 네 사수인 거 몰라? 넌 그냥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돼.”

“제가 책임님 대신 이 업무를 하는 동안, 책임님이 하는 일은 뭔데요?”

“뭐?!”


흥분한 한부용 책임이 거칠게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한부용 책임님이, 사내에서 연애 하는 거 말고 하는 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하, 기가 막힌 새끼네. 이 새끼. 야!!! 너는 눈에 뵈는 게 없냐? 3개월짜리 인턴 새끼가 꼬박꼬박 말대꾸를! 가정 교육을 못 받았나,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사회성이 너무 들 떨어진 거 아니냐고.”

“상사 답지 않은 사람에게 깍듯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와, 어디서 이딴 미친 놈을 다 데리고 왔어! 야!! 너 나가! 나가라고!”

“안 그래도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유유히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쳐다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회의실 밖까지 고성이 전해졌던 것 같다.


[한부용 책임,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그러든가.’



*****



한부용 책임에게 했던 나의 언행이 돌고 돌아 팀장의 귀에 닿았던 것 같다. 다만, 팀장은 내게 주의만 줄 뿐이었다.


‘회사는 평생 직장이 아니야.’


라는 말만 반복하며, 되려 당장은 끊어낼 수 없는 인력이 도망갈까 전전긍긍 하면서 말이다.


어느 쪽도 소득이 없었던 면담은 시간만 낭비한 채 끝이났고, 이후 자리로 돌아왔을 때 메신저가 깜빡이고 있었다.


— 메신저

한부용 책임님 「J코드.xlsx」

한부용 책임님 「K코드.xlsx」

한부용 책임님 「M코드.xlsx」

한부용 책임님 「N코드.xlsx」


메신저의 수신처는 한부용 책임이었다.


한부용 책임님 「오늘 안에 내가 보낸 코드 정리 다 끝내」

한부용 책임님 「캐드에 데이터 등록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아무래도 유치한 방법으로 나를 괴롭히려는 심산 인 것 같다.


— 메신저

도은호 사원 「곧 퇴근 시간인데요. 내일 하겠습니다.」

한부용 책임님 「도은호씨 의사는 물어본 적 없어」

한부용 책임님 「오늘 밤을 세워서 라도 완성 해」

도은호 사원 「노력은 해보겠지만 못할 것 같습니다.」

한부용 책임님 「노력은 안 돼. 못한다는 말도.」


시계를 확인해보면, 퇴근 시간까지 정확히 30분이 남았다.

팀원들은 냉랭해진 나와 한부용 책임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6시 땡 하자, 직원들이 자리에서 하나 둘 씩 일어나고 있었다.


-은호씨 미안해, 내가 약속이 있어서. 그럼 고생해.

-들어가 볼게. 내일 봐요.



*****



한 발 물러서 한부용 책임의 지시를 따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흑마법사가 다시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갑작스럽게 버그가 나타난다면 대응하기 어려울 겁니다!」


— 실시간 채팅


지금이순간 - ㅄ 피해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봐?

지금이순간 - 사람이 많을 때 해야 꿀잼이지.

서포트샤이 - 계획이 좋은 거 같아요!

팜므파탈 - ㅋㅋㅋㅋㅋ퇴물법사라서 그럼. 생각이 없음.

기모으는마법사 - 이번에 그 마법사도 출연해요?


아무래도 퇴물법사 아니, 흑마법사의 이번 계획도 무척 비난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저번 푸른빛 고등학교의 버그 사태도 실패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지금, 사무실 안에는 야근을 하고 있는 나와 그리고···.


[제1회의실 안에 한부용 책임과 최솔지 경리가 있어.]


스스스—


무언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니, 흔히 볼 수 없었던 군대 개미가 밀집해 있었다.


[위험성 수준 LV.2 군대 개미]

— 특성1: 중형의 크기로, 단단한 몸체와 강한 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집단적인 행동을 보이며 효율적으로 먹이를 사냥합니다.

— 특성2: 군대 개미의 턱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합니다.


“LV.10의 케르베로스를 소환하더니, 다시 LV.2로 너프 한 건가?”


[아직 흑마법사의 힘이 불완전해. 퇴물법사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퇴물법사가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면, 앞으로 한계에 부딪칠만한 강한 마물들이 도시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할 거야.]


[지금이, 낮은 레벨의 마물을 통해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나저나, 저 녀석들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빠른 속도로 군집을 이뤄가고 있는 군대 개미.

그 끝에 보이는 건 제1회의실이었다.


[군대 개미의 숫자가 더 많아지면, 녀석들은 회사 건물 하나를 통째로 개미 굴로 만들어 버릴 거야. 저 녀석들의 피부는 매우 단단하지만 반면 불을 무서워 해.]


스스스—


5cm정도의 다소 큰 몸집으로, 작은 문 틈새를 용케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제1회의실 안에는 한부용 책임이 있을 것이다.


“불을 구할 수 있는 위치를 알려줘.”


[6층에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창고가 하나 있어. 그곳에서 토치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6층도 곧 개미 떼의 성지가 될 거야. 당장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걸 추천할 게.]


[명심해. 당장 토치를 구할 수 있다 해도 놈들을 상대하는 건 일시적이야. 불의 정령을 통해 새로운 무기를 소환 해내야 돼. 그렇지 않으면, 개미 굴이 된 건물을 통해 개미는 빠른 속도로 퍼질 거야.]


어설프게 깨어난 불의 정령을 다루는 건 온전하지 않았다. 급한 대로 토치라도 필요하다.

몸을 돌려 6층으로 내려가자, 회의실 안쪽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거의 부서질 듯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한부용 책임이 헐레벌떡 뛰어 나왔다.


“야!!! 저리 안 꺼져?!”

“책임님!! 책임님, 살려주세요!!”


몇 마리의 군대 개미가 최솔지 경리에게 붙어 살점을 물어 뜯고 있었다.

이후, 우두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킬레스건이 끊긴 최솔지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나한테 옮기잖아!! 저리 꺼지라고!”


최솔지의 몸에 달라 붙은 벌레 떼를 보고, 한부용 책임은 기겁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야! 한부용 이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생존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목숨이 귀했던 한부용 책임이었다.

한부용은 개미를 피해 밖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바지 끝자락을 물고 있던 개미에 의해 결국 몇 발 자국 걷지도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거, 거기!! 거기, 신입! 아, 아니 도은호씨! 나 좀 살려줘!”


태세를 전환해 이번에 내게 애원했다.

살려달라는 아우성.

두 사람은 가장 처절하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사, 살려달라고!! 으악!!”


상처에서 나는 피비린내를 맡은 개미들이 더 몰려들며 두 사람의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서둘러. 놈들의 식사가 끝나면 다음 표적은 너니까.]


개미들이 뒤덮은 육신 사이로 손이 꿈틀거렸다. 마지막까지 애타게 살고자 했던 한부용 책임의 발악이었다.



「지구에서 좌표 찍고, 걸리는 나라 멸망시킵니다.」

닉네임: 메그나핀 흑마법사

시청자수: 9명


— 실시간 채팅

기모으는마법사 - 저 뿔테 안경을 쓴 남자. 그 마법사 아니예요?

팜므파탈 - 우왘ㅋㅋㅋㅋ진짜네

SSS히어로 - 정령을 통해 미리 정보를 얻은 거지

생생 - 저 남자가 진짜 마법사?

생생 - 증명좀

SSS히어로 - 이번에도 미션


「히어로 형님! 또 미션 제안하셨습니다. 이번엔 실망시키지 않고 꼭 성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SS히어로 님이 흑마법사 님에게 10골드를 선물하였습니다.」


SSS히어로 - 인간 백 명을 죽이면 100골드. 천 명을 죽이면 1,000골드.


「와, 하하하! 또 미리 예약금까지 걸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다음을 준비해야 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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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령술사(1) 24.09.14 18 1 12쪽
12 말벌 24.09.13 25 1 12쪽
11 군대 개미 24.09.12 24 0 11쪽
» 컨셉은 회사원(2) 24.09.11 23 2 11쪽
9 컨셉은 회사원(1) 24.09.10 27 2 12쪽
8 악마의 개(2) 24.09.09 30 2 12쪽
7 악마의 개(1) 24.09.08 33 2 11쪽
6 독 파리 떼 24.09.07 32 2 12쪽
5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36 3 12쪽
4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4 3 12쪽
3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75 3 12쪽
2 사역마 24.09.04 106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20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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