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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엽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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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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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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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2)

DUMMY

김도희.

그녀는 내가 잠깐 재직했던 의진IT의 디자인팀 주임이었다.

짧은 시간 나를 도와준 기억이 있었기에, 김도희의 얼굴을 잊어버릴 리 없었다.


“헌터 지원을 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도은호씨가 D그룹에 있을 지는 몰랐네요.”

“······네?”


나를 보고 놀라지도 않았는지, 김도희의 기백이 무척 태연했다.


[김도희의 스테이터스]

—체력 LV.1

—힘 LV.2

— 민첩 LV.3

— 방어력 LV.1

— 지능 LV.41


김도희는 마현우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전투 능력이 0에 수렴했지만.


도대체, 이들은 헌터가 되어 무얼 하려는 걸까?


“등급 별로 팀을 편성해 활동하는 걸로 아는데, 저희 인원은 이게 다 인가요?”


김도희가 훈련장을 훑어보다가 이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마현우가 친절한 납빛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한 명이 더 있어요.”

“지원 물품은요? 이게 끝이에요?”

“그런 것 같네요.”


훈련장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급한 대로 헌터를 소집하기 위해, 어제 막 빈 건물을 계약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았다.


“혹시, 여기에 컴퓨터나 노트북은 없을까요?”

“훈련장에는 없는 거 같고 제 개인 노트북이 있는데 빌려드릴까요? 사양이 많이 높진 않아요.”

“괜찮아요, 빌려주세요.”


김도희는 다짜고짜 마현우의 노트북을 빌리더니 덩그러니 놓여있던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적막이 찾아온 훈련장에 멀뚱히 서 있는 게 어색해, 마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공대생이라면 기계 같은 거 잘 다루세요?”

“네. 평소에 물건 고치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그는 두툼한 가방을 만지작거리더니 자신의 작품을 하나 선보였다.


“이건 평범한 망원경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특수한 프리즘 렌즈를 탑재한 개조 망원경이에요. 일전에 뉴스를 본적이 있었거든요. 폐쇄된 건물 옥상에서 말벌들이 생성된 거 같던데, 얼핏 보기에는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확인해 보면 특정 위치의 하늘이 뭉개진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공대남 마현우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자신 있게 설명을 시작했다.


“비 이상적인 뭉개짐을 확인하고,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차원의 문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특수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는 보이는 어떤 현상이요.”


너무 진지하니까 껴들 틈도 없었다.


“그 즉시, 저는 망원경을 개조해 자기장을 감지해낼 수 있는 특수 렌즈를 부착했어요.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망원경으로 하루 종일 하늘만 감시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거죠. 이 넓은 한국 안을 저 혼자서 망원경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정도 발명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대단해 보이는데요.”

“네,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현우가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그 때, 가만히 노트북을 만지던 김도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현우씨.”

“네? 저요?”

“방금 하늘에 생긴 자기장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네, 그런데요.”

“기상청에서 날씨를 예보할 때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 아세요?”

“아, 그건··· 기상 관측 장비와 AWS(자동 기상 관측 시스템)를 통한 데이터 수집, 그 외 여러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편법이긴 한데, 제가 기상청을 해킹해서 그 자기장 정보의 위치를 대략 파악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


잠깐, 이건 또 무슨 소리?

두 사람은 엄청난 기술에 대해서 능숙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의진IT가 속한 건물이 통째로 개미 굴이 되면서, 회사 내부 직원 80% 가까이가 해고 조치 당한 거 같아. 그 중에 김도희도 속해있었고.]


‘직장을 잃은 도희씨가, 생계를 위해 헌터의 길을 선택했다는 거야?’


[그렇지 않아. 얼마 전 있었던 말벌 사태가 결정적 계기인 거 같아.]


갑작스러운 김도희의 등장은 내 의문을 자극했지만 그녀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하기엔 어려웠다.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직접 말벌 떼를 제압하기 위해 파견된 이후, 안타깝게 사망하신 거 같아.]


“······.”


이후, 곧 그녀의 사정을 멋대로 엿봤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자기장의 신호를 미리 발견할 수만 있다면, 사태를 대비하기 더 쉬울 수도 있겠네요.”

“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요.”


여전히 마현우와 김도희는 자기장 정보 수집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대화에 끼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오후 2시 30분.


우리 세 명은 모두 D그룹 헌터 등록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나타나야 할 나머지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비 이상적인 자기장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는 문제가 있죠.”


그 동안, 김도희는 문제점에 보다 근접하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건 일반적인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에요. 어찌 보면, 불가항력이라고 볼 수도 있죠.”

“···평범한 자연현상은 아닌 거 같던 데요.”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해요. 가령, 차원의 문 반대쪽에 있는 생명체가 우리와 달리 마법을 쓰는 존재라면?”

“흐음··· 마법사라는 건 고대 시대에나 존재했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세계라면 충분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죠.”


인간에게 마법사라는 건 그저 판타지에 불과했다. 그들은 오히려 헌터와 현대 무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실은, 나도 메그나핀에 대해 그리고 마법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레피에게 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추측만 하고 있을 뿐.


“그래서 말인데, 도은호씨는 뭔가 아는 거 없어요?”


김도희의 질문이 이번엔 내게 향했다.


“그 날, 도은호씨 야근 했었잖아요. 한 책임님과 같이···.”


김도희가 처음에 나를 보자마자 했던 말이 있었다.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라고.


“그 날은 갑자기 벌어진 사건 때문에 도망치기 바빴습니다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네요?”

“네.”


애써, 내가 마법사라는 걸 밝혀봤자 좋을 건 없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쭉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장에 대한 연구 만을 지속했다.

그 때—


쾅!


새로운 멤버가 합류한 것 같다.


“이야-! 여기가 D그룹 훈련장이구나. 간지 미쳤다.”


삐까 뻔쩍한 명품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셀카봉을 들고, 광기 어린 눈으로 나타난 새로운 인물의 첫 마디였다.


“일단 인증 사진 몇 장 좀 찍겠습니다.”


그는 인사도 채 하지 않고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아이*으로 훈련장 내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제가 SNS에 사진을 올려야 돼서. 그건 그렇고, 다들 얼굴 노출돼도 괜찮죠?”


이어, 마현우씨가 그에게 다가갔다.


“안 됩니다. 헌터의 얼굴이 노출되면 임무를 수행하는데 불리해 질 수 있습니다.”

“에이, 뭘 그래요. 여기 있는 제 팬들이 헌터 활동을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

“당신은 인풀루언서 입니까?”

“네, 하하하. 유명하진 않지만 10만 팔로우 정도 보유하고 있어요.”


SNS에 10만 팔로우라.

그런 사람이 도대체 왜 목숨 걸고 헌터나 하는지 모르겠다.


[설 하의 스테이터스]

—체력 LV.5

—힘 LV.1

— 민첩 LV.9

— 방어력 LV.2

— 지능 LV.20


“그 카메라 내려놓으십시오. 헌터 등록까지 30분 밖에 안 남았으니, 할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시고요.”


친절했던 마현우의 감정은 냉정하게 식어있었다.


“혹시 언제부터 활동 할 수 있어요? 바디캠 같은 거 달아도 상관없나요? 저희에게 지원되는 장비는 어디에서 받을 수 있나요?”


장비 지급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들은 바 없었다.


“미리 헌터 협회의 대외비 문서를 확인했었는데, 장비가 고작 글록 17의 소형 권총이라고 하더군요. 도대체 그런 걸로 어떻게 싸우라는 건지···.”


김도희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벌 떼가 강남구를 습격했을 때, 군인들이 소유한 K2 소총도 말벌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현우의 의견에 껴든 건 이번에도 김도희였다.


“자기장이 사라지자 마자 그 총이 먹혔죠.”

“······.”


김도희는 언제부터 해킹 능력에 우수한 재능을 보였던 걸까···.

그런 사람이 왜 개발자가 아니라 디자인팀에서 그래픽을 담당했던 거지?

정말 특이한 사람이다.


“아무래도 자기장 내부에서 발산되는 어떤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추론을 마친 김도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말인데요, 마현우씨가 해줘야 하는 일이 있어요.”


D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졌다.



*****



에에에에엥!!


「시민 여러분, 여기는 국가 재난 안전 관리 본부입니다.」

「현재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 생명체가 출현하여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반복합니다.」

「현재 도심에 거대한 괴수가 출현하여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다시 차원의 문이 열렸다.

헌터 훈련장에도 다음과 같은 비상 안내 방송이 나왔으며 즉각 괴물을 사살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방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거대 괴물을 사살하라는 명령만 반복될 뿐이었다.


「모든 시민 여러분은 즉시 가까운 건물 내부로 대피하시고 창문과 문을 꼭 닫아 주시기 바랍니다. 야외에 계신 분들은 주변의 안전한 건물이나 지하 대피소로 빠르게 이동해 주십시오.」

「차량 운전자는 즉시 차량을 멈추고 가까운 건물 안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오우거의 위험성 수준 LV.14]


[오우거는 이전에 등장했던 버그와 차원이 다른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가장 큰 특성으로 건물 높이를 훌쩍 넘는 초 거대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주먹 한 번에 차량이 날아가고 발을 디디면 지반이 흔들릴 정도로 막대한 파괴력을 자랑해.]


쿵! 쿵! 쿵!


레피의 설명대로, 놈이 반경 10km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주변에 지진이 난 것처럼 울림이 심했다.


“개조된 권총의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짧은 시간, 모든 준비를 마친 마현우가 자랑스레 무기를 선보였다.


“인페르노 블랙(Inferno Black).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이 이름의 의미는 강력한 파괴력과 불타는 듯한 위력을 상징하며, 적을 완전히 소멸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리볼버와 비슷한 크기와 생김새였지만 약간 더 두꺼운 실루엣과 총열을 가졌다. 대충 성능에 대해 들어보니,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초고속 관통 탄환을 사용한다고 한다.


[무기의 등급은 C-]

[코끼리의 피부보다 3배 두꺼운 방어막도 뚫을 수 있으며, 경갑 차량의 외부 장갑도 쉽게 관통이 가능한 수준이야.]


[최대 사거리 800m.]


[인페르노 블랙은 내부에 정밀 레이저 조준 장치가 탑재되어 멀리 있는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할 수 있어.]


철컥.


권총을 받아 든 설하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빨리 갑시다! 이러다가 다른 헌터들에게 괴물을 빼앗긴 다고요!”


설하는 어떤 위기 의식도 없던 모양이다.

총을 잘 다루는 걸 보면, 무기 숙련도는 꽤 높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손에서 여전히 셀카봉을 놓치지 않았다.


설하에겐 괴물의 등장은, SNS에 자랑할 만한 빅 이벤트였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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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령술사(1) 24.09.14 23 2 12쪽
12 말벌 24.09.13 29 2 12쪽
11 군대 개미 24.09.12 28 1 11쪽
10 컨셉은 회사원(2) 24.09.11 26 2 11쪽
9 컨셉은 회사원(1) 24.09.10 31 2 12쪽
8 악마의 개(2) 24.09.09 34 2 12쪽
7 악마의 개(1) 24.09.08 36 2 11쪽
6 독 파리 떼 24.09.07 35 2 12쪽
5 컨셉은 고등학생(3) 24.09.06 41 3 12쪽
4 컨셉은 고등학생(2) 24.09.05 49 3 12쪽
3 컨셉은 고등학생(1) 24.09.04 82 3 12쪽
2 사역마 24.09.04 114 3 11쪽
1 프롤로그 - 음지 방송 24.09.04 128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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