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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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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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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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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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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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퇴마사

DUMMY

“키이이익-!!”


“아니 분명 안 들켰는데-?!”


“키이이익-!!!”


“에이씨-!”


어둠이 서린 하늘.

해괴망측하게 생긴 괴물들로부터 도망치며 발을 바삐 움직이는 한 사내.

도망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사내는 어둑하고 막다른 골목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마치 괴물들을 유인하는 것처럼.


“키이아아아야-!!”


막다른 길에 다다른 사내를 위협하는 괴물들.


“후우···. 후우···. 저녁 적당히 먹을걸···.”


그리고 가쁘게 숨을 헐떡이는 사내.

그런 사내를 앞에 두고, 영문 모를 괴물들은 궁지에 몰린 사냥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기분 나쁜 액체를 입에서 흘리면서 실실 웃었다.

그 후, 더 이상 식탐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궁지에 몰린 사냥감 (사내)를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괴물들은 몰랐다.

자신들은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의 입장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 우우웅


숨을 헐떡이던 사내가 팔을 뻗어 손을 펼치자, 사내의 손바닥에 검은 공간이 생겨나면서 괴물들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괴물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모두 사내의 요행으로 인해 소멸하였다.


“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을 추적해오던 괴물들을 빨아드린 손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내.

그는 이내 혀를 차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어두운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오늘 수확은 별로네.’


- 치익


가로등 아래 벤치에 앉아 캔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내.

가로등의 빛 덕분에, 후드로 뒤덮여 있던 사내의 얼굴에 빛이 드리웠다.

눈 아래 다크서클과 남자치고는 긴 머리가 인상적인, 제법 퇴폐적인 인상.

대충 입은 후드티와 펑퍼짐한 바지.

마치 수많은 과제에 치여서 지쳐버린 대학생과도 같은 모습을 한 사내.


“크으-!”


납빛이었던 그의 얼굴은 맥주라는 활력소가 들어가자 혈기를 되찾았다.

사내는, 전이안이라는 이름의 사내는 대학과 과제들이 끝난 늦은 밤, 홀로 밤을 즐겼다.

금방 자신이 흡수한 괴물들을 안주 삼아서.


‘그보다 이런 생활도 벌써 4년째네.’


전이안.

별 볼 일 없는, 서울에서 거주 중인 평범한 대학생이다.

별 볼 일 없고 싶은, ‘서울’에서 거주 중인 평범하고 싶은 대학생이다.


‘혼돈’이 터지기 전 까지는 말이다.


4년 전, 서울에는 크나큰 혼돈이 도래했다.

처음에는 계절과 맞지 않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의문의 인명 사고들이 연달아 발생했었다.

정부는 원인 모를 사건 사고들에 대해 대중들 앞에서는 입을 닫은 채, 뒤에서는 몰래 이러한 사태들의 원인을 파악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 내에서 괴물을 보았다느니, 초인을 보았다느니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훗날, 그 괴물과 초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괴물인즉슨 요괴(妖怪).

초인인즉슨 퇴마사(退魔師).


이러한 개념들이 정립되기 전에, 정부 측은 이 사태가 단순한 기후변화나 미스터리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교황청의 ‘국제 퇴마 협회’와 접촉, 사태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너무나도 초자연적이고 믿기 어려웠다.


정체불명의 요괴가 부활해 서울시에 강림.

그리고 그 후에 발현된 초인적인 힘을 얻은 자들은 요괴에 대항하기 위한 ‘축복’을 받은 퇴마사들이다.


이러한 진실을 마주한 정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를 폐쇄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떡하냐.’ 등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그러나 다행히도, 교황청의 지원으로 ‘축복’받은 이들이 서울시에 모여 정부와 비밀회의를 가졌고, 이내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퇴마 협회(退魔協會)를 조직했다.

그리고 지금의 서울시는 남들 모르게 요괴와 퇴마사들의 옥타곤이 되었다.


그로 인해 서울시는 퇴마사들이 만들어낸 결계로 인해 봉쇄되었고, 다른 지역들과의 왕래가 끊겨버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축복’을 받지 못한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른다.

‘축복’을 받지 못했기에, 현 사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반인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축복’을 지닌 퇴마사들은 남들 모르게 지금 이 순간에도 요괴들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전이안은 예외다.


“켈룩-!”


급하게 맥주를 마시다 사레가 들린 전이안.

전이안은 입가에 묻은 맥주를 대충 소매로 닦아내고, 다시 활력소를 목구멍 너머로 충전했다.


“꺼억-.”


어느새 텅텅 빈 맥주캔을 저 멀리 위치한 쓰레기통으로 냅다 던지는 전이안.

골인이다.


‘축복’을 받은 자들은 기본적으로 요괴를 인지하고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

그 힘은 마력(魔力)이라고 칭해진다.

이론상, 자연으로부터 얻는 기묘한 힘이라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전이안 또한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닌 마력(魔力)은 ‘축복’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다른 ‘축복’받은 이들에 비해 너무나도 미미하고 형편없었다.

전이안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이안이 덜떨어진 퇴마사라는 소리는 아니다.

일정 등급 이상의 퇴마사들은 각자만의 능력, 일명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지녔다.

누군가는 불을 뿜고, 누군가는 괴력을 내는 등, 초인적인 힘과 현상을 발생시키는 능력이다.

그리고 전이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은 앞서 보았듯, 요괴들을 흡수하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전이안은 자신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을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축복이야. 그냥 기분 나쁜 저주지.’


요괴를 흡수한다는 꺼림칙한 능력.

거기다 흡수할 때 후유증으로 오는 두통.

요괴를 섬멸해야 하는 입장인 ‘축복’받은 자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반가운 능력은 아니다.

오히려, ‘축복’받은 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능력일 것이다.

그렇기에 전이안은 ‘축복’을 받았음에도 자진해서 퇴마사가 될 수 없는 신분이다.

그렇기에, 그는 철저하게 능력을 숨기면서 최대한 일반인처럼 행동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숨어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엉덩이를 털며 벤치에서 일어나는 전이안.

맥주를 마실 때와는 다르게, 구름이 젖히면서 뒤에 숨어있던 보름달이 환하게 하늘 위에 자리 잡았다.

제법 운치가 좋았지만, 전이안은 술 마실 때 얼굴 한번 비추지 않은 달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도.


‘엄마 보고 싶다. 아빠랑 낚시도 가고 싶은데.’


전이안의 가족은 모두 강릉에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부모와 연락할 때면 ‘밥은 잘 챙기고 있는지’, ‘학교는 게으름 안 부리고 잘 나가고 있는지’ 정도의 연락만을 주고받는다.

벌써 이러한 상황이 4년째다.


‘4년 안에는 끝날 줄 알았지.’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년 전보다는 요괴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혼돈’은 계속되고 있었다.

수많은 퇴마사가 임무 도중 전사하는 와중, 여전히 서울을 장악한 요괴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는 졌는데, 어째서인지 달은 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과도 같았다.


홀로 달빛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길 위를 수놓은 수많은 전단.

겉으로는 평범한 헬스장 홍보 전단이었으나, 그 실상은 마력(魔力)으로 뒤덮여 오로지 ‘축복’받은 이들만이 진짜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문서들이었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 퇴마사 모집


이미 수없이 봐 온 모집 글이었다.

그리고, 수없이 무시한 모집 글이었다.


‘될까 보다.’


전이안은 전단들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퇴마사.

‘축복’받은 이라면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목숨을 내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결코 영웅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전이안이 지닌 능력은 아군에게도 손가락질받을 만한 능력이니, 그는 최대한 퇴마사들과 엮이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 무슨 일이 있어도, 희생하고 싶지 않고 이상한 놈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아 한다.

그냥 누군가가 사태를 해결해주기를 원하고, 자신은 본인의 세계를 계속 지키고 싶어 한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는 전이안이었다.

사실은 그저, 본인이 퇴마사가 될 그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숨어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이안이 마냥 무책임한 인물은 또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이 피해 보지 않는 선에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야심한 밤에 홀로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지금까지 수많은 요괴를 흡수하였다.

본인 딴에는 이러한 행위가 양심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양심의 가책을 해소한 전이안.

그러나 여전히 그가 해소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팀플 과제 어떡하지.’


잠깐 켜본 핸드폰에 와 있는 수많은 부재중 전화들.

전부 팀플 과제 조원들로부터 온 전화들이었다.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전이안.

그리고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그는 인간을 초월한 속도로 빠르게 집을 향해 달렸다.

그래도, 꼴에 ‘축복’받은 자답게 평범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그의 신체 능력 덕분에 택시를 탈 것도 없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그의 모습은 ‘초인’이라고 할 만 했다.


‘이것만큼은 엄청 편리하-’


영화 속 스피드 히어로가 된 것처럼 자기 모습에 심취해 있던 전이안은 갑작스럽게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뭐야.’


위화감.

그것이 전이안은 멈춰 세웠다.

전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느낀 위화감의 근원지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곳에는 확실히 퇴마사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결계가 쳐져 있었다.


결계가 쳐져 있다는 것의 의미는 내부에서 퇴마사가 전투 중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를 일 없는 전이안은,


‘그냥 내 갈 길 가자.’


쿨하게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괜히 휘말려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애써 자기합리화를 하며 결계로부터 멀어지는 전이안.

그러나, 모순되게도 그의 양심은 전이안이 결계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에헤이.’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결계 쪽을 향해 시선을 옮기는 전이안.


‘······아니야.’


수상하리만치 조용한 결계 쪽 방향.

전투 중이라면 필시 복잡한 마력(魔力)의 흐름이나, 주변에 결계를 펼친 퇴마사들이 존재할 터.

그러나, 어째서인지 결계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오 씨-!’


결국 양심의 가책에 패배한 전이안.

그는 재빠르게 결계 안쪽으로 들어갔다.


결계 내부는 제법 고요했다.

전투는커녕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전이안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부를 돌아다니며 마력(魔力)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 헤맸다.


‘너무 소름 끼치게 조용한데.’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력(魔力)의 근원지에 도달한 전이안.

그러나, 그곳에마저도 아무것도 없었다.


‘공포 몰래카메라인가?’


‘난 모르오’를 시전 하며 결계 밖으로 다시 나가고자 하는 전이안.

그러나, 그의 발은 다시 한번 묶였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함이 아니었다.

도로 뒤로 돌고자 했던 발이 무언가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전이안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눈동자만 살짝 굴리며 발밑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달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피 웅덩이와 한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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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6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7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9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9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9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4 0 12쪽
»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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