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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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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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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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

DUMMY

“깡다구 좋네.”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재판소로 걸어들어오는 한 남자.

입고 있는 검은 코트와 어울리는, 마치 마피아 보스가 연상되는 외모를 한 중년의 남성은 전이안을 바라보며 흐뭇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재욱 특급···?”


놀란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는, 논쟁을 이끌던 노인.

마지막 특급 퇴마사, 이재욱.

그가 등장하자 송민지 특급과 백승훈 특급마저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명의 특급을 포함해 웬만한 퇴마사 모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승훈아, 네 걱정은 모두 의미 없겠다. 이 녀석, 여러모로 물건이야.”


“···.”


“민지야, 너도 그리 걱정하지 마라. 저래 봬도 4년 동안 홀로 요괴들과 싸운 놈이다. 자기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도 모른 채로. 오히려 웬만한 퇴마사들보다 대단한 녀석이야.”


“···네.”


“본부장님, 녀석의 지도는 제가 맡도록 하죠. 분명 퇴마계(退魔界)에 큰 도움이 될 녀석입니다. 그리고-”


이재욱 특급 퇴마사는 포박된 전이안에게로 다가가 그의 등을 세게 토닥였다.


‘뭐야, 이 아저씨.’


전이안에게 다가간 이재욱 특급의 눈.

흰자가 전부 새까매지고, 반대로 검었던 동공이 새하얘져 있었다.


“이 녀석, 죽이는 순간 여러모로 골치 아파집니다.”


이재욱 특급의 말에 논쟁을 이끌던 노인, 퇴마 협회(退魔協會) 본부장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든 것을 그대에게 위임하겠네, 이재욱 특급.”


“네. 제가 잘 키워보겠습니다.”




***




전이안의 처분에 관한 논쟁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논쟁의 결론은 이재욱 특급이 전이안을 도맡아 어엿한 퇴마사로 키워보기.

물론, 이 결론에는 전이안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이재욱 특급이 자신이 키워보겠다고 선포한 후, 그 자리에서 전이안의 포박을 전부 끊어냈다.

그리고 지금, 전이안은 이재욱에게 잡혀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


“어른 앞에서 그렇게 대놓고 똥 씹은 표정 짓는 거 아니다, 애송아.”


“···이런 식으로 퇴마사 되기 싫었는데.”


“그래도 돈 많이 주잖아?”


“목숨을 거는데 그 정도는 줘야죠.”


“그건 그렇지. 크하하~!”


호방하게 웃는 이재욱 특급.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전이안.


‘그 송민지랑 백승훈마저 이 사람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했어. 심지어 협회의 사람들 마저도.’


특급 퇴마사 둘을 주름잡는 또 다른 특급 퇴마사.

그의 강함이 감히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이, 전이안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전이안 옆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이재욱 특급.

그는 흘깃 전이안을 바라보더니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전이안의 경계심을 맞받아쳤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일단 송민지는 내 제자였고, 백승훈도 중급, 상급 시절 때 내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야. 협회 측 사람들은 전투를 치르기엔 부상이 깊은 퇴역 군인들, 혹은 일반 정치인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한테 터치를 잘 못 하는 거고. 딱히 내가 미친놈이라서 아무 말 안 한 게 아니라고. 아, 그리고 협회 측 사람들이 퇴역 군인이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 저래 봬도 결계술로 안전을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니까.”


“···역시.”


“음?”


“혹시, 아저씨의 능력은 타인의 마음이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전이안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이재욱.

전이안은 그런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웠으나, 기왕 질문받은 겸 곧바로 대답했다.


“방금 제 생각을 눈치챈 건 그렇다고 쳐도. 그때, 저에게 다가왔을 때 그 이질적인 눈···. 분명 ‘축복’과 관련된 거겠죠. 그리고, 제가 죽고 난 후에 대해서도 확신에 찬 말투로 언급하기도 했고···. 그러니까-”


“크하하하-!! 너무 티났나~?”


큰 소리로 웃는 이재욱 특급.

그는 다 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전이안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다시 건물 내로 들어갔다.

전이안은 의아해하면서, 잠잠코 그의 말을 따랐다.


이재욱 특급을 따라 건물의 제일 아래층인 지하 8층으로 내려가니, 체육관 같이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이재욱은 근처에서 접이식 의자 두 개를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너도 앉아. 본격적인 퇴마사가 되기 전에 기초적인 배경지식, 그리고 네가 왜 퇴마사가 돼야 하는지 알려줄 테니까.”


“그야, 아저씨가 저를 살려줬으니까?”


“아니지.”


이재욱은 심드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후,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4년 전 시작된 서울의 ‘혼돈’

그 ‘혼돈’의 원인이 되는 요괴의 이름은 바로 ‘재앙’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이었다.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은 서울에 강림하자마자 방대한 양의 마력(魔力)을 뿜어내고는 사라졌다.

그 마력(魔力)의 파동과 함께 요괴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인간들 또한 마력(魔力)의 영향을 받아 ‘축복’을 받은 퇴마사로서 재탄생하였다.


즉, 퇴마사와 요괴 모두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의 영향을 받은 존재들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만 처리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저 ‘혼돈’만을 퍼뜨리고, 본인은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게다가,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을 따르는 또 다른 요괴들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요괴들은 크게 4등급으로 나뉜다.

4에서 3급의 요괴들은 그동안 전이안이 처리해 온, 일반적인 기괴한 형태를 가졌고 지성이 없다.

그러나 2급 요괴부터는 인간의 형태를 띠고 지성을 가지며 퇴마사처럼 마력(魔力)을 정교하게 활용한다.

일전에 전이안이 상대한 칼날 요괴가 2급 요괴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재로서 가장 큰 위협인 1급 요괴들.

그들의 강함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한다.


모두가 옛날 설화에서나 나올법한 요괴들로,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과 직접적인 관계에 놓여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것은 그들의 강함.

1급 요괴들의 숫자도 아직 불명인데, 그 강함은 특급 퇴마사를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그로 인해, 4년 사이 수많은 퇴마사가 전사했다고 한다.

전 특급 퇴마사들마저도.


이쯤에서 퇴마사에 대한 정보도 궁금할 것이다.

퇴마사의 등급 또한 4등급으로 나뉜다.

하급, 중급, 상급, 그리고 특급.

모두 하나같이 초인과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전이안이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상급부터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전이안은 상급 퇴마사의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셈이다.

그리고, 현재 특급 퇴마사 자리에 위치한 이들은 이재욱, 백승훈, 그리고 송민지 단 세 명.

중급 퇴마사가 가장 숫자가 많고, 그다음이 상급, 마지막으로 하급이라고 한다.

원래는 상급 퇴마사의 숫자가 제일 많았고, 특급 퇴마사 또한 8명이었다고 하나, 대부분이 전사했다고 한다.

즉, 그 8명의 특급 중에서 아직 살아남은 이들이 앞서 언급된 세 명이라는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한 명 더 있다.

그 한 명은 전사하지 않았지만, 퇴마계(退魔界)에서 발을 뺀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강우현.

논쟁 때, 백승훈 특급이 언급한 미륵지영(彌勒之影)이라는 조직의 리더인 인물이다.


미륵지영(彌勒之影)이란, 퇴마사들의 조직이지만 반(反) 퇴마계(退魔界) 성향의 조직이라고 한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퇴마사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혼돈’을 통해 얻은 ‘축복’을 가지고 이 나라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그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이 없는 상황이라, 그들에 대한 정보 역시 부족하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 퇴마사들의 위치는 여러모로 위험해. 절벽 끝까지 몰린 판국이라니까.”


가뜩이나 요괴들을 상대하기도 바쁜데, 수년 동안 전력이 모두 갈려 나간 상황에서 미륵지영(彌勒之影)이라는 또 다른 적군 세력의 등장까지.

이대로는 ‘혼돈’으로부터의 해방은커녕, 나라가 멸망하게 된다.

그렇기에 퇴마계(退魔界)는 악착같이 인재를 원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인재가 바로 전이안이었던 것이고.


“넌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는 존재지만, 잘만 성장한다면 퇴마계(退魔界)에 큰 기둥이 될 놈이야. 그래서 내가 너를 키워보기로 한 것이다.”


“그 리스크가 뭐죠?”


“아까 승훈이가 미륵지영(彌勒之影) 측에서 너를 노릴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인재를 노리는 것은 비단 퇴마계(退魔界)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미륵지영(彌勒之影)과 강우현 전 특급 퇴마사 또한 자신들과 함께 목표를 이룰 인재를 원했다.

그리고, 그들의 레이더망에도 전이안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이를 이재욱 특급이 먼저 눈치채고, 선수를 친 셈이지만.


이재욱이 일전에 걱정했던 부분은, 혹여나 전이안이 ‘혼돈’을 통해 얻은 ‘축복’으로 강우현 전 특급처럼 딴마음을 먹을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나 보니 그럴 가능성은 없겠다 싶어 그를 거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리스크 하나 더.


바로 전이안이 지닌 ‘능력’.


“너도 너 스스로 의심스럽지? 네가 지닌 능력이 정말로 ‘축복’인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뭐, 굳이 말하자면 ‘저주’에 가깝지 않을까요? 아저씨라면 뭐 아는 게 있지 않나요?”


전이안의 질문에 이재욱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넘겼다.


“그게 말이야. 나도 여러모로 헷갈려서 참···.”


“무슨 말이에요?”


“아직 나도 그것에 대해 확신을 내리지 못해. 내 퇴마술식(退魔術式)으로는 아직 무리야. 아직은.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이재욱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전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냅다 전이안의 복부를 발로 찼다.


- 쿠웅


순식간에 중앙에서 벽까지 날아가 버린 전이안.

순간, 그는 자신의 숨이 턱 막히는 것을 경험하고는 심하게 쿨럭거렸다.


“우선 네가 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진정으로 깨우쳐야 나도 보일 거 같아.”


“아야-. 갑자기 뭔-”


“뭐긴, 수련이지.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제대로 쓸려면 세밀한 마력(魔力) 컨트롤이 요구되지. 그리고, 그것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본인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을 깨닫게 돼. 그래야만 어중간한 ‘축복’을 진정한 형태의 술식(術式)으로 다룰 수 있어. 자, 전장에서 허무하게 죽는 조연 1이 되고 싶지 않다면 정신 차려라.”


전이안의 속내를 살살 긁은 이재욱의 흰자와 동공의 색이 다시금 뒤바뀌었다.

바로 이재욱 특급 퇴마사의 퇴마술식(退魔術式), 관묘안(貫妙眼).

일전처럼 전이안의 생각을 간파했듯, 타인의 생각을 읽고,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이재욱은 자신의 술식(術式)을 통해, 벼랑 끝에 몰려 각성하게 되는 전이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을 확인할 생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 녀석이 각성한다면의 이야기지만.’


자욱한 먼지를 뚫고 천천히 다시 일어서는 전이안.

속으로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내심 욕을 한 바가지 하는 중이지만, 오히려 잘 됐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전이안은 본인이 지닌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의구심을 전부 해소해 줄 수 있는 인물이 눈앞에 있다.


‘후우-.’


전이안은 푹 눌러쓰던 후드를 벗고, 소매를 걷었다.


‘결국 조용히 살 팔자는 아니었던 거네.’


생각했던 거보다 심각한 퇴마계(退魔界)의 상황.

생각했던 거보다 무거운 자신의 신분.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한번 해보자.’


전이안은 해내 보기로 다짐했다.

조연이 아닌 주역이 되기로.

기왕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날 거라면, 평범한 사람으로서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다시 만나기로.

그동안 남몰래 꿈꿔왔던 ‘퇴마사’라는 야망을 이뤄보기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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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0 0 12쪽
» 퇴마사 24.09.04 10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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