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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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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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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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전투 (4)

DUMMY

“저건 도대체···?”


퇴마사의 고택, 어느 정자.

협회 측 고위 간부인 중년의 남자, 봉찬영은 멀리서 보이는 거대하고 붉은 운석을 토끼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던 그 녀석의 짓일 거야.”


“그렇다면, 그 아이가 저 정도의 술식(術式)을 사용할 정도라면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는 의미 아닌가? 네가 직접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여길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 그리고, 걱정보다는 응원이나 하자고.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별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케케묵은 연기를 뿜어내는 이재욱 특급.

그러나, 정작 그의 속내에는 불안감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재욱 특급은 진작에 그곳에 1급 요괴가 존재하리라 예상하였다.

사실 두 명이나 존재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제자를 믿기에, 제자의 능력과 재능에 확신이 있기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고자 하여도, 혹여나 본인이 전이안을 너무 가혹한 전장으로 보낸 것은 아닌지, 그가 시련을 잘 뚫어낼 수 있을지 등의 걱정들이 스승의 마음을 어지럽히며 그의 마음을 노심초사하게 했다.

그리고, 잘못 키운 제자의 재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




칠흑의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

어둑시니와 상하 위치가 뒤바뀐 전이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탈출구는 어디인지,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라도 할지, 그 어떠한 것도 감에 잡히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이야. 극(極)을 사용하는 건.”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어둑시니의 목소리.

일전의 분함은 사라지고, 다시금 평온을 되찾은 듯 나긋나긋했다.


“어때? 암흑에 갇힌 기분은?”


“······글쎄다.”


“재미없는 반응이네. 그렇다면···. 네 녀석이 잔재주를 부리기 전에 미리 알려주마.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이 암흑에 갇힌 이상, 오로지 나만이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위치를 정할 수 있어. 즉, 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의 하(下)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아도 하(下).

무조건 어둑시니의 요술(妖術)이 성공되는 환경.

그것이 ‘상귀하천(上貴下賤) - 극(極), 암중천지부지(暗中天地不知)’의 능력이다.

과연 어둠을 상징하는 요괴답게, 암흑 안에서의 어둑시니는 주인이자, 왕이나 다름없었다.


“어디 한번 그 잘난 잔재주 좀 부려봐. 이 상황마저 타개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그래.”


승리를 확신하는 목소리.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도 어둑시니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다 예상이 갔다.


“없겠지. ‘보이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가진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지, 너도 잘 알고 있을 테니.”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눈앞이.

이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

설령 역전시킨다고 해도, 그다음이.

눈꺼풀 너머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지······.”


패배를 확신하는 목소리.

전의를 상실한 목소리.

좌절에 빠진 듯, 전이안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에 어둑시니는 좋아라 미소를 지으며 기가 꺾인 전이안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그거야,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너는 한낱 열쇠니까. 이 미완성 시대의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


“···도구?”


“그래, 도구.”


“도대체 그게 무슨···.”


“아까까지의 기세는 도대체 어디에 갔길래 그렇게 의기소침한가? 하기야, 암흑 속에서 헤매는 것만큼 인간을 정신적으로 절망시킬 만한 건 또 없지.”


의기양양해진 어둑시니.

그는 전이안을 깔보듯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지상과 지하를 반전시키기 위해 올라온 존재들. 그리고, 그 계획을 이끄시는 자가 바로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이시다만···. 문제는 그분을 통해 지상으로 겨우 올라왔건만, 그 과정에서 그분의 마력(魔力)이 사방팔방 퍼지고는 방전되어버려서 지금은 잠시 잠들어 버리셨거든. 뭐, 애초에 그분의 힘이 없었더라면 우리를 포함한 요괴들이 이 땅에 판칠 수 없었겠지만.”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분을 다시 깨어나야 해. 그리고, 그분을 깨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마력(魔力)이 필요하고. 문제는, 그 필요하다는 마력(魔力)이 일반적으로 자연으로부터 얻는 그런 순수한 마력(魔力)이 아니야. 바로 너야.”


“더 자세히 말하자면 네가 품은 요괴들의 불길한 마력(魔力)과 같은 성질이 필요하다는 거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의 집합체. 그것이 필요해. 그것이 원래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께서 지녔던 마력(魔力)과 가장 유사하거든. 그러니···.”


손에 암흑으로 이뤄진 검을 만들어낸 어둑시니.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 전이안은 어둑시니의 공격을 인지하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알기에, 어둑시니는 여유롭게 공격을 준비했다.

검의 끝을 전이안을 향해 겨냥, 찌를 준비를 마쳤다.


“내가 잘 받아 가마. 신시대의 열쇠.”


- 슈욱


칠흑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검.

그러나, 그 검은 허공을 갈랐다.

전이안에게는 닿지 않았다.


“···허?”


당혹스러워하는 어둑시니.

분명, 전이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어둑시니의 공격을 보고 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점을 잡았다고 혀가 너무 길어졌네.”


음흉하게 실실 웃는 전이안.

그의 웃음소리에는, 방금과는 다르게 화색이 돋아나 있었다.


“이 녀석이-! 또 무슨 잔재주를 부린 거냐?!!”


“알려주겠냐? 난 너처럼 혀가 긴 사람은 아니라서.”


소매 속에 감춰진 전이안의 손.

일전에 혈광태성(血光太星)을 빚어내는 바람에 본인 자체의 마력(魔力)이 거의 고갈되었으나, 그래도 자그마한 공간 다섯 개 정도 만들 마력(魔力)은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마력(魔力)으로 소매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을만한 크기의 ‘귀’를 다섯 개 만들어냈다.


가끔, 시각이 퇴화한 사람 중에 청력이 극도로 발달해 사물이나 상황을 인지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전이안을 그 예시를 본인에게 대입시킨 것이다.


‘일단 요괴 놈들이 날 원하는 이유는 대충 알겠어.’


자포자기한 척, 어둑시니가 자만심과 승리감에 취하도록 유도한 덕분에 요괴들의 계획과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한 전이안.

벌써 두 번째, 그는 어둑시니를 낚았다.

그리고, 어둑시니 또한 자신이 낚였음을 알아차리고 이성을 잃으며 노발대발 분노했다.


“이 새끼가 또 나를 능멸해?!! 곱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 마라!! 어차피 필요한 것은 네 새끼가 품은 마력(魔力)이지 네 녀석이 아니다!! 그 사지를 차례차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끔 한 후 그 더러운 혀까지 뽑아낸 다음에 죽여주마-!!!”


“화가 나도 혀가 길어지는구먼~.”


거침없이 휘둘러지는 어둑시니의 칠흑 검.

그리고, 요괴 귀의 청력을 빌려 아슬아슬하게 검격들을 피해 나가며 버티는 전이안.

그러나,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이안의 몸은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

오래 버티지 못할 몸 상태다.


유일한 살길은, 몸이 버틸 동안 이 암흑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혹은.


“백화난만(百花爛漫)-!!”


외부에서 들리는 크나큰 폭음.

그 소리와 함께 약간의 금이 간 칠흑의 공간.

그 틈 사이로, 폭발로 인해 발생한 새하얀 빛 한줄기가 들어왔다.


“이런 씨-”


빛줄기가 칠흑의 공간에 닿자, 전이안과 어둑시니를 둘러싸던 암흑은 마치 유리 파편 깨지듯 산산이 조각났다.


“외부에서 지원이?! 어떻게?! 분명 주변에 2급 요괴들을 배치하고 ‘참새’도 없앴는데-?!!”


다시 보이는 밤하늘.

푸르디푸른 달빛.

그 달빛 아래, 순백의 꽃잎들이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었다.


“송민지 특급님! 우선 전이안 상급부터-!!”


“알고 있어!!”


전이안을 지원하러 온 송민지 특급과 김다솜 상급.

송민지 특급은 상공에서 떨어지는 전이안을 품으로 받아냈다.


“녀석을 올려다보지 마-.”


지원이 왔다는 사실에 기뻐할 시간도 없이, 어둑시니의 공략법부터 급히 전하는 전이안.

그의 말에, 송민지와 김다솜 모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로 인해 전이안을 품에 안고 있던 송민지는 그와 얼굴이 제법 가까워졌다.


“······음. 근데 왜 반말이지?”


“아···. 쟤를 올려다보지 말아 주세요.”


“방금 그 말, ‘참새’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전이안 상급.”


“네? 누구에게요?”


“잠자코 기다려 봐.”


의기양양한 송민지 특급.

마치, 선물 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 아이의 표정이었다.


“김다솜 상급, 우선 술식(術式)을.”


“네! 독목불성림(獨木不成林)!!”


김다솜 상급은 있는 마력(魔力)을 모두 쥐어짜, 세 명 정도는 가뿐히 숨을 수 있는 우거진 숲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송민지 특급은 숲 곳곳에 순백의 꽃잎들을 배치하여 방비에 박차를 가했다.


“빨리 상황 설명부터 해봐, 전이안.”


“잠시만요, 송민지 특급님.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 전이안 상급님의 상처가 워낙 깊으니 치료가 먼저예요!”


냉소한 외견처럼 성격 또한 냉정한 송민지와는 다르게, 밝고 건강해 보이는 외견처럼 성격 또한 동글동글한 김다솜 상급.

송민지 특급은 김다솜 상급의 일침에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 여기서 끝내야 해···.”


그러나, 전이안 본인이 치료를 거부했다.


“···빨리 여기서 녀석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야. 안 그러면 다른 퇴마사들이나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돼. 게다가, 혼자 먼저 도망친 또 다른 1급 요괴 녀석도 있고···.”


“또 다른 1급 요괴······? 잠깐만. 그럼, 저 녀석도 1급 요괴라는 말이야······?”


전이안의 말에 멍해진 송민지 특급과 김다솜 상급.


“······그럼, 여태 너 혼자서 1급 요괴를 두 명이나 상대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아, 아니. 그렇습니다.”


흘깃 바라본 송민지 특급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혹함, 공포, 놀람.

그 외의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한 표정에 꾹꾹 압축되어 있었다.

김다솜 상급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해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일단, 녀석의 요술(妖術)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줄 테니 합을 맞춰서 녀석을 쓰러뜨리죠.”


전이안은 개의치 않고, 어둑시니의 능력을 둘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둘 모두에게 그의 설명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전이안이 홀로 두 명의 1급 요괴를 여태 홀로 상대해왔다는 사실에 넋이 나가있었다.


‘······말이 안 돼.’


머릿속에 계속 같은 답이 맴도는 송민지 특급.

특급 퇴마사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 또한, 1급 요괴를 만나본 적 있고, 상대해 본 적 있다.

그렇기에, 그 강함은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 공포의 대상을, 모든 퇴마사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일개 신입이 홀로 두 명이나 상대했고, 한 명을 패퇴시켰다.


아무리 이재욱 특급의 애제자 취급받는 존재라 하여도, 이질적인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지닌 퇴마사라 할지라도 단신으로 지금까지 상황을 끌고 왔다.

그 사실이, 과거 1급 요괴와의 전투에서 모든 동료를 잃었던 그녀에게는 크나큰 혼란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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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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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증명 NEW 9시간 전 2 0 11쪽
18 벽화마을 전투 (5) 24.09.18 5 0 12쪽
»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6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5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6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7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8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8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8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8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8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9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0 0 12쪽
4 퇴마사 24.09.04 11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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