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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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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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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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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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술식(退魔術式)

DUMMY

항상 의욕 없어 보였던 전이안의 눈에 불이 들어오자, 이재욱 특급 퇴마사의 입이 귀에 걸렸다.


‘역시. 야망은 있는 애송이였군.’


겉으로는 평범한 인물인 전이안.

그러나, 그 속은 달랐다.


모든 방면에서 애매한 재능만을 가졌었기에, 그의 삶은 항상 조연 수준에서 그쳤다.

과거 활약했던 축구부에서도, 학업에서도, 모든 분야에서 그는 어중간한 재능으로 인해 쓴맛을 봐야만 했다.


[못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또 잘하지는 않아.]


항상 선발 명단에서 탈락하여 꿈을 접고, 항상 애매한 등급에 자리해서 애매한 대학에 진학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주인공의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

그렇기에 지금은 모든 것에 마음을 접고 어중간한 자신을 받아들였다.

겉으로는 말이다.


‘혼돈’이 강림하면서 ‘축복’을 얻은 줄로만 알았으나, 그것마저도 어중간한 능력이자 ‘저주’였다.

요괴를 볼 수 있고,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녔음에도 퇴마사들의 활약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경했다.]


항상 주인공 자리에서 우뚝 선 이들을 동경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자신을 한탄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위태로운 퇴마계(退魔界)의 상황.

그때 비로소 찾아온 기회.


전이안은 이번만큼은 어중간한 사람으로 남기를 거부했다.

그동안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도망쳐 왔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노른자 위로 올라가 보고 싶어졌다.

직접 요괴들을 퇴마하고, 의기양양하게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전이안의 그런 그늘진 마음을 꿰뚫어 본 이재욱은 이를 알고 전이안의 마음을 조금씩 긁기 시작했다.


“딱 한 번. 나를 상대로 딱 한 번의 공격만이라도 성공하면 널 제자로 받아주마. 내 아래로 들어온다면, 퇴마계(退魔界)의 거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야.”


이재욱의 도발은 계속되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마력(魔力)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겠지? 오늘 그걸 깨우치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로 어중간한 인간으로 남게 될 거다. 그것도 평생.”


눈을 부라리며 이재욱을 노려보는 전이안.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침착하게 주변 환경을 파악하며 동선을 짜고자 했다.

그러나, 이재욱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은 타인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묘안(貫妙眼).

그의 앞에서 계획을 짠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어차피 내가 저 아저씨에게 한 방 먹이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이야.’


전이안은 조심히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번 수련의 목적은 결국 마력(魔力)을 다루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


그러나, ‘흡수’할 때만 겨우 느꼈던 마력(魔力)을 전이안이 바로 이해할 리는 없었다.

애초에 잘 모른다.

그렇다면, 모르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저씨, 마력(魔力)을 다루는 것에 대해 힌트라도 좀 줘요.”


당당하게 물어보면 된다.


“음···.”


전이안의 당당함에, 살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재욱.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초보자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비유의 답을 내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숨 쉴 때를 대충 생각해봐.”


“···네?”


이번에는 전이안 쪽이 당황했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숨 쉴 때라니.

전자는 그렇다고 쳐도, 사람이 숨 쉴 때 보통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쉬나 싶은 전이안.


“힌트는 이게 다야. 자, 그럼-”


- 쿠궁


다시 한번 공중으로 날아가는 전이안.


“이제 맞으면서 배워봐.”




***




대충 수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전이안은 이재욱에게 두들겨 맞기만을 반복했다.

이재욱이 준 힌트들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날아오는 이재욱의 주먹과 발.

그것들을 피하려고 하면, 생각이 읽혀 맞게 되고, 안 피하려고 하면 그대로 또 맞게 되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대로는 곤란한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갇힌 것은, 비단 전이안 뿐만이 아니었다.

이재욱 또한 전이안이 자신이 준 힌트에 대한 답을 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가 탔다.


‘녀석의 퇴마술식(退魔術式)···. 확실히 남들보다 이질적인 형태라서 습득이 어려우리라고 예상하긴 했다만···. 나도 뭐라 말해주기 어려운 형태의 술식(術式)이라 이 이상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한 명의 예비 스승으로서 걱정이 많은 이재욱.

그리고, 그냥 하도 두들겨 맞아서 힘든 전이안.


‘허억-.’


이제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체력이 깎인 그는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숨이 안 쉬어져-.’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야망이고 뭐고 지금 죽게 생겼다 싶었던 전이안은 먹먹한 가슴을 치며 겨우겨우 입에서 공기를 뱉어냈다.


‘···뱉어내?’


그 찰나의 순간.

아무리 봐도 평범한, 그저 숨을 쉴 뿐인 상황에서 전이안의 머리 위에 전구 빛이 들어왔다.


‘내가 요괴들을 흡수할 때 감각이···.’


들숨과도 같은 감각이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인 날숨과 같이 마력(魔力)을 조작한다면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됐다. 이러다가 네 몸이 먼저 상하겠다.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잠깐만-.”


답을 찾아냈다고 생각한 전이안은 격양된 목소리로 이재욱의 말을 끊었다.

그 후, 비틀거리며 두 다리로 선 채, 양손을 펼쳐 요괴를 흡수할 때와 같이 검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내뱉는다는 생각으로 해보자.’


검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듯 마력(魔力)을 주입하자 주변에 아지랑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이안은 계속해서 ‘날숨’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집중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이안이 지닌 마력(魔力)의 양이 다른 퇴마사들에 비해 약해서 그런 건지, 그동안 이재욱에게 하도 두들겨 맞아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그의 시야에 서서히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안 되는데···.’


이제야 정답을 찾은 거 같은데,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전이안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뒤로하고, 오로지 마력(魔力)을 내뱉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끝내 그의 시야는 완전히 새까매졌다.


‘실패야···? 또···?’


술에 잔뜩 취해 뇌가 붕 떠 있는듯한 감각.

몸살감기에 걸린 듯 온몸을 뒤덮는 오한.

빈혈이 제대로 온 듯 칠흑 같은 시야.

그리고 그 속에서, 낯설지만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


요괴의 소리.

그 소리가 귀에 울리자, 칠흑 같던 시야에 점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이안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일전에 이재욱과 함께 있었던 공간이 아닌 다른 어딘가였다.


적색의 하늘과 검은 바다.

그리고, 그 검은 바다 위로 징그러울 만큼 바글바글 모여있는 기괴한 형태의 요괴들.

마치 늪 위에서 발버둥 치는 듯한 그들의 움직임과 기분 나쁜 소리는 전이안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우어어-.]


[키이이익-!!]


지옥이 존재한다면 아마 이곳이라고 착각할 만큼, 그 풍경은 그 무엇보다도 잔혹하고도 징그러웠다.


- 후욱


검은 바다를 뚫고 나오는 기다란 두 팔.

두 팔은 공중에 떠 있던 전이안을 잡아채, 자신들이 잠겨있는 검은 늪으로 그를 끌고 왔다.

전이안은 저항하고자 했으나, 어째서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검은 늪으로 끌려가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요괴들.

요괴들은 모두 전이안에게 들러붙어 그의 고막이 터질 정도로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그 소음은 전이안이 검은 늪에 완전히 잠기게 되었을 때 비로소 멈췄다.


늪 안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요괴.

그리고, 늪의 밑바닥 언저리에서 소용돌이치는 무언가.

그 소용돌이에까지 끌려온 전이안은 어째서인지 느껴지지 않는 두려움에 스스로 의아해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거칠게 일렁이는 소용돌이를 향해 스스로 손을 뻗었다.


- 후욱


다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온 전이안.

그의 시야에는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재욱이 들어왔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요괴들도 같이.


‘안거 같은데, 정답.’


전이안은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정체불명 요괴들의 형태가 찰흙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요괴조술(妖怪操術).’


무의식적으로, 오로지 본능만을 따라 부른 한 단어.

드디어 깨달은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

그리고 그 활용.


‘요괴조술(妖怪操術) - 사(巳)’


- 쿵


한순간에, 찰흙과 같이 일렁이던 요괴들이 거대하고 이질적인 뱀의 형태로 변해 이재욱 덮쳤다.


“앗-.”


뒤늦게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양인지, 전이안은 외마디의 탄식을 지르며 이재욱이 날아간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요? 괜찮아야 해, 당신 특급이잖아.”


“···깜짝이야.”


- 촤악


거대한 뱀을 터뜨리며 재등장하는 이재욱.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온 전이안의 어깨를 토닥였다.


“순간 죽는 줄 알았다, 이 새끼야.”


“···오.”


“그보다, 용케도 알아낸 모양이구나.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을.”


“뭐, 설명이라도 해 드릴까요?”


전이안이 지닌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은 바로 요괴조술(妖怪操術).

단순히 요괴를 흡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흡수한 요괴들을 원하는 형태로 새로이 빚어낼 수 있는 술식(術式).

심지어, 그의 술식(術式)에는 다른 퇴마사들과는 다른 한 가지 이점이 숨어있었다.

설령 전이안 자체가 지닌 마력(魔力)의 양이 볼품없다고 해도, 본인이 흡수한 요괴들의 마력(魔力)을 활용하는 술식(術式)이라 사용에 제한이나 제약 하나 없는 희귀한 형태의 퇴마술식(退魔術式).

전이안 본인의 마력(魔力)은 어디까지나 요괴들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검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소비되니, 어중간한 ‘축복’을 지닌 그에게 있어서 안성맞춤인 술식(術式)이었다.


“그래서 어떠냐? 너의 ‘축복’을 제대로 사용해 본 소감은?”


“머리에 USB가 꽂히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어요. 대뜸 정보가 훅 들어오니까.”


“보통 그런 감각을 느끼기 마련이다. 미지의 정보였던 것이 한순간에 머릿속으로 들어오니.”


이재욱은 전이안의 어깨를 토닥이며 연신 그를 칭찬했다.

그리고 동시에, 관묘안(貫妙眼)을 통해 전이안의 속을 꿰뚫어 보았다.


‘···흠.’


티 안 나게 찌푸려지는 이재욱의 미간.


“그보다, 별다른 이상한 감각은 따로 없나? 두통이라던가, 자아 분열이라던가.”


“네? 그냥 평소처럼 편안한데요?”


“그래···? 그렇군···.”


전이안의 대답에 옅은 한숨을 내쉬며 관묘안(貫妙眼)을 해제하는 이재욱.

겉으로는 애써 미소를 보였지만, 그의 속은 이상하리만치 타들어 갔다.


‘녀석의 속.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을 깨달은 전후가 아예 달라.’


본래 이재욱의 관묘안(貫妙眼)으로 전이안을 꿰뚫어 보았을 때, 그의 속마음이 맑은 물 아래 물고기처럼 훤히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속을 들춰보고자 하면 오로지 요괴들로 이루어진 검붉은 지옥도만이 이재욱의 눈에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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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0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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